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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수나일요일 2시

작정하고 써보는 지단 과몰입 글

우리폭 2021.02.01 00:03 조회 3,513 추천 32

팀 상황이 안좋고,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입니다. 

물론 감독이란 자리가 일차적으로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죠. 

하지만 몇가지 이유들로 지단에 과몰입해보려고 하네요. 


1.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는 왜 재미가 없을까

간단하게 얘기하자면 수비 > 공격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3연패 시절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고 중간에 끊기거나 혹은 흐름을 만드는 것조차 쉽지 않아서라고 생각합니다. 

라모스 > 크카모 > 공격진으로 보통 팀의 템포가 이어지고, 흐름이 만들어집니다. 

여기서 크카모 얘기를 좀 해보자면...

애초에 크카모 조합은 완벽했어요.  배분의 크로스, 커트의 카세미루, 전진의 모드리치. 완벽한 역할분담이 되어있는 조합이었죠.  

카세미루는 포백을 보호하고 볼을 탈취하고 공격에 "단순 가담" 하는 역할을 합니다.  뭐 긁히는 날엔 벼락같은 중거리도 때리고, 헤더도 따내서 꿀같은 골도 집어넣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카세미루가 공격에 참여할 때는 "단순 가담하는" 모양새죠.  자리를 잡고 간단한 패스들을 하면서 선택지를 늘려주는 역할.  이게 뭐 카세미루의 가장 큰 한계이기도 합니다만, 뭐 그래도 카세미루는 그 자체로 괜찮습니다. 잘하는 거 하나를 월드클래스급으로 잘하면 다른 건 좀 못해도 돼요. 

 크로스는 경기를 조립하고 공격의 방향을 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세계에서 좌우전환 패스를 가장 잘 뿌리는 선수죠. 숏 패스 성공률도 뭐 혼자 다른세계의 통계를 내고요.  지난 시즌이었나요..? 통계를 보니까 거의 혼자서만 숏패스 성공률을 세얼간이 시절 사비급으로 뽑아내더군요.  카세미루와 마찬가지로 크로스도 자기가 잘 하는 플레이가 딱 정해져있어요. 중원의 사령관으로서 패스의 큰 줄기를 만들고, "큰" 타이밍을 조절하며 공격의 총알을 장전하는 역할을 합니다.

 모드리치는 볼을 가지고 전진하며, "차이"를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크로스가 만든 큰 흐름 안에서 "의외성"을 발휘하여 공을 위험한 곳으로, 경기를 흔드는 위치로 보내는 역할을 하죠.  크로스가 만든 큰 흐름을 더 세세하게, 날카롭게 갈아서 공격진으로 전달한다고 할까요..

이 조합에서 가장 눈에 띠는 선수는 모드리치고, 이 능력으로 발롱도르까지 받았습니다. 

하지만 제아무리 모드리치라도, 혼자서 저런 축구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이를 도와준 것이 양 윙백이었죠.

크로스와 카세미루는 스타일 상 공격의 "창조성"을 발휘하기는 어려운 선수들입니다. 팀 안에 각자의 색깔대로 안정감을 주는 선수들이지,  같이 볼을 전진시키는 선수는 아니었기에, 모드리치와 함께 공격의 흐름을 더 날카롭게 창처럼 갈아주는 두 선수가 마르셀로와 카르바할이었죠.   마르셀로는 레알마드리드가 보유한, 호날두 제외 가장 신계에 근접한 선수였습니다.  요즘이야 뭐 리버풀의 누구 뮌헨의 누구 이런 소리 나와도, 한 2-3시즌 전에는 유일신 원탑. 그 비슷하게 하는 선수조차도 없는, 카를로스와 누가 더 낫냐를 논하는 선수였으니까요.  공격의 첨병이자 숨은 에이스였고 그냥 신이었어요. 

카르바할 역시 마찬가지.  그래서 레알 마드리드는 크로스가 만든 큰 틀 속에서 모드리치-마르셀로-카르바할 & 벤제마까지 더 창조적이고, 더 치명적인 볼 순환을 통해 상대를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축구를 해 왔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방점을 찍어주는 것이 호날두였죠.  이 축구로 챔스 3연패 했고요. 

