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맞이 선수 리뷰
원래는 '레알마드리드를 둘러싸는 몇 가지 담론들' 주제로 글을 써보려 했는데, 쓰다보니 죄다 선수로 귀결되네요.
맨날 레매에서 채팅만 하다가, 제대로 된 글을 거의 처음 써보는 것 같습니다. 매일 혼자만 생각하던걸 회원님들과 이야기를 좀 나눠보고자 이렇게 글을 써봅니다.
1. 비니시우스
이 친구가 보여주는 무식한 스프린터로부터 시작되는 광역 볼배급. 만주벌판 마냥 뚫린 공간에 치고 달리는거 몇 번 하는게 전부인 것 같은데, 그건 절대 쉬운게 아닙니다.
스피드로 명함 좀 내미는 선수들에게서도 볼 수 없는 장면들이 종종 연출돼요. 이게 어느 정도 무식하고, 대담하고, 앞 뒤 옆 쳐다보지 않고 달릴 수 있는 뻔뻔함이 있어야 하거든요.
뭐 거기다 저 같은 축알못들은 볼 수 없는 약간의 스킬같은 것도 있을테지만요.
공 차는 것을 즐기는 분들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스프린트라는게 바디 밸런스와 거리가 먼 개념입니다. 터치가 정확하려면 무게가 실리고 몸의 균형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달리는 도중에 취하는 선택지에는 정확성을 기하기 어려워요.
달린 후에는 이미 지쳐있어서 킥이나 패스에 힘을 싣기도 힘들죠. 어쩌면 스피드스타들의 숙명일 수도 있겠네요. 그런 의미에서 음바페는 난 놈입니다...
거기다 왼쪽 풀백에 무엇을 기대하기 힘든 지경에서 좌측면을 왕성하게 뛰어다녔을텐데, 이게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스트레스가 엄청 날겁니다. 갈려나갈 수 밖에요....
이게 비니시우스가 보여주는 짜치는 마무리에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늘 팬들로부터 '얘는 기본기가 엉망이구나..'라는 결론으로 귀결되는게 좀 안타깝기도 해요.
얼마 전에 안첼로티가 휴식을 권유했음에도 아직 뛸 수 있다고 말하는걸 보면 의욕은 엄청나보입니다. 하지만 의욕과 컨디션은 서로 다른 지점에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카타르에서 열렸던 어떤 돌연변이 행사 때문에 더 가중되었겠죠. 월드컵 전후로 예민한 모습을 필드 위에서 자주 보였는데, 피로도 때문이 아닐지...근데 선시비는 못참지요.
뭐 프로 선수인데 면죄부를 주자는 것은 아니구요, 정상적인 레프트백과 왕성한 좌측 중원으로부터 배려를 받는 시스템이 지속된다면, 이 친구 폼이 어떻게 될 지 궁금합니다. 어디 전성기 호르디 알바같은 풀백 없나.....
이런 생각도 듭니다. '어쩌면 비니시우스의 포텐은 본인의 훈련량이 아니라 팀의 시스템이 결정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2. 주드 벨링엄
오면 좋죠. 하지만, 안와도 별 문제 없을 것 같아요. 영입 실패시 전력이나 구성의 누수가 크게 생기는 건은 아니라.......퀄리티를 떠나서 나름 괜찮은 대체제가 팀 내에 있기 때문이죠.
대신 스타성이 있는 선수니,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이 없던 기회가 되버리는건 좀 아쉽긴 하겠습니다.
데려오지 못한다면 뭐 어떻게든 다른 선수 데려오거나, 굳이 영입할 필요가 없다고 느낀다면 카마빙가를 좀 더 중용하겠죠. 그 포지션이 어디가 될 지는 미지수이고요.
저는 어린 나이부터 육각형의 기질을 보이는 선수들은 특히나 경계해서 지켜보는 편입니다. 그 육각형 그대로 키우는데 상당한 공수가 들어갈 뿐더러, 거기에 집착하다가 선수 망가질 수 있거든요.
하지만 월드컵을 더불어 이번 시즌은 확실히 인상적이었어요. 어제 경기를 움짤로나마 접했는데, 뭔 요상한 개인기를 쓰더라구요. 오면 확실히 볼 맛은 날 듯합니다.
