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ter_list
오사수나일요일 2시

전반기 후기 \'플랜B\'와 \'로테이션\'

타키나르디 2020.12.31 19:16 조회 2,404 추천 18

19-20 리그 우승의 기쁨을 뒤로하고 새로운 시즌을 맞이했습니다. 이번 여름에는 코로나의 여파가 계속되어 프리시즌없는 시즌 개막과 빠짐없는 주중 경기로 인한 빽빽한 일정이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팀 사정으로 인해 영입까지 할 수 없는 상황이 된 지단에겐 여러모로 고민이 많았을 여름이었을 겁니다. 그렇게 시작한 시즌은 전반기 초에 카디스와 샤흐타르에게 연패하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흔들렸던 초반의 흐름 속에서 제가 유의미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플랜 B'를 찾으려는 시도와 '로테이션'이었습니다.


'플랜 B'

시즌 초반부터 지단은 기존의 3미들 체제를 뒤로하고 새로운 플랜을 찾는데 적극적인 모습이었습니다. 베티스전과 바야돌리드전에서 요비치를 이용한 투톱, 소시에다드전과 베티스전 그리고 바야돌리드전에서 외데고르or이스코를 10번의 위치에 활용했습니다. 이는 여름의 불가피한 상황속에서 팀 내의 선수들을 활용하려는 지단의 성향, 그리고 타이트한 시즌을 소화하는데 또 다른 플랜을 마련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생각한 판단의 결합이라고 봐야겠습니다.

1. 투톱의 요비치

먼저 요비치의 경우 본인의 플레이 스타일상 기존의 원톱이 아닌 투톱이라는 보다 좋은 환경이 제공되었음에도 투톱을 계속 시도해야 하는 근거가 되어줄 골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 많이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상대의 퇴장을 유도하거나 박스 안에서 벤제마말고도 막아야 할 공격수가 있다는 게 수비수에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걸 확인시켜주긴 했습니다. 하지만 요비치를 이용한 투톱을 가동하기 위해서 팀의 '안정감'을 제공해 줄 3미들의 체제를 깨거나 '속도'를 끌어올려 줄 측면 자원을 포기하는 리스크를 짊어지고 기용할 정도의 메리트를 주려면 역시나 골이라는 확실한 결과물이 필요했었습니다. 이후에는 코로나 양성과 부상으로 스스로 기회를 멀어지게 만들고 있으니 어느새 레알 마드리드에서의 커리어는 절벽까지 내몰려있고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지 의문스럽기만 합니다.


2. 10번 외데고르

외데고르는 요비치보다 분명히 나은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전반기 막바지 부상당하면서 기회를 놓치고 있지만 초반의 소시에다드, 베티스전뿐만 아니라 비야레알전, 인테르전, 샤흐타르전에서 무려 카세미루를 벤치로 내리면서까지 기회를 제공받았습니다. 그래서 지단에게 현재 플랜 B의 중심에 놓여있는 선수가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무엇보다 의미 있게 볼 부분은 지단이 3미들 체제를 깨는 리스크를 짊어지면서까지 10번으로 기용했던 점입니다. 지단이 처음 부임했던 15-16 시즌 아틀레티코전에서 패배한 이후 카세미루는 주전으로 도약했고 지단의 페르소나 수준으로 중요한 경기에선 빠짐없이 출전했던 선수였습니다. 그런 선수를 벤치로 보내고 외데고르를 선발로 쓴 건 지단이 카스티야에서나 레알 마드리드 부임 초 시도했던 4231을 다시 시도해보려는 의도가 있고 10번의 역할도 이스코에게서 외데고르로 옮기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 과정이 제대로 정착만 한다면 외데고르 본인에게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황입니다. 소시에다드 임대 시절과 비교해보면 수비 가담에 신경 써야 하는 부담도 덜 하고 보다 박스 근처에서 마무리 작업에 관여할 수 있다는 점, 활용할 수 있는 필드의 범위도 넓어지는 점까지 본인의 장점을 보다 쉽게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됩니다. 그리고 팀도 2선 자원의 숫자가 늘어나는 만큼 마무리 작업 과정이 지금보다 수월해 질 가능성 역시 존재합니다.

