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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기 후기 \'임기응변\'과 \'베테랑\' 그리고 \'발전\'

타키나르디 2020.12.31 19:17 조회 2,420 추천 20

앞서 시즌 운영을 위한 '플랜 B'와 '로테이션'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하지만 감독에게 치밀한 계획이 있더라도 부상과 같은 공백에 제대로 '임기응변'해내지 못하면 실패할 수도 있는게 감독의 운명입니다. 챔피언스리그 탈락 위기감이 형성된 분위기에서 전반기 중반 카르바할, 라모스, 발베르데, 벤제마같은 팀의 핵심들이 부상당한건 가장 큰 위기였을겁니다.


'임기응변'

맞닥뜨리고 싶지 않은 상황이지만 결국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가 지단에겐 있었습니다. 바로 라모스에 대한 의존도였죠. 지난 시즌 마지막에 치러진 챔피언스리그에서 바란의 실수와 불안했던 수비진의 모습은 라모스 공백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했습니다. 그리고 샤흐타르 1차전 패배는 현지에서 지단에게 다시 라모스 의존도 얘기를 꺼내게 만들었습니다. A매치 이후 라모스가 부상을 당했을 때 지단은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라모스 부상을 대처했습니다. 선발 라인업에서 큰 변화는 카세미루 대신 외데고르를 택한 점이었지만 경기 내에서 눈에 띄게 역할이 변한 건 크로스와 양 윙백이었습니다. 라모스가 없을 때마다 불안했던 센터백의 빌드업을 최대한 자제시켰고 크로스에게 책임을 넘겼습니다. 크로스는 노골적으로 6번 역할을 소화하며 센터백 사이에 드롭되어 그 역할을 해냈습니다. 크로스를 6번으로 쓰면서 역할이 붕 떠버릴 카세미루는 과감히 배제했던 지단은 멘디와 카르바할or바스케스를 모드리치 곁에 붙였습니다. 이때의 윙백들은 카세미루를 대신해서 수비진과 크로스, 모드리치의 보호해 주는 역할 동시에 중원의 가짓수를 늘려주는 선택지, 기존의 사이드를 책임지는 윙백의 역할까지 1.5인분의 책임을 요구받았습니다. 제법 과도한 요구를 하는 상황이었는데 잘 해냈던 선수들에게 정말 칭찬해 주고 싶습니다. 특히 이때의 카르바할은 신뢰할 수밖에 없는 선수라는 걸 또 한 번 증명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크로스를 대신해 빌드업의 책임 범위가 늘어난 모드리치에게 2선의 책임을 외데고르에게 나눴던 아이디어 역시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임기응변이 부상자들의 복귀 막바지였던 샤흐타르 2차전에선 유일하게 효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라모스 의존도에 대한 대응을 몇몇 선수의 희생(ㅠㅠ)과 명확한 분담을 통해 헤쳐나가려 했던 점은 앞으로 중요한 순간 재차 라모스의 공백이 생겼을 때 도움이 될 중요한 힌트였다고 생각합니다.


'임기응변'의 때가 지나고 부상자들의 대부분 복귀했던 전반기 막바지. 위기감이 고조되어 있었지만 팀은 확고한 플랜A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 마련‰營윱求 초반과 중반의 실수의 댓가로 다소 주전을 혹사의 상황까지 몰아갔지만 그 결과 팀은 6연승이라는 수확을 얻었습니다. 어려웠을 연승 과정에서 버텨주고 팀을 지탱한건 역시 팀의 '베테랑'들이었습니다. 


'베테랑'

각 포지션의 코어인 라모스, 모드리치, 벤제마가 다시 조합된 이후 경기력은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베테랑들이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는지 확실히 알고 있는 모습이었고 중심에서 경기의 템포와 리딩 방향을 정해주니 측면 자원이 해야 할 일은 심플해졌고 이는 빠른 판단력으로 이어졌습니다. 자연스레 팀의 속도는 올라오고 전환 국면에서의 수적 우위, 우위를 통한 루트의 다양성과 정확성 개선은 의미 있는 점유를 만들어냈습니다. 효과적인 점유는 상대로 하여금 비효율적인 활동량만 낳게 하였고 경기를 선수들의 입맛에 맞게 요리하긴 더 할 나위 없었습니다. 

전반기 초 동료들과 템포가 조금씩 엇나가던 벤제마는 복귀 이후 골이라는 완벽한 결과물은 물론이고 대신해서 최전방을 맡고 있던 마리아노와 달리 동료가 볼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며 9번이 보여줘야 할 정석적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특히나 정확성이 나아지면서 움직임이 한 박자 빨라진 것이 박스 근처에서 밀집된 상대 수비의 균열을 일으키기 용이했습니다. 현재 옥에 티라면 단순히 9번의 재능만 가지고 있는 선수가 아닌 이 스트라이커의 재능을 더 발휘하도록 도와줄 위력 있는 윙포워드가 없는 점입니다. 골에 있어서 만큼은 여전히 벤제마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는데 부담을 나눠줄 동료의 개선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모드리치는 무슨 수식어가 더 필요할까요. 가장 나이도 많은데 지친 기색도 없이 팀을 이끌어주고 있습니다. 부상 없이 자기 관리를 잘 해주는 것도 대단하고 플레이 내적으로도 여전히 팀에서 완벽한 미드필더라는 걸 증명하고 있습니다. 압박을 무력화시키고 게임을 풀어주는 리딩부터 3선부터 1선까지 오가는 엔진의 면모, 상대적으로 과소평가받는 수비까지 전반기 팀 최고의 선수라는 걸 부정하시는 분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모드리치의 플레이메이킹을 보고 있으면 이 선수를 어떤 미드필더가 대체할 수 있나 싶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팀 내의 발베르데와 외데고르가 조금이라도 따라잡아 줬으면 좋겠네요.

