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타페 홈 단평
1. 기분 좋은 승리
숟가락이 없으니 손으로라도 밥을 먹어야 하는 상황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냈습니다. 물론 헤타페가 상당히 공격력에서 부실한 팀이기 때문에 못 이겼으면 안되는 경기긴 하지만, 부상자나 빠지는 사람이 많은 상황에서 이겼다는 점은 당연히 칭찬 받아야 합니다.
오늘의 지단은 그간 부정적으로 평가 받는 부분을 말씀히 걷어내는 이상적인 상황을 만들어냈습니다. 사실 1기 지단이나 지난 시즌 지단은 있는 선수단을 알뜰살뜰 잘 꾸려가는 면모는 언제나 있었습니다. 지난 시즌 5미들이 그렇듯이, 가끔 과하게 운영해서 선을 넘는 경우는 있어도 시도 자체를 항상 하는 사람이었죠. (굳이 개선할 마음이 없어 보이는건 쓸놈쓸 경향이지만 뭐 그건 넘어갑시다)
굳이 벼랑 끝까지 몰려서야 판을 뒤집을 결심이 생겼다는건, 그만큼 지단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부담을 지고 있었는지 보여주는 거라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부담을 지고 있는만큼 팬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가볍게 팀을 흔드는게 어려운거겠죠.
2. 3백, 마르셀루, 멘디
3백에서 제일 눈에 띄는건 멘디의 스토퍼 사용일겁니다. 멘디의 부족한 공격력과 수비력 중 수비력만을 취하겠다는 건데, 나초의 빌드업, 바란의 우측면 방어와 같이 괜찮은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사실 스토퍼로서의 역할은 멘디가 이미 출중했고, 이번 시즌 부진한 경기에도 그 역할만큼은 잘 수행해왔다는걸 생각하면 이렇게 활용하는건 좋은 선택지겠죠. 지단이 멘디의 이런 활용법에 대해서 앞으로 꼭 옵션으로 생각하고 미리 많이 준비시키길 바랍니다. 다만 멘디의 공격력 역시 개선되야 할 부분이니 너무 한정하는 것도 곤란하겠죠.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오늘 마르셀루의 위치, 윙백에서 기용하는 것도 고려했으면 좋겠네요.
마르셀루는 보통 3백에서 실격인 선수라는 평을 많이 듣습니다. 활동량이 떨어지고, 물리적인 속도가 아주 빠른 것도 아니라 종적 영향력을 크게 줄 수 있는 선수가 아니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예 종적 영향력이 사라진 수준인 지금은 4백보다는 3백에서 특유의 볼 컨트롤과 시야로 하프스페이스에 관여하게 하는게 오히려 선수의 최대치를 끌어낼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본인이 절치부심하고 몸 관리를 한 것도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부분이 있고요.
지단이 멘디와 마르셀루 활용은, 없는 자원을 깔끔하게 끌어냈다는 점에서는 참 좋았습니다. 서로 안되는 수비력과 공격력을 분담한, 참으로 마드리드스러운 역할 분배가 시원시원하게 이루어졌죠. 많은 팬들이 바라던 '맞춤형 전술'의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오늘 두 선수의 활용 아닐까 싶습니다. 왜 진작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맞춤형 전술'이라는게 굳이 그 선수에게 몰빵하는 올인 전술을 말하는게 아니라, 그 선수가 자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롤과 위치를 쥐어줘야 하는거고, 그간 외데고르나 요비치 관련해서는 아쉬운 부분이 많았죠. 이미 없는 두 선수를 아까워할 순 없지만 나머지 선수들이라도 잘 활용하길 바랍니다.
