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ter_list
맨체스터 시티수요일 5시

권리는 양해의 또다른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noname 2013.07.26 17:32 조회 2,864 추천 23

 제목이 곧 내용입니다. 권리는 양해의 또다른 이름입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이정도 명제조차 이해하고 싶지 않다면 정말 이기적인 분일거에요. 양해를 구하지 않은 권리로 타인을 기분 나쁘게 했다면, 본인 역시 똑같은 권리에 의해 양해를 받지 않고 타인에 의해 기분이 나빠질 수 있는거잖아요. 올라오는 글을 보다보면요, 진짜 모듬살이의 기본적인 원칙조차 지켜지지 않는 것 같아서 되게 기분이 안좋을 때가 있어요. '나는 손가락 있고 키보드 있어. 그리고 눈도 있어. 그래서 축구 보고 글 써. 나 때문에 기분 나빠? 근데 뭐 어쩌라고. 나한텐 사이트의 룰 안에서 이럴 권리 있어' 이런 수준의 정신상태로 쓴 것 같은 글이나 댓글이 너무 많거든요.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공통점을 하나 말해드릴까요? 기분이 나빠진 상대방이 똑같은 권리를 이용해서 본인을 공격하면 더 날카롭게 반응해요. 당신은 아무것도 모르고, 무조건 내 말이 옳고, 그러니까 그냥 내 말 들으라는 식으로.

축구를 몇 년을 봤고, 언제부터 레알의 팬이 됐으며.. 이런 경력으로 감투를 단 것 같은 얘기는 아니에요. 저는 축구를 9년정도 봤네요. 레알의 팬이 된지는 7년정도 됐구요. 근데 9년전,7년전과 제일 많이 생각이 바뀐게 뭔 줄 아세요? 저는 지금도 제가 축구를 거의 모른다고 생각해요. 당연히 실패할 거라 예상했던 선수가 보란듯한 성공을 거두는 모습을 보고, 절대 무너지지 않을거라 생각했던 팀이 몇년 새 참혹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는 경험들 역시 제 생각을 바꾼 주요한 기제들이죠. 근데 가장 중요한 기제는 이거에요. 티비로 경기를 보는 저희는, 당연히 아무것도 몰라요. 저희는 노출된 정보만 보고 대중화된 이론들을 바탕으로 생각을 하고 판단을 내려요. 근데 이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에요. 일주일 144시간중에 저희가 어떤 선수를 볼 수 있는 시간은 가장 길면 90분이에요. 저희가 볼 수 없는 142시간 30분동안 그 선수의 모습을, 저희는 몰라요. 142시간 30분동안 그 선수가 어떤 부분을 훈련하고 어떤 오더를 내려받는지? 당연히 몰라요. 그 선수가 다른 롤을 지시받고 다른 스타일의 훈련을 받았을 때 어떤 모습을 보일지? 더더욱 몰라요. 진짜, 저희가 보는게 전부가 아니에요.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뒤로는 의견을 피력하는데 좀 조심스러워진게 사실이죠. '저 선수는 이렇다!'라는 확신을 쉽게 가질 수가 없게 됐으니까요. 그렇게 된 뒤에는 모든 논쟁이 길어지지가 않더라구요. 보이지 않는 142시간 30분 위에 얹힌 보여지는 90분은, 밑에 깔려있는 142시간 30분만큼이나 다양한 시선으로 접근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줘요. 그 시선을 인정하지 않고 본인의 시선이 무조건 옳다는 식으로 상대방을 주제넘게 훈도하려고 드는 짓? 어리석죠. 본인이 정말 미숙하다는 걸 티내는 가장 질 낮은 방법이기도 하죠. 내 시선에서 보는 저 선수의 모습은 이런데, 오.. 다른 사람들은 좀 다르네? 정말 얼없는 의견이 아니라면, 인정하세요.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근데 그 쪽은 그런 시각으로 접근을 하셨네요. 하나 배워갑니다. 하지만 이런 시각에서의 접근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냥 이정도면 충분하잖아요. 굳이 미숙함을 티내며 상대방을 깔아뭉개려 애쓰고 마지막에 붙이지도 않아도 될 사족을 두어개 붙여가며 상대를 깔아뭉개는 이유는 뭘까요 대체. 저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어린 치기라고밖에 답을 낼 수가 없어요. 사소한 시빗거리 하나에도 지지 않으려고 하는, 그 나이대 어린이들의 모습이요.

