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진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안첼로티 회의론이 나오는 이유
1.
안첼로티의 전술론이란 글을 보면 안첼로티가 팀의 구성과 상황에 따라 점유를 하는 전술 또는 역습 전술을 선택하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지만, 제가 그간 봐온 안첼로티가 가장 잘하고 주무기로 삼는 전술은 '견뎌내고 카운터'에요. 실점 부담이 적은데다가 공격진만 양질의 선수로 구성되어 있으면 승리를 따내기가 가장 용이하죠. 강팀 상대로 유용하고. 물론 14-15전반기에는 점유와 카운터가 자유자재로 행해지는 아름다운 전술이 일순간 펼쳐졌지만 그건 모드리치-크로스-하메스-이스코라는 공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미드필더들이 순간적으로 최고점에서 조화를 이뤘기 때문이고.
안첼로티 2기의 경우에는 더욱더 노골적이죠. 지난 4년간 2번의 챔스 우승을 기록했지만 여기서 우리가 강팀을 상대로 경기력적으로 상대를 짓누르며 올라간 적이 사실상 거의 없죠. 늘 '기적'이라는 수사가 따라 붙는. 기적이라는 것은 한마디로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이겨냈다는 거죠. 심지어 지난 시즌 챔스 결승에서도 돌문 공격수가 아주 조금만 더 침착했더라면 20몇년만의 챔스 트로피가 도르트문트에게 향했을 거라 봅니다.
견뎌내고 카운터. 이를 위해서는 2가지 정도가 필요해요.
a. 견뎌낼 것 - 좋은 수비
b. 카운터 - 빠르게 전방으로 공을 건낼 것
지난시즌에 비해서 음바페라는 강력하고 빠른 세계적인 공격수가 생겼고, 그가 이적 첫시즌 호날두를 상회할지도 모르는 득점력을 뽐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팀은 지난시즌보다도 경기력이 하회했어요.
즉 좋은 수비가 안되고 있다는 것이고, 빠르게 전방으로 공이 연결되지 않는 다는 거죠. 좋은 수비가 안된다는 것은 센터백-풀백의 잔혹사에 기인하죠. 이는 보드진의 문제가 대단히 크다 봅니다. 안첼로티가 지난 4년간 영입 요청을 한 것이 3-4번 정도로 보이는데 한번이 케인같은 9번, 다른 한번이 센터백, 다른한번이 풀백이에요. 이걸 보드진은 모조리 묵살했죠.
빠르게 전방으로 공이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적어도 안첼로티 전술하에서는) 토니 크로스의 부재에 기인해요. 빈곳으로 움직여주며 빌드업시 공을 쥐고 있는 선수가 고립되지 않게 공을 받아주고, 동시에 상대의 압박을 피해서 경기장을 입체적으로 내다보며 전방향으로 공격을 전개할 수 있는 빌드업에 특화된 플레이어. 퍼거슨이 괜히 스콜스를 복귀시켰던게 아니죠. 그만큼 드문자원이고 중요한 자원. 안첼로티의 단조로우면서도 허술한 탈압박 빌드업 전개의 문제를 크로스가 모조리 책임져 줬어요. 선수들조차 공을 돌릴때에는 무조건 일단 크로스에게 볼을 넘겨주는게 습관화되었고. 이걸 전술적으로 극복해 낼 아이디어는 이제 감독직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있는 안첼로티에게는 없었던 거죠.
2.
그럼 이렇게 말하는게 될 수 있어요. 그럼 보드진이 제대로 된 포지션에 안첼로티가 원하는 영입좀 해주고 그랬으면 올시즌의 이런 참사는 없었을거 아냐. 보드진 문제네. 어 사실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보드진의 영입방침은 분명 감독과 어긋난 부분이 많았고 책임도 커요.
그런데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어차피 지난 4년간의 구성 속에서도 우리는 경기력이 이모양 이꼴이었어요. 결과의 장막을 걷고 과정을 살펴보면서 근본적인 의문을 던져보는 거죠.
그건 그렇다 치고, 우리 언제까지 새벽에 일어나서 이런 축구를 보고 있어야 하는 거야?
