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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수나일요일 2시

지단을 위해서라도 지단이 나갈 때 입니다.

UXLee 2021.01.31 07:34 조회 3,184 추천 18

예술 쪽에서는 상대적으로 너무 이른 나이(경력)에 큰 성공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좋지 않다고 평가하는 의견이 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주류를 차지 하는 것은 '성공의 방정식'이 생겨 아이러니하게도 아티스트 스스로를 고착화시키고 한계를 만든다는 것입니다. 


'내가 이런식으로 했더니 성공하더라' 라는 강한 자극/경험이 오면, 그 다음에 무언가를 새롭게 만들 때 자꾸 그 성공했던 방식에 매여버리는 것이지요. 왜냐하면 그것이 눈으로 변화를 목격한 확실한 방법이고, 실제로 내 인생을 바꾼 경험이었으니까요. 이때 생기는 반작용은 새로운 변화와 시도에 두려움이 생겨버린다는 점입니다. 물론 누구나 어느순간에 올드스쿨이 되기에 이걸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만, 어느 타이밍에 성숙기에 접어드냐에 따라 그 후에 활용할 수 있는 리소스들이 결정된다고 봅니다. 경력이 어느정도 있는 상태였으면, 성공의 방정식이라는 것도 그 안에 경험했었던 여러 갈래가 있을 수 있지만, 빠른 성공 속에서 방정식이 다 만들어지면 예외상황이 없는 단일한 공식만이 있으니까요. 또 이미 확실한 성공 레퍼런스가 있는만큼, 주변사람들이 아티스트에게 피드백을 주기도 힘들어집니다. 이미 함부로 코멘트 할 수 없을만큼 위치가 달라져있기도 하고요. 결국 급변화하는 흐름 속에서도 소극적 시도의 반복-경험(리소스)의 한계로 더 성장할 수 있던 사람이 너무 일찍 망가지는 경우를.. 사실 비단 예술 뿐만 아니라 어느 영역에서나 흔하게 보셨을 것입니다.




저는 감독 지단을 보면서 성공의 방정식이 너무 일찍 세워진 사람의 현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지금 그 후폭풍을 겪고 있는 듯 합니다.


지단이 처음 부임해서 엄청난 성공을 일구었을 때의 장점을 기억합니다. 지단은 초기부터 전술적 혁명가는 아니었어도, 전술적 최적화를 잘 했었습니다. (이 때문에 그때나 지금이나 전술적 역량이 뛰어나지 않다고 평가는 받지만..) 안첼로티의 유산을 정말 잘 계승해서 급진적 변화 없이도 성과를 내었지요. (*사족이긴 한데 개인적인 생각은 갈락티코2기 성공의 '유산'이라는 단어를 쓴다면 '무리뉴'의 유산이라고 평가하는게 옳지 않나 생각합니다.아무튼..) 물론 그 안에서도 이스코와 모드리치의 움직임을 중심으로 한 다이아몬드 442- 빠른 두줄수비 변형 전술로 챔스 우승도 시키고, (교체활용이었던)아센시오/바스케스에게 다소 단순하지만 효과적이었던 442 좌우 윙에서의 역할부여로 리그에서도 성과내는 등 전술적 시도와 역량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또 자존심 짱짱하던 호날두를 비롯해 선수 로테이션도 효율적으로 돌리면서 전체적인 시즌 운영에서도 효율을 보여주었었고요.


여기까지가 지단 1기 성공의 주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돌아온 2기의 지단은 1기 때의 성공이 독이된 느낌입니다. 로테이션은 없고, 교체 패턴은 유의미 하지도 않으며 예상가능합니다. 크카모는 주전을 넘어서 (나이까지 고려했을때) 이쯤되면 거의 혹사에 가까워지는 수준입니다. 외데고르, 발베르데 등 전술적으로 다양성을 줄 수 있는 젊은 옵션이 있음에도 새로운 시도는 없고 유사한 패턴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여담으로 하키미 또한 풀백으로 쓴다면 나가는게 서로 좋았다고 보는데, 마찬가지로 전술적 선택폭을 위해 다른 감독이었으면 남겨서 잘 쓸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현재의 전술적 문제는 커뮤니티에서 많은 분들이 지적해주셔서 굳이 길게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골자는 기회가 없었던 것이 아님에도 스스로 그 선택지들을 쳐내고 안정적인 기조로만 유지하고 있는 것이지요.


지단이 쓰고 있는 '유사한 패턴'이란 결국 현재의 시점의 로우 리스크 전략 기조에서 그래도 가장 확실한 성과를 낼 수 있는 방식입니다. 하나로 단순화해서 말할 수 없지만 유치하게 표현하자면 크카모와 벤제마이지요..(사실 정확히는 선수보다도 그 선수들을 어떻게 배치하는 전술적 문제라고 생각합니다만) 1기의 성공 방정식이요.




현재 레알은 영광스러웠던(챔스 3연패) 한 사이클이 끝나고 다음 세대를 위한 팀 리빌딩을 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이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겠지요. 로우 리스크-현재의 안정성을 유지하며 성과 최대화가 아니라, 단기적인 리턴이 적더라도 위험을 감수하고 새 판을 짜야 하는 시기이지요.


