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의 영광과 좌절, 그리고 무리뉴식 축구
사실 좀 조심스런 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만,
내가 느끼는 바가 있어서 한 자 써볼께요.
90년대 후반에 찾아온 레알의 전성기적 경기를 보면,
오늘날의 '압박' '스피드' 어쩌구 하는 거랑은 상당히 거리가 있어요.
내가 기억하는 바로는 레알식 축구라는 건, 물론 감독이 계속해서 바뀌긴 했어도
"많이 안 뛰는 축구"를 해왔습니다. "많이 안 뛰는 축구"라는 건, 단순하게 표현해서 그런거고
실제로는 선수들의 순간적인 창의성을 잘 발현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자율축구였다고 생각해요.
때문에 당시에 레알 축구는 기본이 지공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고 볼 수 있어요.
물론, 역습을 안 하는 것도 아니고 라울 같은 선수들도 무척이나 빠른 스피드를 지니고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느린듯 빠르게, 또는 빠른듯 느리게... 리듬이 살아있는 축구를 했다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이게 대외적으로도 분명 효과가 있었고 경기력에서도 대체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고 기억합니다. 일전에도 말했던 "우아한 축구"라고나 할까요?
그런데, 03-04때부터 레알이 경기력 측면에서도 삐거덕거리고 성적도 신통치 않았죠. 공교롭게도 이 때가 아마 리가에서는 발렌시아한테 우승 내주고, 챔스에선 모나코한테 모리엔테스의 헤딩에 한 방 제대로 얻어먹고 고꾸라진 시즌이었었나요? 재밌게도 이 때 무리뉴의 포르투가 챔스 우승을 했을겁니다. 그 직전 해에는 포르투를 가지고 UEFA컵 우승했을거구요.
압박축구, 많이 뛰는 축구가 대세를 이루어가던 그 시점의 선구자가 무리뉴이고 무리뉴가 승승장구하기 시작할 때부터 레알이 무너지기 시작했어요.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레알이 팀으로서 무너지기 시작한 건, 단순히 마켈렐레 하나가 빠져서가 아니라는거 말입니다.
그건, 레알이 압박축구가 대세가 되어가던 시점에서 시대의 흐름을 쫓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재미있는 것은 카펠로가 다시 부임하자 리가를 우승했다는 거겠네요. 많이 뛰지만, 재미는 없는 축구로 말이죠.
압박이 대세를 이루던 2천년대 중반부터 무리뉴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어왔습니다. 그런데, 가장 최근의 몇 년 사이를 보면, 바르셀로나의 패스&무브먼트를 기반으로 하는 축구가 세계를 점령하고 있어요. 이건 여러분 모두가 아는 사실이죠.
그래서,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어쩌면, 갈락티코 레알의 실패는 축구전술의 새로운 트렌드를 못 쫓아가서 그런 걸지도 모르고(압박을 중심으로 한 조직력과 활동성), 그 트렌드를 제시하고 실현시킨 무리뉴가 2천녀대 중반부터 승승장구 하다가 레알에 와서 이번 시즌을 비롯해서 재임기간 중에 챔스우승을 못한 것과 경기력 측면에서 아주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것은 어쩌면 무리뉴식 축구의 트렌드가 이제 끝났기 때문은 아닐까....?라고 말입니다.
레알식 축구가 먹히던 때가 있었고, 그 뒤론 무리뉴식 축구가 먹히던 때가 있었고, 어쩌면 지금은 무리뉴식 축구가 먹히지 않는 그런 때가 아닐까....? 그렇다면, 어쩌면 이건 무리뉴의 사이클이 한 시대를 다시 지나가버린게 아닐까....라는 그런 생각 말입니다.
뭐 모르죠. 무리뉴가 첼시 가서 또 챔스 우승하고 리가도 우승하고 그럴지도... 걍 뻘 생각이 나서 한 번 적어봤습니다. 어떤 걸 분석하고자 쓴 건 아니구요. 저랑 비슷하게 생각한 분이 있지 않아 싶어서요.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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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쿠만수 2013.05.21동감합니다. 전 레알의 스타일이 무리뉴와는 맞지 않는다 여겨집니다. 그결과가 드러난것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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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커노군 2013.05.21무리뉴식 축구가 저문다? 그건 너무 앞서나간 말이네요.
