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에다드 전 전술 포인트
글을 통해 짚어볼 부분은 2가지입니다.
1. 하메스 선발
2. 35~40분 기점의 시스템 변화

하메스 40분 히트맵
하메스 선발은 겉보기로는 굉장히 납득이 안 됐습니다. 일찌감치 시즌 플랜에서 제외됐던 바 있고, 5미들을 쓸 정도로 미들 자원을 끌어쓰던 때도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었으며, 하다 못해 체력 안배용 교체로조차 외면받던 선수였기에 라인업만 봤을 땐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때문에 특별한 롤을 줬나 싶어 킥오프 직후부터 유심히 봤는데 크게 특별할 건 없었습니다. 이전 5미들에서 배제했었다시피 5미들도 아니었고 전술 변화가 들어가기 전인 전반 40분까지는 히트맵에서 확인할 수 있듯 평범한 라이트 윙으로서 경기를 소화했습니다.

발베르데 30분 히트맵
차이가 있던 건 다른 선수들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발베르데가 평소보다 훨씬 높은 위치까지 전진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주도적인 전진을 기대하기 힘든 하메스가 나왔고 패싱게임을 잘 구사하는 소시에다드를 강하게 압박하기 위해 전진하나 했는데 그건 부차적이었고 주목적은 벤제마의 움직임을 보고서야 명확히 알 수 있었습니다.

벤제마 40분 히트맵
다들 아시다시피 벤제마는 전후좌우의 제약이 거의 없는 선수이고, 따라서 트롤은 할 지언정 고립되는 장면은 거의 보기 힘든 선수인데 벤제마의 이번 경기 40분까지의 히트맵은 벤제마치고는 굉장히 한정적인 활동폭을 가져갔음을 드러냅니다. 이는 체력적인 문제가 있었음을 암시합니다. 7일 간 3경기를 치러야 하는 강행군에 적지 않은 나이, 대체자가 마땅찮아 이전 두경기 모두 풀타임을 소화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체력적인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경기였습니다. 때문에 벤제마의 활동폭을 왼쪽으로 몰아넣고 발베르데를 전진시켜 전방의 숫자를 보강하고자 했던 겁니다. 그리고 이 구상에서 하메스의 기용 의도가 드러나는데, 발베르데의 가동 범위를 종적으로 길게 잡았기 때문에 측면에는 중앙 방향으로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왼발잡이가 우선순위에 올랐고 높이 올라간 발베르데 대신 측면에서 볼을 다시 중앙으로 순환시켜줄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됐는데 이를 가장 잘 충족하는 게 스쿼드에선 하메스입니다. 베일이 지난 교체 출장에서 완전히 신뢰를 잃어버린 탓도 있을 테고요.

하메스 40분 패스맵

카르바할 40분 패스맵
그러나 이러한 깜짝 기용이 그리 효과적이지는 않았습니다. 경기 초반 기동력이 살아있을 땐 감탄이 나올 만한 패스웍으로 상대 압박을 무력화시키고 전진하는 장면이 종종 나왔지만 반짝이었고 이내 한계가 드러났죠. 가장 큰 문제는 하메스의 전진 역량이 형편없다는 점이었습니다. 팀이 상대 압박을 이겨내고 전진하는 상황에선 별 문제가 안 되는데 상대가 이를 파악하고 강하게 누르자 앞을 바라보고 공을 잡아놓는 것조차도 버거워집니다. 그러다 보니 볼 받는 위치는 점점 내려오고 패스 길이는 길어지는데 압박을 통해 패스 각을 다 줄여놓으니 긴 패스는 죄다 상대에게 전달됩니다. 당연히 카르바할도 영향을 받습니다. 경기 초반 상대 진영 깊숙히 전진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본인 위의 윙이 나가질 못하니까 카르바할 본인도 묻힙니다. 카르바할 패스맵을 보시면 하프라인 아래에선 전진 패스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이 대각선 뒤쪽으로 향하는 패스고 패스를 내보내는 위치도 극단적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지난 발렌시아 전에 비해 훨씬 컨디션이 좋아보였음에도 경기 초반을 제외하면 그걸 활용할 수 없었습니다.

