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t Down 에스테반 그라네로 인터뷰 下
레알 마드리드 칸테라 코치들 말로는 당신은 어렸을 때부터 1군에서 뛰고자하는 집념이 남달랐다더군요. 레알 마드리드로 돌아오는 대신 좀 더 확고하게 주전 자리를 손에 넣을 수 있는 곳으로 가려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
저한텐 성공이란 레알 마드리드예요. 이 팀이 바로 성공을 의미하죠. 다른 어떤 곳에서도 이 이상의 성공은 잡을 수 없어요. 다른 팀에서라면 제가 더 성장했을까요? 어떤 팀에서요, 제가 어디에 제 한계점을 설정했어야 하나요? 어디까지 제가 여기가 내 한계점이야, 하고 기준을 내렸어야 하죠? 모르겠어요. 그 기준이 한 단계 낮은 팀이어야 했는지, 아니면 세군다 디비시온의 팀이었어야 했는지, 테르세라 팀이었어야 했는지 저는 모르겠다고요. 어디까지요? 마드리드가 아니라면, 발렌시아 정도에선 제가 팀에 잘 맞았을까요? 아니면 테이블 중간쯤에 있는 팀, 그것도 아니면 1부 리그에 잔류하려고 고군분투하는 팀쯤에요? 가장 높은 곳에 제 한계점을 지정하는 것, 저는 그것밖에 몰랐어요. 그렇지 않으면 저 자신에게 불공평하잖아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훈련해왔고, 축구에 제 자신을 바쳐왔고, 축구만이 제 가장 큰 열정인데 그런 제 삶에게 불공평한 거잖아요. 가장 높은 곳에서 뛸 수 있는 기회가, 그것도 정말 어렵사리 왔는데 더 많은 기회를 갖고 싶다는 이유로 그걸 버린다고요, 안 되죠. 저도 물론 더 많은 기회를 원하기는 해요. 하지만 제가 원하는 건 최고의 장소인 레알 마드리드에서의 기회죠. 그리고 그 가능성이 제게 있는 한 다른 선택을 하는 건 미친 짓이에요. 평생을 훈련하면서 높은 레벨의 축구선수가 되는 꿈만 꾸면서 지냈던 사람이라면 더 그렇고요. 기회가 왔는데 그게 두려워서 다른 “안전한”길을 선택한다면, 당신은 시간을 낭비한 거죠.
다른 칸테라노들 중에는 마드리드를 떠난 것이 더 잘 된 일인 선수들도 있다고 생각해요?
선수들마다 각자 자신의 선택을 하죠. 방금 제가 유스 카테고리의 다른 어떤 선수들보다도 레알 마드리드 1군에서 뛰고자 하는 집념을 갖고 있었다 했죠? 그 말이 맞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제게는 그 목표가 항상 멀게만 보여서 정말 온힘을 다 짜내어 분투해야 했어요. 목표가 가까워보였다면, 어쩌면 제가 노력을 아끼려했을 지도 모르죠. 하지만 저에겐 늘 너무나 멀어 보이고 너무나 어려운 목표였어요. 이 클럽에서 뛴다는 건 정말 꿈같은 일이라 단 1분도 그 방향으로 계속 더 나아가려는 노력을 멈출 수가 없었죠. 저는 현자가 아니지만,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여기까지 오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꼭대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거죠.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면, 기회도 놓치고 말았을 거예요.
베르나베우에 스탠딩석이 있었던 거 알아요?
그럼요. 유스 시절 동료들이랑 가곤 했는걸요.
그 시절은 광적이었죠. 사람들이 고함을 지르고, 펄쩍펄쩍 뛰었고요, 와인병이 여기저기 놓여있고 보카디요가 공중을 날아다녔죠. 광란의 현장이었다니까요. 지금은 모두가 자리에 앉아서 경기를 보죠. 일본 관광객들이 관중석에 가득하고요. 예전보다 지금의 분위기가 훨씬 차갑다고 생각하나요?
베르나베우가 변한 것이 아니라 세계가 변했죠. 예전에는 마드리드 사람들, 마드리디스타들이 경기를 보러 왔어요. 지금은 그 부문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페레스 회장 덕분에 레알 마드리드는 현존하는 가장 유니버셜한 클럽이 됐어요. 전 세계가 레알 마드리드를 알고, 어느 곳에서나 파급력을 갖고 있죠.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도 변화했고 이제 레알 마드리드는 전지구로 뻗어나가요. 지금의 베르나베우는 이미 예전 그 시절 같지 않지만, 그건 글로벌라이제이션에 적응하고 있는 21세기의 레알 마드리드 역시 70년대나 80년대의 마드리드와 전혀 다르기 때문이기도 해요. 우리에게도 지금의 관중들이 있는 것과 예전에 있던 관중들이 있는 것이 똑같진 않아요. 하지만 동시에 관중들이 더 감동하고 안 하고의 여부도 다 우리에게 달린 거라는 것도 알고 있죠. 그리고 중요한 순간이 오면 베르나베우는 언제나 우릴 돕는다는 것도요. 지난해에 우리에겐 정말 중요했던 저녁들이 있었는데 그 때마다 관중들은 제가 기억하는 최고의 날들처럼 거기 있어주었죠. 레알 마드리드는 커지고 있고, 이 커지는 속도와 차지하는 면적으로 보았을 때 변화가 따라오는 것을 우리가 부정할 수는 없어요. 자연스러운 일인걸요. 저는 일본 팬들이 구장에 오고, 일본에 마드리드 팬들이 많은 것도 좋아요. 올 여름 일본에 갔었는데 마드리디스타들 천지에다 마드리드 셔츠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도 많더군요. 그러니 경기장에 일본인들이 많은 건 자연스런 일이죠…
에스닉한 질문을 하려거나, 일본인들에게 제노포브한 감정이 있어서 물은 건 아녜요. 그저 관중들이 예전처럼 응원하지 않는다고 화를 내는 사람이 있어서요. Fans del Madrid에선 관중들을 두고 “해바라기 씨 까는 사람”이라는 세례명을 붙이기도 했잖아요.
