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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타페화요일 5시

뻥축구의 미학

피오호 2008.10.06 23:07 조회 1,456
쿠페르 감독이 이끌던 발렌시아는 카운터 어택으로 유명한 팀입니다. 단단한 수비를 바탕으로 로페즈의 주력과 결정력을 최대한 활요한 팀이죠. 그런데 그당시 발렌시아가 사용했던 카운터 어택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뻥축구, 수비축구와는 전혀 달랐습니다.

그당시 발렌시아는 수비시에 공이 하프라인을 넘어오는 순간부터 압박이 시작됩니다. 월드컵 때의 우리나라식 압박이 아니라 패스 루트를 최대한 차단하면서 상대방을 서서히 끌어들이죠. 상대적으로 느슨한 마크에 상대선수들은 죽을 곳인지도 모른 채 끌려들어갑니다.

패스를 끊더라도 바로 카운터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상대가 허겁지겁 뒤로 돌아가더라도 다시금 천천히 공격을 하죠. 미들에서의 끊임없는 패스...상대 수비는 점점 전진을 하고 공을 다시 뺏깁니다. 그리고 발렌시아 선수들은 천천히 뒤로 물러나면서 패스 루트를 차단합니다.

상대 선수들은 공격하겠다고 들어가서 이리저리 뛰어다닐뿐 중요한 패스 길목을 차단하고 있는 발렌시아 선수들에 의해 헛심만 잔뜩 빼고, 공을 뺏기면 서둘러 뒤로 물러나죠. 결국 상대의 체력이 떨어질 만큼 떨어진 뒤 단 한방의 롱패스가 이어집니다. 대부분은 오른쪽의 멘디에타에게 이어지죠. 멘디에타가 공을 키핑하고 로페즈에게 쓰루패스...스피드를 이용한 로페즈의 돌파 후 골...

그들은 실력이 딸려서 카운터 어택을 한 것이 아니라 가장 효과적이고 실리적인 축구를 구사한 것입니다. 완벽한 팀웍과 상대에 대한 철저한 분석, 패스 루트를 사전 봉쇄할 수 있는 끊임없는 훈련...

미들에서 부터 밀려서 하는 뻥축구가 아닌  의도적으로 상대를 끌어들일 수 있는데까지 깊숙히 끌어들인 후 시작되는 카운터 어택...한 골 넣고 잠그기가 아닌 애초부터 잠그기를 시작하여 상대를 초조하게 한 뒤 시작되는 카운터 어택은 고도의 심리적인 요소와 선수들의 정신력과 팀웍, 기량이 받침이 안된다면 힘들겠죠...

파리지옥...아름다운 자태로 곤충을 유혹한 뒤 자신의 입 속으로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는...상황을 알아차렸을 때에는 이미 죽어가는 자신을 보게 되죠...

그것이 진정한 카운터...뻥축구의 미학이죠...

2005. 6. 20에 썼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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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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