이제는 마르셀로가 없습니다. 더 이상 우리가 아는 마르셀로가 아니죠.  카르바할은 나오는 날에는 잘합니다만 부상의 빈도가 잦아져서, 건강하게 로테이션을 못지켜주고 있는 상황이죠. 그래서 레길론도 써봤는데.. 마르셀로와는 다른 스타일로 괜찮게 잘 했습니다만 사실 그냥저냥이라는 느낌이 강했죠.  우측은 뭐 말하기도 싫네요.  우리 우측은 경기마다 다른 선수가 나왔어야 했습니다. 나초 & 아센시오 조합은 진짜 선 넘었죠.

그래서 결과적으로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력 그 자체인 크카모의 위력이 반감했습니다. 물론 세월의 풍파 또한 직빵으로 맞았죠.  모드리치가 최근 회춘했지만, 어디까지나 축구에서 회춘이라는 말은.. 전성기 실력을 되찾았다. 라는 의미로 쓰이진 않아요.  그때보다는 아니지만 어느정도 잘 해주고 있다.  회광반조같은... 사실 슬픈 단어죠 .


지단이 이러한 크카모 & 양 풀백의 문제점을 몰랐다고는 전혀 생각지 않습니다. 그래서 고민했고, 나름대로의 답이라고 내놓은 것이 발베르데를 적극 기용하는 거였죠. 최근에는 중원에 에너지레벨을 끌어올린다고 많이들 표현하시더라구요.  뭐 간단히 발베르데가 박스 투 박스처럼 열심히 뛰고, 침투 열심히 해서 공격시는 선택지를 늘리고, 수비시엔 길목을 막아주는 역할을 해주는 거죠. 

그리고 모드리치의 "위험한 축구"를 하는 역할을 아자르에게 맡기고자 했습니다.  최전방의 벤제마가 건재하니 크로스, 발베르데, 벤제마, 아자르를 통해 상대 수비를 균열시키는 축구를 하려고 했었죠.  이게 가장 잘 나왔던 이상적인 모습이 지난시즌 파리와의 챔피언스리그 예선전이었습니다.  정말 근사한 경기였어요. 아 이게 지단이 이 멤버로 보여주는 이상형이구나.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만 그 경기에서 아자르가 뫼니에한테 개태클 맞고 장기 끊어서 끝났지만.

그래도 그런대로 발베르데는 축신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지난시즌까지 잘해줬어요. 이번 시즌 초반까지도 좋았죠. 데용 안부러운 최고의 재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부상 이후로 폼을 좀처럼 못찾네요.  그 사이 모드리치는 좋았던 시절에 버금가는 플레이를 보여주니.. 

비니시우스는 아자르의 대안이 못됩니다. 팀의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상대에게 위험한 축구가 아닌, 우리 팀에게 위험한 축구를 하고 있죠.  멘디는 괜찮은 선수고, 굿플레이어지만 마르셀로의 그늘이 너무 어둡습니다.  우리는 풀백의 신을 봐왔는데, 멘디로는 솔직히 눈에 안차요. 

우측이야 뭐.. 바스케스 땜빵으로 근근이 막고 있으니.. 이러니 뭐 축구가 재미있겠습니까. 그날 그날 이빨 대신 잇몸으로 경기를 치룰 뿐이지 뭐 큰 그림을 보여주질 못하고 있죠.  

몇몇 선수가 잘해서 경기력이 바뀌는게 아닙니다. 모두가 큰 그림을 공유하고, 각자 역할에 따라 유기적으로 움직여줘야 재밌는 축구, 치명적인 축구가 나옵니다.  그러나 레알 마드리드는 그러지 못하고 있어요.  선수의 이탈이 너무 많기 때문에. 여기서는 지단 아니라 지단 할아버지라도 이 상황을 타개하고 새로운 플랜B, C를 보여주기가 어렵습니다. 그냥 한경기 한경기 순발력으로 버티면서 자기가 그렸던 그림을 완성시켜줄 선수들의 복귀를 기다릴 뿐이죠. 


2. 지단의 알파이자 오메가였던 아자르의 배신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마르셀로가 빛을 잃어버리고, 모드리치가 늙은 상황에서 지단은 공격의 중심을 좀 더 위로 끌어올리는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네요.  모드리치가 주도해온 전진 & 창조적인 플레이를 아자르가 해주길 바란 거죠. 알파이자 오메가로서.

근데 하.. 씨 진짜..ㅋㅋㅋㅋㅋㅋ 아니 어이가 없잖아요.  아자르가 이렇게까지 망해버릴 거라고 축구계의 그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요? 환장하는 거에요. 지단이 제일 환장할 듯. 