관중들이 골을 축하하는 데 지치는 것도 당연하죠. 올 한 해 백 골도 넘게 넣었으니. 우린 멋진 시즌을 보냈고 팬들도 환상적인 시간을 보냈으리라 믿어요. 저도 마드리드 팬이어서 매일 그걸 즐기러 갈 수 있으면 좋겠다니까요. 다른 별에서 온 것 같은 레벨의 선수들에, 수치들도 굉장하고. 우리는 훌륭한 경기를 많이 펼쳤죠. 해바라기 씨 까먹을 시간은 많이 안 드렸던 것 같은데.(웃음)
언론들이 말하기론 무리뉴가 선수들이 그와 함께 싸우게 만들었다고 하던데요, 심지어 당신조차 지난 코파 델 레이 결승전에서 부심에게 빈번히 항의를 했을 정도로요.
저는 항의를 많이 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부심하고 맞서는 것도 좋아하지 않고요. 등을 돌리고 있는 사람을 공격하는 거, 좀 비겁하잖아요. 그 사람은 그냥 자기 일을 하고 있을 뿐인데. 하지만 별개로 무리뉴가 정말로 선수들이 그를 지지하게 만든 건 사실이에요. 그게 그의 미덕 중 하나인데, 그의 정직함 덕분에 그렇게 될 수 있었던 거죠. 그리고 그런 게 바로 차이점이기도 해요. 무리뉴는 이미 모든 걸 우승한 감독인데도 계속해서 이기고 싶어하고, 그의 야심은 선수들에게도 전염이 돼요. 당신을 1년 내내 매일같이 100%의 상태가 되도록 만들죠. 야망이 있는 선수라면 이런 것들을 감사하게 생각하는 법이고요.
최근 몇 년간의 바르셀로나는 그 이상 찬미할 말이 더 없을 정도였죠. 믿어지지 않는 팀이었고 모든 우승을 챙겨갔어요. 마드리디스모는 그 불편한 상황을 어떻게 참아냈나요?
참아야 할 필요는 없었다고 생각해요. 마드리디스모와 마드리디스타의 문화는 바르셀로나가 성공하는 것을 보고서 나중에 꾹꾹 참아내는 것으로 만족하는 그런 게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우리는 넘버원이라는 자리에 익숙하고, 그게 우리에게 맞는 자리라고 생각하죠. 선수들도 팬들도 그 무엇도 참고 견디는 데 만족하지 않아요. 일어난 일은 그대로 두고, 다시 우리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싸우죠. 지난 해에 우리가 다시 리가를 정복한 것처럼요. 지난 3년간 바르셀로나가 보여준 레벨은 정말로 높았어요. 하지만 그 사실이 우리가 일궈낸 성과에 플러스가 되어준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이 자리를 지키고 다시 마드리드 헤게모니를 부활시키는 중요한 과제가 남아있죠. 전 세계가 역사상 최고의 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어떤 팀이 그 찬사 받는 팀을 승점 9점차로 이겼다면, 그렇다면 우리는 이 리가에서 아주 위에 있는 팀인 거잖아요! 게다가 우리는 바르셀로나 구장에서 이긴 적도 있는걸요! 마드리드는 만족하는 팀이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해요. 눈앞의 현실을 참으며 견디는 게 아니라 궐기해서 다시 맨 위로, 제가 마드리드가 있어야 할 곳이라 믿는 바로 그 자리로 돌아가길 원하는 그런 팀이라는 걸요.
그냥 꿈이라 생각하고, 한 번 상상 해봐요. 성향으로 봤을 때 바르셀로나의 플레이가 당신한테는 더 잘 맞지 않을까요?
아뇨! 아뇨! 아뇨! 바르셀로나가 어떻게 플레이하건 저하고는 전혀 상관없다고요! 마드리디스타로서 저는 절대 바르셀로나에선 뛸 수 없어요. 아무리 최상의 조건이 따라오고 세계의 모든 금을 다 준대도 안 돼요. 원칙적으로 안 돼요. 그냥 안 돼요.
리가 우승 직후에 트위터에 올라왔던 사진들이 언론을 통해 주목을 받았었는데요, 그 중에 한 사진에서는 당신이 라모스한테 뽀뽀하고 있었죠. 다른 하나는 라커룸에서 상체를 탈의하고 있는 사진이었고요. 오늘날 선수들이 축구적인 측면을 넘어서 뭐랄까, 보다 대중적인 이미지를 갖게 되는 걸 피할 수가 없는데요. 어떻게 느껴요?
그 역할 받아들이는 거 거부합니다. 거부할 거예요. 저는 축구선수라고요, 아시겠어요? 축구선수들은 축구를 하고, 제 직업은 축구 하는 거예요. 그것도 잘 하는 거요. 축구선수들더러 축구를 잘 하는 것 외에도 늘 어린이들의 모범이 되는 방식으로 행동하라고 강요할 순 없는 거예요. 그런 게 이 직업에 따라와야만 하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하는 예외가 하나 있다면, 마드리드 선수라면야 그런 게 따라오기는 하죠. 한 번 이 팀에서 뛰게 되면, 이 엠블럼을 가슴에 달게 되면, 그 때는 모범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 해요. 항상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것처럼요. 왜냐하면 사람들은 이제 당신을 보는 것이 아니라 레알 마드리드 선수를 보는 거니까요.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란 건 절대 더럽혀져서는 안 되는 이미지니까요. 저는 여기서 자랐고, 레알 마드리드에서 배운 것을 퍼뜨리고 싶어요. 레알 마드리드에선 저에게 축구를 가르쳤지만, 동시에 다른 많은 것들도 가르쳤죠. 이 클럽을 저는 존중해야만 해요. 이건 품위의 문제죠. 하지만 가수가 됐건 스포츠 선수가 됐건, 유명인들에게 어린이들의 모범이 되라고 강요하는 건 싫어요. 어린이들은 부모가 가르쳐야죠.
