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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피카수요일 5시

호드리구에 대한 긴 이야기

마요 2024.08.27 13:58 조회 8,030 추천 8

1. 장점

개인기

호드리구의 가장 큰 장점은 공을 잘 다룬다는 점이겠지요. 개인기 잘한다는 브라질리언들도 세밀하게 뜯어보면 다 조금씩 나뉘는데 호드리구는 정말 굉장히 공을 잘 다룹니다. 기본기가 좋아서 공을 받을때 좀처럼 몸에서 튀질 않죠. 이런 류로 공을 잘 다뤘던 레알 선수는 지단, 호돈, 벤제마, 잘 껴주면 이스코나 마르셀루(다 레알에서 유별나게 제가 애정했던 선수들;;;) 그리고 호드리구가 여기에 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드리블

그리고 공을 다루는 능력이 출중한데다가 + 상체움직임을 개인기에 녹여 낼 줄 알아서 유연하게 상대를 1대1로 돌파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상대의 타이밍을 뺏는 개인기가 아니라 상대의 무게 중심을 무너뜨리는 개인기. 바로 호돈과 지단 류의 개인기죠. 타이밍을 뺏는 것은 호날두나 스털링, 그리고 진화 이전의 비니시우스(요즘의 비니시우스는 무게중심을 낮추며 상체도 조금씩 이용하는 형태로 진화 중입니다 ㄷㄷㄷ). 이게 밀집 공간에서도 상대를 뚫고 나가는 것이 가능한 이유고.

킥과 기타

데드볼 키커를 맡을 수 있을 정도로 킥의 기본은 확실하고. 비니시우스만큼 폭발적이지는 못해도 그렇다고 해서 이스코마냥 느려가지고 상대를 뚫고 상대에게 따라잡히는 수준은 아니고.

또한 좋은 것은 연계가 되는 공격수라는 것. 단순히 상대를 뚫고 개인 플레이를 하는 것에 골몰하는 것이 아니라 드리블을 치는 와중에서도 패스나 크로스 각을 볼 줄 아는 플레이가 몸에 배어 있다는 것. 이것이 보조 공격수로서 좋게 기능할 수 있는 거고.

이를 통틀어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이 친구는 소위 말하는 '축구력'이 높은 플레이어라는 것. 드리블이 출중하나 무작정 들이 받질 않고, 최적의 위치에 동료가 있다면 지체없이 패스를 주고, 슛을 해야 할 때 슛을 하고. 필드 위에서 내리는 판단이 굉장히 높은 확률로 정합적이에요. 얘의 플레이가 실패로 돌아가는 것은 해선 안되는 무리한 플레이나 어처구니 없는 판단에서 빚어진다기 보다는 그냥 미스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거죠.

문제이자 한계는 이 모든 장점이 좌윙포 포지션에서 100프로 발휘된다는 것. 


2. 단점

스태미너가 초일류 선수들에 비해선 다소 부족한 점이 있습니다. 많은 롤을 맡고 있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서도 그럼에도 대략 75분 정도 이후로는 체력이 많이 저하되는 모습입니다. 체력의 저하는 결국 플레이의 미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죠. 이건 뭐 선천적인 거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

최근 1-2년 들어 보이는 단점은 포지셔닝+오프더볼의 문제인데, 본인의 포지션을 늘 공을 받으려는 자세로 가져가려고 해요. 무슨 말이고 하니 공격수들은, 특히 윙포 부터 공격수까지는, 공격이 진행될 때 다양한 형태의 더미플레이를 수행해줘야 해요. 본인이 공을 받고 싶어하는 마음은 알겠는데 그 와 동시에 상대의 수비의 시선을 잡아 끌고 공간을 넓히는 움직임을 유효하게 많이 가져가줘야 하는데, 이게 좀 뭐랄까 많이 아쉬워졌어요. 이게 9번으로서 적합하지 못했던 이유이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본인이 공이 안오는데도 드리블 치는 동료 주위에 우두커니 서있게 되는, 정말 잉여롭게 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해 버리는 거죠. 불성실하다기 보다는 시야나 생각이 본인이 공을 받아서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라는 측면에 좁혀져 있는거.


3. 아쉬운 점

사실 이 친구는 레알 마드리드에 와선 안됐던 친구라고 생각을 해요. 기본적으로 이 친구의 최적 포지션은 좌윙포 그리고 잘 봐주면 예의 델피에로나 베르캄프, 라울이 뛰었던 처진 공격수 역할일 거에요. 10번이라고 하기엔 미드필더성이 조금 떨어지고.

메시가 좌윙포라면 지금의 메시였을까요. 호날두가 우윙포라면 지금의 호날두였을까요. 최고의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서는 최적의 자리에서 뛰어야 해요. 그래도 될까말까한거. 호드리구가 레알에 온 건 레알에겐 거대한 축복이었지만요. 호드리구 개인은 비니시우스라는 선배 브라질리언이 좌윙포에서 입지를 구축하는 동안 계속 불안정한 상태였어요.

본인의 축구력도 발목을 잡은 케이스. 살아남기 위해 팀이 원하는 플레이를 하는것은 축구력이 높은 본인에게 어렵지 않은 일이었겠죠. 벤제마에게 밀어주고 비니시우스에게 밀어주고, 간간히 자기 플레이도 보여줄 수 있으면 좋고. 하지만 입지는 늘 불안했죠. 회장은 음바페에 미쳐있었고 엔드릭의 이적은 사실화되었고.

