슈퍼리그에 관하여
1. 슈퍼리그 설명에 들어가기 전 금융 헤게모니에 대하여
여러분도 기억하시다시피 원래 영국은 축구산업에 목숨을 거는 나라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이 축구에 대대적인 투자를 왜 하게 됐고 왜 할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한 설명을 해야 그들이 왜 슈퍼리그에 반대하는지 또 다 반대하는가에 대한 답을 할 수 있습니다.
영국은 제조업이 쇠퇴한 후 HSBC, 바클레이스, RBS 등으로 유명한 은행과 회계, 보험 등이 유명한 금융 강국입니다.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부는 영국에서 미국으로 옮겨가게 됩니다. 그러나 영국의 금융패권은 케인즈가 설계한 브레튼우즈 체제로 60년대 말까지 유지됩니다. 닉슨이 68년에 금태환 정지, 석유 결제를 73년에 달러로만 하면서 금태환 체제에서 아메리카 페트로 달러체제로 됩니다. 여기서 영국 금융은 한번 타격을 받았고 소로스의 공격으로 유로화 합류에 실패합니다. 여기서 영국은 독일 통일과 유로화=마르크화가 되는 광경을 지켜볼 수 밖에 없게 됩니다. 99년에 체이스 맨하탄 은행과 JPMorgan이 인수합병 되면서 미국 내 있던 영국계 자본도 더 이상 영국 것이 아닌 상황이 오게 됩니다. 여기까지가 서론이고 이제 본론입니다.
07-08년에 발생한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09-10년 남유럽 경제 위기 도중에 압도적 2등 자리를 유지했던 영국 금융이 또 다시 한번 타격을 입게 됩니다. 바로 리보 금리와 런던 금시세 조작 사건이죠. 파운드=달러간 환율에 붙는 가산 금리인 리보 금리와 금,은 시세는 런던에서 정했습니다. 이 두 사건에서 런던은 두 권리를 포기하게 됩니다. 이것이 영국 금융에 큰 손상을 불러일으키게 되고 몇 년 뒤에는 은시세 결정 권한도 스스로 포기하게 됩니다. 여기서 EPL의 오랜 스폰서였던 바클레이스와 RBS는 세계구급 은행에서 영국 내 은행으로 전락하고 HSBC는 홍콩으로 헤드쿼터를 옮기게 됩니다.(바클레이스, RBS 서울 지점도 이 때 폐점하죠.)
계속 되는 패배에 영국 금융 귀족들은 묘수를 내게 되는데 이게 과거 영국이 쌓았던 구소련과 제3세계 부자들의 돈을 영국 내 투자할 수 있게 해서 영국은 부족한 유동성을 채우고 카타르, UAE, 러시아 부호들은 가치가 불안정한 자국 내 자산이 아닌 런던 부동산이나 파운드 등 안전자산을 확보하는 것이죠. 여기서 나온 것 중에 하나가 EPL 구단들입니다. 아브라모비치의 첼시는 90년대 입은 손실을 메꾸기 위한 러시아 호구들인 것이고 10년대 맨시티는 바클레이스와 RBS 땜빵인 것이죠. 영국 금융이 계속 쇠퇴하니 영국 경제가 독일의 산업과 프랑스 금융에 먹힐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팽배해 독일 유로화 영향권에서 벗어나고 옥스브릿지 두뇌와 개도국 호구 자본을 믹스해 최첨단 제조업을 육성해보자 해서 내린 결론이 브렉시트입니다.
브렉시트와 코로나로 축구판에서 EPL 자본 쏠림 현상이 가속화 됐던 것을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투자심리라는게 본전심리가 있기에 투자자들이 라리가나 베총리가 망쳐놓은 세리에, 축구산업에 노관심인 분데스보다는 원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영국 레거시도 있는 EPL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심리겠습니다.
2. 영국의 입장
본론보다 긴 서론이었지만 영국 금융이 2위자리라도 공고했던 00년대까진 올리가르히 돈세탁 용도 정도로만 EPL을 생각했지 커머너들이 즐기는 것으로 돈을 많이 벌어보자는 마인드가 없었습니다. 10년부터 2등 자리를 독일이나 일본에 위협 받으면서 사업 다각화를 시작한 것 중 하나가 EPL이고 그 때 들어온 상징적 인물이 아부다비와 만수르입니다. 수쿠크라는 이슬람 채권이 있습니다. 이 수쿠크가 가장 많이 유통되는 곳이 런던입니다. 수쿠크를 통해 런던 중심 경제에서 벗어나 맨체스터 등 몰락한 지방 도시를 재개발하고 EPL 파이를 키워 1부 리그 연고 도시를 해외자본으로 다시 위대한 브리태니카를 일으켜 보자는 취지입니다. 현재까지는 그 계획이 잘 맞아떨어져 버립니다.