하메스 40분 이후 히트맵

발베르데 40분 이후 히트맵
그래서 전반 35분~40분을 기점으로 지단은 하메스의 위치를 옮기며 시스템에 수정을 가합니다. 하메스는 본인의 주 위치인 2선 중앙을 기반으로 좌우로 굉장히 넓게 움직이고, 발베르데는 측면으로 나가 우측 윙에 가깝게 움직입니다. 전진이 되는 발베르데를 통해 측면의 숨통을 트이고 우측에 한정될 수밖에 없던 벤제마의 동선 보조를 하메스를 공미로 올리면서 좀더 전방위로 보조하기 위한 안배입니다.

벤제마 40분 이후 히트맵

비니시우스 40분 히트맵

비니시우스 40분 드리블 시도

비니시우스 40분 이후 히트맵

비니시우스 40분 이후 드리블 시도
우측면이 활력을 얻고 중앙 동선을 보다 원활히 나눠먹게 되자 벤제마의 동선이 우리가 알던 것과 유사하게 돌아옵니다. 그리고 벤제마가 살아나며 수비를 끄니 비니시우스가 측면에서 박스로 접근이 가능해집니다. 중앙에서 시선을 끌어주고 패스 기점이 되어주니 비니시우스가 속도를 붙인 채 어태킹 서드로 진입할 수 있고 그 방향으로 패스가 한두번만 들어가도 상대는 혼비백산할 수밖에 없습니다. PK도 이런 과정에서 나왔고요.
하메스는 개인의 폼은 엉망진창이었고 팀원들간 합도 썩 잘 맞는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좋은 위치에 있음에도 팀원들의 신뢰가 부족해 공을 받지 못하는 장면도 언뜻언뜻 보였고요. 그러나 본인에게 주어진 전술적 역할은 그럭저럭 잘 소화했고 이스코가 아웃된 상황에서 당분간은 미들 체력 안배를 위해서라도 간간히 기용될 텐데 유종의 미를 잘 거두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에도 안나가진 않을 테고... 리가 일정이 굉장히 빡빡한데 이번처럼 과감한 로테에도 승리를 챙긴 건 분명 고무적인 결과입니다. 제 생각엔 라모스랑 카르바할만 부러지지 않는다면 리가는 무난히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부디 선수단 관리 잘 하길 바랍니다. 다행히 라모스도 큰 부상은 아니라더군요.
댓글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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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피 2020.06.23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특출나진 않았지만 하메스부분에서 하자는 없었다 정도(...) 생각하면 땜빵역할은 뭐 평타쳐주지 않았나 싶어요. 빡빡한 일정에서 아자르를 풀로 쉬게 한게 유의미하다 생각은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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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 로이스 2020.06.23맨시티전은 어떻게 될거 같나요? 아직 예측하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라모스가 나오지 않아서 크게 기대할수가 없어 보이는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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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온태 2020.06.24@마르코 로이스 저는 별 기대 안하고 있습니다. 라모스가 빠지면 감수해야 할 게 너무 많아요. 펩이 그런 걸 놓칠 사람도 아니고 재개 후 시티 폼도 꽤 좋다고 들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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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oosco 2020.06.23온태님 통찰력에 매번 놀랍니다. 오늘도 좋은 글로 잘 배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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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드 2020.06.23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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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y one 2020.06.24글쓰시는거 볼때마다 참 놀랍네요 어떻게 그런 감독들의 의도를 정확히 읽으실 수 있는것인지 ㅎㅎ 추천드리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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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 2020.06.24매번 글 정말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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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사는세상 2020.06.24온태님 글 읽을수록 지단이 더 대단하게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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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네딘지단 2020.06.24온태님 글 항상 배우면서 잘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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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ca 2020.06.24글 잘 읽었습니다.
현재 팀 구성상 카르바할이 없으면 오른쪽은 사라지는 느낌입니다.ㅠ 발베르데가 매번 나와 우측윙 땜방 정도를 수행하고 있는데, 카르바할의 짐을 나눠줄수 있는 우측윙이 절실해 보입니다.ㅠ
하메스의 롤을 아센시오가 수행했어도 되지 않을까요? -
subdirectory_arrow_right 온태 2020.06.24@shaca 아센시오가 못할 건 없겠지만 스타팅으로 나설 핏은 아닐 거에요. 너무 오래 쉬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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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요 2020.06.24사실 벤제마가 부러져도 리그가 위태(먼산)...
