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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시티수요일 5시

중원, 외질, 베일 이야기.

벤금님 2013.08.22 14:16 조회 2,465 추천 4

무리뉴가 최근 몇 년 들어, 세 시즌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팀을 맡았기 때문에, 소위 갈락티코 2기로 대표되는 지금의 팀에는 무리뉴의 색채가 진하게 남아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생각하는 레알마드리드는 4-2-3-1에 최적화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역습을 구사하는 팀.  이라는 인식이 보편적이고요. 

그렇기에 무리뉴와 결별하고 안첼로티를 선임한 팀은, 우선 무리뉴가 입혔던 색채를 지우느냐, 혹은 이어나가느냐를 결정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안첼로티는 무리뉴의 색깔이 남아있던 레알에 자신의 색을 입힐 생각인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팬들은 안첼로티에게 안첼로티만의 방식에 대한 믿음과 지지를 보내줘야 되겠죠. 
팀의 감독이 무리뉴가 아니라 안첼로티인 이상, 안첼로티가 가장 잘 쓸 수 있는 전술을 팀에 입히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니까요. 


무리뉴가 사용했던 4231은 물론 지금 가지고 있는 자원들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전술입니다.   훌륭한 공격형 미드필더와 측면 플레이어 다수를 보유한 팀의 상황에도 가장 어울리고요. 

그러나 최근의 챔스에서의 경기 양상,  그리고 너무도 어이없게 밀려버렸던 도르트문트와의 챔스 4강 1차전을 생각하면 4-2-3-1은 약점을 가질 수 밖에 없다는 점 역시 인정해야 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한참 4-2-3-1로 가장 강했던 바르셀로나와 싸우던 10-11 시즌에는 "이대로는 못 이긴다.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  전진이 되고, 볼 소유가 되는 중앙미드필더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런 이야기들이 강한 설득력을 가졌었습니다. 

같은 맥락으로, 챔피언스리그에서 뮌헨이나 바르셀로나, 도르트문트를 만났을 때 중원이 완전히 삼켜져 버리는 모습을 보면서 확실히 배운 것은, 중원을 장악하지 못하고서는 라데시마도 없다.  는 것이었죠.  
게다가, 사실상 무리뉴의 4-2-3-1을 가능하게 했던 알론소가 점차 노쇠화의 길을 가고 있다는 부분도 염두에 두어야 할 테구요.  (무엇보다 지금은 알론소가 부상중이니까요)
무리뉴가 팀을 떠나고, 알론소가 기량 하락을 보이는 이 시점에서, 레알 마드리드는 라데시마를 위한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변화의 중심은 모드리치가 될 겁니다.  

팀이 현재 중원에 둘을 놓는 전술을 사용하는 것은, 이야라멘디와 알론소가 아직 부상중이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이야라멘디와 알론소가 복귀하게 되면, 팀은 천천히 3명의 미들을 정착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개인적으로는 예측하구요. 
  
결국 3미들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금까지 알론소-케디라와 외질 사이의 간격,  그리고 그 간격으로부터 발생하는 "정적인 사령탑"의 문제.  이것을 해결할 적임자가 바로 모드리치이고, 모드리치를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모드리치가 자신이 잘 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중원 숫자를 늘려서 그를 지원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영리하게 게임의 밑그림을 그려나갈 이야라멘디, 팀에서 가장 전술적 이해도가 높다고 평가되는 케디라, 그리고 창조적인 패스를 주도하며 게임을 풀어나갈 모드리치.  분명히 알론소 체제 못지 않은, 그보다 장점이 많은 미드필더 구성이 될 겁니다. 

한편, 그 윗 자리는 다양한 구성이 가능하겠죠.  호날두와 외질이 각각 측면에 가까운 위치에서 플레이하는 방법도 있고,  디마리아가 기용되어 좀 더 적극적인 측면 공격을 주도할 수도 있겠구요.  혹은 벤제마의 자리에 호날두 혹은 외질을 넣는 가짜 9번 전술을 사용하는 식으로도 활용할 수가 있을 겁니다.  이스코는 어느 자리에 들어가도 자기 역할을 할 수 있을만한 재능이구요.  


여기서 주로 논의되는 것이 측면 외질의 문제인데...

사실, 지금까지 4-2-3-1 전술은 알론소와 호날두뿐만이 아니라, 외질에게 최적화된 전술이기도 했으니까요.  알론소와 케디라가 미드필드에서 정말 많은 역할들을 나눠 맡으며, 외질이 라스트패스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왔기 때문이죠.  

레알에서의 외질은, 미드필더에서 위 아래를 오가며 플레이하는 역할이 아니었습니다.  2미들의 지원 아래에서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플레이, 호날두와 벤제마에게 마지막 패스를 찔러주는 그 역할에 국한된 플레이를 했죠.  (물론 역습상황에서 공의 흐름을 주도하는 역할도 했습니다만)

이게, 외질의 장점을 최대한으로 살리기 위한 무리뉴의 선택이었을지, 아니면 외질 스스로가 미드필드의 넓은 지역을 커버하는 플레이에 약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벤제마와 호날두의 바로 뒤의 자리에서 라스트 패스를 넣어주는 그 모습이 너무 환상적이었던 것과는 반대로, 외질 스스로 너무 스스로 뛰어야 할 공간과 맡아야 할 역할을 제한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처음에 외질의 플레이를 봤던 10-11 시즌에는, 지금 보여지는 것보다 좀 더 많은 플레이를 구사할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좀 더 넓은 공간을 오가며 좀 더 공을 지배적으로 다룰 수 있는 타입이라고 봤었는데, 지금은 라스트 패스에 특화된 선수가 되어가는 것 같은 아쉬움도 있네요. 

