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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피카:

리버풀 전 단평

라그 2021.04.07 20:29 조회 3,428 추천 10

1.

 초반 클롭이 내민 카드는 원래 자신 있어 하는 '전방압박' 이었습니다. 아마 19/20 맨체스터 시티와의 챔피언스 리그 경기를 복기하는 과정에서 나왔을 거라 생각됩니다. 수비진을 압박해서 1차 빌드업을 방해하면서, 상대의 공세 자체를 늦추고 라인을 올리지 못하게 짓누를 생각입니다. 조타, 마네, 살라는 끈임없이 달라붙으며 볼 탈취를 시도했고 실제로 쿠르투아에게 백패스하기 급급한 상황도 많았고, 바스케스나 모드리치 역시 위험을 감수하지 못하고 상대방을 견제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하지만 지단의 세 가지 방책은 클롭의 준비를 무력화시켰습니다. 바로 비니시우스의 선발 출장과 롱 볼을 이용한 사이드 전환, 간격 조정입니다. 볼을 오래 가지고 있지 않고 상대가 올린 라인의 뒷공간을 공략하는 데 있어, 팀 내 최고의 스피드를 가진 비니시우스의 선발 출장은 사실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3연속 골을 터트린 아센시오나, 신들린 활약을 펼친 마르셀루보다도 말입니다. 클롭 특유의 압박 전술이 그렇듯이, 볼을 가진 선수를 여러 명의 선수가 선수 본인과 주변 공간을 틀어막는 형태로 이루어졌는데 이는 포메이션이 볼을 가진 선수 위주로 집중됩니다. 결국 경기장을 좁게 쓸 수밖에 없지만 마냥 리버풀에 말려들지 않았습니다. 간격을 좁혀서 상대방의 압박에 대응하면서도 멘디와 바스케스, 크로스와 모드리치는 때때로 가로축 패스를 통해서 상대의 빈 공간을 찔렀고 계속해서 경기장을 넓게 쓰려고 시도했습니다. 이는 민첩성이 떨어지는 리버풀의 미드필더 진의 영향력을 완전히 제거해버렸고 이는 바로 지단이 준비한 공격 플랜으로 이어졌습니다. 



2.

 지단이 준비한 공격의 핵심은 경험 없는 두 백업 센터백 카박과 필립스의 집중 공략이었습니다. 평소 레알 마드리드는 벤제마를 축으로 삼아서 차근차근 전진하며, 사이드로 파고들어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리거나, 박스 안에서 패스로 수비진을 무너뜨리는 형태를 선호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는 롱볼 위주의 숏 카운터를 무기로 삼았습니다. 점유율도 45 : 55로 오랫만에 점유율 대신 효율적인 결과를 뽑아냈고요.

 클롭이 선발 출장 라인 업 중 볼 간수가 가능한 티아고를 빼고 좀 더 저돌적인 케이타를 투입한 이유는, 우리 미들 라인의 전진, 특히 크로스를 물리적으로 견제하는 게 중요한 목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카박, 필립스의 센터백 라인이 공중볼에는 우위를 가질지언정, 순간적인 침투와 지공 상황에서의 세로축 움직임이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만약 크로스가 공격적으로 나올 경우 대응하기 어려울 거라 판단했겠죠. 이는 정확한 분석이었지만, 크로스를 제어하는 데는 정작 유효한 움직임을 가져가지 못했습니다. 이는 크로스의 탈압박이 너무 뛰어난 것과 동시에 바이날둠과 케이타의 볼을 유지하는 능력이 너무 떨어지기 때문에 중원 싸움에서 계속 기회를 내주는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크로스와 다른 선수들은 지속적으로 수비 라인 앞과 미드필더 사이의 공간에 패스를 찔러넣었고 아놀드, 카박과 필립스는 무기력하게 슈팅을 내주거나 파울에 가까운 거친 움직임으로 끊는게 전부였습니다. 오늘 크로스는 84개의 패스 중 77개(92%)를 성공시켰고, 그중 9개의 롱패스를 모두 성공시키는 정밀한 패스를 보여줬습니다. 

 물론 클롭의 대응책도 빨랐습니다. 티아고의 투입으로 미드필더의 전진성을 확보하고, 효과 없는 압박을 줄이고 차분하게 볼을 돌리며 라인을 더 올리며 공격의 정밀도를 높였습니다. 체력적인 문제를 겪는 마드리드는 후반 리버풀의 빠른 대응에 다소 고전했습니다. 티아고를 비롯한 리버풀의 미드필더는 거칠게 몰아 붙이며 특유의 에너지 레벨에 기반해서 공격을 조립했고, 이에 마드리드도 1실점을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밀리탕과 카세미루가 필사적으로 수비를 해서 추가적인 실점을 막았고. 미드필더의 뒷공간을 노리는 마드리드의 기본 공격 방침을 해결하지 못해서, 추가적인 득점까지 이어지면서 결과는 3-1로 끝났습니다. 




3.

 상대의 약점에 잘 대응하는 지단의 장점이 두드러지기도 했지만, 평소와 다르게 비니시우스가 좋은 결정력을 보여줬기 때문에 승리한 경기기도 합니다. (물론 심판 판정이 엉망인 부분이 많아서, 모드리치나 벤제마가 충분히 득점할 수 있었을 거라 보지만...) 사실 하던 대로 했으면 비등비등한 경기 양상으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높은데 클롭은 티아고를 벤치에 두는 악수를 두었고, 과르디올라와 영혼이 바뀌었다느니, 명장병이니 하는 비판에 직면해야 했습니다. 사실 리버풀과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단 레벨은 지금 거의 비등비등한 상태라고 생각해서, 오늘 경기 2점의 리드는 리버풀이 쉽게 회복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때까지 부상자가 더 복귀하고, 체력 관리에 힘쓰면 될 거 같네요. 좋은 분위기를 계속 엘 클라시코로 이어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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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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