그러니 지금까지 아자르에 대한 미련을 못버리고 있는 겁니다.  사실 대안이... 되게 어렵거든요. 크카모에서 벗어나, 새롭고도 위협적인 축구를 하려면 윙어의 파괴력이 필수에요. 양쪽이 안되면 한쪽이라도. 창조적이면서도 볼을 잘 다루고, 흐름도 볼줄 알아야 되고 하여튼 천재가 있어야 되는데.. 그게 어렵거든요.  그러니 매주 선발 라인업이 바뀌었죠.  호드리구랑 비니시우스가 나오기도 했고, 비니시우스랑 아센시오가 나오기도 했고, 바스케스가 나오기도 했고. 

사실 지단의 축구가 이렇게 힘든 건 80퍼센트는 아자르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1년 남은 선수를 그냥 저 돈주고 사온게 아니에요. 아자르는 팀에서 정말 해줘야 할 게 많았던 선수입니다. 근데 아자르가 맛이 가버리니, 그 뒤로는 뭐.. 


3. 지단은 유망주 친화적인 감독이 아니다?  

아뇨.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전반기 챔스나 리그 경기 조합이나, 조금 멀리 간다면 지난 시즌의 공격 조합을 보면,  비니시우스-벤제마-호드리구 이 조합이 굉장히 많아요. 브라질 어린이 둘 중에서 하나 정도는 선발로 나오는 경우가 많았죠. 

그리고 지난 시즌 레알 최대의 수확은 발베르데였어요.  크카모에서 크카발로. 드디어 중원의 새로운 조합이 생기는구나 행복해했던 게 불과 한시즌 전입니다.  발베르데는 뭐 100m짜리 대형 영입선수였나요?  우리 유망주였어요. 

아센시오가 차기 10번 얼추 비슷한 낌새라도 보였던 게 지단 감독 시기입니다. 3연패 시절이죠. 마요르카였나 어디였나.. 중위권 팀에서 괜찮게 하던거 눈여겨보고 있다가 바로 데려와서 역할을 부여하고 조심히 키워왔죠.  노답시오 시절에도 꾸준히 기회를 주면서 경험치를 먹였습니다. 그래서 스페인의 주축 선수로 키워냈고요. 

지금도 지단은 아센시오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틈만 나면 선발 또는 첫번째 교체자원으로 활용하면서 기회를 계속해서 주고 있습니다.  베일, 하메스, 이스코 이런 기성 선수들 대신 아센시오와 호드리구를 적극적으로 기용하면서 경험치를 먹여줬죠. 

아센시오는 뭐 아직도 부상여파가 있어서 힘들지만, 호드리구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던 중이었어요. 부상을 당해서 그렇지.. 이번 시즌에 비니시우스가 주춤한 대신, 호드리구 쪽에서 성장의 냄새가 풀풀 풍기고 있었거든요.  

 지단이 호드리구&아센시오를 많이 기용하는 건, 이 선수들이 "골에 가까운 플레이"를 할 수 있어서라고 생각합니다. 호날두가 나간 이후로, 득점력은 반감했고, 벤제마가 고군분투해주지만 안긁히는 날은 드럽게 안긁히니, 아센시오로 그 득점력을 보충하려고 했다 생각해요. 그리고 써보니 생각보다 골과 어시에 가까운 플레이를 하는 호드리구를 중용했구요.  지금이야 뭐... 흐름 만드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니, 아센시오가 기대만큼 못해주고 있지만.

 "지단은 유망주를 못쓴다"는 의 대표적인 사례가 외데고르인데요..

 발베르데를 그렇게 요긴히 잘 썼던 지단이 외데고르를 외면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수의 폼이 못써먹을 정도거나 전술 적합도가 떨어지면 지단은 절대 안쓰더라고요. 베일도 그랬고 하메스도 그랬고 요렌테도 그랬고.  지단이 필요로 하는 미드필드 스타일 혹은 그 조합에 외데고르가 맞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제일 큰 건 벤제마와의 상성.  