또 이런 얘기를 떠나서, 제가 제일 놀란게 뭔 줄 아시나요? 여기가 레알 마드리드 팬사이트라는 사실이에요. 보통 이런 동질감은 구성원들 사이를 더 가깝게 만들죠. 같은 말을 해도 조금 더 기분 좋게, 혹여 기분이 나빴어도 조금 더 매끈하게 지적해주고. 제가 팬사이트를 좋아하는 이유이고, 아마 많은 분들도 그러실꺼에요. 여러 팀의 팬들이 얽혀서 지내는 다른 웹들을 보면, 가끔 큰 난장이 일어날 때가 있어요. 그에 비하면 특정 팀의 팬사이트는 얼마나 마음에 쏙 드는 분위기인지. 이런 부분에서 만족감을 느껴서 팬 사이트를 이용하시는 분도 분명히 많을꺼라고 봅니다. 차치하고, 이런 분위기의 사이트에서조차 전술한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으시려는 분들이 너무 많이 눈에 띈다는거에요.

존댓말 쓰고 욕설 안하고 뭐, 이런게 예의의 전부는 아니죠. 욕설도 안하고 존댓말 꼬박꼬박 붙여가면서 말로 어르고 눙쳐가며 상대방 기분 나쁘게 만들기, 정말 쉽습니다. 그런 기본적인, 정말 기초적인 수준의 예의만 따지지 말고, 좀 더 높은 곳에 있는 기제들을 봐주세요. 제가 이 글을 통해 제시하고 싶은 부분이에요. 권리는 양해가 있을 때 성립이 되는거에요. 양해받지 못한 권리로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하시겠다면, 본인 역시 똑같은 수순을 통해 기분이 나빠질 수 있다는 사실만이라도 겸허하게 받아들이세요. 그렇지 않은 채 본인이 기분 나쁜 것만 생각하고 다시 답글을 단다? 싸움의 시작이죠. 그런 짓은 좀 자제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이 글을 읽고도 기분 나쁜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거에요. 당연하죠. 이 글도 예의없이 쓴 글인걸요. 본인을 지명하는 것 같아 기분 나쁜 회원분이 계시다면, 한번 잘 생각해보세요. 이 글의 기저에 깔려있는 잘못된 명제를 본인은 똑같이 사용하지 않았는지, 본인이 기분 나쁜 것 처럼 다른 사람들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을지. 본인은 얼마나 전지적인 시점에서 축구를 보기에 상대방의 의견을 그렇게도 받아들이지 않는지. 과연 이 글을 쓴 저는 기분이 나빠진 당신의 의견을 받아들일지 어떨지. 


예의 없는 얘기는 여기까지만 하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부분을 조금만 더 덧댈게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카카에 대한 얘기는.. 안 꺼내는게 좋겠죠? 또 기승전카카라고 조롱하는 댓글들이 분명히 달릴테니까요. 그니까 카카 얘기는 안할래요. 레알매니아 참 무섭죠? 마드리드의 선수 얘기를 하고 싶어도 조롱하는 댓글들이 쇄도할까 무서워 얘기를 꺼내기가 힘들다니. 또 카카를 옹호하는 누군가는 진정 마드리드의 팬이 아니라는 댓글도 달릴꺼고, 생각이 좀 없는게 아니냐는 뉘앙스의 댓글도 달릴거고.. 그냥 카카 얘기는 안하는 게 낫겠네요. 거의 배척에 가까운 분위기를 만들어내시니, 배척당하기 싫은 저로써는 그냥 말을 아끼는게 낫겠네요. 그렇죠? 글은 그냥 여기서 마무리 지을게요.
format_list_bulleted

댓글 46

arrow_upward 포워드 수급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제로톱은 어떨까요? arrow_downward 외질과 모드리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