라모스 역시 아직도 세계 최고의 수비수답게 팀을 지켜주고 있습니다. 의존도 높지만 그만큼 의존하게 만드는 선수에요. 센터백때문에 팀이 전진할 수 있는 걸 언제 또 볼 수 있을까요. 수비에서 역습의 저지선 역할은 물론 최후방까지 내려온 상황일 때 팀을 구하는 모습도 여전하죠. 나이 때문에 속도가 조금 줄어든 모습은 있지만 주변의 빠른 동료들이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제가 전반기 동안 라모스에게 아쉬웠던 부분은 오히려 골 결정력(;;)이었습니다. 세컨볼 찬스를 두어 번 잡았는데 결국 포워드는 아닌지 골키퍼에게 쉽게 막힌 장면들이 있었습니다. 라모스의 경험을 생각했을 때 조금만 더 침착했으면 넣을 수도 있었는데요.

이렇듯 나이가 먹어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팀을 지탱하고 있는 베테랑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필드 내에선 플레이로 필드 밖에선 훈련을 통해 모범을 보이고 있는데 이 영향력이 젊은 선수들에게 전해지고 있을 거라 믿습니다. 팀도 계약만료가 얼마 남지 않은 두 선수에게 활약의 보답을 꼭 전했으면 좋겠습니다.


반전에 성공한 팀이 리그에서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지만 후반기 트로피라는 수확을 거두기 위해선 개선해야 할 요소 역시 존재합니다. 앞서 여러 번 언급했듯이 팀의 윙포워드는 너무 약한 상태입니다. 상대 수비에게 균열을 일으키지 못하고 팀을 전진시키는 것도 애먹고 있습니다. 골에 대한 책임을 분산해 주지 못하고 중앙으로 전가시킬수록 팀이 다시 지쳐버리는 시기가 찾아올 수 있습니다. 결국 지단이 윙포워드의 '발전'이라는 문제를 풀어내야 합니다. 팀으로 복귀 후 지금까지 지단도 여러 차례 고민했을 겁니다. 이번 전반기 동안 지단이 다른 포지션에 비해 윙포워드에게는 무리한 부탁을 요구하고 있지 않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선수의 능력에 대한 타협이라 볼 수 있는 씁쓸한 면모이기도 하죠. 비록 몇몇 선수의 재능에 한계가 보이더라도 지금 시기의 감독은 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름에 영입이라는 답으로 회피하기엔 코로나로 인해 영입이 쉬운 상황도 아니고 마냥 분노한 여론을 따라 무턱대고 방출해서 뎁스까지 옅게 만들 순 없으니까요. 이러나저러나 한계가 보이는 선수라도 이번 시즌으로 인연이 끝나지 않을 선수라는 각오로 감독이 도와줘야 합니다.


'발전'

비니시우스는 전반기 가장 질타 받은 선수일겁니다. 저도 비니시우스의 어이없는 턴오버를 볼 때마다 한숨이 나왔는데 동료와 감독은 오죽 했을까요. 특히 이번 시즌은 전술적인 부분보다 선수 개인의 스킬과 판단력, 피지컬이 너무 떨어져 있습니다. 개인 훈련을 열심히 하는 선수로 뉴스가 전해졌지만 피지컬적 요소가 더욱 비니시우스를 막기 쉬운 선수로 만들고 있습니다. 훈련의 성과를 못 거두고 있는 건지 과정을 볼 수 없는 팬 입장에선 답답하기만 합니다. 1~2년 차 때 스킬과 피지컬에는 자신감 있던 유망주가 지금은 그 모습마저 사라진 게 안타깝구요. 호비뉴가 2년 차 때의 부진을 떨쳐내고 3년 차 때 에이스의 면모를 보이던 때와 너무 상반되어 보입니다. 지단이 선수의 전술 세부사항 이전에 멘탈적 요소와 개인 훈련과정까지 손 봐줘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센시오 역시 여론이 좋지 못한 선수입니다. 지난 그라나다전에서 어시스트가 시즌 첫 공격포인트였죠. 부상 복귀 이후에도 순간적인 기민함이나 센스는 살아있지만 정확성에 대한 기복과 피지컬적인 한계가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장점만 살릴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 주기엔 그만큼의 대가를 팀에 가져올 수 있을 퀄리티의 선수인가 하는 의문도 생기는 재능이구요. 결국 지금 당장은 재능이 조금 희생되더라도 현재의 위치에서 빛나게 만들어야 합니다. 측면에서 어중간하게 떠맡고 있는 플레이메이킹같은 요소는 과감히 쳐내줄 필요도 있어 보입니다. 물론 아센시오 본인도 기복을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하구요. 그리고 아센시오가 왼발을 좋아하는 것처럼 동료에게도 각자의 특성이 있는데 최근의 아센시오는 주변의 동료가 누가 되든 관계없는 것처럼 연계의 방식이 너무 단순해져 있습니다. 센스가 없는 선수가 아닌 걸 생각했을 때 지단이 이 부분을 터치해서 연계의 다양성을 만들고 퀄리티 상승을 노렸으면 좋겠습니다.


한차례 폭풍을 겪고 다시 순항하고 있는 팀이지만 코로나라는 혹독한 환경 속에 있는 이상 언제 또 폭풍을 겪어도 이상할 게 없는 항해를 하고 있습니다. 후반기 팀의 항해가 보다 순탄할 수 있도록 지단과 선수들이 노력해 줬으면 좋겠네요. 물론 저도 2021년에도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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