책이 많이 있는 사진을 올린 적 있죠, 바예 인클란에, 모파상, 힐 데 비에드마, 부코스키, 카버, 카프카, 미겔 에르난데스… 그 책들을 다 읽었어요?
다 읽었죠. 바예 인클란 책은 좋았는데 문체에 익숙해져야 하겠더라고요. 적어도 저는요. 어떤 것들은 여러 번 읽어야만 해요. 저는 그렇게 동떨어진 시대의 문체나, 아주 문학적인 문체에는 익숙하지 않아서요. 사전을 이용해야만 했죠. 하지만 에스페르펜토(괴기문학)자체는 과거보다도 지금 이 시대의 현재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그걸 읽기에 알맞은 시대가 아닐까 싶어요. 이렇게나 어려운 시대이니…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은 현 시대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사람들은 분노하고 있고 그건 당연하죠. 상황이 아주 어렵고 가족들, 그리고 사람들은 힘든 현실을 겪고 있어요. 동시에 우리는 혜택을 받은 사람들이죠. 그 사실을 부끄러워 할 필요는 없지만, 책임감 있는 자세로 현실을 알려고 하고, 적어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인식해야만 해요.
축구선수 조합의 동향은 요즘 어떤가요?
조합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선수들을 위해 싸우고 있죠. 사람들은 축구하면 유명세와 부를 생각하지만 연봉을 받지 못하는 선수들도 많이 있어요. 그리고 축구도 직업이잖아요. 그걸로 먹고 사는 사람들은 조합이 필요해요. 다른 모든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스스로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요.
다시 올 여름 읽은 책 이야기로 돌아가죠… 샤비 알론소가 우리에게 말해준건데, 카프카 광팬이라면서요.
샤비와 같이 여행할 때 몇 번인가 제가 그걸 끼고 다니는 걸 봐서 그런 말을 했나봐요. 네, 좋아하죠. 카프카는 뭔가 다르잖아요. 읽는 걸 멈출 때까지 잘 와 닿지 않는 듯한 그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 중 한 사람이죠. 그러다 몇 분간 가만히 멈춰서 생각해보면 스스로 변화했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 그런 점에서 카버와 비슷하죠. 그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마치 평범한 이야기를 물 흐르듯 들려주는 것 같지만, 다 읽은 후에는 무언가 남는 느낌이 있어요… <변신>을 다 읽은 후에도 저는 읽는 와중에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고뇌를 느꼈어요. 술술 잘 읽히는 책이고, 벌레에 대한 이야기인데도 심지어 온화하게 씌어진 부분도 있죠. 하지만 끝까지 다 읽고 나면 아주 중요한 고통의 느낌을 받게 돼요. 카버를 읽을 때도 그와 비슷했어요. 카버의 책들은 아주 잘 쓰인, 일상의 사소한 이야기들이지만 그 행간에는 무언가가 더 있어요. 그런가하면 부코스키는 정반대죠. 순수하고, 냉혹한 리얼리즘을 그려내요. 글이 어찌나 좋은지 거의 그게 진짜라고 믿어버릴 정도라니까요. 부코스키의 얼터 에고인 헨리 치나스키가 실존 인물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말이죠. 비록 그가 패배자에 가까운 사람일지라도, 24시간 내내 치나스키에 자신을 동일시할 수 있게 돼요. 심지어는 그를 존경하는 데 까지 이를 수도 있죠. 그리고 다음으로, 힐 데 비에드마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시인이에요. 친구들과 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곤 하죠. 굉장한 사람이에요, 정말. 아주 간결한 데가 있고, 저는 정말 좋아해요. 그리고 모파상은, 그의 단편을 서너 편 읽었는데요. 한번은 제가 보고타의 풀가스 시장에 있었는데, 거기 오래된 책들이 많이 있더라고요. 거기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단편인 <비계덩어리>가 수록된 모파상의 단편집을 발견했어요. 그걸 사서 그 곳을 기념하는 의미로 잘 간직하고 있죠. 그리고 미겔 에르난데스는, 그 사람이 어떤 환경에서 그런 글을 써냈는지 믿지 못하실 거예요.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상상해보기란 힘들어요. ‘어떻게 이 사람은, 그런 일을 겪고도, 이런 표현을 할 수 있었을까? 어떻게 이런 방식으로 말을 할까?’ 싶죠. 존경스럽다니까요. 존경스러움 그 이상이죠. 그래서 좋아해요.
샤비와 비교하면 독서취향이 굉장히 다양한 것 같아요. 샤비는 하드보일드 소설에 몰두한다고 인정하던데.
하드보일드도 좋아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건 좋은 책들이지만. 음악도 그렇고 책에 있어서도 저는 고전을 특히 선호하는 편이에요. 고전은 다 이유가 있어서 고전일거라고 늘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읽어봐야 할 거라고 생각하고요. 또, 저는 베스트셀러 읽는 것도 좋아해요. 그렇게 전형적인 베스트셀러는 갖고 있지 않아요. 저는 스노브들이 말하는 베스트셀러의 나쁜 명성에 크게 동의하지 않아요. 가끔은 전체를 다 읽진 않고 그냥 몇 챕터, 아니면 몇 줄만 읽어보곤 하는데 퀄리티 있는 글일 때가 많던걸요.
레알 마드리드 내부에는 독서 서클 같은 거 있어요?
아뇨, 없어요.(웃음) 우리는 경기에 더 집중하죠. 샤비하고는 책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데, 그렇다고 너무 많은 논평을 하거나 하진 않고요. 그냥 평범한 정도로만요.
<애니 홀>을 네 번이나 봤다면서요.
정말 좋아해요. 대본도 갖고 있죠. 사실 전 꽤나 우디 앨런 팬이에요. 그의 영화들 자체도 좋지만, 우디 앨런이 그걸 창시했다는 게 굉장한 것 같아요. 만드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발명해내는 건 그보다도 훨씬 어려운 일이잖아요.
