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 전 단평
1.
초반 클롭이 내민 카드는 원래 자신 있어 하는 '전방압박' 이었습니다. 아마 19/20 맨체스터 시티와의 챔피언스 리그 경기를 복기하는 과정에서 나왔을 거라 생각됩니다. 수비진을 압박해서 1차 빌드업을 방해하면서, 상대의 공세 자체를 늦추고 라인을 올리지 못하게 짓누를 생각입니다. 조타, 마네, 살라는 끈임없이 달라붙으며 볼 탈취를 시도했고 실제로 쿠르투아에게 백패스하기 급급한 상황도 많았고, 바스케스나 모드리치 역시 위험을 감수하지 못하고 상대방을 견제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하지만 지단의 세 가지 방책은 클롭의 준비를 무력화시켰습니다. 바로 비니시우스의 선발 출장과 롱 볼을 이용한 사이드 전환, 간격 조정입니다. 볼을 오래 가지고 있지 않고 상대가 올린 라인의 뒷공간을 공략하는 데 있어, 팀 내 최고의 스피드를 가진 비니시우스의 선발 출장은 사실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3연속 골을 터트린 아센시오나, 신들린 활약을 펼친 마르셀루보다도 말입니다. 클롭 특유의 압박 전술이 그렇듯이, 볼을 가진 선수를 여러 명의 선수가 선수 본인과 주변 공간을 틀어막는 형태로 이루어졌는데 이는 포메이션이 볼을 가진 선수 위주로 집중됩니다. 결국 경기장을 좁게 쓸 수밖에 없지만 마냥 리버풀에 말려들지 않았습니다. 간격을 좁혀서 상대방의 압박에 대응하면서도 멘디와 바스케스, 크로스와 모드리치는 때때로 가로축 패스를 통해서 상대의 빈 공간을 찔렀고 계속해서 경기장을 넓게 쓰려고 시도했습니다. 이는 민첩성이 떨어지는 리버풀의 미드필더 진의 영향력을 완전히 제거해버렸고 이는 바로 지단이 준비한 공격 플랜으로 이어졌습니다.

2.
지단이 준비한 공격의 핵심은 경험 없는 두 백업 센터백 카박과 필립스의 집중 공략이었습니다. 평소 레알 마드리드는 벤제마를 축으로 삼아서 차근차근 전진하며, 사이드로 파고들어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리거나, 박스 안에서 패스로 수비진을 무너뜨리는 형태를 선호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는 롱볼 위주의 숏 카운터를 무기로 삼았습니다. 점유율도 45 : 55로 오랫만에 점유율 대신 효율적인 결과를 뽑아냈고요.
클롭이 선발 출장 라인 업 중 볼 간수가 가능한 티아고를 빼고 좀 더 저돌적인 케이타를 투입한 이유는, 우리 미들 라인의 전진, 특히 크로스를 물리적으로 견제하는 게 중요한 목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카박, 필립스의 센터백 라인이 공중볼에는 우위를 가질지언정, 순간적인 침투와 지공 상황에서의 세로축 움직임이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만약 크로스가 공격적으로 나올 경우 대응하기 어려울 거라 판단했겠죠. 이는 정확한 분석이었지만, 크로스를 제어하는 데는 정작 유효한 움직임을 가져가지 못했습니다. 이는 크로스의 탈압박이 너무 뛰어난 것과 동시에 바이날둠과 케이타의 볼을 유지하는 능력이 너무 떨어지기 때문에 중원 싸움에서 계속 기회를 내주는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크로스와 다른 선수들은 지속적으로 수비 라인 앞과 미드필더 사이의 공간에 패스를 찔러넣었고 아놀드, 카박과 필립스는 무기력하게 슈팅을 내주거나 파울에 가까운 거친 움직임으로 끊는게 전부였습니다. 오늘 크로스는 84개의 패스 중 77개(92%)를 성공시켰고, 그중 9개의 롱패스를 모두 성공시키는 정밀한 패스를 보여줬습니다.
물론 클롭의 대응책도 빨랐습니다. 티아고의 투입으로 미드필더의 전진성을 확보하고, 효과 없는 압박을 줄이고 차분하게 볼을 돌리며 라인을 더 올리며 공격의 정밀도를 높였습니다. 체력적인 문제를 겪는 마드리드는 후반 리버풀의 빠른 대응에 다소 고전했습니다. 티아고를 비롯한 리버풀의 미드필더는 거칠게 몰아 붙이며 특유의 에너지 레벨에 기반해서 공격을 조립했고, 이에 마드리드도 1실점을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밀리탕과 카세미루가 필사적으로 수비를 해서 추가적인 실점을 막았고. 미드필더의 뒷공간을 노리는 마드리드의 기본 공격 방침을 해결하지 못해서, 추가적인 득점까지 이어지면서 결과는 3-1로 끝났습니다.

3.