바르샤의 패스앤 무브를 가장 쉽게 부신게 무리뉴의 전방위 압박 축구니까요. -
subdirectory_arrow_right Raul~ 2013.05.21@락커노군 그래서 어쩌면...이라고 단서를 달았죠. 저도 아직은 모르겠으니까요. 단지 추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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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안 파드로스 루비오 2013.05.21압박의 트렌드는 02년 히딩크고
무리뉴는 단단한 수비와 빠른 역습이죠....
라인을 패널티 박스까지 내리는
단단한 수비와 타이트하고 왕성한 활동량의 중원은 샤키
공간과 선수위치의 개념 그리고 역습시 빠른 공격은
바르샤의 토털사커를 절묘하게 섞은...
레알이 무너진건 정신력이 였다고 봅니다.
갈라티코로 인해 영화도 찍고 선수들이 축구선수인지
배우인지 모르게 다녔죠.. -
subdirectory_arrow_right OnAir 2013.05.21@후안 파드로스 루비오 공감하네요. 트레블 시절 인테르가 가장 무리뉴스러웠던 팀 같습니다. 철의 수비진에 연결고리는 스네이더, 빠른 에투는 득점보다 보조에 치중하고 밀리토로 끝장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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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묵 2013.05.21언제나 축구계에선 하나의 사이클이 끝나고 다시 시작하고 그러죠. 그런 것처럼 무리뉴의 축구도 한 사이클이 끝났다고 봅니다. 뭐.. 그렇다고 무리뉴가 다른 팀에서 망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그가 추구하는 축구는 변화해야 하는 시점에 왔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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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ck Star 2013.05.21결국 가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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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패틴슨 2013.05.21“4-3-3 시스템을 바탕으로 연속적인 트라이앵글을 형성함으로써 수적 우위를 확보한다. 수비 시에는 지나치게 뒤로 물러서지 않고 미드필드 지역에서부터 상대를 강력하게 압박해야 한다.”
“선수들 개개인의 체력을 안배하기 위해 압박을 하고 난 뒤에는 반드시 볼 소유권을 유지하며 휴식을 취해야 할 필요가 있다. 상대를 강하게 압박해야 할 때와 볼 소유권을 적절히 유지해야 할 때를 구분할 줄 아는 팀이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팀이다.”
“최후방 라인이 너무 높아서도 안되고, 너무 낮아서도 안된다. 30m 정도의 높이를 유지하며 미드필드 지역에서부터 강력한 압박을 시도하는 것이 내가 강조하는 수비의 원칙이다.”
\"4-3-3이 4-4-2에 비해 각종 국면에서 수적 우위를 확보하기가 더욱 용이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축구는, 내가 보여줬던 축구와는 다르다.\"
무리뉴의 전술론.
무리뉴는 전술적 유연성도 있는 감독이고, 언제나 클럽에 가장 최적화된 축구를 해왔죠.
뭐 어딜 가든 성공할 감독. -
subdirectory_arrow_right 로버트 패틴슨 2013.05.21@로버트 패틴슨 아 출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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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의레알 2013.05.21지금은 그냥 많이 뛰는 축구가 아닌 미치도록 뛰고, 빠른 역습에 세밀함이 더해진 조직적인 축구가 대세가 된 거 같습니다. 뮌헨이나 돌트같이요. 이번 4강 2차전에 진짜 미친듯이 뛰어서 이기긴 했지만, 그래도 활동량에서 밀리더군요. 하지만 뛰는 것이 역시 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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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드홍 2013.05.21안티풋볼 무링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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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tierrez 2013.05.21우리선수들이 너무 곱게 자라서 안맞는케이스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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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2013.05.21과거의 레알은 닥공, 아크로바틱, 창조성 플레이 이게정말 갑이었는데..ㅠ 구티가 마지막 세대인듯요..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