탈압박 빌드업이 안돼서 중상위권 이상 아니 심지어 하위권팀이라도 강력하게 압박을 걸면 허둥대다가 골키퍼가 뻥뻥 공을 날리는 축구. 점유를 하지 못해서 늘 상대에게 볼을 내주고 공격을 허용하다가 쿠르트아나 루닌의 선방에 기대고 기도하는 수동적 축구. 전방압박과 역압박구조 하나 짜주지 못해서 음바페 비니시우스는 좀 뛰다가 포기하고 양 윙의 호드리구와 벨링엄은 셔틀런 하는 축구. 선수들에게 전술적 아이디어와 플랜을 제시하지 못하고 헌신과 집중력만을 요구하는 구식-고식적인 동기부여만으로 승부보기. 베테랑과 주전을 중요시하다 못해 너무 강조한 나머지 어떤 친구는 프로 1군으로서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십수경기 보여줘도 중용되고, 유스들은 약간의 가능성을 보인다 할지라도 사소한 실수하나로 인해 영구에 가깝게 배제되는 축구는 이제 그만 보자는 거죠.
3.
감사해요. 지난 4년을 자르면 안첼로티 보다 훌륭한 업적을 거둔 감독은 전세계에 아무도 없다 생각합니다. 정말 정말 진심으로 감사해요. 전 지단보다도 안첼로티를 좋아했어요. 레매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도 페레스가 1기 안첼로티를 잘랐을때 이건 말도 안된다며 그 분을 쏟아내는 글을 쓰기 위함이었고.
현대 레알에서 안첼로티보다 훌륭한 감독은 없을 겁니다. 챔스 3연패를 거둔 지단도 이에 미치지 못하다고 보는게 맞겠죠. 라데시마를 이뤄내고 레알을 2010년 이후 세계 최정상의 팀으로 자리매김하게 한 1등 공신 중 한명이죠.
그저, 이제 때가 되었다 봅니다. 작별이 필요한 시기가 되었어요.
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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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 Iker 04.18제가 레알 마드리드를 응원한 이후 최고의 감독님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거와는 별개로 이제는 이별할 때가 왔다고도 체감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떠나든 그가 떠나는 날에는 그가 이뤄준 업적과 성과들에 무한한 경의를 표하며 박수 치며 보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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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마요 04.18@San Iker 웃으며 보내줘야죠.ㅎㅎ 거둬낸 성과를 보자면 정말 펩 못지 않은 감독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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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점왕 또레스 04.18근래 우리팀 경기 보는게 너무 힘들어서 깜빡했는데
새벽에 일어나서 축구를 보면서 가장 기적같은 순간들에 안첼로티 감독이 저희 감독으로 있었네요
너무 감사한 감독님이었네요
근데....이제 좀 이기든 지던 그만 쳐맞는 경기를 보고 싶긴합니다 -
subdirectory_arrow_right 마요 04.18@득점왕 또레스 시간대도 나쁜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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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Weeknd 04.18이제는 헤어져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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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마요 04.18@TheWeeknd 때가 무르익었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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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NBLANC 04.18이런 경기를 처음봤네요.
물론 이건 본선 경기고 그 때는 조별리그 경기였지만 듣도 보도 못한 셰리프한테 졌을때도 이런 느낌은 아니였네요. 아쉽게 기회를 못살리고 득점을 못해서 이길경기를 비기거나 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번 경기는 전혀 안타깝지도 억울하지도 아쉽지도 않았네요. 경기를 보는 내내 아스널 플레이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습니다. 그렇게 날카로운 공격이 오지도 않았고 그 시절 알레띠의 치를 떨 만큼의 수비조직도 아니였고. 그냥 우리가 이렇게 무색무취의 경기력을 보여준다는게 황망하더군요.