그 밖에 더 좋아하는 영화가 있나요?
<대부>요. 예전엔 또 스탠리 큐브릭 팬이었죠… (한참 동안 생각) 그리고 소피아 코폴라의 <로스트 인 트랜슬레이션>도 좋았어요.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는 것도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도쿄 블루스>는 봤어요?
영화요, 네, 봤죠. 나쁘진 않았는데, 원작의 레벨엔 못 미치더라고요. 그래도 제가 보기 전에 기대했던 것보단 나았지만. 원작은 어렸을 때에 읽었는데 제게는 큰 임팩트를 남긴 책이었어요. 열여덟 살 쯤 되었을 때에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해요. 적어도 제 수준에선 그렇던데요. 왜, 나이를 먹어가면서 읽어야 하는 책들이 있죠, <호밀밭의 파수꾼>이나, <데미안>처럼 좀 더 성장하게 해주는 책이요.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그런 책을 읽으면 훌쩍 성장하죠.
알론소는 우리에게 당신의 기타에 대해서도 슬쩍 알려줬었는데요.
굉장한 취미는 아닌데, 기타 치는 것 좋아해요. 요즘은 스스로 더 많이 치려고 해보는 편인데요, 왜냐하면 본인한테 정말 의미 깊은 물건이던 기타를 저한테 선물해 준 친구가 있거든요. 그래서 이젠 제게 의미 깊은 물건이 됐고, 짬이 날 때마다 쳐보려고 노력해요. 모든 게 다 그렇듯 어렵지만, 잘 될 때면 기분이 좋죠.
언젠가 당신이 나열했던 좋아하는 뮤지션 리스트 중에서, 특히 눈에 띄었던 건 라이언 아담스, 루신다 윌리엄스, 윌코, 조쉬 라우스가 나오다가 갑자기 페레사가 튀어나온 거였어요.
저는 모든 장르의 음악을 좋아해요. 클래식도 좋아하고요. 브람스 팬이죠. 일렉트로니카만큼은 아직까지 저한테 꽂히지 않았거나 제가 이해를 못 하고 있는 것 같지만요. 기타 연주곡도 좋고, 미국 음악도 좋아요. 그렇지만 페레사도 정말 좋아해요. 어려서부터 좋아했는걸요. 멤버들을 만난 적 있는데 둘 다 천재적이더라고요. 특히 레이바하고는 친분을 유지하고 있죠. 지금은 솔로로 활동하는데 재능이 엄청난 사람이고 좋은 친구에요. 여러 가지로 저를 많이 도와줬었죠. 그에겐 정말 감탄하곤 해요. 그리고 페레사는 미국적인 영감도 많이 갖고 있잖아요. 제 생각으론 레이바도 분명히 윌코 들으면서 좋아할걸요. 또 전 라이브 음악도 좋아해요. 그냥 바에서 기타 하나들고 연주하는 게 다라고 해도 좋아요. 재즈도 좋아하는데, 그저 음악 때문만이 아니라 그 분위기가 좋죠. 굉장히 문학적이고… 그게 마음에 들어요.
마지막으로, "소일렌트 그린 테스트"라는 걸 할 건데요, 혹시 그 영화 봤어요?
아뇨.
그 영화를 보면 정부가 나머지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 노인들을 데려다 비스킷으로 만들거든요. 그 노인들이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센터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주고, 최후의 만찬과 함께 좋아하는 영상을 틀어줘요. 그렇게 해서 평온히 숨을 거두게 하는 거죠. 당신이라면 어떤 음식, 어떤 음악, 어떤 영상을 선택할 지 말해주세요.
저는 뛰어서 도망쳐 나올 건데요!¡ 저 사는 거 너무 좋단 말이에요! 그 사람들이 절 교수형에 처하기 전까지는 계속 도망다닐거에요. 하지만 정 도망칠 방법이 없다면야… 키케 곤살레스 노래를 틀어달라고 하겠어요. 아직 음반이 출시되진 않았고, 내년에 나올 노래인데요, 아직 키케 본인도 제목을 못 붙인 노래라… 아, 저 노래 바꿀래요! 사비나의 Tan joven y tan viejo 틀어달라고 해야겠어요, 그리고 영상은, 오래전에 슈퍼 에이트로 찍어놓은 저희 엄마하고 형 비디오로 할게요. 엄마는 스물 세 살이셨고, 형은 두 살이었을 때 찍은 비디오인데 제가 진짜 좋아하는 영상이에요. 마지막으로 먹는 건, 커피 한 잔.
‘그라네로’맛 소일렌트 그린 비스킷은 그럼, 커피 맛이 나겠군요.
저한텐 성공이란 레알 마드리드예요. 이 팀이 바로 성공을 의미하죠. 다른 어떤 곳에서도 이 이상의 성공은 잡을 수 없어요. 다른 팀에서라면 제가 더 성장했을까요? 어떤 팀에서요, 제가 어디에 제 한계점을 설정했어야 하나요? 어디까지 제가 여기가 내 한계점이야, 하고 기준을 내렸어야 하죠? 모르겠어요. 그 기준이 한 단계 낮은 팀이어야 했는지, 아니면 세군다 디비시온의 팀이었어야 했는지, 테르세라 팀이었어야 했는지 저는 모르겠다고요. 어디까지요? 마드리드가 아니라면, 발렌시아 정도에선 제가 팀에 잘 맞았을까요? 아니면 테이블 중간쯤에 있는 팀, 그것도 아니면 1부 리그에 잔류하려고 고군분투하는 팀쯤에요? 가장 높은 곳에 제 한계점을 지정하는 것, 저는 그것밖에 몰랐어요. 그렇지 않으면 저 자신에게 불공평하잖아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훈련해왔고, 축구에 제 자신을 바쳐왔고, 축구만이 제 가장 큰 열정인데 그런 제 삶에게 불공평한 거잖아요. 가장 높은 곳에서 뛸 수 있는 기회가, 그것도 정말 어렵사리 왔는데 더 많은 기회를 갖고 싶다는 이유로 그걸 버린다고요, 안 되죠. 저도 물론 더 많은 기회를 원하기는 해요. 하지만 제가 원하는 건 최고의 장소인 레알 마드리드에서의 기회죠. 그리고 그 가능성이 제게 있는 한 다른 선택을 하는 건 미친 짓이에요. 평생을 훈련하면서 높은 레벨의 축구선수가 되는 꿈만 꾸면서 지냈던 사람이라면 더 그렇고요. 기회가 왔는데 그게 두려워서 다른 “안전한”길을 선택한다면, 당신은 시간을 낭비한 거죠.