하지만 마냥 낙관할 수만 없는 요소들이 있습니다. 지단이 외데고르를 팀의 '미래'로 보고 있지만 이미 팀 내에선 '현재'와 '미래'를 떠맡을 수 있는 발베르데가 있습니다. 발베르데는 팀의 '현재'인 3미들의 체제를 유지시켜도 자연스레 중원을 맡아줄 수 있는 존재입니다. 다행히도 발베르데의 다재다능함은 외데고르를 10번으로 활용할 체제에서도 유용하기 때문에 외데고르가 본인의 활약에 따라 중원 구조의 변화만 일으킨다면 발베르데는 경쟁의 대상에서 공존의 대상이자 가장 믿음직한 파트너로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결국 외데고르에게 가장 큰 경쟁의 대상은 단순히 한 명의 선수가 아닌 크로스-카세미루의 파트너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팀의 '현재'를 계속 3미들로 유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빌드업에서 크로스의 존재와 수비를 보호해 주는 카세미루의 존재 그리고 크로스와 카세미루가 서로의 단점을 자신들의 장점으로 커버해 줄 수 있는 완벽히 상호보완적인 관계인 것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외데고르가 선발 출전했던 경기에서 크로스와 카세미루가 같이 나온 적은 1번에 불과하기도 하구요. 결국 외데고르가 발베르데와 함께 '미래'의 중원을 '현재'의 영역으로 가져오려면 중원의 남은 한자리를 누가 떠맡느냐는 제일 중요한 고민이 해결되야 합니다. 그리고 그 부분을 크로스를 택하기엔 수비력에 대한 고민, 카세미루를 택하기엔 빌드업에 대한 고민을 여전히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근래에 루머가 나던 카마빙가나 최근에 루머가 잦아진 알라바가 두 선수의 현재 능력에 대한 의문과는 별개로 두 선수 모두 저 자리에 대한 역할을 맡아줄 수 있는 성향을 지니고 있는 것이 지단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마냥 지단이 기존의 전술을 유지하려는 성향의 감독이었다면 지난 시즌 챔스에서 능력과 성향이 모두 검증된 아우아르같은 자원을 더 노렸을 테죠.

물론 외데고르 본인이 기회를 더 놓치지 않고 중원의 변화를 일으켜야만 하는 당위성을 계속 제공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제 때 활약하지 못하면 앞으로 영입될 중원 자원이 '미래'를 함께할 파트너가 아니라 '현재'를 굳건히 하는 경쟁자가 되는 최악의 경우가 될지도 모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루머나고 있는 선수들의 성향과 팀 내 자원을 살려주려는 지단의 성향이 현재 외데고르에게 나빠 보이는 상황은 아니라는 점은 다행이지 않나 싶습니다. 지단이 머리 아파지도록 후반기 중원에서 외데고르의 반격을 기대해보겠습니다.


'로테이션'

일정이 타이트한만큼 로테이션 또한 지단은 필수로 가져가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로테이션은 당연히 해야만 했다고 생각하구요. 로테이션을 통해 후보진의 컨디션도 올리고 결과도 잡았다면 최고의 시나리오였지만 아쉽게도 카디스전이나 샤흐타르전, 발렌시아전같은 경기에선 둘 모두 놓치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이어졌습니다. 결국 위기에 몰려 로테이션의 빈도는 줄어들 수 밖에 없었지만 부상으로 인한 강제 로테이션에서 뜻밖의 귀중한 소득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1. 하락의 마르셀로 & 이스코

일정뿐만 아니라 전술에서의 역할까지 고려했을 때 멘디나 카르바할의 백업은 컨디션이 올라올 필요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르셀로는 여러 번의 출전에도 불구하고 피지컬적으로 올라오지 못한 모습과 리스크를 감당해내지 못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전반기 중반 라모스의 공백과 외데고르를 이용한 플랜 B까지 맞물려 지단이 윙백에게 1.5인분 수준의 과도한 역할을 요구했을 때도 있지만 초반의 샤흐타르전이나 중반의 알라베스전과 같이 기존의 역할을 요구했을 때에도 그에 부합하는 피지컬 상태를 갖추지 못했던 모습은 아쉽기만 했습니다. 아직 팀을 지탱해 주는 동료 베테랑들의 모습을 생각하면 더욱이요. 그나마 발렌시아전에 공격에서 효율을 보였는데 이마저도 연이은 동료들의 PK 헌납으로 경기가 터져버리면서 빛을 바랬습니다. 후반기에도 여전히 타이트한 일정이 이어지는 걸 감안하면 마르셀로의 컨디션은 꼭 올라와줘야 하는데 이겨낼 수 있을지 걱정되기만 합니다.