3. 크로스
사실상 마드리드의 전개를 쥐고 있는 선수기 때문에 크로스가 빠진 마드리드의 공격 양상은 많이 다릅니다. 그리고 미안한 소리지만, 오히려 크로스가 없었기 때문에 오늘 더 활발한 공격 양상을 보인게 아닌가 하는 판단이 들어서 조금 저 자신이 놀랬습니다. 크로스의 안정적인 빌드업과 절묘한 패스, 우수한 세트피스 킥력을 무시하는건 아니지만, 너무 팀이 크로스에게 공 줄기를 맡기고 팀 전체가 매몰되어 있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더군요. 카르바할과 마르셀루가 주전에서 자주 이탈하는 상황에서 팀 침체의 원인 중 하나는 지나친 크로스 의존도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좀 더 마드리드의 경기를 보면서 고민해볼 사안이 아닌가 싶었네요. 크로스가 못한다거나, 불필요하다는 얘긴 아니니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댓글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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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권가 2021.02.10지단은 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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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라그 2021.02.11@안동권가 사실 커리어를 제외하고 이정도 레벨의 운영을 보여주는 감독이 명장이 아닐 순 없겠죠. 지금까지가 너무 아쉬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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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MA_HalaMadrid 2021.02.10마르셀루는 자기 장점 잘 살아날 방법을 지단이 찾아낸 느낌인데 하필 이때 바로 부상당하니 아쉽네요..... 그리고 3번 저도 격하게 공감합니다. 크로스가 최근 폼이 정말 대단한 선수지만, 헤타페전은 공격숫자도 많고 하니까 훨씬 보는재미도 있고 공격루트도 다양했던 것 같아요. 물론 다 마르셀루가 중앙으로 들어오면서 빌드업 해준 덕분이기도 하지만.... 이제 마르셀루 부상이니 다시 크로스한테 의존해야죠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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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라그 2021.02.11@RMA_HalaMadrid 카르비의 부재가 시즌 내내 아쉽습니다. 마르셀루가 없는 상황에서 경기장을 넓게 쓰면서 볼 전진, 플레이메이킹과 직접 타격, 수비 가담까지 성실하게 임하는 카르바할이 없는건 타격이 너무 크네요. 사실 이번 시즌 대체 자원이 나오면 경기력 저하가 심한게 카르비랑 멘디, 벤제마인데 멘디랑 벤제마는 꾸준히라도 나와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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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마리아 2021.02.10오늘 마르셀루를 활용한 방법은 크로스가 없기 때문에 궁여지책으로 나온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네요. 올 시즌 지단이 팀을 운영한 것과는 다소 생소한 느낌을 느껴서인 것 같네요. 어찌됐든 결과적으로 멘디와 마르셀루의 적절한 활용은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특히 멘디를 스토퍼로 쓸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 편견을 보기좋게 깨준 지단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
개인적으로 시기상 헤타페 보약을 먹고 꼭 반등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일단은 승리를 챙긴 게 기분 좋네요. 앞으로 계속 좋은 경기력으로 승점을 챙겨주길 기원합니다. -
subdirectory_arrow_right 라그 2021.02.11@디마리아 카르비, 오드리가 동시 부상당하면서 바스케스가 새로운 옵션이 되고 한단계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줬듯이, 꼭 1+1이 2가 되는건 아니라는걸 보여준 거겠죠. 크로스도 지금처럼 활용하는게 아니라 다른 롤을 부여 못할 것도 없으니 좀 더 많은 활로를 찾아줬으면 좋겠습니다. 마르셀루가 부상이라 안타깝긴 하지만, 만약 마르셀루처럼 뛰는걸로 계속 효율을 잘 낸다면 경기 중에 마르셀루같은 선수를 투입하기도 쉽고 선수들이 고루 출전하면서 체력 배분과 동기 부여가 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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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드 2021.02.10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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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라그 2021.02.11@와드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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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 로이스 2021.02.11사람이 변화를 주는게 사실 쉽지는 않죠 자기가 늘 해왔고 먹혀왔던 성공 방정식을 내려놓기란 쉬운게 아니니깐요
왜 이제서야 했나라는 아쉬움이 있지만 이제라도 했다는걸 높게 사도 될거 같습니다
유임이 될지 떠나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쪼록 이번 경기의 변칙전술과 선수단 활용이 단순한 단타식이 아닌 장기적으로 지단이 진화했다는 모습이길 바랍니다 -
subdirectory_arrow_right 라그 2021.02.11@마르코 로이스 사실 지단에게 엄격한 부분도 분명히 있죠. 지단이 복귀하면서 준비한건 아자르를 공격의 축으로 삼는건데 그게 무너진 시점이고. 시즌 끝까지 바라보고 준비하려고 하기에는 지금이 너무 급하고... 사실 우리가 아는걸 지단이 몰라서 안 하고 있진 않겠죠.
물론 그것과 별개로 지금의 상황에서 지단이 앞으로 유효한 타개책을 내고 성적과 미래에의 기대 모두를 잡아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고, 계속 시즌 뒤를 준비해야할 거라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경질이니 사임이니 하는 얘기 나오고 의욕 잃어버릴까봐 걱정했는데 이 사람도 승부사긴 승부사에요. -
레돈도 2021.02.11박스 안에 타격을 해줄 수 있는 선수들이 없었던게 가장 문제가 아니었나 싶네요.
아센시오나 비니시우스 아자르 등도 박스 안으로 들어가서 뭔가 만들어줄 선수는 아니고 모드리치 크로스도 박스 안에서 뭔가 해줄 선수는 아니죠. 발베르데도 박스 안에 자주 침투하는 유형은 아니고요.
오히려 카세미루가 박스에 들어가면서 이득보는 경우가 많았는데 카세미루가 자주 침투할 수록 뒤가 위험해지고요.
3백으로 나오니까 카세미루 멘디 등 여러 선수들이 번갈아가면서 변수를 만들어 내다보니 다양한 찬스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았나 싶네요.
확실히 지단이 전술적으로 부족한 감독은 아니다 라는 느낌을 받았고 원하는 선수들 사주면 더 잘할 수 있지 않나? 라는 생각도 듭니다.
다만 크로스가 복귀한 후에도 같은 전술을 쓸지는 의문이네요.
