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울 반추
라울 글에 댓글을 달다보니 길어져서 새로 파서 씁니다.
1.
상대적으로 평범한 피지컬. 주력이 느린 것은 아니나 그렇다고 해서 빠른 것 역시 아니었습니다. 기술이 좋으나 발에 딱 달라붙는 정도는 아니고. 드리블로 누굴 제칠 수 있을 정도의 드리블 스킬을 가졌던 것도 아니고. 온더볼에서 크랙처럼 느껴지지는 않았던 선수. 하지만 라울의 진가를 알고 모르고가 어느 정도 축잘알이라고 평가 받을 수 있었던 그런 부분이 있었죠. 퍼기를 비롯한 유명 인사들이 괜히 칭찬했던 것은 아니고.
2.
일단 특출났던 것은 왼발과 슈팅기술. 왼발은 정확도와 파워를 겸비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오른발 슛을 못하는 의족은 아니었죠. 게다가 골잡이들 특유의 골을 잡아내는 오프더볼 무브와 아크로바틱한 움직임으로 골문을 노리는 것 역시 가능했고. 그리고 특유의 칩슛은 말할 것도 없고.
기본이 매우 좋았던 선수. 아군이 고립되지 않게 계속해서 움직여주며 볼을 받아주었습니다. 동료 공격수가 공격하기 쉽게 더미 움직임을 잘 가져가 주었고, 미드필더들이 패스를 줄 수 있게 내려와 받아주고 내주는 움직임이 발군이었죠. 활동량도 많았고, 갈락티코 중에 거의 유일하게 수비가담을 잘하고 전방압박을 잘해주었던 선수란 평도 있었고.
온더볼이 좋지 않았(동료에 비해 상대적으로...호돈, 지단)던 것에 비해 볼을 잘 뺏기지 않았던 것은 볼을 끌지 않고, 시야가 좋아 미리 주변의 공간을 확보하고 동료에게 잘 내주었기 때문이죠. 지단의 말 한마디가 생각나요. 축구를 편하게 하게 해준다고.
3.
뭐 실력이 없는 선수가 갈락티코들이 즐비한 가운데에서 단순히 스페니쉬란 이유로 텃세부리며 남아 있지는 못했을 거에요. 헌신이라는 말은 자칫 이 선수 특유의 천재성이나 실력을 폄하하게 되서 꺼려지지만, 그만큼 운동장 안에서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뛰었고 팀에 대한 로열티가 남달랐기에 마드리디스타들이 사랑할수밖에 없었죠. 후아니토나 부르라게뇨가 있었지만 레알의 경우 10번이 아니라 7번이 팀의 최고 선수이자 에이스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것은 라울의 공헌이 지대하지 않을까.
4.
사실상 레알이란 축구팀을 다시 태어나게 만들고 꼭대기에 자리잡게 한 디스테파노, 메시와 자웅을 겨루며 팀을 21세기 최고의 팀에 자리잡게 해준 호날두와 더불어, 오랜 챔스 가뭄 끝에서 레알을 다시금 세계 최고의 팀으로 끌어올려 라데시마 이상을 향해 나아가게 할 수 있게 만들었던 원조 챔피언스리그의 사나이로 레알의 TOP3로 평가받기에 여러모로 손색이 없는 선수라 생각합니다. 실력으로야 레알의 긴 역사에서 이 친구를 능가하는 친구가 여럿있을지언정, 이 친구보다 위대하다 할 수 있는 친구가 많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네요.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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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의레알 08.27라울의 전성기인 99-00까지를 보지는 못했지만 라울의 장점은 1. 축구 지능이 높다, 2. 슈팅 기술이 좋다, 3. 부지런하다, 4. 워크 에식이 좋다, 5. 오프더볼이 좋다. 6. 챔스에 강하다. 이 정도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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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마요 08.27@백의의레알 글쳐. 참 저 축구지능이란게 무시할수 없는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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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08.27약간 다른 맥락..? 일 수도 있기는 한데.. 최근에 앙리가 한 인터뷰를 보면서 꽤나 공감을 했던 기억이 있네요. \'사람들이 아크로바틱한 득점, 화려한 드리블에만 열광하고 수십야드 떨어진 선수에게 정확한 패스를 보내는 플레이는 몰라줄 때 정말 화가 난다.\' 고 하더군요.. ㅋㅋㅋ 과격한 워딩이 있긴 해도 어떤 부분을 말하고자 하는 지가 와닿았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의 반응은 \'앙리가 옛날 사람이다. 지금은 팬들의 수준도 많이 올라와서 다들 그런 플레이의 진가를 알고 있다.\'가 다수더라구요? ㅎㅎ
물론 화려한 득점 말고도 최장거리 패스, 유려한 탈압박 등은 이젠 인정을 받는 시대가 왔죠. 하지만 제 생각엔 그것 또한 충분히 비저블한 요소들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여전히 비저블한 슈팅, 패스, 드리블, 탈압박에 열광하고 팀 스포츠인 축구에서 아군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모든 요소들은 여전히 이목을 끌기 쉽지 않죠..