페레스 회장과 미국 최고 존엄인 JPMorgan의 슈퍼리그는 영국 금융 귀족들의 자존심을 긁습니다. 자신들보다 급 낮다고 생각하는 스페인 건설 재벌과 아픈데 계속 때리는 미국 거대 자본과 싸움에서 더 이상 물러나고 싶지 않은 것이죠. 그래서 옛날 신토불이 같은 구호로 로컬이 짱이다라는 미명 하에 반미 갬성과 피레네 이남 놈이 감히라는 이중적 갬성이 제가 보는 슈퍼리그 반대의 본질입니다.
Big 5~6 입장에선 슈퍼리그 하는게 좋죠. 영국 금융보다는 JPMorgan 백이 더 든든하고 돈 더 벌 수 있잖아요.
그러나 EPL 활성화는 영국 금융귀족 뿐만 아니라 집권당인 보수당의 빅 플랜이었고 브렉시트 이후에는 초당적으로 노동당도 동의 하는 바였습니다. 빅클럽도 당장 장사 해야하니 굽히고 들어간 거죠.
슈퍼리그 창설 반대는 어떻게 보면 일반 유럽인들이 느낄 수 있는 영국 금융의 마지막 심리적 보루 같은 느낌입니다.
올 해, 크레디트 스위스가 무너졌고 최근 HSBC가 돈 세탁 이슈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습니다. 스위스 금융은 더 이상 예전만큼 못하고 영국도 HSBC까지 나락 가면 EPL에 투자했던 중동 자본이 위기감을 느낄 수 있겠죠. 지금 기로에 서 있습니다. 슈퍼리그에 참가해서 유럽 중에선 최대 지분을 요구할 것인가 계속 저항할 것인가?
음바페 사가는 어찌보면 페레스와 켈라이피의 싸움이지만 반 슈퍼리그와 찬 슈퍼리그의 전초전일 수 있습니다.
글이 워낙 길어서 다음에 독일 입장을 쓰고 짧게 프랑스 입장을 쓰면서 2부를 마무리 짓겠습니다.
긴 의식의 흐름 뇌피셜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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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nished 2023.08.30FM 스왑리그 처럼 단순한 유희 측면에서 접근하기에는 이 산업에 얽힌 정치 경제 문화적인 역학 관계가 참 복잡하죠.
생각해보면 연매출 1조 안팍의 중견기업들에 세계적인 부호들이 얼굴 팔고 다니고 슈퍼리그 저지하겠다고 국가정권이 생쇼하는거 보면 이 산업이 가진 영향력이 대단하긴 한거 같아요.
재밌는 글 잘 봤습니다. -
subdirectory_arrow_right Maecenas 2023.08.30@Vanished 넵 이런 관점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로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축구가 돈보다도 가진 영향력 때문에 그걸로 파생되는 상업적 가치가 막대하니 더 그런 것 같습니다. -
sonreal7 2023.08.30*독일은 어차피 제조업 세기도하고
영국이 슈퍼리그에서 가장 많은 지분 갖고 잘되는꼴 자체가 보기싫은걸까요? 독일이 참가해봤자 뮌헨 도르트문트 +1개클럽 더해서 총 세개 정도일테지만 영국이 어쨋든 가장 많은 이득 얻을거구요 독일입장에선 영국병풍역할이나 해주는거라고 생각할수도 있을거같은데.. 근데 또 그렇다기엔 슈퍼리그 정식 개최 안하면 epl이 슈퍼리그인데요
프랑스도 어째서 반 슈퍼리그인지 궁금하네요 개최안하면 곧 epl이 슈퍼리그인 셈인데..
Epl 이 사실상 슈퍼리그가 되더라도 영국 병풍역할은 하지않겠다는 의지인건지..? -
subdirectory_arrow_right Maecenas 2023.08.30*@sonreal7 독일은 말씀하신대로 제조업이 강하고 유로화의 그 자체입니다. 전 세계 산업군에서 미국 기업을 제외하면 독일 기업들이 시장에서 대부분 No.2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죠. 굳이 HSBC를 필두로 하는 EPL 확장판 vs JPMorgan과 레알 마드리드 싸움에 끼고 싶지 않은 것입니다. 그래서 관망 중인 것이구요. 독일은 메르켈 총리 퇴임 직전까지 정권의 숙원 사업이었던 도이체방크와 코메르츠 방크 간 M&A에 실패했습니다. 어느 세력의 방해 때문인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독일의 무브는 굉장히 신중합니다. 긁어 부스럼 안만든다는 스탠스죠. 그리고 분데스리가 현행 유지만 해도 내수로 잘 먹고 잘 살 수 있구요. 독일은 산업구조가 튼튼하기에 축구에 목 메지 않습니다.