하메스에게 이스코랑은 다르면서도 같은 역할을 부여한 것 같은데 1은 아니더래도 0.8은 해준 것 같습니다. war로 치자면 -인 베일 보다야 훨 낫지만, 그래도 이런류의 선발은 한번으로 족하다고 봅니다. 실전 감각으로 따지자면 아센시오와 큰 차이도 없을 선수라...물론 이스코의 부상 때문이겠지만요.
아자르도 큰 부상에서 회복한 선수고, 아센시오는 뭐 말할 것도 없고요 .체력 안배 및 실전 감각을 올려준다는 점에서 로테를 해준 것은 좋다고 봅니다. 교체 타이밍을 보수적으로 가져가는 것은 한경기 한경기를 결승전이라고 임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고 보기 때문에 나쁘다고만은 보지 않습니다.(한 4-5골 넣으면 막 교체 가능하겠지만요)...말씀하신대로 카르바할의 과부하가 못내 맘에 걸리네요. 점수차 가 날때에는 밀리탕이나 멘디로 적극 교체 했으면 바램입니다. -
subdirectory_arrow_right 온태 2020.06.24@마요 단기전이라 교체를 빡빡하게 가져가는 건 충분히 이해할 만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워낙 푹 쉬기도 했고 리그 끝나면 또 쉬는 기간이 있으니 장기적인 체력을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하프타임 교체가 아니라면 차라리 이번 경기처럼 한경기 걸러주는게 훨씬 효율적인 휴식이라고 봐요. 이렇게 로테를 돌려주면서 승리를 챙기는 건 확실히 고무적인데 다른 코어들도 과감하게 빼줄 수 있는지는 좀 봐야할 것 같아요. 아자르는 풀핏이 아니니까 빼준다지만 이미 핏이 절정에 올라 있는 선수들을 빼고도 이길 수 있을지, 또 그런 결정을 과감하게 내릴 수 있을지.. 지단 배짱을 믿어 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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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오 2020.06.24지금 상황에서 주축 선수 부상은 리그는 못먹는다고 봐야,,,,
하메스의 깜짝 선발은 저도 당최 이해를 하지 못했으나, 설명을 보니 그래도 납득이 가는 선발이었군요. 어쨌든 좋아했던 선수라 아예 못하진 않고, 땜빵용으로는 잘했다 라고 생각하고 싶네요.
그리고 앞으로 있을 경기에서 아자르-벤제마-아센시오 라인이 주축이 되어야 한다고 보시나요? -
subdirectory_arrow_right 온태 2020.06.24@떼오 아센시오는 개인적으론 올시즌 내에 풀핏은 힘들다고 생각해요. 아마 7월 첫주까지는 스타팅도 힘들지 않을까 싶고..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원래는 올시즌 없는 자원이었을테니 저는 큰 기대는 안하려고 해요. 천천히 핏을 끌어올리면서 지난 발렌시아 전처럼 한방씩 꽂아주는 것만 해도 만족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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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우까 2020.06.24확실히 지단은 온더볼 상황의 전진성을 굉장히 중요한 덕목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본인이 볼달고 뛰는게 능해서그런건지 11명다 그런선수를 추구하는 느낌이 강해요. 그런점에서 요비치는 참 수준미달같아서 새로운 공격수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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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온태 2020.06.24@루우까 볼을 끌고가지 못해도 좋은 위치에서 공을 받고 다시 내주는 과정을 빠르게 수행할 수 있다면 충분하다고 보는데 하메스나 요비치나 둘다 이 작업에 하자가 있죠. 하메스는 그런 기술은 충분한데 왼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서 붙어야 하는 제반조건이 너무 많고 요비치는 양발은 잘 쓰는데 딱 거기까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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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nished 2020.06.24팬들에게 신망을 잃기도 했고 폼도 좋지 않다보니 팬들이 워낙 시어머니 모드로 깐깐하게 하메스를 봐서 그렇지 개인적으로는 완전 구멍급은 아니라고 봤고 로테이션 가동 면에서는 납득이 가는 선발이였다고 평가합니다. 세세한 분석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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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디나 2020.06.24혹시 지단 본인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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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지단 2020.06.24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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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박 2020.06.24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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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chi 2020.06.24이스코가 바로 돌아와 정말 다행이군요 남은 경기동안 주축 선수들 다치지 않길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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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Yeon 2020.06.24진짜 돈 주고 봐야할 퀄리티의 글을 매번 써주시니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