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 레알과 9번 이야기
1.
얼마전 마르카 보도로 확인된 것은 벤제마의 이탈은 레알의 보드진이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었단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쿨하게 보내준건 레알 보드진 답다 보지만.
아무튼 위에 따르면 레알의 공격진 리빌딩 계획은 이와 같았다 보여집니다. 23-24는 벤제마-호셀루로 버티고, 24년도에 음바페-엔드릭 영입. 그렇게 되면 비닐-음바페-엔드릭-호드리구...질이나양이나 크게 부족함이 없죠. 혹시 부족하다 싶으면 대형 영입 보다는 귈러 같은 차세대 주자들 복권을 긁어 보는거고.
하지만 벤제마가 이탈한 상황에서 레알 보드진은 존버를 선택했습니다. 케인에 대해 관심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케인 영입의 이점 보다는 금액과 리스크를 보다 크다고 판단하고 한시즌은 걍 보내는 것을 선택한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당장 시즌을 보내야 하는 안첼로티. 벤제마가 나간 공격진을 어떻게 하느냐 고민 끝에 4미들을 구성하는 방안을 채택합니다. 질적으로 양적으로 풍부한 미드필더진을 모두 활용하는 것이 최선이다 판단한 거라 보이고, 공격진은 일단은 비니시우스-호드리구 투톱을 구상했습니다. 아무래도 백업 공격수로 영입된 호셀루에 대해 자신도 확신도 없는 상황이었을테니.
2.
프리롤에 가까운 공미를 두고 투톱을 돌리는 전략은 안첼로티만 구상했던 것은 아닙니다. 지단도 구상했고 성과를 거뒀던 이스코시프트. 우측의 베일이 사실상 전력외로 평가된 가운데, 공격의 질서를 만드는 벤제마, 그리고 천부적인 득점력을 소지한 호날두. 그리고 이스코의 프리롤로 상대를 공략했죠. 좌우측 풀백은 전성기를 구가하던 마르셀루와 카르바할, 중앙의 크카모. 특히 상대적으로 좌편향된 공격의 균형을 잡아준 건 우측의 카르바할의 보이지 않는 공헌이 있었음은 말할 것도 없고.
그때와 비교하자면 호날두-비니시우스(연초에 안첼로티가 비니시우스에게 호날두 같아야 한다고 주문한바 있죠), 벤제마-호드리구, 벨링엄-이스코...로 단순 대치가 될 겁니다. 아무래도 벨링엄이 아무리 날뛰어도 무게감이나 파괴력에서 다소 아쉽게 느껴질 수 밖에 없죠. 게다가 좌우 풀백에서는 1티어 이상의 차이가 난다 생각이 됩니다.
다시 들여다 보면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아무래도 '9번' 즉, 득점을 집요하게 노리는 선수, 득점의 적극성을 띄는 선수가 현재의 주전 라인업에선 부족하다는 것이겠죠. 지금에서야 각종 밈과 웃음거리로 전락했지만, 호날두의 득점력이란건 역사상 최고 수준이라는 걸 부인할 정도로 멍청한 사람은 없겠죠.
호날두가 떠난 이후에는 벤제마가 본인의 잠재되어 있던 9번성을 최대한 키워내며 고군분투했습니다. 다만, 벤제마도 아주 전형적인 9번은 아니었어요. 얼마전 벨링엄의 아웃프런트 킥을 호셀루가 수비들 사이에서 집어넣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게 일종의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페널티에어리어안에 자주 머무르며 상대 수비수와 경합하고, 또는 상대수비수를 피하며 득점을 만들어내는 집요함과 적극성, 바로 이게 정통의 9번이 하는 일이겠죠.
지난 시절, 벤제마에게 자주 볼 수 있었던 비난 중 하나가 바로 왜 박스밖으로 계속 기어나오냐는 것이었죠. 뭐 벤제마가 왜 기어나왔는지, 기어나올 수 밖에 없었는지를 떠나서 저 비난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지적하는 점은 페널티 에어리어안으로 진입하며 계속 득점을 노리는 선수가 팀에 아무리 없어도 1명은 필요하다는 것이죠. 그게 없는 전술을 보통 폴스 나인이라고 하는데, 역사적으로 이 폴스 나인은 그 유명세에 비해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둔 적이 의외로 극히 드물죠. 게다가 이러한 전술은 박스 안에 공격수를 두지 않은 채 상대를 패스p과 움직임으로 공략해 내야 하기에 보다 세밀하고 정확해야 합니다.
호드리구와 비니시우스 투톱에게 부족한 것은 바로 이 9번성. 아니 본인들은 이걸 키워야 한다는 생각을 애시당초 한적이 별로 없었을 겁니다. 이 친구들은 호나우두의 직격세대라기 보다는 호나우딩요, 아니면 네이마르를 롤모델로 자란 선수들이니까요.
3.
4312는 일반적으로 빠르게 상대 골문으로 접근하는 스피드가 부각되는 전술이죠. 빠르게 전방으로 볼을 넘기고 투톱과 공미가 마무리를 짓는 장면이 나와야 하는데 왠걸, 그런 장면은 좀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그는 전술 완성도의 아쉬움도 있는 까닭이고, 상대가 내려앉아 있기 때문이기도 할테고요. 되려 호셀루가 있을때가 더 나아 보이는 까닭도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페널티 에어리어안으로 진입하는 호셀루에게 상대 수비수가 딸려 가니 미드필더에 공간이 생기기 때문이겠죠. 다만 측면공격은 되려 부실해지고 공격이 크로스 앤 루즈볼을 노리는 식으로 단순해지는 특징이 보이죠. 뭐 이걸로 이기면 장땡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것이 리그 우승과 챔스 우승을 노리는 팀이 만족할 지점인가는 의문이죠.