다른 칸테라노들 중에는 마드리드를 떠난 것이 더 잘 된 일인 선수들도 있다고 생각해요?
선수들마다 각자 자신의 선택을 하죠. 방금 제가 유스 카테고리의 다른 어떤 선수들보다도 레알 마드리드 1군에서 뛰고자 하는 집념을 갖고 있었다 했죠? 그 말이 맞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제게는 그 목표가 항상 멀게만 보여서 정말 온힘을 다 짜내어 분투해야 했어요. 목표가 가까워보였다면, 어쩌면 제가 노력을 아끼려했을 지도 모르죠. 하지만 저에겐 늘 너무나 멀어 보이고 너무나 어려운 목표였어요. 이 클럽에서 뛴다는 건 정말 꿈같은 일이라 단 1분도 그 방향으로 계속 더 나아가려는 노력을 멈출 수가 없었죠. 저는 현자가 아니지만,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여기까지 오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꼭대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거죠.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면, 기회도 놓치고 말았을 거예요.
베르나베우에 스탠딩석이 있었던 거 알아요?
그럼요. 유스 시절 동료들이랑 가곤 했는걸요.
그 시절은 광적이었죠. 사람들이 고함을 지르고, 펄쩍펄쩍 뛰었고요, 와인병이 여기저기 놓여있고 보카디요가 공중을 날아다녔죠. 광란의 현장이었다니까요. 지금은 모두가 자리에 앉아서 경기를 보죠. 일본 관광객들이 관중석에 가득하고요. 예전보다 지금의 분위기가 훨씬 차갑다고 생각하나요?
베르나베우가 변한 것이 아니라 세계가 변했죠. 예전에는 마드리드 사람들, 마드리디스타들이 경기를 보러 왔어요. 지금은 그 부문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페레스 회장 덕분에 레알 마드리드는 현존하는 가장 유니버셜한 클럽이 됐어요. 전 세계가 레알 마드리드를 알고, 어느 곳에서나 파급력을 갖고 있죠.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도 변화했고 이제 레알 마드리드는 전지구로 뻗어나가요. 지금의 베르나베우는 이미 예전 그 시절 같지 않지만, 그건 글로벌라이제이션에 적응하고 있는 21세기의 레알 마드리드 역시 70년대나 80년대의 마드리드와 전혀 다르기 때문이기도 해요. 우리에게도 지금의 관중들이 있는 것과 예전에 있던 관중들이 있는 것이 똑같진 않아요. 하지만 동시에 관중들이 더 감동하고 안 하고의 여부도 다 우리에게 달린 거라는 것도 알고 있죠. 그리고 중요한 순간이 오면 베르나베우는 언제나 우릴 돕는다는 것도요. 지난해에 우리에겐 정말 중요했던 저녁들이 있었는데 그 때마다 관중들은 제가 기억하는 최고의 날들처럼 거기 있어주었죠. 레알 마드리드는 커지고 있고, 이 커지는 속도와 차지하는 면적으로 보았을 때 변화가 따라오는 것을 우리가 부정할 수는 없어요. 자연스러운 일인걸요. 저는 일본 팬들이 구장에 오고, 일본에 마드리드 팬들이 많은 것도 좋아요. 올 여름 일본에 갔었는데 마드리디스타들 천지에다 마드리드 셔츠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도 많더군요. 그러니 경기장에 일본인들이 많은 건 자연스런 일이죠…
에스닉한 질문을 하려거나, 일본인들에게 제노포브한 감정이 있어서 물은 건 아녜요. 그저 관중들이 예전처럼 응원하지 않는다고 화를 내는 사람이 있어서요. Fans del Madrid에선 관중들을 두고 “해바라기 씨 까는 사람”이라는 세례명을 붙이기도 했잖아요.
관중들이 골을 축하하는 데 지치는 것도 당연하죠. 올 한 해 백 골도 넘게 넣었으니. 우린 멋진 시즌을 보냈고 팬들도 환상적인 시간을 보냈으리라 믿어요. 저도 마드리드 팬이어서 매일 그걸 즐기러 갈 수 있으면 좋겠다니까요. 다른 별에서 온 것 같은 레벨의 선수들에, 수치들도 굉장하고. 우리는 훌륭한 경기를 많이 펼쳤죠. 해바라기 씨 까먹을 시간은 많이 안 드렸던 것 같은데.(웃음)
언론들이 말하기론 무리뉴가 선수들이 그와 함께 싸우게 만들었다고 하던데요, 심지어 당신조차 지난 코파 델 레이 결승전에서 부심에게 빈번히 항의를 했을 정도로요.
저는 항의를 많이 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부심하고 맞서는 것도 좋아하지 않고요. 등을 돌리고 있는 사람을 공격하는 거, 좀 비겁하잖아요. 그 사람은 그냥 자기 일을 하고 있을 뿐인데. 하지만 별개로 무리뉴가 정말로 선수들이 그를 지지하게 만든 건 사실이에요. 그게 그의 미덕 중 하나인데, 그의 정직함 덕분에 그렇게 될 수 있었던 거죠. 그리고 그런 게 바로 차이점이기도 해요. 무리뉴는 이미 모든 걸 우승한 감독인데도 계속해서 이기고 싶어하고, 그의 야심은 선수들에게도 전염이 돼요. 당신을 1년 내내 매일같이 100%의 상태가 되도록 만들죠. 야망이 있는 선수라면 이런 것들을 감사하게 생각하는 법이고요.
