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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진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안첼로티 회의론이 나오는 이유

마요 2025.04.18 10:38 조회 4,042 추천 9

1.

안첼로티의 전술론이란 글을 보면 안첼로티가 팀의 구성과 상황에 따라 점유를 하는 전술 또는 역습 전술을 선택하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지만, 제가 그간 봐온 안첼로티가 가장 잘하고 주무기로 삼는 전술은 '견뎌내고 카운터'에요. 실점 부담이 적은데다가 공격진만 양질의 선수로 구성되어 있으면 승리를 따내기가 가장 용이하죠. 강팀 상대로 유용하고. 물론 14-15전반기에는 점유와 카운터가 자유자재로 행해지는 아름다운 전술이 일순간 펼쳐졌지만 그건 모드리치-크로스-하메스-이스코라는 공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미드필더들이 순간적으로 최고점에서 조화를 이뤘기 때문이고.

안첼로티 2기의 경우에는 더욱더 노골적이죠. 지난 4년간 2번의 챔스 우승을 기록했지만 여기서 우리가 강팀을 상대로 경기력적으로 상대를 짓누르며 올라간 적이 사실상 거의 없죠. 늘 '기적'이라는 수사가 따라 붙는. 기적이라는 것은 한마디로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이겨냈다는 거죠. 심지어 지난 시즌 챔스 결승에서도 돌문 공격수가 아주 조금만 더 침착했더라면 20몇년만의 챔스 트로피가 도르트문트에게 향했을 거라 봅니다.

견뎌내고 카운터. 이를 위해서는 2가지 정도가 필요해요. 

a. 견뎌낼 것 - 좋은 수비

b. 카운터 - 빠르게 전방으로 공을 건낼 것

지난시즌에 비해서 음바페라는 강력하고 빠른 세계적인 공격수가 생겼고, 그가 이적 첫시즌 호날두를 상회할지도 모르는 득점력을 뽐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팀은 지난시즌보다도 경기력이 하회했어요.

즉 좋은 수비가 안되고 있다는 것이고, 빠르게 전방으로 공이 연결되지 않는 다는 거죠. 좋은 수비가 안된다는 것은 센터백-풀백의 잔혹사에 기인하죠. 이는 보드진의 문제가 대단히 크다 봅니다. 안첼로티가 지난 4년간 영입 요청을 한 것이 3-4번 정도로 보이는데 한번이 케인같은 9번, 다른 한번이 센터백, 다른한번이 풀백이에요. 이걸 보드진은 모조리 묵살했죠.

빠르게 전방으로 공이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적어도 안첼로티 전술하에서는) 토니 크로스의 부재에 기인해요. 빈곳으로 움직여주며 빌드업시 공을 쥐고 있는 선수가 고립되지 않게 공을 받아주고, 동시에 상대의 압박을 피해서 경기장을 입체적으로 내다보며  전방향으로 공격을 전개할 수 있는 빌드업에 특화된 플레이어. 퍼거슨이 괜히 스콜스를 복귀시켰던게 아니죠. 그만큼 드문자원이고 중요한 자원. 안첼로티의 단조로우면서도 허술한 탈압박 빌드업 전개의 문제를 크로스가 모조리 책임져 줬어요. 선수들조차 공을 돌릴때에는 무조건 일단 크로스에게 볼을 넘겨주는게 습관화되었고. 이걸 전술적으로 극복해 낼 아이디어는 이제 감독직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있는 안첼로티에게는 없었던 거죠.

2.

그럼 이렇게 말하는게 될 수 있어요. 그럼 보드진이 제대로 된 포지션에 안첼로티가 원하는 영입좀 해주고 그랬으면 올시즌의 이런 참사는 없었을거 아냐. 보드진 문제네. 어 사실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보드진의 영입방침은 분명 감독과 어긋난 부분이 많았고 책임도 커요.

그런데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어차피 지난 4년간의 구성 속에서도 우리는 경기력이 이모양 이꼴이었어요. 결과의 장막을 걷고 과정을 살펴보면서 근본적인 의문을 던져보는 거죠.

그건 그렇다 치고, 우리 언제까지 새벽에 일어나서 이런 축구를 보고 있어야 하는 거야?

탈압박 빌드업이 안돼서 중상위권 이상 아니 심지어 하위권팀이라도 강력하게 압박을 걸면 허둥대다가 골키퍼가 뻥뻥 공을 날리는 축구. 점유를 하지 못해서 늘 상대에게 볼을 내주고 공격을 허용하다가 쿠르트아나 루닌의 선방에 기대고 기도하는 수동적 축구. 전방압박과 역압박구조 하나 짜주지 못해서 음바페 비니시우스는 좀 뛰다가 포기하고 양 윙의 호드리구와 벨링엄은 셔틀런 하는 축구.  선수들에게 전술적 아이디어와 플랜을 제시하지 못하고 헌신과 집중력만을 요구하는 구식-고식적인 동기부여만으로 승부보기. 베테랑과 주전을 중요시하다 못해 너무 강조한 나머지 어떤 친구는 프로 1군으로서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십수경기 보여줘도 중용되고, 유스들은 약간의 가능성을 보인다 할지라도 사소한 실수하나로 인해 영구에 가깝게 배제되는 축구는 이제 그만 보자는 거죠.

3.

감사해요. 지난 4년을 자르면 안첼로티 보다 훌륭한 업적을 거둔 감독은 전세계에 아무도 없다 생각합니다. 정말 정말 진심으로 감사해요. 전 지단보다도 안첼로티를 좋아했어요. 레매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도 페레스가 1기 안첼로티를 잘랐을때 이건 말도 안된다며 그 분을 쏟아내는 글을 쓰기 위함이었고.

현대 레알에서 안첼로티보다 훌륭한 감독은 없을 겁니다. 챔스 3연패를 거둔 지단도 이에 미치지 못하다고 보는게 맞겠죠. 라데시마를 이뤄내고 레알을 2010년 이후 세계 최정상의 팀으로 자리매김하게 한 1등 공신 중 한명이죠. 

그저, 이제 때가 되었다 봅니다. 작별이 필요한 시기가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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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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