호날두, 모드리치, 크로스 같은 선수들보다 라울이 왜 대단한 선수인지를 설명할 때 말이 길어져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습니다.. ㅎㅎ
기본적으로 패스앤무브와 더미플레이로 아군의 스페이스를 열어준다는게 경기를 얼마나 잘 풀어가는 건지.. 축구를 보다 보면, 하다 보면 이게 얼마나 매순간 쉬지 않고 머리를 굴리고 똑똑하게 플레이하고 움직여야 하는지 알게 되니까요..
토마스 뮐러도 후대에는 어떻게 평가될지 모르나,, 라울과 비슷한 고충을 겪지 않을까.. ㅎㅎ 그를 설명하기 위해선 다소 얘기가 길어진다는..
가진 툴은 라울이 훨씬 더 많았다고 생각해요. 다만 축구지능 만큼은 압도하겠죠 뮐러가 특히 상대 골문에 가까운 위치에서는 더욱더..
무튼 결론적으로, \'축구지능\'이라는 워딩하나로 퉁치려는 생각도 없을만큼 좋은 선수였는데 몇몇 이들이 원하는 임팩트가 있는 선수가 아니라는 점에서 가끔 들러리 취급을 받는다는게 안타깝긴하네요..
팀에 대한 헌신과 리더십.. 이것만으로도 라울의 브랜드는 끝장나는데.. ㅎㅎ -
subdirectory_arrow_right 마요 08.27@가을 말씀하신 내용에 거진 동의합니다. 축구의 저 보이지않는 공헌이 계량화 되는 날이 올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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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태 08.27저는 컴패리즌으로 그리즈만을 꼽고 싶은데요
주발과 신체조건 메인포지션이 거의 같고 그에 따른 플레이 양상도 유사하고 장단도 공유하는 지점이 꽤 있죠
다만 커리어 중후반부에 킥과 템포 리딩에 눈을 뜨면서 팀의 메인 플레이메이커로 진화했던 그리즈만에 비해 라울은 그 경지에 다다르진 못했죠. 순간순간 개입해서 상황을 풀어주는 센스 자체는 라울도 탁월하긴 했습니다만은
스코어러로서 타고난 자질이나 프라임의 고점은 라울이 조금 더 낫지 않나 싶기는 한데 국대도 그렇고 커리어의 마무리는 그리즈만쪽이 더 좋은 그림으로 마무리하게 될 것 같아서 살짝 씁쓸한 감은 있네요. 플레이 성향 상 팀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선수였는데 커리어 중반부 이후론 운이 잘 안따른 느낌 -
subdirectory_arrow_right 마요 08.27@온태 현역시절엔 델피에로나 베르기랑 많이 비교되었는데 말씀하신대로 그리즈만이 비슷하긴 하네요.
막 문단으 말씀엔 백프로 공감이 됩니다. 초창기커리어가 너무 좋았었던것을 균형이라도 잡듯 중반이후에는 클럽에서도 국대에서도 운이 안따랐죠. 2000년대 초중반 스페인 국대의 실패를 라울 때문이라고 책임을 돌리는 말들을 보면 아직도 울분이... -
subdirectory_arrow_right 라그 08.28@온태 뭐 그래도 그리즈만 클럽 커리어 운이 너무 없고 라울은 레알의 상징성이라는 부분에서 가산점도 받고 마무리야 어쩔 수 없다하더라도 라울이 더 고평가 받을거에요... 카바니 > 라울 같은 괴이쩍은 불상사만 없다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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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ozola 08.2898월드컵 나이지리아전의 발리슛으로 팬이되고. 샬케로 떠날때 참 슬펐습니다.
지금에와서는 평가가 떨어지고 감독으로 라재앙이라 비난하는 사람들도있지만, 암흑기 거친 시기를 본 레알팬분들에게는 레알역사상 최고의 실력을 가진 선수는 아닐지라도 레알 역사상 최고의 레전드로 꼽히는 선수라는거에 부정은 못할거라고 생각됩니다. -
subdirectory_arrow_right 마요 08.28@Aozola 팀마다 그러한 선수가 하나씩은 있고, 우리는 그것이 라울인거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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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캡틴라울 08.29@Aozola 큰 경기의 사나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큰 경기에 강했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근성 투지 ..정말 마드리드의 제왕 그 자체였죠...(포국에서 골 디립다 잘 넣는 애가 오기 전에;;)
라울의 칩샷은 진짜 다시봐도 아름다워요....
진짜 Aozola님 말씀처럼, 역사상 최고의 선수라 뽑히진 않더라도,
역사상 최고의 레전드로는 꼽힐 수 있는 선수
(예전에 도요타컵 바스코다가마 전 에서, 롱 패스를 받아서 키퍼를 제치고 골을 넣는거 보고 반해서 선수와 팀에게 빠졌고.. 저도 라울 떠날때 가슴이 먹먹하던...) -
백의의레알 08.29*실력보다는 상징성에서 점수가 더 높다고 봅니다. 아, 그렇다고 실력을 무시하는 게 아닙니다. 클럽의 상징이 되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죠. 비록 원클럽맨이 되지는 못했지만 뭐 제라드나 람파드, 스콜스, 긱스, 토티, 말디니, 사네티, 델 피에로, 부폰 같은 선수는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되기 힘들잖아요. 호날두가 라울보다 훨씬 잘해도 상징성은 라울이 더 위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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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마요 09.03@백의의레알 글쵸. 레알 7번의 상징.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