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ter_list
헤타페화요일 5시

엘 클라시코 후기

San Iker 2009.05.03 10:35 조회 1,605
라리가 우승의 향방을 가를 경기. 지금껏 해온 라리가 18경기 연속 무패는 이 한경기를 위해서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죠. 그러나 모든 것이 희망고문으로 끝나고 말았네요. 이런 게 일장춘몽이라는 걸까요... 마드리디스타들이 봄동안 우리들에게 꿈을 꾸게 해줬네요... 꿈의 종말을 고한 이번 경기, 처참한 스코어만큼 잘못한 것도 많았죠. 그것들에 대해서 따끔하게 말해보려합니다.



1. 복수

일단 까기에 앞서서 바르셀로나 칭찬부터 해야겠습니다. 지난시즌 치욕의 파시요를 하면서 이 날만을 기다려왔을 바르셀로나. 이를 바득바득 갈며 그때의 치욕을 잊지 않고 필승의 의지를 제대로 보여주며 대승을 거뒀네요. 그것도 지난시즌 레알이 그들에게 치욕을 안겨준 포메이션인 4명의 중앙 미들로 말이죠.

초반에는 본 포메이션대로 갔으나 레알이 수비라인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을 보고 변화를 줬죠.  메시를 이니에스타와 샤비의 위에 놓으며 중앙에서의 패스게임을 원활히 하며 레알의 수비수들을 이끌고 다니며 앙리와 에투 같이 발빠른 공격수들의 공간 침투를 이용하는 방식이었는데 경기 내내 이걸로 재미를 봤네요. 지난시즌에 당한 것을 잊지 않고 그것을 배로 갚아주는 그들의 모습은 최대 라이벌인 팀이지만 멋있었네요.

레알도 오늘의 이 치욕을 잊어선 안됩니다.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두고 갚아줄 날을 기다리며 오늘의 바르셀로나처럼 갚아줘야만합니다. 독기를 품고 다음 기회에 '복수' 꼭 해냅시다.



2. 토탈사커 vs 분업사커

공격은 전진, 미들은 후퇴, 수비는 전진... 이번경기 레알 선수들의 양상이었습니다. 라울, 이과인, 로벤의 공격진은 내려올 생각은 버리고 압박할 생각도 버리고 오로지 전진만 추구했고 마르셀로, 가골라스의 미들진은 바르셀로나의 공격을 막기 위해 최대한 내려가기 바빴으며 수비진은 최대한 공격적으로 나오기 위해서 라인을 앞으로 당기려 했었죠.

그 결과 공격과 미들의 간격은 있는대로 다 벌어지며 원활한 전개는 아예 안 됐고 공격은 오로지 로벤의 개인 능력에만 의지한 꼴이 됐고 미들에서는 압박보다는 후퇴를 선택했기에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마음껏 공격을 할 환경을 조성하며 그들의 공격력을 제대로 맛봤죠.

반면에 바르셀로나는 전원공격 전원수비라는 토탈사커의 표본을 잘 보여줬달까요. 공격할 때는 최대한 많은 선수들이 올라와주고 볼 소유권을 상대에게 내주면 최전방선수부터 적극적으로 수비의지를 보이며 수비도 원활히 했죠. 결국 이 차이가 컸었던 거 같네요.



3. 압박의 부재

앞서도 지적한 것이지만 보다 자세히 말할 필요가 있을 거 같네요. 오늘 레알은 이기기 위해 맞불을 놨다고 볼 수 있죠. 그건 수비라인이 굉장히 전진해있던 점, 공격 선수들이 수비 가담을 거의 안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는 부분이구요.

그러나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맞불을 놓을려면 선결과제가 있죠. 바로 '압박'. 이번 시즌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맞불을 놔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던 팀을 개인적으로 두 팀으로 봤습니다. 비야레알과 발렌시아말이죠. 결과를 따지기 이전에 그 두팀들의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왜 좋은 모습을 보여줬는가라고 살펴보면 최전방에서부터 바르셀로나가 절대로 패스를 편하게 하지 못하도록 거친 압박이 있었습니다. 그 결과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자신들의 의도대로 게임을 풀어나가지 못했고 저 두팀은 빠르고 효과적인 공격전개로 바르셀로나 수비를 애 먹였죠. 비야레알은 이걸 끝까지 못해서 졌고 발렌시아는 끝까지 해내며 이기나 싶었지만 막판 집중력이 살짝 딸려서 비겼구요.

어쨋든 오늘 경기의 레알은 이것이 전혀 되지 않았습니다. 공격수들은 바르셀로나 수비수들이 편히 패스를 돌리게 냅뒀죠. 미들진은 후퇴하기 바빴구요. 결정적으로 샤비를 제대로 막지 못했습니다. 발렌시아 같은 경우는 샤비가 볼을 잡았다하면 비야도 내려와서 적극적으로 그를 둘러 쌓아서 바르셀로나의 패스 게임 자체를 무너뜨리려 했는데 레알은 이런 시도 자체를 아예 하지 않았어요. 결국 이런 압박이 없음으로서 수비수들은 자기 위치를 잡으려고는 하지만 끊임없이 바르샤 선수들의 패스게임과 개인기에 농락당하다보니 자신의 위치를 제대로 못 잡고 우왕좌왕하기 일쑤였고 철저하게 농락당했죠.