최근 몇 년간의 바르셀로나는 그 이상 찬미할 말이 더 없을 정도였죠. 믿어지지 않는 팀이었고 모든 우승을 챙겨갔어요. 마드리디스모는 그 불편한 상황을 어떻게 참아냈나요?
참아야 할 필요는 없었다고 생각해요. 마드리디스모와 마드리디스타의 문화는 바르셀로나가 성공하는 것을 보고서 나중에 꾹꾹 참아내는 것으로 만족하는 그런 게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우리는 넘버원이라는 자리에 익숙하고, 그게 우리에게 맞는 자리라고 생각하죠. 선수들도 팬들도 그 무엇도 참고 견디는 데 만족하지 않아요. 일어난 일은 그대로 두고, 다시 우리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싸우죠. 지난 해에 우리가 다시 리가를 정복한 것처럼요. 지난 3년간 바르셀로나가 보여준 레벨은 정말로 높았어요. 하지만 그 사실이 우리가 일궈낸 성과에 플러스가 되어준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이 자리를 지키고 다시 마드리드 헤게모니를 부활시키는 중요한 과제가 남아있죠. 전 세계가 역사상 최고의 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어떤 팀이 그 찬사 받는 팀을 승점 9점차로 이겼다면, 그렇다면 우리는 이 리가에서 아주 위에 있는 팀인 거잖아요! 게다가 우리는 바르셀로나 구장에서 이긴 적도 있는걸요! 마드리드는 만족하는 팀이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해요. 눈앞의 현실을 참으며 견디는 게 아니라 궐기해서 다시 맨 위로, 제가 마드리드가 있어야 할 곳이라 믿는 바로 그 자리로 돌아가길 원하는 그런 팀이라는 걸요.
그냥 꿈이라 생각하고, 한 번 상상 해봐요. 성향으로 봤을 때 바르셀로나의 플레이가 당신한테는 더 잘 맞지 않을까요?
아뇨! 아뇨! 아뇨! 바르셀로나가 어떻게 플레이하건 저하고는 전혀 상관없다고요! 마드리디스타로서 저는 절대 바르셀로나에선 뛸 수 없어요. 아무리 최상의 조건이 따라오고 세계의 모든 금을 다 준대도 안 돼요. 원칙적으로 안 돼요. 그냥 안 돼요.
리가 우승 직후에 트위터에 올라왔던 사진들이 언론을 통해 주목을 받았었는데요, 그 중에 한 사진에서는 당신이 라모스한테 뽀뽀하고 있었죠. 다른 하나는 라커룸에서 상체를 탈의하고 있는 사진이었고요. 오늘날 선수들이 축구적인 측면을 넘어서 뭐랄까, 보다 대중적인 이미지를 갖게 되는 걸 피할 수가 없는데요. 어떻게 느껴요?
그 역할 받아들이는 거 거부합니다. 거부할 거예요. 저는 축구선수라고요, 아시겠어요? 축구선수들은 축구를 하고, 제 직업은 축구 하는 거예요. 그것도 잘 하는 거요. 축구선수들더러 축구를 잘 하는 것 외에도 늘 어린이들의 모범이 되는 방식으로 행동하라고 강요할 순 없는 거예요. 그런 게 이 직업에 따라와야만 하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하는 예외가 하나 있다면, 마드리드 선수라면야 그런 게 따라오기는 하죠. 한 번 이 팀에서 뛰게 되면, 이 엠블럼을 가슴에 달게 되면, 그 때는 모범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 해요. 항상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것처럼요. 왜냐하면 사람들은 이제 당신을 보는 것이 아니라 레알 마드리드 선수를 보는 거니까요.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란 건 절대 더럽혀져서는 안 되는 이미지니까요. 저는 여기서 자랐고, 레알 마드리드에서 배운 것을 퍼뜨리고 싶어요. 레알 마드리드에선 저에게 축구를 가르쳤지만, 동시에 다른 많은 것들도 가르쳤죠. 이 클럽을 저는 존중해야만 해요. 이건 품위의 문제죠. 하지만 가수가 됐건 스포츠 선수가 됐건, 유명인들에게 어린이들의 모범이 되라고 강요하는 건 싫어요. 어린이들은 부모가 가르쳐야죠.
책이 많이 있는 사진을 올린 적 있죠, 바예 인클란에, 모파상, 힐 데 비에드마, 부코스키, 카버, 카프카, 미겔 에르난데스… 그 책들을 다 읽었어요?
다 읽었죠. 바예 인클란 책은 좋았는데 문체에 익숙해져야 하겠더라고요. 적어도 저는요. 어떤 것들은 여러 번 읽어야만 해요. 저는 그렇게 동떨어진 시대의 문체나, 아주 문학적인 문체에는 익숙하지 않아서요. 사전을 이용해야만 했죠. 하지만 에스페르펜토(괴기문학)자체는 과거보다도 지금 이 시대의 현재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그걸 읽기에 알맞은 시대가 아닐까 싶어요. 이렇게나 어려운 시대이니…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은 현 시대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사람들은 분노하고 있고 그건 당연하죠. 상황이 아주 어렵고 가족들, 그리고 사람들은 힘든 현실을 겪고 있어요. 동시에 우리는 혜택을 받은 사람들이죠. 그 사실을 부끄러워 할 필요는 없지만, 책임감 있는 자세로 현실을 알려고 하고, 적어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인식해야만 해요.
축구선수 조합의 동향은 요즘 어떤가요?
조합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선수들을 위해 싸우고 있죠. 사람들은 축구하면 유명세와 부를 생각하지만 연봉을 받지 못하는 선수들도 많이 있어요. 그리고 축구도 직업이잖아요. 그걸로 먹고 사는 사람들은 조합이 필요해요. 다른 모든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스스로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요.
다시 올 여름 읽은 책 이야기로 돌아가죠… 샤비 알론소가 우리에게 말해준건데, 카프카 광팬이라면서요.