어찌 되었든, 레알에서의 외질은  넓은 공간을 오가며 자신이 플레이를 주도하는 모습보다는, 자신의 영역 안에서 확실한 플레이를 보이는 유형으로 진화한 듯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하는 역할이 중앙에서 약간 측면으로 치우친 쪽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넓은 공간을 오가며 플레이를 주도하는 역할은 모드리치가 맡아서 하면 되지 않을까 싶구요.  모드리치와 외질이 잘 어우러지려면 이 방법이 가장 확실할 것 같습니다. 

4-2-3-1, 그리고 알론소-케디라//외질.  이 전술은 아름답지만 약점이 있었던 것으로 평가되는 만큼, 새로이 안첼로티가 구상하는 전술에서 외질은 자신의 역할을 만들어내야 하겠죠.  솔직히 우리 팀 정도 되면,  호날두, 마르셀로 정도를 제외하고는 고정적인 주전은 없다고 봐야 하니까요.  

그렇다고 이 문제 때문에 외질이 불만을 가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외질은 브레멘에서 측면으로 기용되어 좋은 활약을 보이기도 했고, 11-12 디마리아의 부상으로 인한 이탈 이후에는 카카와 함께 기용되어 주로 오른쪽 측면에서 훌륭한 모습을 보였던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의 인터뷰에서 "측면 플레이보다는 중앙이 편하다." 는 발언을 했었는데, 이것을 "중앙에 서지 않으면 플레이가 불편하다." 고 해석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외질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갈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마드리드는 환상적인 도시고, 저는 이곳에서 행복해요. 저는 클럽의 가치와 자신감을 믿고, 이곳에 친구들도 있어요. 세르히오 라모스나 카림 벤제마처럼. 저는 더 많은 해 동안 이곳에서 뛰고 싶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제 커리어를 레알 마드리드에서 끝내고 싶어요.> (파티락님이 번역하신 자료를 빌려왔습니다.)

외질은 팀의 가치와 이루어야 할 큰 목표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있는 선수입니다.  단지 자신이 원하는 자리에서 뛸 수 없다고 해서 불만을 가질 정도로 팀과 감독에 대한 존중이 부족할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되네요.  그리고 측면에서도 자신이 마음껏 하고 싶은 플레이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구요.  
(사실 시작하는 위치가 오른쪽 측면이어서 그렇지,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선수들은 수시로 자리를 바꾸고, 이동하면서 플레이하게 되죠. )  

조금 더 익숙하다, 덜 익숙하다의 문제일 뿐입니다.  분명히 새로운 위치에서도 외질은 잘 해 나갈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축구 지능이 뛰어난 선수니까요.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베일의 영입인데요.. 

베일이 영입되면, 위에서 얘기했던 <모드리치 위주의 3미들+외질의 측면화>는 동시에 실현되지 못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어떻게든 베일과 외질을 공존시키고자 한다면,  팀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중원에 두 명을 놓고 앞선에 외질-베일-호날두를 같이 사용하는 무리뉴식 포메이션이 되거나,  중원에 세 명을 놓고, 제로톱을 사용하는 것 밖에 없다고 생각됩니다. 

전자의 경우엔, 이미 지난 시즌에 모드리치와 한 명의 미드필더를 두는 것이 중원의 안정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가 되겠죠.  이 경우엔, 차라리 알론소-케디라를 그대로 기용하거나 이야라멘디-케디라가 더 나은 조합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와 중원의 무게는 큰 변화가 없겠지만, 앞선에 베일이 가담함으로써, 앞선의 높아진 폭발력에 기대를 건다는 예상을 해볼 수 있겠죠.   혹은, 아직까지 제대로 실험해보지 못한 이야라멘디와 모드리치의 조합이 훌륭한 모습을 보이기를 기대할 수도 있겠구요. 


후자의 경우에.. 중원에 세 명을 놓게 되면,  필연적으로 앞에서 숫자를 하나 줄여야 하기 때문에, 벤제마를 그대로 톱으로 기용하게 된다면, 외질은 베일과의 직접적인 경쟁을 피할 수가 없게 될 겁니다.   

토트넘에서 베일이 놀던 자리와 지금 레알에서의 자리가 완전히 일치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2선에서 네 마음대로 놀아라.'  라고 지시 했을 때 가장 좋은 모습을 보였던 베일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베일이 외질보다 좋은 모습을 보일 확률도 꽤 높거든요. 


베일이라는 선수가 팀에 더해짐으로서, 안첼로티는 여러 가지 조합의 경우를 생각하고, 실험하면서 최적의 구성을 찾아내야 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할 겁니다. 
라데시마를 위한 한 수를 중원에 두고, 무리뉴와는 다른 중원을 구성할지, 아니면 중원의 숫자는 그대로 두고 조합만 바꾸되, 1.5선의 폭발력에 승부를 걸지를 선택해야겠죠. 
이에 따라, 선수단은 지금까지 유례없었던 강도 높은 주전 경쟁을 피할 수가 없게 될 것이구요. 

이것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하게 될지,  부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하게 될지는 뚜껑을 열어보기 전에는 쉽게 얘기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어찌 되었든, "감독이 요구하는 그림 아래,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이는 선수가 필드에 선다." 는 기본적인 원리만 제대로 지켜진다면 선수들의 수준 높은 경쟁을 지켜보는 것도 이번 시즌에 우리 팬들에게 주어지는 즐거운 특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축구 가장 잘한다는 짱굳킹들이 모여서 그 안에서 또 경쟁하는 모습을 보고, 최적의 조합을 토론하고, 그들이 만드는 아름다운 축구와 훈훈한 골 세레모니를 감상하고.  이런 것은 오직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만이 경험할 수 있는 황홀경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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