개인적으로 크로스 모드리치는 역할이 겹친다고 봐서 둘 중 하나만 썼음 하는 바램입니다 -
subdirectory_arrow_right 라그 2021.02.11@레돈도 그래서 지단이 계속 포그바를 원했고, 아자르를 원했던건데, 둘 다 플랜에서 빠져버리면서 그 균열을 못 메꾸는거죠. 직접 타격이 가능한 포그바, 다른 선수가 직접 타격이 가능하게끔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아자르 둘 다 없으니...
사실 헤타페가 워낙 어중간해서 우리가 잘한 것처럼 보이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해요. -
Carvaja 2021.02.11저는 요즘 경기 보면서 지단이 아센시오를 왜 이리 좋아했는지 요즘 이해가 가네요 정말 공포만 있으면 너무너무 좋을 것 같은데
그리고 아리바스도 출전시간에 비해서 많은 가능성을 보여 줘서 너무 기분이 좋네요 이제 벤제마만 황제마로 바뀌면 완벽한데 -
subdirectory_arrow_right 라그 2021.02.11@Carvaja 나이도 사실 어리고, 아센시오는 전략적으로 계속 밀어준건데 그나마 최근 빛을 발하네요. 하지만 아직 A급과 B급의 경계에서 왔다갔다하는거 같아서 더 성장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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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_10 2021.02.11마빈 박 & 아리바스의 활약에 대한 평가를 내리자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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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라그 2021.02.11@RYU_10 둘 다 잘했지만... 사실 한 경기로 평가하기에는 좀; 마빈은 개인적으로 지단을 칭찬하고 싶은게, 유스가 잘할 수 있게 정확하게 롤을 주고 마빈은 최대한 성실하게 그거만 했어요. 그러니 큰 미스 없이 잘 할 수 있었던 거. 아리바스는 상대적으로 편한 시간대에 들어왔는데, 그래서 그런지 부담이 좀 덜한 거 같아보였구요. 둘 다 자기 장점을 잘 어필했다고 생각합니다. 둘 중 지금 더 팀에 도움이 될 거 같은건 마빈인데, 아리바스에게는 뭔가 팀을 리드하는 그런 풍모가 조금 보이긴 했어요. 둘 다 괜히 올리는건 아니구나 싶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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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스5연패 2021.02.11사실 조별예선 6차전끝나고도 비슷한 칭찬이 많았던것을 생각하면 큰 변화없이 돌아갈거라 여겨져 여전히 지단의 유임에 대해 비관적으로 보지만, 팀내 욕받이던 선수들이 잘해서 이기니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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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라그 2021.02.11@챔스5연패 사실 조별 예선 -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까지 3연승하는 동안 주전만 주구장창 굴려서 그 당시에서 \'이기는건 좋은데 과부하...\' 얘기가 있었죠. 이기는 중이라 다들 말을 아낀거 뿐이지. 개인적으로는 그 연승 시기보다 이 변화가 더 극적이고 칭찬해주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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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요 2021.02.11사실 마르셀루가 공격을 풀어내는 능력은 멘디가 각성해도 따라가기어렵죠ㅋ 수비부담이줄고 미스해도 위험하지않으니 셀루가 유효하더군요. 그런데 부상이..
유스들에겐 이런 짧은 출장이 큰도움이되리라봅니다. 줄부상이나오니 이런 호재?가있네요 -
subdirectory_arrow_right 라그 2021.02.11@마요 각성 멘디 SSR을 뽑아야 하는데.... 마르셀루 부상은 진짜 안타깝긴 합니다. 그나마 준비해서 감독 덕 받아서 다시 해볼려는데 부상이라니.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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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나모스 2021.02.11아무래도 마르셀루가 지단볼에 가장 핵심이렸던게 아닌가싶네요 그래서 출전시키면 성적이 안좋아도 본인이 구상하는 축구를 위해선 꼭 필요하다보니 이번시즌 초까진 꾸준히 출전시켰던것같은데 이참에 차라리 메짤라로 포변시켜보는건 어떤가싶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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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라그 2021.02.11@칸나모스 마르바할이 볼 전진에 핵심적인 요소였는데 둘 다 빠진게 아무래도 크겠죠. 말씀대로 마르셀루가 잘해줘야 교체든 로테이션이든 확고한 옵션이 생기는거라 굳이 별로 피로하지 않은 멘디를 벤치에 앉히고 내보냈었는데, 내보낼 때마다 족족 지고 골을 내주니 밀어주기 아무래도 어려웠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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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10_하메스 2021.02.11이번승리는 참 고무적이라고 보는게 433가아닌 전술로승리를따낸점이라고 봅니다 부족한 미들자원 쉬게해주는 방법으로 간간히 쓰면 좋을듯해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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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센시옹 2021.02.11크로스에 관한 얘기는 정말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크로스 있고 없고가 팀의 색깔을 결정한다고 생각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