3. 밀리탕
바란과 라모스 사이에서 애 취급 받던게 얼마 전인 것 같은데, 벌써 이렇게 성장했네요.
편견이 있어서 그런가, 소극적인 스타일은 아닌데 그렇다고 딱히 파이터적인 기질이 있는 선수도 아닌 것 같습니다. 필드 위에서 의외로 신중하고 신사적인 부분이 있더군요.
하지만 생긴것 덕분에 그런 오명(?)에서 벗어나긴 힘들어보입니다.
4. 페레즈의 마지막 의무
벨링엄에 대해선 관조적이지만, 음바페는 꼭 왔으면 좋겠어요. 레알이 음바페를 원한다면, 불협화음이니, 계약문제니, 인성이니 이런 것들은 협상 과정에서 크게 신경쓰지 않을 공산도 있다고 봐요.
물론 신경써야 하는 부분인 맞지만 계약의 규모나 선수가 가져다 줄 베네핏과 같은 것들이 너무나도 명확하기 때문에 상술한 부분들은 팬들이나 걱정하는 영역이지, 계약을 좌지우지하진 않을거라 봅니다. 미들 리스크 하이스트 리턴 정도..? 다만 서포터들 입장에서 굉장히 신경쓰이는건 사실이에요.
음바페는 너무 빠른데, 영리해서 그 속도를 잘 이용합니다. 볼에 어떤 식으로 속도와 정확성을 부여해야하는지 그 방법을 잘 알고 있어요.
제가 목도했던 유러피언 플레이어들이 총량 대비 그리 많진 않지만, 신체능력으로는 유럽에서 가장 고점에 있는 인물이 아닌가 추측해봅니다.
이건 별론인데, 비니시우스가 퍼포먼스로서 자신에 대한 구단 관계자들의 의심을 거두지 못한다면, 음바페 영입이라는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을 거예요. 비니시우스가 가지지 못한 음바페의 것이라 함은 '킥 임팩트'와 '스마트함'이 아닐까 싶네요.
비니시우스가 그게 없다는 뜻이라기 보다는, 음바페의 것이 너무 높은 수준입니다.
허구한 날 턴오버 하거나 반박자 느린 판단 같은건 다 수정하고 얼른 노선을 정해야겠죠.
다시 음바페 이야기로 돌아와서, '신장 대비 다리가 굉장히 긴데, 왜 밸런스가 안무너질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더군요.
이제 보니 코어통 엄청 두껍더라구요..이 정도면 그냥 축복받은 신체입니다. 그냥 냅다 뛰고 빠다질하라고 태어난 선수에요. 장담하는데 얘는 나이먹고 스피드 줄어도 먹고 살 수 있는 툴을 이미 갖췄습니다.
반박시 회원님들 말이 다 맞구요, 오탈자 및 지적에 대해서 미리 감사드립니다. 모두 남은 연휴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레매 회원님들.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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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gio canal 2023.01.23모두 다 공감하는 글입니다 추천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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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Continental 2023.01.23@sergio canal 감사합니다, Sergio님. 연휴 잘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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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 로이스 2023.01.23재밌는 글 잘 읽었습니다 보니까 음바페는 부모 모두 운동선수 출신이더군요 유전적으로 타고난 선수였던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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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Continental 2023.01.23@마르코 로이스 아 생각해보니 저도 어디서 들은 기억이 나네요. 확인해보니 아버지는 축구선수, 어머니는 핸드볼 선수이군요ㅎㅎ. 로이스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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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stiano Kaka 2023.01.24호드리구나 비니시우스는 빅클럽에서도 나름 코어 역할은 할 수 있지만 냉정하게 위대한 선수가 될 자질은 없다고 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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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요 2023.01.25너무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거진 다 공감하는데, 전 비니의 기본기 만큼은 여전히 아쉽다 생각하는 편이에요. 지금껏 구단 내외로 있었던 스피드 스타들을 생각해 봐도, 간단한 짧은 2대1패스의 정확도 조차 아쉬운 경우가 그닥 많지는 않았어요. 조금 더 플레이에 신중함을 기했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