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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피카수요일 5시

24-25 시즌 442에 대한 긴 이야기와 안첼로티의 변명.

마요 2025.04.25 11:19 조회 4,896 추천 12

1. 23-24를 돌아보자.

23-24 시즌은 기적이었습니다. 지난 10년간 팀 공격의 축이었던 벤제마가 떠난 상태에서 그를 대체하라고 안첼로티에게 쥐어진 건 호셀루. 이걸로 시즌을 잘 보내라는 것은 농담치고도 질이 나쁜 수준이었겠죠. 아 이렇게 까지 해도 지원이 이모양이구나. 그냥 다 내던지고 브라질로 튀튀할까? 하는 생각을 좀 했을 겁니다.

그래도 안첼로티에게 운이 다한게 아니었는지, 벨링엄이 나타났습니다. 카카를 발견했을때만치의 충격은 아니더라도 그에 버금가는 충격이 안첼로티를 휩싸안았습니다. 얘를 어떻게 굴리면 시즌을 날 수 있겠다 하는 계산이 섰을 거에요. 뭐, 안되면 관두면 되지 라는 벼랑 끝에서, 라스트 댄스를 하는 크로스가 빌드업의 마지막을 버텨주고, 벨링엄을 축으로 비니시우스가 빛났으며, 호드리구의 기적에 버금가는 호셀루의 기적을 바탕으로 더블이라는 놀라운 업적을 이뤄냈습니다.

2. 그러고 나서 24-25에게 안첼로티에게 쥐어진 것

안첼로티에게 쥐어진 것은 크로스의 은퇴와 호셀루의 이탈, 그리고 음바페와 엔드릭이었습니다. 빌드업 플레이어 영입에 대한 말이 나오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건 일시적이었고 안첼로티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걸 강하게 문제삼지는 않았습니다. 표면적으로나마 발베르데-벨링엄-추아메니-카마빙가라는 4명의 미드필더가 건재했고, 아직 모드리치와 세바요스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팀 전체가 음바페의 도래에 대한 축하로 들 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안첼로티에게 가장 큰 고민은 음바페의 도래로 인해 공격진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일 것을 거에요.

애써 무시하고 외면하거나, 긍정회로를 돌렸지만 사실상 좌윙포가 최적 포지션인 2명을 어떻게든 조화시키라는 것은 꽤나 불합리한 요구였습니다. 애시당초 밸런스 성애자인 감독들은 이 영입자체를 반기질 않았을거에요. 안첼로티도 감독으로 뼈가 굵은지가 30년, 이게 밸런스상 문제가 안생길거라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을 겁니다. 쓰리톱을 쓸지, 투톱을 쓸지 부터해서 누굴 보다 주 공격수로 둘지 역시 쉽지 않은 문제였을 겁니다. 비니시우스는 안첼로티 2기의 페르소나이자 명줄로 음바페가 이적을 미적거리는 사이 그의 위치를 넘볼 정도로 성장해 버렸죠. 게다가 벨링엄은?...

3. 치명적인 수비붕괴

시즌이 시작됐습니다. 크로스의 은퇴는 서서히 팀을 아래로 잡아 끌고 있었지만, 그래도 버티고는 있었습니다. 적어도 포백라인은 표면적으로나마 건재했거든요. 하지만 그건 길지 않았습니다. 시즌 시작 후 2달만에 밀리탕과 카르바할이 부상당해버렸거든요.

일단 밀리탕은 빌드업에 특화된 센터백은 아니지만, 공을 다루는 것 자체를 바란마냥 두려워하는 플레이어는 아니었습니다. 그러한 밀리탕의 이탈은 팀에 커다란 상처를 남길수밖에 없었습니다. 포백라인이 근본부터 흔들리기 시작한거죠. 게다가 빌드업을 개인의 역량에 기대는 안첼로티 전술의 특성상, 카르바할의 부상은 상처에 소금을 냅다 들이부은 격이었습니다. 왼쪽은 돌덩이 멘디에게 아예 빌드업을 기대할 수 없었기에 애써 무시했고, 프란은 불안했습니다. 그나마 오른쪽 깽깽이로 버티고 있었는데 이제는 그 기예조차 부릴 수가 없게 된거였죠.