상대가 잘하거나 압도하거나 했으면 상대팀이지만 칭찬이라도 할텐데 이건 그런 생각도 안들고. 그냥 저런 팀도 못이길거면 여기 왜 있나 생각이 들었네요. -
subdirectory_arrow_right 마요 04.18@LEONBLANC 상대가 예년 시티만큼 놀라울 정도로 압살하는 것도 아니었고, 우리는 뭐 제대로 된 오픈 찬스 한번을 못만드니...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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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 로이스 04.18말씀처럼 안첼로티의 시간이 끝난거죠 저도 안첼로티에 대해서는 나쁜 말 하기가 참 어렵지만서도 현재의 스쿼드 구성과 안첼로티는 맞지 않다는걸 느끼고 있습니다 팀이 젊어졌지만 반대로 안첼로티가 쓰기에는 너무나도 젊은 팀 같아요 안첼로티에겐 차라리 조금 나이 들어도 베테랑급 선수가 있는게 나았을지도요... 계속 모드리치 카드를 놓지 못하는것도 그 중 하나였을거구요
이미 안첼로티와 끝날거 같은 징조는 라커룸에서도 얘기가 나오고 있죠 당장 쿠르투아와 벨링엄이 전술적 디테일에 대한 인터뷰를 대놓고 하기도 했었고 발롱도르 후보에 들어가는 저 대단한 선수들이 상대적 열세팀을 상대로 쪽도 못쓰고 탈락한다는거 자체가 자존심에 크게 스크레치가 났을테니깐요
저는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언젠가 한번은 당했어야할 혹은 필요한 패배였다고 생각합니다 결과우선주의 정책을 선호하는 페레즈 휘하의 보드진들은 충격을 받지 않으면 일을 하지 않는다는걸 오랫동안 느껴왔기 때문에 딱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강도의 충격을 안겨줌으로서 좀 더 건강한 미래를 위한 도모를 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셈이니깐요 (꼭 이렇게 소 잃고 외엉간 고치는거 같은 정책은 참 마음에 안들지만..) -
subdirectory_arrow_right 마요 04.18@마르코 로이스 건강한 미래가 되면 좋겠는데 혹여 또 베니테스 같은 애 데려오면서 시행착오를 겪을지도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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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5_Zidane 04.18레알의 선수비 후역습 전술은 무리뉴가 설계하고 안첼로티와 지단이 정교하게 다듬어서 엄청나게 성공을 거두었지만 이제는 좀 한계가 온 시점인 것 같네요. 어떤 분들은 선수 영입과 감독교체를 마치 완전히 다른 작업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은데 사실 이 둘은 같이 가는 개념이지 정반대의 작업은 아닙니다. 세얼간이한테 처참하게 발리고 무리뉴와 호날두를 영입했던 그 시점이 다시 우리팀에 찾아오게 되는 순간입니다. 무디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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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마요 04.18@No.5_Zidane 일단 감독이 바뀌어야 영입의 의미도 좀 달라지겠죠. 감독이 안바뀐다면 니코 파스 같은 애들 아예 쓸모 없겠지만 감독이 바뀌면 또 다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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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 04.18전 안감독의 감독 커리어 후반기에서 마지막 황혼기를 레알에서 보냈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언제고 놔줘야될 타이밍이 중요한 인물이라 생각해서 보드진이 그걸 결심할 결과가 있어줘야 놔줄거라 봤거든요. 그게 지금인거죠. 다음시즌도 안감독 안고 갈리는 전혀 없을거라 보고, 이제는 새로운 감독이 필요한 시점이에요. 전 저번 시즌과 다르게 안감독이 크로스가 빠진 체계에서 생각외로 무성의함이 보여서.. 감독으로서의 명이 다 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었거든요. 타팀의 영광은 솔직히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맨시티 트레블하고 그토록 스팟라이트 받고도 기억속의 사라져버리고 있는게 축구계죠.(리스펙은 있지만) 레알이 트레블이나 시대를 지배하는 축구를 한적도 없으면서도 축구 역사 최고의 명문인건 그걸 까먹기도전에 결과로 증명해낸 역사때문이라 봅니다. 타팀의 영광의 시대에 너무 초조해하지말고 다시 영광을 가져올 노력을 하면 됩니다. 그렇게 늘 쌓아온 시즌이 100년이 넘은거구요. 지금 모여든 재능들은 이대로 저물 재능들이 아니니 새 감독과의 시너지에 따라 전혀 다른 축구를 할거라 생각해요. 보드진의 행태는 맘에 안들지만 안감독과 결단 내는건 빠르게 처리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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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은새 04.18지난 시즌은 선수들과 안감독이 노력해서 보드진의 실책을 덮어주고 챔스 우승까지 일궈냈는데 올해의 안감독은 불과 1년 전과도 너무나도 달라진 모습에 좀 충격이었습니다. 지난 시즌까지의 안감독은 그래도 패배한 경기들을 바탕으로 변화되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줬는데 이번 시즌에는 그 변화도 미미하고 나중에는 아예 손을 놔버린 거 같다 생각할 수 밖에 없을 정도의 모습 같았습니다.