샤비와 같이 여행할 때 몇 번인가 제가 그걸 끼고 다니는 걸 봐서 그런 말을 했나봐요. 네, 좋아하죠. 카프카는 뭔가 다르잖아요. 읽는 걸 멈출 때까지 잘 와 닿지 않는 듯한 그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 중 한 사람이죠. 그러다 몇 분간 가만히 멈춰서 생각해보면 스스로 변화했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 그런 점에서 카버와 비슷하죠. 그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마치 평범한 이야기를 물 흐르듯 들려주는 것 같지만, 다 읽은 후에는 무언가 남는 느낌이 있어요… <변신>을 다 읽은 후에도 저는 읽는 와중에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고뇌를 느꼈어요. 술술 잘 읽히는 책이고, 벌레에 대한 이야기인데도 심지어 온화하게 씌어진 부분도 있죠. 하지만 끝까지 다 읽고 나면 아주 중요한 고통의 느낌을 받게 돼요. 카버를 읽을 때도 그와 비슷했어요. 카버의 책들은 아주 잘 쓰인, 일상의 사소한 이야기들이지만 그 행간에는 무언가가 더 있어요. 그런가하면 부코스키는 정반대죠. 순수하고, 냉혹한 리얼리즘을 그려내요. 글이 어찌나 좋은지 거의 그게 진짜라고 믿어버릴 정도라니까요. 부코스키의 얼터 에고인 헨리 치나스키가 실존 인물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말이죠. 비록 그가 패배자에 가까운 사람일지라도, 24시간 내내 치나스키에 자신을 동일시할 수 있게 돼요. 심지어는 그를 존경하는 데 까지 이를 수도 있죠. 그리고 다음으로, 힐 데 비에드마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시인이에요. 친구들과 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곤 하죠. 굉장한 사람이에요, 정말. 아주 간결한 데가 있고, 저는 정말 좋아해요. 그리고 모파상은, 그의 단편을 서너 편 읽었는데요. 한번은 제가 보고타의 풀가스 시장에 있었는데, 거기 오래된 책들이 많이 있더라고요. 거기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단편인 <비계덩어리>가 수록된 모파상의 단편집을 발견했어요. 그걸 사서 그 곳을 기념하는 의미로 잘 간직하고 있죠. 그리고 미겔 에르난데스는, 그 사람이 어떤 환경에서 그런 글을 써냈는지 믿지 못하실 거예요.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상상해보기란 힘들어요. ‘어떻게 이 사람은, 그런 일을 겪고도, 이런 표현을 할 수 있었을까? 어떻게 이런 방식으로 말을 할까?’ 싶죠. 존경스럽다니까요. 존경스러움 그 이상이죠. 그래서 좋아해요.
샤비와 비교하면 독서취향이 굉장히 다양한 것 같아요. 샤비는 하드보일드 소설에 몰두한다고 인정하던데.
하드보일드도 좋아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건 좋은 책들이지만. 음악도 그렇고 책에 있어서도 저는 고전을 특히 선호하는 편이에요. 고전은 다 이유가 있어서 고전일거라고 늘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읽어봐야 할 거라고 생각하고요. 또, 저는 베스트셀러 읽는 것도 좋아해요. 그렇게 전형적인 베스트셀러는 갖고 있지 않아요. 저는 스노브들이 말하는 베스트셀러의 나쁜 명성에 크게 동의하지 않아요. 가끔은 전체를 다 읽진 않고 그냥 몇 챕터, 아니면 몇 줄만 읽어보곤 하는데 퀄리티 있는 글일 때가 많던걸요.
레알 마드리드 내부에는 독서 서클 같은 거 있어요?
아뇨, 없어요.(웃음) 우리는 경기에 더 집중하죠. 샤비하고는 책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데, 그렇다고 너무 많은 논평을 하거나 하진 않고요. 그냥 평범한 정도로만요.
<애니 홀>을 네 번이나 봤다면서요.
정말 좋아해요. 대본도 갖고 있죠. 사실 전 꽤나 우디 앨런 팬이에요. 그의 영화들 자체도 좋지만, 우디 앨런이 그걸 창시했다는 게 굉장한 것 같아요. 만드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발명해내는 건 그보다도 훨씬 어려운 일이잖아요.
그 밖에 더 좋아하는 영화가 있나요?
<대부>요. 예전엔 또 스탠리 큐브릭 팬이었죠… (한참 동안 생각) 그리고 소피아 코폴라의 <로스트 인 트랜슬레이션>도 좋았어요.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는 것도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도쿄 블루스>는 봤어요?
영화요, 네, 봤죠. 나쁘진 않았는데, 원작의 레벨엔 못 미치더라고요. 그래도 제가 보기 전에 기대했던 것보단 나았지만. 원작은 어렸을 때에 읽었는데 제게는 큰 임팩트를 남긴 책이었어요. 열여덟 살 쯤 되었을 때에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해요. 적어도 제 수준에선 그렇던데요. 왜, 나이를 먹어가면서 읽어야 하는 책들이 있죠, <호밀밭의 파수꾼>이나, <데미안>처럼 좀 더 성장하게 해주는 책이요.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그런 책을 읽으면 훌쩍 성장하죠.
알론소는 우리에게 당신의 기타에 대해서도 슬쩍 알려줬었는데요.
굉장한 취미는 아닌데, 기타 치는 것 좋아해요. 요즘은 스스로 더 많이 치려고 해보는 편인데요, 왜냐하면 본인한테 정말 의미 깊은 물건이던 기타를 저한테 선물해 준 친구가 있거든요. 그래서 이젠 제게 의미 깊은 물건이 됐고, 짬이 날 때마다 쳐보려고 노력해요. 모든 게 다 그렇듯 어렵지만, 잘 될 때면 기분이 좋죠.
언젠가 당신이 나열했던 좋아하는 뮤지션 리스트 중에서, 특히 눈에 띄었던 건 라이언 아담스, 루신다 윌리엄스, 윌코, 조쉬 라우스가 나오다가 갑자기 페레사가 튀어나온 거였어요.