4.
결국은 어떻게 될까.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득점 침묵 행진을 이어가며 5골마를 넘어갈 기세를 보이는 호드리구에 대한 참을성이 언제쯤 끝날 것인가. 그렇다면 호셀루-비니시우스 투톱이 정답이 될 것인가. 혹은 호셀루를 중앙에 놓는 쓰리톱을 놓을 것인가. 호셀루는 벤제마의 백업이 아니라 레알의 주 공격수로 거듭날 것인가.
뭐가 됐든 이번시즌에 공격수 영입은 더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다행인건 이팀이 코어 선수들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잘 버티고 있다는 점. 그리고 기대와 희망을 걸만한 젊은 친구들이 있다는 점이겠죠.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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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 로이스 2023.10.04뭔가 이번시즌 뮌헨도 나사가 빠진거 같 고 덕배가 돌아왔을때의 맨시티가 폼이 괜찮다면 이번 챔스는 또 맨시티를 이겨라가 될 수도 있을거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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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마요 2023.10.04@마르코 로이스 사실 맨시티를 이겨라죠. 예의 바르샤를 이겨라 시즌2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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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 Iker 2023.10.04최전방에서 상대 중앙수비수들을 묶어두는 공격수의 존재감으로 인해 발생하는 상대 수비수와 미드필더들 사이에서 나오는 빈 공간에서 측면 선수들이 침투하여서 득점을 하는 게 현대 축구의 가장 주요한 득점 방법 중 하나인데 이게 지금 팀에는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라서 투톱 선수들이 정말 많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거 같습니다.
그 찾기 힘든 공간을 역대급 축구 지능으로 억지로 만들어내고 있는 주드 벨링엄이라는 선수가 역으로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하구요. -
subdirectory_arrow_right 마요 2023.10.04@San Iker 사실 공미가 아무리 잘해도 공격포인트가 투톱을 넘어설순 없는게 정상인데...빨리 공격수들의 득점이 더 터져줘야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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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주드 2023.10.05솔직히 호셀루를 좀 더 중용했으면 싶습니다. 날려먹는거도 많지만 그만큼 기회도 많이 만들어내고 결국 득점으로 증명을 하는데 자꾸 호드리구를 우선시 하는게 맞나 싶어요
호구는 지금 시간이 필요해 보이니 좀 머리좀 식히고 뭘해야할지를 명확히 해야하는게 맞지 않나 싶습니다.
로이스님 댓글처럼 맨시티의 챔스연패는 죽어도 보기싫은데.. 뮌헨도 상태 안좋아 보이고 우리도 쉽지 않아 보이고 챔스연패라도 하면 진짜..ㅠㅠ -
subdirectory_arrow_right 마요 2023.10.05@헤이주드 아마 호셀루의 애시당초 기대치는 벤제마의 백업이었으니, 안첼로티도 얘를 1번 구상으로 놓진 않았을 거에요. 팀이 그래도 이겨가고 있으니 전술적응 및 실험도 계속 되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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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곰 2023.10.06어찌저찌 선수들의 재능으로 버티고 있는 모양새입니다만,,
한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와장창 무너질 것 같은 불안함이 있는 시즌이네요ㅜ
어차피 완벽한 모습을 보이지 못할거면 차라리 433 정공법으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이긴 합니다. 알고도 못막는 전술이라는 것도 있으니까요. 물론 막히면 답답하기 그지없겠지만... -
subdirectory_arrow_right 마요 2023.10.06@백곰 사실 말씀하신 첫 두 줄에 대한 불안을 모두 느끼고 있는 거죠. 이거...이거 맞아? 하고요. 시즌 초에 안첼로티가 얘기했듯, 이러다 공격쪽 부진이 찾아오거나 심해지면 433으로 돌아갈 공산이 커보입니다. 그때에도 호드리구는 호셀루 땜빵하고 있겠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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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ud Moon 2023.10.06공격수는 누구라도 임대로 데려왔어야 하는거 같습니다. 호셀루 하나 영입으로는 택도 없이 부족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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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evos blancos 2023.10.084미들 전환은 9번 부재로 인한 궁여지책이었지만 덕분에 벨링엄 합류 후에도 크모와 추카발이 적절한 출장시간을 가져갈수 있었고 이를 통해 중원 장악과 수비는 확실히 좋아진 것 같습니다. 어제만 해도 밀알쿠에 나초까지 다 빠진 상태에서 어쨌든 클린시트를 했고 경기력도 괜찮았죠 (작년같으면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 비벨발의 호흡도 갈수록 좋아지고 있고.. 호드리구 살리려고 433으로 돌아가기에는 현 4미들의 이점도 상당히 커보입니다. 물론 더 지켜보긴 해야겠죠.
그와 무관하게 겨울에 공격수, 센터백 임대는 했으면 좋겠는데 지금 결과가 잘 나와서 아마 안하지 않을까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