지난 시즌에도 비판 받을만한 모습이 많이 보이긴 했습니다만 결과를 이루어냈고 나름의 과정도 보여줬는데 이게 다 크로스 덕분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이번 시즌은 무력함은 참 너무할 정도네요. 이 모습에는 분명 보드진의 문제도 있긴 합니다만 적어도 올해 안감독의 잘못은 보드진과 다를 게 없다고 생각되네요 -
subdirectory_arrow_right 음음악악인인 04.18*@벗은새 저도 비슷한 의견입니다. 성의가 없어요. 뭘 해보겠다는 의지도 안보이구요. 킹준게갓만데도 뭘 해보려는데 잘 안됐을때 얘기고 그냥 난 연봉나온다 너넨 뺑이쳐라 이거로밖에 안보이니까 더 열받고 빨리 나가면 좋겠다 이생각뿐입니다. 솔직히 fm 1000시간했음 이거랑 뭐가 다른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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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nished 04.18크로스가 떠나면서 유통기한은 진작 지났고 소비기한만 남은 느낌이였는데 이제는 진짜 헤어져야 할 시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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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쿠루 04.19솔직히 안첼로티를 데려올 때의 느낌을 생각하면 소방수였습니다.
그 후로도 몇 년간 곧 떠날 소방수 느낌이었죠.
소방수 치고는, 아니 그냥 정식으로 각잡고 데려온 감독으로 봐도 너무나 많은 트로피를 들었지만 .. -
존조셸비 04.19지단은 1, 2기 합쳐도 코파 델 레이 우승이 하나도 없죠.
안첼로티는 그래도 1기에 한번
2기에 한번 합쳐서 두 번은 있죠. -
Verbal Jint 04.19*이 글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아서 수 년만에 추천 누르고 댓글 달아요
커리어 꾸준히 이어나가는 감독에게 못할 말일 수도 있지만, 경질이나 사임, 상호해지가 아니라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시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첼로티가 감독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것에 한계가 다다랐다고 봐서(본문 내용 그대로 현대축구 트렌드에 맞춰주기 힘든 전술 방식이기도 하고요), 레알 이후 새로운 팀을 맡게 되면 지금껏 쌓아온 위상도 다 무너질 결과를 갖지 않을까 하는 기우가 들거든요.
사실 에버튼 때 이미 이 과정에 들어섰지만, 레알을 맡으면서 서로의 궁합이 잘 맞아 회광반조한 거라 생각하기도 합니다.
이곳에서 은퇴한다면 다른 이별 수순과 다르게 모두의 환대를 받으면서 떠날 수도 있을 테고, 이후에도 좋은 역사와 기억으로 영원히 남을 수 있을 거 같거든요.
더 개인적인 바람은 코파 트로피 따면서 무관도 면하고 바르사 트레블도 저지하면서 진정 아름다운 이별을 하는 거고요
뭐 한때 레알 후속으로 브라질 감독 링크도 났고 그럴 가능성 적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막연한 바람이에요. -
노아피 04.19요즘 분위기가 분위기다 보니 라이브코멘터리보면 너무 원색적 비난만 쏟아지긴 하는데, 안첼로티를 옹호한다기보다 이런 담담한 작별의 필요성을 말하는 글을 보고싶었습니다. 레알에서의 안첼로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결코 그럼에도 안첼로티를 다음시즌까지 가야한다는 생각인건 아니라는걸 레알 팬 서로서로 끼리는 알아줬으면 좋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