이전과 다르게 선수들 몸값이 많이 올랐고, 이전과 다르게 레알이 최고 부자구단이 아니며, 이전과 다르게 바이러스 재난이 덮쳤기 때문에 재정적으로 스타 선수들을 원하는대로 가져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이 상황에서 감독으로서 중요한 점, 그리고 레알이 매니지먼트 측면에서 선택한 방식은 가능성있는 유망주~새싹스타(?)들을 데려와서 리빌딩하는 것이었습니다. 1,2기 갈락티코와 다른 점이지요. (간간이 가능하다면 빅딜이 있을 것 같기도 하지만요.)


지단이 페레즈 밑에서 코치와 매니저 사이에서 실제적으로 어떤 롤에 더 가까운지,  그리고 최근 일련의 영입과정에서 어느정도가 본인의 선택이었는지 확실히는 모르겠습니다. 여러 언론 보도 및 인터뷰를 통해 유추할 수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오피셜은 아닌 관계로 함부로 단언하기는 어렵지요. 분명한 점은 아자르 케이스에도 볼 수 있지만 적어도 지단이 병풍처럼  페레즈가 주는 선수만 수동적으로 받아먹는 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즉 지단은 리빌딩 과정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주체 중에 한 명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지금 아시다시피 폭망 수준입니다. 단순히 아자르, 요비치가 망했네~ 이런 포인트가 아닙니다. (물론 그 금액이 차이가 어마무시합니다만은) 이전에도 훈텔라르, 누리 사힌, 이야라멘디 등 이전 시즌에 성과내서 이적 후 잘 할 줄 알았던 선수가 망해서 돌아간 경우는 허다하고 이는 당연하게도 영입 전에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문제는 과연 새 플랜을 명확히 짰고, 그 플랜에 맞는 선수들을 적합하게 배치시켰으며, 그것을 실제 경기에서 (성과와 별개로) 시도하고 보여주었는가입니다. 단순히 크로스, 벤제마를 써라, 이제는 빼라의 문제가 아닙니다.


예컨데 기존의 플레이스타일을 그대로 가져가면 아자르는 벤제마와의 동선과 역할이 겹칠 수 밖에 없습니다. 크카모를 기존역할 그대로 쓴다면 그와 궁합도 맞지 않고요. 외데고르(or 이스코)도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위-벤제마/아래-모드리치와의 역할 중복) 정말 심합니다. 이런 경우 뭐 큰 틀에서 포메이션 변화까지 힘들다면, 선수 스타일 구성을 달리해서 부분전술에 변화를 주거나 해야하는데 문제가 올 시즌에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지단도 당연히 알고 있겠지요. 그럼에도 변화를 안 주는 이유는 예상컨데, '그럼에도 이번 시즌에 가장 높은 순위를 내는 전술이 이거니까.' 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도 어느정도 사실이기에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혹자는 지단에게 더 시간을 주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시간을 더 부여했을 때 단기간에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그렇지 않은 능력이 있으므로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조직력의 문제, 세부전술 최적화의 문제라면 빅클럽이라 할지어도 저는 기다리는게 맞다고 봅니다. 실제로 그런 문제라면 기다려주는 빅클럽도 꽤 있습니다. 그런 능력은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는 범주에 속해 있으니까요.


하지만 어린 선수들을 중심으로 하는 리빌딩 능력은 단기간에 겟할 수 있는 능력의 범주가 아닙니다. 사실 새판 짜는 시기에 보통 빅클럽에 오는 감독들은 이미 이전 팀에서 리빌딩 능력을 증명하고 옵니다. 포체티노가 몇몇 팀 거쳐서 psg로 간 것처럼요. 레알 뿐만 아니라 세상 어느 빅클럽도 일단 와서 천천히 리빌딩을 증명해봐~ 한 번 실패해도 좀더 기다려줄게~ 하는 곳은 없습니다. 물론 리빌딩 성공 경력이 없다고 맡은 팀에서 퍼포먼스를 못 보여준다는 뜻은 아닙니다. 펩처럼 첫 팀부터 새판 짜기에 성공을 이룰 수 있지요. 대신 펩, 피를로, 지단 같은 팀 레전드 출신은 특수한 요건으로 (포체티노와 달리) 그 과정을 생략하고 왔기 때문에 기회는 한 번 주어집니다. 단순하게 그런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기회를 가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의 지단은 여러 지표와 레퍼런스 상, 리빌딩 능력은 없는 것으로 판단해도 무방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한 경제적 손해와 시간적 딜레이가 타격이 큽니다. 성과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지단도 마찬가지고 다음 감독도 리빌딩 기간 몇 년동안은 성과에 집착해서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리그에서는 챔스 진출권, 챔스에서는 16강 진출 정도만 한다면 성과요인으로만으로 경질 여부를 결정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아무조건을 두지말아야 한다고 하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은 이유는 아무리 리빌딩이라도 레알의 선수단 및 자원 퀄리티가 저 순위권 안에는 들 정도이기 때문이고,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저 순위 안에 들지 않으면 지속적인 리빌딩에 필요한 수익이 심각하게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지단이 코파델레이에 하부리그 팀에게 떨어졌기에, 리그 우승에서 멀어졌기에 나가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리빌딩 능력이 없기 때문에, 남아있을 때 현재의 팀에 기여할 수 있는 점보다 해가 되는 점이 많기 때문에 떠나야 한다는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보내주는 것이 지단을 위해서도, 팀을 위해서도 좋습니다. 오래두어봤자 팀은 타이밍을 놓칠 가능성이 커지고, 그 책임을 지단에 대한 비난으로 누적될 여지가 많기 때문입니다. 지단이 자신이 픽한 선수들은 지독할 정도로 신뢰를 보여주면서, 그렇지 않은 선수들은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이 정말 전술적 판단에만 의거한 것인지도 생각해볼만 합니다. (지단이 그럴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아무래도 정치적 판단이 개입되었다고 의심할 수도 있겠지요. 막대한 이적료에 대한 실패 책임은 보통의 경우 누군가 져야 하니까요. 축구판에서 이적료 회수를 못하는 문제는 재정적으로 정말 심각한 이슈입니다. 금액의 사이즈가 다른 항목에 비해 월등히 크니까요. 단지 재판매 시에 회수 혹은 +수익을 낼 수 있으니까 하이 리스크를 감수하고 지불하는 건데, 아자르나 요비치, 밀리탕 같이 가치가 뚝뚝 떨어지고 있는 경우는 축구장 한 편 말아먹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요즘 말이 많은 연봉 조금 더 주고, 삭감하고 이런 차원의 금액 단위와 큰 차이가 존재합니다.


