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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útbol

낭만이 깃든 공놀이

가을 2022.05.29 19:30:42 · 786 views
나이를 먹다 보니 왜 몇몇 팬 분들이 그토록 필드 위의 로맨티스트를 그리워하는 지 알겠더군요.

나이를 먹을 수록 주변의 많은 것들이 급격하게 변하고, 철저한 계산 하에 움직이기 시작하니 그 ‘낭만 없음’에 대한 아쉬움을 그라운드 위의 선수들과 좋아하는 팀으로부터 치유받고자 하는 맘이 생깁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시즌은 정말 놀랍고 고맙습니다.

원클럽맨과 같은 로맨티스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올 시즌 레알마드리드의 챔피언스 리그에는 낭만이 깃들어 있습니다.

팬으로서의 기대를 정말 많이 접어둔 상태에서 맞이한 시즌인데, 당시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할 마법과도 같은 결과를 선물받았습니다.

올 시즌 레알 마드리드의 챔피언스 리그 매 경기를 표현하는 어구에는 ‘마법’이라는 단어가 많이 함께해 왔고 결국 ‘마법같은 밤’이라는 구절로 결승전에 방점을 찍어 마무리했네요.

그 마법이라는 단어가 왜이리 붙었을까 라고 생각해보면, 기대하지 않았고, 열세에 놓여져 있는 것 같았고, 객관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이 꽤나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봅니다.

물론 올 시즌 우리 선수단의 기량은 뛰어났죠, 에너지 레벨이야 전성기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다지만, 월드클래스 선수들이 아니고서야 이 팀에서 뛰고 있을 수가 없을테니까요. (몇몇은 .. 제외하겠습니다.)

다만 그들의 기량에는 의심의 여지가 크지 않지만, 만약 ‘그들의 기량이 PSG, 첼시, 맨시티를 상대로 지고 있는 상태에서 모두 역전하고, 90분 91분에 두골을 몰아쳐 연장을 가게 할 정도의 기량이었는가?’ 라는 물음을 받는다면,

저는 ‘아니오. 정말 기대도 안했습니다.’라고 대답할 것 같습니다.

극상성에 가까워 보이는 전술, 시스테미컬하게 짜여진 숨막히는 전방 압박, 찍어눌리기 딱 좋은 에너지 레벨, 폭발적인 개인기량을 가지고 짐승같이 달려드는 공격진들..

이것들을 모두 역전으로 물리쳐내고 빅이어를 들어올릴 수 있었던 이유 중에 이론적으로 잘 설명이 되지 않는 것들도 많았기 때문에 ‘마법’이라는 단어를 계속 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전 무엇보다 우리 팀이 언더독으로 인식되는 것이 슬펐지만, 이렇게 악으로 깡으로 가는 위닝 멘탈리티를 품게 된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반갑습니다.

어제 경기를 지인들과 함께 레매 정모에 참가하여 보았는데, 후반전에 아무리 레알 마드리드가 경기를 전반전에 비해 잘 풀어나가고 있다한들 저는 팬심이 너무 크다보니 리버풀의 공격전개, 코너킥, 크로스 하나하나에 울부짖고 무서워했던 것 같습니다.

헌데 함께 있던 친구가 말하더군요,
‘야, 이건 절대 안지겠다. 쟤네 봐. 무슨 신이 들려있네.’

팬이 아닌 제 3자의 시선엔 마드리드 수비진과 쿠르투아가 이미 결과를 단정 지을 수 있을 만큼 단단하고 절대 무너질 것 같지 않은 철옹성처럼 보였나 봅니다.

결과를 알고 다시 보는 경기 속에 쿠르투아는 뭐에 들린 것마냥 선방쇼를 해대고, 수비진은 두들겨 맞는 와중에도 한치 허술함을 보여주지 않고 있었습니다.

올 시즌, 우리 선수단과 감독님이 시원시원하고 매우 잘 짜여진 시스템을 바탕으로 공을 찼는지는 모르겠으나.. 하나 분명한건 ‘그래 이거지..’ 하게 만드는 근본과 정신력을 보여줬습니다.

많은 타팀팬들이 객관적인 전력이 어떻고, 전술이 어쩌고..하며 레알마드리드를 언더독으로 평가했지만 ..

아 그래서 뭐 어쩌라고 ㅋㅋㅋ 알아서 하겠다잖아 ㅋㅋㅋㅋ

HALA MADRID!!!!!!!!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마법과도 같은 기적이었기에 다음 시즌은 귀신 같이 이번 시즌과 다르게 많은 문제점이 터질 수도 있겠으나 저는 뭐 낭만을 쫓겠습니다. 너무 계산하고 파악하고 정리하는 것도 때론 지치니까요.

레매 분들도 저도 가끔은 잠시 내려놓고 배 째보기도 하고 그랬으면 좋겠네요. 행복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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