비니시우스랑 경쟁하며 그 자리를 뺏겠다는 건 현실적으로나 여러면에서 불가능했고. 아센시오와 경쟁하며 간신히 우측 윙의 주전자리를 구축해서 제대로 뛴 것은 꼴랑 1시즌. 최적합 포지션이 아님에도 간신히 1시즌간 몇가지 플레이를 몸에 녹여놨더니 9번공격수인 벤제마가 이적하고 본인은 우측 포워드라는 괴랄한 역할을 맡아서 또 여러가지 주문을 수행해야 했죠. 

단점에서 언급한 문제는 이러한 문제에서 비롯된 부분이 있다고 해요.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그 압박감이 이 친구의 역량을 보다 협소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고. 얼마전 미디어에 유출된 사건도 호드리구 내지는 호드리구 진영의 압박감과 조급함을 보여주는 거라 하겠죠. 자기도 음벨비에 넣어야 한다는 말이 얼마나 짜칩니까. 그냥 실력으로 보여주면 저절로 그렇게 될텐데.

비니시우스와 가장 차별된 점은 뭐랄까, 계속해서 들이받으면서 성장하고자 하는 의지. 욕을  먹고 벤제마에게 뒷담화를 들으면서도 비니시우스는 되는 플레이든 안되는 플레이든 실전에서 시도를 하면서 급성장해나갔어요. 반면, 호드리구는 살아남는데 급급했죠. 이건 성향의 차이기도 하고 입지의 차이기도 해서 마냥 욕하진 못하겠어요. 가장 발전해야 할 시기에 발전하지 못했다는 건 확실해요. 성장곡선의 그래프가 지나치게 완만해져버린거죠. 어쩌면 그렇게 발전하지 못했음에도 이정도라는 것이 대단한 것일 수도 있고.

비슷한 기대에서 출발했지만, 어느덧 한명은 차기 발롱도러가 되었고, 다른 한명은 이 팀에서 얘가 살아남을 수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을 받는 플레이어가 된 게 저는 많이 안타까워요. 애시당초 이는 호드리구 측의 결정에, 호드리구의 결정이 원인을 제공한 거에요. 호드리구는 보다 큰 선수가 되고자 했다면 이팀에 와선 안됐었던거에요. 비니시우스가 있었던.


4. 앞으로

뭐가 됐건 팀에서야 이 친구를 들고 있는 건 굉장히 좋은 거라고 봐요. 여차하면 비니시우스의 백업으로도 1인분이 가능하고. 강팀전에서 떨지 않는 능력은 입증되었고. 게다가 천적 중의 천적인 맨시티의 킬러이기도 하고.

게다가 주전 라인업 중에 1자리 정도는 호드리구 정도 되는? 선수가 차리하는게 팀의 긴장감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할 거에요. 애당초 음바페나 비니시우스가 이제 입지가 문제되는 플레이어가 아닌데 나머지 1자리도 철밥통이라면 누가 경쟁이고 뭐고 하겠습니까. 

반면, 호드리구 개인은 - 이미 다소 늦었다고 생각하지만 - 보다 높은 곳으로 가고 싶다면, 본인이 주전으로 제 포지션에서 뛸 수 있는 강팀을 알아보는 작업을 해야 할거라고 생각해요. 영어 공부도 좀 열심히 하고. 수많은 주전 중에 호드리구가 온갖 루머가 뜨는 이유는 이 친구의 입지가 불안하기 때문임과 동시에 분명 타팀에서 매력을 느낄만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맨시티 링크 같은 건 호드리구 측의 언플이라고 생각하지만요. 프리미어리그, 그리고 스페인 감독이 있는 팀...아스날 - 맨시티는 분명 생각해볼만한 선택지일 겁니다.

제일 좋은 건 우측이건 뭐건 공격진에서 자기의 역량을 100프로 다 보여줄 수 있는 상황이 되는 건데 그건 뭐...10프로 미만이라고 생각하는 편이긴 해요. 지금 처럼 안팎으로 입지가 흔들리는 상황에선 더더욱.

5.

우리 팀에 있는 동안은 아껴줬음 하는 바램이 있어요. 얘가 작년 후반기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여줬고 당장의  귈레르나 엔드릭의 가능성이 아무리 높다 할지라도 그간 챔스 토너먼트나 요소요소에서 보여준 것들을 생각하면, 이 친구의 역량이 주전자리를 당장 양보해야 할 정도로 우스운 수준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어려운 상황도 아니고요. 맞지 않는 옷, 맞지 않는 역할 여러가지를 고려한다 할지라도요.

아센시오 마냥 한계가 빤히 보인것도 아니고, 심지어 홈그로운에 로열티도 좋다는 평가를 듣는 선수가 경기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하고도 얘 빼고 다른 애 써보잔 소리가 나오면 조금 허탈하기도 하더라고요;; 실제 축구는 게임이 아니잖아요;;

늘 말하지만 고슴도치도 제 자식은 함함하다고 하고. 비판과 아쉬움이야 얼마든지 이야기할 법한데 우리가 앞장서서 우리 선수들을 지나치게 폄하하고 내리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마리아노쯤 되면 모르겠습니다아) 그러한 자학이 벤제마가 수아레스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듣는데 일조하고 있는걸 보면 많이 아쉽습니다.

모쪼록 하키미처럼, 테오처럼, 잃고 나서 그 소중함을 깨닫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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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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