4. 페페가 없는 수비

오프사이드 트랙 실패야 앞서 말한 압박의 부재로 인한 수비수들의 우왕좌왕이 커서 어쩔 수 없었다지만 레알에는 이런 걸 무마시켜줄 괴물 수비가 한명이 있었죠. 어마어마하게 빠른 스피드와 강한 몸빵으로 밀어붙이며 왠만한 공격수와의 1:1대결에서는 거의 승리하던 페페말이죠. 결국 그의 부재를 제대로 실감하게 됐네요.



5. 전진성 제로 미들

가고가 딱 한차례 드리블로 치고 나가며 중거리 슛 날린 거 빼고는 전진하는 장면을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바르셀로나 공격 막기에 바빠서 그랬다고는 하지만 역습 상황에서조차 올라오지 않고 중앙을 휑하니 비워두더군요. 이러니 로벤이 혼자 공격할 수 밖에요. 오히려 라모스의 오버래핑이 공격에는 더 주효했네요. 공격을 하는데 중앙에서 패스게임을 해줄 선수가 없었다는 점은 정말 짜증이 절로 날 정도였습니다. 맞불이 맞불이 아니었어요. 이런 전진성은 시즌 아웃된 데랑이와 디아라는 괜찮았었는데 말이죠. 번갈아가며 한명이 공격가면 한명은 공간 메꾸는 식으로 말이죠..



6. 비효율적인 공격

중앙에서 올라오질 않으니 어쩌겠나요. 개인능력으로 해내야죠. 로벤과 이과인을 필두로 해서 개인능력으로 열심히 공격해서 몇번의 공격찬스를 맞았고 그 와중에도 위협적인 것이 몇개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공격선수들의 수도 적고 움직임도 바르셀로나처럼 위치 변경을 통한 수비진을 혼동 시키는 것도 없이 그냥 정석대로 몰아붙일 뿐이었네요.

현대 축구에서는 공격시 끊임없는 위치변경은 거의 필수 요소가 됐는데 후안데 라모스 감독은 세비야 시절 부터 이런 방식의 공격은 하지 않았었죠. 어찌 보면 이게 한계인가 싶을 정도로 빅팀들을 상대하면 현재 레알의 공격은 너무나도 무력하네요. 확실히 공격만큼은 지난시즌 3R이 강력했었죠. 서로서로 위치 바꿔가면서 말이죠. 개인적으로는 비야, 리베리, 실바 같은 선수들을 영입하자고 떠드는 이유기도 합니다. 유기적인 공격을 가능하게끔 만드는 선수들 말이죠.



7. 레알의 수호신

아... 리버풀 전에 이어서 이케르가 또 눈시울이 붉어지던 장면이 있던 걸로 봤는데요... 라스의 실수로 3번째 골 먹히며 이케르 클로즈업 됐을 때 말이죠. 그럼에도 끝까지 좌절하지 않고 바르셀로나의 파상공세에 맞서 적절하게 뛰쳐나오는 판단력과 1:1 상황에서의 방어능력, 동물같은 반사신경으로 리버풀 전을 떠올리게 하는 선방 쇼를 보여주며 바르셀로나에게 엘 클라시코 사상 최다 점수 차이로 지는 것만큼은 막아줬네요... 그저 이케르에겐 고맙다라는 말밖에는 못하겠습니다. 미안하기도 하구요.




그 어느 때보다 스크롤이 길어진 거 같네요... 그만큼 여러가지를 느끼게 해준 경기였달까요.. 이제 이번시즌은 사실상 끝이 났네요. 산술적으로야 역전이 가능하다지만 바르셀로나 전력 생각해봤을 때 남은 4경기 중에서 2경기를 못 이길까요. 라리가 2위에 챔스 16강 코파 32강... 이것이 이번시즌 성적표가 되겠군요. 뭐.. 바르셀로나는 이 페이스라면 역대 최고의 드림팀을 노릴테지만 개인적으로는 첼시가 막아줬으면 좋겠군요..; 현실적으로 바르셀로나가 이 이상 치고 나간다면 정말 막기가 힘들어질 거 같거든요........ 아무리 이번 여름에 영입을 잘한다고 해봤자 조직력 차이가 넘사벽 수준이니... 후... 어쨋든 이번 여름에 있을 회장 선거에서 나올 회장 후보들은 확실한 비전을 가지고 나와서 지금의 바르셀로나를 무너뜨렸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2010년 여름에 바르셀로나도 회장선거를 하는데 라포르타는 이미 2선까지 한 상태라 연임이 불가능하죠... 라포르타 다음으로 올 회장이 좀 말아먹어줬으면;;;;;;;)
format_list_bulleted

댓글 7

arrow_upward 라모스에 대해 arrow_downward 뼛속까지 시린 패배네요... 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