상대의 약점에 잘 대응하는 지단의 장점이 두드러지기도 했지만, 평소와 다르게 비니시우스가 좋은 결정력을 보여줬기 때문에 승리한 경기기도 합니다. (물론 심판 판정이 엉망인 부분이 많아서, 모드리치나 벤제마가 충분히 득점할 수 있었을 거라 보지만...) 사실 하던 대로 했으면 비등비등한 경기 양상으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높은데 클롭은 티아고를 벤치에 두는 악수를 두었고, 과르디올라와 영혼이 바뀌었다느니, 명장병이니 하는 비판에 직면해야 했습니다. 사실 리버풀과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단 레벨은 지금 거의 비등비등한 상태라고 생각해서, 오늘 경기 2점의 리드는 리버풀이 쉽게 회복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때까지 부상자가 더 복귀하고, 체력 관리에 힘쓰면 될 거 같네요. 좋은 분위기를 계속 엘 클라시코로 이어가길 바랍니다.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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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티나 2021.04.07저는 애초에 리버풀이 자랑하는 전방압박조차 제대로 잘 이루어지지않은거같네요
하긴하는데..에너지레벨이 떨어져서 막 예전만하지 못한 느낌? 효율적이지 않은거같고 그러다보니 간격도 엄청 벌어지고 진짜 리버풀 잘할땐 팀전체가 숨막히게 압박해서 상대팀이 지들끼리 실책하고 난리났는데 이번경기는 우리팀 축구도사들한텐 너무너무너무 쉬운 압박이었던.. 티아고가 들어와서 후반전 반짝하긴했는데 그래도 간격이나 포지셔닝 같은 문제들은 해결되지 못했던 거 같고 .. 클롭의 실책+리버풀의 이번시즌 전체적인 폼저하 등등 딱 지금 리버풀 순위에 걸맞는 경기였던 것 같습니다 -
subdirectory_arrow_right 라그 2021.04.07@플라티나 우리가 간격을 좁혀서 다른 선수들에게 빨리 공을 보냄으로서 압박에서 잘 벗어났죠. 모드리치와 크로스, 카세미루 모두 낮은 곳에서 롱볼 위주로 풀어갔고요. 상대 압박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카드는 다 꺼내썼다고 봅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압박이 헐거워보였던 부분이겠죠.
저는 만만한 상대는 결코 아니라고 느끼긴 했습니다. 2점차 리드 생각 안하고 다음 번 경기에 대해서 예측해보라고 하면 져도 이상할거 같진 않아요. -
sonreal7 2021.04.07라인내리고 밑에서 볼돌리다가 크로스 컴퓨터 롱패스, 비니시우스 스피드활용, 결정력은 천운에 맡기는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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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라그 2021.04.07@sonreal7 상대 센터백 둘이 워낙 못해서, 사실 심판 판정만 아니었다면 벤제마나 모드리치가 한골은 넣었을거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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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아모 2021.04.08@sonreal7 사실 골 결정력 문제로 지는 경기는 퍼기나 펩도 어쩔수 없는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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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권가 2021.04.07역레발 되지 않게 2차전 무난하게 이기고 올라가면 좋겠네요
방심은 금물.. -
subdirectory_arrow_right 라그 2021.04.07@안동권가 쉽지 않을거 같습니다. 클롭이 그냥 맞불로 붙이는게 더 낫다는걸 알아버렸거든요. 다음 번에는 파비뉴든 누구든 포백 보호나 센터백으로 내려갈 가능성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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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 Secreto 2021.04.072차전은 바스케스든 카르바할이든 뒷공간이나 공중볼 조심해야할 것 같습니다. 후반, 발베르데 이른 투입전까지 공략 많이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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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라그 2021.04.07@El Secreto 후반 서로 거의 비등비등하게 주고 받았는데, 전반의 압도보다 후반 변화에 지단이 더 주목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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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 2021.04.07서로의 단점과 부족한 점들이 부딪혀서 균형추를 무너뜨린 케이스같아요. 우리의 단점이 비니라는 변수에서 확 뒤집었고 비니의 결정력이라는 변수가 없었다면 당연히 어려운 경기였겠죠. 비니가 단지 한경기 반짝인지는 두고 봐야하겠지만, 이런면에서 결국 아자르 같은 크랙이 제 몫을 해줬어야 되는데.. 늘 이 빠진 상태에서 싸우니...2차전도 쉽진 않겠죠. 2점 차이는 분명 크다 생각합니다. 만약 우리가 안필드에서 3:1로 1차전 지고 오면 대부분 탈락을 예상하셨을것 같네요. 객관적으로 충분히 우위에 있다고 생각해요. 엘클의 향방이 2차전까지도 영향을 끼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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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드 2021.04.07좋은 글 감사합니다. 솔직히 바란 코로나로 제외된 이후 1차전은 기대 안했는데 이겨서 기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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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요 2021.04.08뭐, 아놀드가 욕을 많이 먹긴 하는데, 그 스피드와 킥력은 월클이 맞다 보입니다. 크로스가 조타에게 연결되는 부분들이 위협적이더라고요. 그리고, 많이 막히긴 했어도 마네의 저돌성도 무시못할 부분이기도 하고.
제대로 맞불을 놓는다면, 활동량에서 밀리는 우리가 얼마나 정교하고 침착하게 플레이 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아닐까 싶습니다. 1차전 멤버가 그대로 나오는 것 보다는, 공격수 중에 1명 정도 교체를 가져가는 것도 좋아보이네요. -
Specialist 2021.04.09사랑한다 비니야ㅜㅜㅜㅜ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