이스코 역시 지난 시즌 코로나 재개 이후의 연장선에 놓여 있습니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엔 본인의 스피드를 커버해내는 장점들이 되살아나 5미들의 엔진이 역할을 했지만 코로나 이후 현재까진 그 모습은 찾기 힘든 상태입니다. 국대에서 밀려난 상황과 외데고르의 존재까지 더해져 줄어든 출전 시간때문인지 선발로 출전했던 경기에서 팀의 점유를 보장해 주고 상대의 리듬을 끊어내며 흐름을 가져와주던 모습보단 오히려 팀의 흐름을 끊고 동료들이 반복적으로 스프린트를 가져가야만 하는 상황이 많이 발생했었습니다. 후반기에 반전을 이끌어 낼 여건이 갖춰질 지도 의문스러운데 이대로 겨울에 작별을 할지 한때 지단의 황태자 소리를 듣던 본인에겐 고민이 많을 거 같습니다.

사실 두 선수 모두 상대 수비의 1차 균열을 가할 윙포워드가 존재했다면 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텐데 이 역할을 제대로 해낸 동료가 없다는 게 많이 안타깝기도 합니다. 2차 균열을 일으킬 역할의 선수들이 1차 균열의 요구까지 떠맡은 감이 있는데 후반기 두 선수의 재기를 도와줄 선수가 꼭 나타났으면 좋겠습니다.


2. 상승의 나초 & 바스케스

나초는 지난 시즌 밀리탕의 영입과 폼 하락으로 4번째 센터백으로 밀리면서 작별의 시기가 가까워지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라모스 부상과 밀리탕의 코로나 양성으로 인해 주어진 기회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줬습니다. 피지컬 관리를 잘했던 덕분에 넓은 커버 범위를 커버하는 것도 잘 소화했고 역습 상황에서도 영리하게 반칙을 이용하면서 밀리탕보다 경험 면에서 우위에 있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인테르전 때 PK를 얻어낸 모습 역시 라모스가 없다면 나초만이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이었습니다. 어려웠던 본인의 상황에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준비되어 있던 모습은 정말 칭찬해 주고 싶습니다. 로테이션의 기회를 받을 다른 선수들에게 귀감이 될만한 모습이었는데 비슷한 처지의 동료들이 자극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바스케스 역시 떨어진 폼과 활용도 그리고 많은 경쟁자들의 존재로 하여금 떠나는 게 유력했었습니다. 실제로 지난 시즌 코로나 재개 이후 거의 출전하지도 못했었죠. 다른 감독도 아닌 지단에게 외면받을 정도로 암울한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 많았습니다. 카르바할과 오드리오솔라의 부상으로 라이트백으로 기회를 받긴 했지만 바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었죠. 전문적인 수비수 출신이 아닌 만큼 수비 상황에서의 어리숙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꾸준한 출전을 통해서 전환 국면에서 좋은 기동력을 팀에 제공하며 카르바할이 없는 동안 고전하던 우측의 속도를 올려줬고 결국 팀의 분위기 반전과 함께 상승세를 이끌어낸 중요한 역할을 해냈습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라모스의 부상까지 겹쳐 지단이 윙백에게 1.5인분의 역할을 요구했음에도 재능의 한계를 아랑곳하지 않고 최대한 소화해내는 모습은 팬으로써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현지에서도 자주 비꼬던 바스케스에 대한 지단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해내고 현지 여론까지 바꿔버린 바스케스의 활약은 전반기 최고의 반전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저도 덕분에 하키미가 덜 그리워졌습니다ㅎㅎ


전반기 초반의 플랜 B를 찾으려던 시도와 로테이션은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유의미한 부분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후반기에도 타이트한 일정이 이어지는 걸 감안하면 결국 플랜 B와 로테이션을 재차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올 겁니다. 지단이 초반에 겪은 아쉬운 실패를 후반기 성공의 초석으로 바꿨으면 좋겠습니다.

format_list_bulleted

댓글 7

arrow_upward 전반기 후기 \'임기응변\'과 \'베테랑\' 그리고 \'발전\' arrow_downward 오늘경기는 잘하던 카르바할의 미스가 아쉬운 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