저는 모든 장르의 음악을 좋아해요. 클래식도 좋아하고요. 브람스 팬이죠. 일렉트로니카만큼은 아직까지 저한테 꽂히지 않았거나 제가 이해를 못 하고 있는 것 같지만요. 기타 연주곡도 좋고, 미국 음악도 좋아요. 그렇지만 페레사도 정말 좋아해요. 어려서부터 좋아했는걸요. 멤버들을 만난 적 있는데 둘 다 천재적이더라고요. 특히 레이바하고는 친분을 유지하고 있죠. 지금은 솔로로 활동하는데 재능이 엄청난 사람이고 좋은 친구에요. 여러 가지로 저를 많이 도와줬었죠. 그에겐 정말 감탄하곤 해요. 그리고 페레사는 미국적인 영감도 많이 갖고 있잖아요. 제 생각으론 레이바도 분명히 윌코 들으면서 좋아할걸요. 또 전 라이브 음악도 좋아해요. 그냥 바에서 기타 하나들고 연주하는 게 다라고 해도 좋아요. 재즈도 좋아하는데, 그저 음악 때문만이 아니라 그 분위기가 좋죠. 굉장히 문학적이고… 그게 마음에 들어요.
마지막으로, "소일렌트 그린 테스트"라는 걸 할 건데요, 혹시 그 영화 봤어요?
아뇨.
그 영화를 보면 정부가 나머지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 노인들을 데려다 비스킷으로 만들거든요. 그 노인들이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센터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주고, 최후의 만찬과 함께 좋아하는 영상을 틀어줘요. 그렇게 해서 평온히 숨을 거두게 하는 거죠. 당신이라면 어떤 음식, 어떤 음악, 어떤 영상을 선택할 지 말해주세요.
저는 뛰어서 도망쳐 나올 건데요!¡ 저 사는 거 너무 좋단 말이에요! 그 사람들이 절 교수형에 처하기 전까지는 계속 도망다닐거에요. 하지만 정 도망칠 방법이 없다면야… 키케 곤살레스 노래를 틀어달라고 하겠어요. 아직 음반이 출시되진 않았고, 내년에 나올 노래인데요, 아직 키케 본인도 제목을 못 붙인 노래라… 아, 저 노래 바꿀래요! 사비나의 Tan joven y tan viejo 틀어달라고 해야겠어요, 그리고 영상은, 오래전에 슈퍼 에이트로 찍어놓은 저희 엄마하고 형 비디오로 할게요. 엄마는 스물 세 살이셨고, 형은 두 살이었을 때 찍은 비디오인데 제가 진짜 좋아하는 영상이에요. 마지막으로 먹는 건, 커피 한 잔.
‘그라네로’맛 소일렌트 그린 비스킷은 그럼, 커피 맛이 나겠군요.
댓글 17
-
ㅋㅎ 2012.08.10ㅋㅋㅋㅋ 재밌는 내용들이 많네요.
-
으아아아모 2012.08.10크......이게 유스지....
-
로날띠코스 2012.08.10오오 알론소랑 둘이서 독서덕후였다니
이미지랑 잘 들어맞네 ㅎㅎ -
Only one 2012.08.10아뇨! 아뇨! 아뇨! 바르셀로나가 어떻게 플레이하건 저하고는 전혀 상관없다고요! 마드리디스타로서 저는 절대 바르셀로나에선 뛸 수 없어요. 아무리 최상의 조건이 따라오고 세계의 모든 금을 다 준대도 안 돼요. 원칙적으로 안 돼요. 그냥 안 돼요.
레알에 대한 강한애정이 드러나는 문장같아서 가장 마음에 듭니다 ㅎㅎ -
으아아아모 2012.08.10축구선수들더러축구를잘하는것외 에도늘어린이들의모범이되는방식으로행동하라고강요할순없 는거예요. 그런게이직업에따라와야만하는일은아니라고생각 해요. 제가생각하는예외가하나있다면마드리드선수라면야그런 게따라오기는하죠. 한번이팀에서뛰게되면,이엠블럼을가슴에 달게되면, 그때는모범이되는사람이되어야해요.항상유니폼을 입고 있는 것처럼요. 왜냐하면 사람들은 이제 당신을보는것이아 니라레알마드리드선수를보는거니까요.그리고레알마드리드란 건 절대 더럽혀져서는 안 되는 이미지니까요.
이부분 끝내주네요 -
M.Salgado 2012.08.10흐흐 잘봤어요 번즈님
-
이름없음 2012.08.10이거 번역하기 까다로우셨을텐데 수고하셨습니다~
-
디온ㅇㅅㅇ 2012.08.10으어....언어학을 전공한 나보다 책 더 많이 읽었을거 같네 -_-;
-
kiki 2012.08.10흥미로운 인터뷰네요. 특히 공감하는 건,
\"유명인들에게 어린이들의 모범이 되라고 강요하는 건 싫어요. 어린이들은 부모가 가르쳐야죠.\" -
ysh0917 2012.08.10레알에 대한 사랑이 뚝뚝 묻어나오는 인터뷰네요ㅎㅎ
-
라모 2012.08.10그랑이예술가같음 ㅋㅋㅋㅋㅋ
-
레알쩐다 2012.08.10그라네로 ㅎㅎㅎ 근데 도쿄 블루스는 구글에 찾아보니까 상실의 시대네요. 재밌게 읽었었는데 ㅎ 그라네로 말에 동의합니다 일종의 통과의례 같은 책이었죠.
-
강민경 2012.08.10책을 항상 끼고 살던데.............
-
DK7 2012.08.10굿
-
Los Merengues 2012.08.10오호. 좋은 번역 감사드립니다
-
호외칼 2012.08.10역시 그랑이
-
파티락 2012.08.14언제나 번역에 감사드려요 ;_; 이번 번역 길기도 하고 내용도 축구선수 인터뷰 같지가 않아서 힘드셨을 것 같아요! 사랑합니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