(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프랑스 향우회는 그만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해외리그에 취업한 대부분의 감독들이 자국 선수들을 우선하려고 하는건 당연한 이치이긴 한데, 그래도 레알급 클럽에서 앞으로 영입하려는 리스트 뜨는 것도 그렇고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는 느낌입니다. 멘디도 과연 프랑스인이 아니었으면 레길론, 테오를 보내고 그 스타일의 레프트백을 그 돈을 주고 가져왔을까요. 자국리그 선수를 제외한 특정 국가 선수의 비대화는 파벌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해당 감독이 나갔을 때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지단이기에, 믿을 수 있고 비록 실패가 오래되더라도 지지해줄 수 있다고 말씀합니다. 음.. 2002년 때 국민들을 행복하게 해줘서 흔히 까방권을 가졌던 홍명보에게 브라질 월드컵 때 국민적 여론이 어땠나요. 우리는 사람이기에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저 역시 선수로서 지단을 제일 좋아합니다) 단순 맹목적인 신뢰의 문제가 아니라, 단기간에 개선될 여지/역량를 가지고 있는가의 문제로 분석해야 하고, 여태껏 보여준 지단의 태도가 그에 반하는 방향이었기에 회의적입니다. 또 지단 뿐만 아니라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꼭 해달라고 지켜보는 것도 좋은 모양은 아니지 않나 싶습니다.




팀은 라울 같이 레전드 돌려막기 할게 아니라, 지금부터 리빌딩 능력을 보여준 감독들을 추리고 접촉하는 작업을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비단 지금 매물로 나온 감독 뿐만 아니라, 유로 대회 끝나고 가능성있는 감독들까지 포함해서요. 무조건 지단 나가라, 에서 그치는 답없는 운영이 아니라 리빌딩 능력을 가진 새로운 감독과 실질적인 교섭을 하고 플랜을 가지는 것도 리빌딩을 일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려면 지단과 상호 양해는 구하는 것이 이로울 수 있겠지요. (부제를 쓴다면.. 개인적으로 마땅한 후보가 나온다면 페레즈도 뒤안길로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이 사람의 공은 인정하지만 열받을 때가 많네요. 오죽하면 20년간 레알팬 하다가 중간에 그만둘까 심각하게 고민했었던 적이 다른게 아니라 페레즈 때문이었다는..)




쓰다보니 글이 길어졌네요. 저는 팀이 리빌딩을 위한 골든타임을 더이상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호날두가 나간지 몇 년이 지났지만 리빌딩이 시작은 한 것인지 조차 잘 모르겠는 상태는 그만했으면 좋겠습니다. 뭐 방구석 꼬레아팬의 한 의견보다 현지팬들이 어떤 반응일지, 페레즈가 어떤 생각일지가 중요하겠지만요. 지단은 최대한 아름다운 모양새로 나가서 정비기간을 가지고,  여러 팀을 돌며 경험을 가진 뒤에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지단의 업적을 욕하지 말라는 것과, 현재 지단을 비판하지 말라는 것과, 앞으로도 지단을 유임해야 한다는 의견은 같은 의미가 아니라 각각 다른 독립적인  명제입니다. 커뮤니티 글을 보면 3가지 명제가 하나로 짬뽕되어 의견이 개진되는 것 같아서 좀 의아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저는 지단의 과거 업적은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지단은 비판받을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지단은 유임하면 서로에게 좋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팀과 구성원들이 현명하게 판단하고 기다려서 예전처럼 정상으로 올라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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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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