4. 카르바할 이야기

카르바할을 잘 뜯어보면 좀 이상합니다. 되게 빠르지도 않아요. 공을 놀랍게 잘 다루지도 않습니다. 크로스를 아놀드마냥 올리는 것도 아니에요. 하지만 2010년 이후 최고의 우풀백을 뽑으라면 반드시 3손가락 안에 놓아야만 하는, 우리가 영입할 아놀드보다 한티어 높은 자리에 있는 선수입니다.

장점은 전술적 소화능력이 좋고 다 할 줄 안다는 거죠. 공을 돌릴 줄 알고, 정확한 타이밍에 전진 할 줄을 알며, 특히 우측 윙포와 티키타카를 하며 방향에 구애받지 않으며 전진하고 찬스를 만들 줄 안다는 겁니다. 이는 스페인 국대에서 야말과의 호흡을 통해 충분히 증명이 된 것이죠. 발베르데조차 이는 할 수 없는 거에요. 신체적 특징에 기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키가 작은 선수일수록, 기술이 좋고, 양발을 다 잘 쓰는 선수일수록 방향에 구애 받지 않고 전진이 가능합니다. 발베르데는 키가 있고, 누구보다도 빠르고 강력하며, 좋은 킥을 하는선수지만 좁은 공간에서 티키타카를 하며 전진하고 그러는 선수가 아니에요. 본인의 역량 자체가 그쪽으로 배분되지 않았습니다. 

5. 안첼로티에게는 불가피한 442로의 전환

결국 포백라인이 사실상 뤼디거 외 각기 크고 작은 하자가 있는 선수들로 구성되었고,  안첼로티는 그토록 꺼려하던 유스콜업을 할수밖에 없었습니다. 안첼로티는 여담이지만 라센쇼에게 큰 절을 해야만 할거에요. 그나마 라센쇼와 뤼디거가 버텨주었기에 팀이 어느정도 팀으로 기능을 했으니까요. 보드진의 제때 영입을 해주지 않는 것에 대한 작은 항명과 책임 회피용으로 유스 기용을 꺼려하는 안첼로티를 보고 이걸 작은 반항이라고 해야할지 아니면 노인네의 꼬장이라고 해야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양쪽 풀백에 하자가 생긴 상황에서 계속되는 실점은 안첼로티의 신경을 계속 건드렸습니다. 강팀 전에서의 승리는 결국 수비에서 결정된다는 것을 밀란 출신 이탈리아 감독이 모를 수가 없죠. 결국 안첼로티는 수비 강화를 위해 442를 쓰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다른 감독은 몰라도 안첼로티에게는 이게 최선이었죠. 더불어 공격의 축을 확실히 음-비에게 모는 것으로 정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여기서 벨링엄과 호드리구가 어느정도 희생하는 것으로 정리가 되어 버린거죠.

미드필더에 충분한 인원이 있었다면 아마 우측 미드필더를 발베르데로 구성하는 것이 안첼로티에게 최선이었을테지만 카마빙가의 부상이탈이 잦았고 추아메니는 센터백으로의 시프트가 잦았으며, 모드리치는 부진했고, 세바요스는 왔다갔다 했습니다. 귈레르는 윙이나 윙포워드에서 신뢰를 주지 못했고 브라힘 역시 선발 출장시에는 좋은 모습이 나오질 않았기에...

6. 호드리구와 벨링엄

우측 미드필더 호드리구, 좌측미드필더 벨링엄. 공격시에는 어느정도 자유를 가지고 전진해야 하지만 수비시에는 어떻게든 돌아와서 다시 대형을 유지해야 하는 플레이어들입니다. 12월부터 이 둘은 지속적으로 갈리기 시작합니다. 호드리구는 올시즌만 햄스트링 부상을 2번당했던 전력이 있고, 벨링엄은 만성적인 어깨 통증이 있죠.