지난번 레매에서 "요비치가 살아나면 외데고르의 활용도가 매우 높아진다"는 얘기를 본적이 있어요. 저도 동의합니다.  오야르사발이나 홀란드가 앞에 있을 때 외데고르의 플레이가 좋았고, 이는 외데고르가 즐겨하는, 잘하는 플레이와도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다만 이게 연계를 중시하고 볼을 순환시키기 좋아하는 벤제마와는 잘 안맞는 부분이 아니었나 싶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시에다드에서 외데고르를 데려왔던 이유는.. 다음을 생각했기 때문이겠죠. 당장은 벤제마가 코어로서 공격을 해 나가지만, 천년 만년 할 수는 없잖아요.  크로스와 카세미루가 대체 불가능한 선수지만 언젠가는 대체해야 되는데, 그 역할을 할 선수가 외데고르였고, 기회가 될 때 실험해가면서 기용하려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 시즌에는 도저히 여유가 안나요.  게다가 모드리치가 갑자기 살아났고, 침투가 가능(할거라고 생각했던) 요비치는 죽쑤다 집에 가버렸네요. 그래서 이번 시즌에는 외데고르를 활용하기 어려우니, 경험치라도 먹이려고 아스날에 보낸게 아닌가 싶습니다. 

외데고르와 벤제마, 비니시우스, 호드리구, 크로스, 발베르데 다 발을 맞춰봐야 되는데 당장 챔스 떨어지게 생겼으니 사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던 거겠죠. 


4. 감정적인 얘기

 저는 지단이 이번 시즌 못하고 있어도, 팀이 지단을 경질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18-19 솔라리가 말 그대로 레알 마드리드를 말아먹고 있었고, 그땐 진짜로 리그 5위 걱정을 했죠. 유일한 희망은 비니시우스의 깨알같은 개인기였어요.  아 이 팀에 진짜 큰 암흑이 드리웠구나. 08-09 이후로 이렇게까지 암울한 팀은 처음봤습니다. 

팀이 최고로 힘들 때 지단이 돌아왔어요.

기억나는게, 19-20 프리시즌에 팀이 진짜 겁나 못했거든요. 아니 지단은 대체 뭐 어쩔라고 저딴 축구를 하나 했어요. 그때 막 꼬마한테 7골먹고 이래서 이번시즌도 암울하다. 뭐하러 다시 와가지고 자기 커리어에 흠집만 내나 걱정했거든요. 

근데 끝까지 로테이션 잘 쓰고 잇몸으로 버텨서 리그 우승했습니다. 작년에도 아자르랑 요비치는 없는 선수였어요.  베일까지 팀 분위기 개판내는 상황에서 이뤄낸 쾌거였죠. 

그랬던 감독인데, 0입 이후의 시즌에서 주전들 골골대고 유망주는 성장이 더뎌서 기대만큼 성적 안나온다고 바로 경질한다는 것도 솔직히 좀... 너무하지 않나요?

레알 마드리드의 퍼거슨이 되주길 바란다면서요. 맨유는 퍼거슨이 호날두, 반니스텔루이, 루니 데리고 챔스 조별에서 4위로 탈락할때도 믿어주고 지지해줬어요.  

 솔직히 지금 팀 상황이 좀 힘든가요.  돌아가면서 장기부상에, 복귀하고는 경기력이 안나오고, 최전방 공격은 87년생 늙다리가 이끌고 있고, 수비의 핵인 86년생이랑 미들의 핵인 85년생이 없으면 축구가 안될 정도로 그 어느때보다도 선수단 상황이 힘듭니다. 

가골라스 시절에는 둘다 젊기라도 했네요.  지금 젊은 선수들 죄다 부상에 폼을 못찾고 있습니다. 잘 키워서 쓸만하게 만들어놓으니 아센시오 십자인대 끊어졌다 돌아왔고, 호드리구 장기부상 찍었죠. 우측 풀백은 바스케스 포변해서 쓰고있어요.  정상이 아닙니다. 

호날두가 나가고, 30대 중반들이 노익장 발휘하고 잇는 현 상황에서는.. 다른 감독 누가 와서 뭐 일시적으로 좀 나아질 수도 있겠지만.. 결국 길게 못갈 거라 생각해요.  로페테기 시즌2 재연할 확률이 높습니다. 하물며 언론에서는 라울 얘기 나오던데...

레전드 욕받이 시키는 건 지단에서 끝내야지, 라울이 이 멤버 이대로 이어받아서 쫌만 못하면 또 얘기 나오지 않겠어요? 라울은 리빌딩에는 맞지 않는 감독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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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5

arrow_upward 리빌딩은 검증된 선수로 했으면 합니다. arrow_downward 우리 스쿼드 탓만큼은 하지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