프랑스는 파리와 파리 외 구단 입장이 다릅니다. 파리는 맨시티가 HSBC(혹은 다른 은행)을 거치는 것처럼 BNP 파리바 or 소시에테제너랄 은행을 통해 수쿠크를 유통해서 투자하는 입장이기에 프랑스 금융권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죠. 영국 금융과 입장이 약간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슈퍼리그 찬성보다는 반대에 가깝습니다. 자신들의 리게앙에서 압도적 지위를 슈퍼리그에서 원 옵 뎀이 되는 것은 별로니까요. 카타르도 프랑스 자산에 투자하면서 포스트 화석연료 시대 대비하는게 큽니다.
마크롱과 프랑스 정치권은 음바페가 상징하는 의미도 있지만 리게앙에서 뛰면 다른 슈가 대디가 리게앙 클럽들을 사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리가 있는 것 같구요. 사실, 프랑스도 영국만큼 슈퍼리그 찬반에 목숨 거는 입장은 아닙니다. 프랑스 제조업이 영국만큼 박살난 상황도 아닐 뿐더러 애초에 축구 산업에 목 멜 정도까지 서비스업 위주 산업 구조는 아니니까요. 더구나 BNP파리바, 소시에테 제너랄이 자산 규모는 매우 큰 은행들입니다.
사우디는 UAE, 카타르와 또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복잡한 구도 속에 얽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설명하기 매우 복잡하네요 ㅎㅎㅎ
나중에 정리해서 올려보겠습니다. 지금은 제 머리 상태가 메롱이라서요. -
subdirectory_arrow_right sonreal7 2023.08.30@Maecenas 이야기꾼이시네요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3편 기다리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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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주드 2023.08.30와 슈퍼리그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내용들에 대해서 보기 좋게 잘 정리 해주신거 같습니다.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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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Maecenas 2023.08.30@헤이주드 두서 없이 썼는데 잘 정리하셨다고 하시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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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NBLANC 2023.08.30정성글은 닥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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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Maecenas 2023.08.30@LEONBLANC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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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권가 2023.08.30너무 유익한 내용이네요 열심히 읽었습니다 2탄도 기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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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Maecenas 2023.08.30@안동권가 넵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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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차타 2023.08.30요즘 화폐전쟁 읽고 있어서 더 재밌네요. 금융위기까지 가려면 아직 한참인데 자주써주시면 도움될거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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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Maecenas 2023.08.30*@아자차타 축구 사이트 특성 상 슈퍼리그 관련된 것만 쓰려고 합니다. 사실, 슈퍼리그도 페회장님이 JPMorgan을 끌어들이지 않았으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려 했는데 레알 마드리드 팬들 조차 슈퍼리그를 조소하는 경향이 있길래 정당한 쩐의 전쟁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화폐전쟁은 20세기 초반 부분까지 읽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1차 대전 이후부터는 작가가 사실들을 재구성한 부분이 많아서요.
저는 조금 어렵지만 아이켄그린 교수의 저서들을 더 추천드립니다.
읽진 않았지만 니얼 퍼거슨 교수의 로스차일드도 평이 좋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subdirectory_arrow_right sdagb 2023.09.02@Maecenas 글 잘 읽었습니다 ㅎㅎ 아이켄그린 교수 저서 중 특히 무엇을 추천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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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Maecenas 2023.09.02@sdagb 황금 족쇄 재밌습니다.
먼저 그 책을 읽어보시고 취향에 맞으시면 국내에 출판된 서적 더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
밤의황제 2023.08.30술술 읽히는게 재밌네요 ㅎㅎ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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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Maecenas 2023.08.30@밤의황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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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agonist 2023.08.31한전 관련 설명좀 해주세요~ 제 댓글에만 설명이 없어서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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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Maecenas 2023.08.31@Antagonist 구글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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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Antagonist 2023.08.31@Maecenas 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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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ydogecoin 2023.09.02금융과 정치 그리고 축구라니. 잘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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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Maecenas 2023.09.05@Onlydogecoin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