꼬마전 이후 오랫동안 득점포가 침묵하고 있는 호드리구가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봅니다. 경기 내적 퍼포먼스가 되게 구린 것은 아닌데(제 개인적 생각에), 그렇다고 해서 퍼포먼스가 훌륭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버티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만 보여요. 스탯을 뽑아내주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understat에서 호드리구와 사카를 동포지션 비교를 해보고, 90분 당 스탯을 비교해보면 그냥 압살입니다. 호드리구는 사카의 발 정도 수준밖에 안돼요. 하지만 호드리구를 LW, LF, LWF로 놓고 사카나 비니시우스랑 비교해 보면 그 이상의 수치를 보여줍니다. 얜 적절하지 않은 위치에서 적절하지 못한 전술하에 적절하지 못하게 굴려지고 있다는 걸 좀 감안해줬으면 해요. 그나마 RWF로 굴려지면 모르겠거니와 지금은 안첼로티도 공언했듯 442의 우윙이잖아요. 게다가 호드리구가 '바스케스'를 달고 뛰고 있다는 건 왜 고려되지 않는 건지. 멘디는 수비라도 잘하지. 여튼 이러한 까닭에 전술적으로 슈팅할 기회나 상대 박스 근처에서 드리블할 기회가 후반기 들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벨링엄. 벨링엄도 지난시즌에 비해 공격 비중이 줄었습니다. 축이 음-비로 옮겨갔고 벨링엄에겐 수비가담 임무가 보다 강하게 부여됩니다. 벨링엄이 특기할만한  것은 이 와중에도 계속해서 공격 포인트를 뽑아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냥 온몸을 갈아 넣고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벨링엄의 맨시티와의 경기 후 인터뷰는 꽤 재밌습니다.

"하나 언급하고 싶은 건 호드리구가 가장 희생을 많이 한다는 점이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포지션은 왼쪽 측면인 것이 분명하지만, 오른쪽에서 수비적으로 팀을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표면적으로는 호드리구를 칭찬한 것으로 보이지만(뭐 그런 의미도 있긴 하겠죠), 사실 저 호드리구라는 말을 벨링엄으로 바꿔놓으면 딱 맞습니다.

"하나 언급하고 싶은 건 벨링엄이 가장 희생을 많이 한다는 점이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포지션이 왼쪽 측면이 아닌것은 분명하지만, 왼쪽에서 수비적으로 팀을 위해 많은 일을 하고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가제는 개편, 동병상련...아스날 전 이후 팀의 주요 선수가 운영진에게 팀의 전술을 비판했다는데 전 그게 벨링엄이었을 거라는 것에 만원 정도는 걸 수 있습니다.

7. 결론

크로스의 공백을 버텨내지 못한 것이 1차원인이겠지만(왜 수비멘디 얘기가 나오겠습니까마는), 밀리탕과 카르바할의 이탈이 팀의 부진에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었다고 봅니다. (그리고 운영진이 이에 전혀 반응하지 않았기에 현지에선 운영진 책임을 크게 묻는 거겠죠), 이에 선수들이 전면적으로 시프트 되었죠. 포지션과 역할이 변경되었고 갈렸습니다. 음바페와 비니는 여전히 본인들이 1+1이 최소 2를 넘는다는 것을 증명해주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몇번 이야기했지만 안첼로티에게 적절한 영입이 주어졌더라면, 보다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고, 최소한 안첼로티는 항변을 할만한 부분이 있어 보입니다. 물론 모든 걸 디폴트로 놓고 봤을 때, 이러한 선수 구성에서 이 정도 경기력과 전술을 보여주는게 최선인지에 대한 물음이 안첼로티에게 주어졌고 그 물음을 안첼로티가 회피할 수는 없을테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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