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주 성장에 관한 얘기
요새 옆동네 안수 파티와 비니리구를 비교하며 부러워하는 시선이 종종 보이는데 이들의 차이가 재능의 크기에 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이 팀과 달리 옆동네는 팀 차원에서의 전방 틀이 잘 잡혀있다는 거겠죠. 유스 시스템부터 일관된 철학을 고수하는 그네들 시스템 덕도 조금은 있겠지만 결정적인 건 메시입니다. 확실한 상수가 되어주니 감독 입장에선 계산이 굉장히 편해지고 질이 좋건 나쁘건 본인이 생각하는 틀을 확실하게 세울 수 있습니다. 이러니 뭔가를 시도하기도 편하죠. 부담도 적은데다 메시의 범용성이 성공 확률을 끌어올려줄 테니까요.
아자르는 이런 목적으로 영입된 케이스입니다. 왼쪽에 몰리는 공의 흐름을 살려 주공을 이끌어갈 수 있는 크랙. 여기서 상수가 되어주면 계산이 서고 틀이 잡힙니다. 동선이 겹친다 넣을 사람이 없다 말이 많았지만 아자르가 유일하게 정상에 가까웠던 작년 그 7경기동안 팀이 21골을 때려박은 걸 보면 어느정도 증명은 된 셈이죠. 반대로 이런 틀이 무너지고 난 이후, 특히 코로나브레이크 직전과 최근 경기들을 보면 상수와 틀의 중요성에 대한 훌륭한 반증 사례로 볼 수도 있을테고요.
그래서 저는 비니리구의 성장에 방해가 되니 아자르를 영입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계산이 서지 않으면 변수덩어리인 유망주들 쓰기는 오히려 더 어렵거든요. 유망주 성장에 경험치가 중요하긴 하지만 부작정 경험치만 먹인다고 쑥쑥 크지는 않습니다. 경험치의 양 못지않게 경험치의 질과 경험치를 쌓아가는 과정에서의 성장 방향도 중요한 요소고 이건 팀의 틀이 잡혔을 때 훨씬 잡아주기 쉽습니다. 실제로 호드리구가 이 팀에서 유일하게 빛나던 시기도 앞서 말한 그 7경기동안 아자르와 함께 뛸 때였거든요. 아마 아자르가 멀쩡했다면 비니리구에게 갈 기회는 줄더라도, 또 그 기회가 오른쪽으로 한정되더라도 성장 방향은 더 빠르고 명확하게 잡혔을 거라고 봐요. 그리고 그랬다면 임대에 대한 명분도 섰을 테고요.
또 한가지 주지할 사실은 이런 틀이 없으면 성적과 유망주 육성을 동시에 해내는 게 불가능하다는 거에요. 상수가 없으니 성적을 내려면 변수를 최대한 통제하려는 방향으로 가야 하고 그러다보면 유망주들은 배제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시즌에 나왔던 개쫄보 5미들이나 최근의 벤제마 갈아먹는 4-3-1-2가 이런 사례죠. 지금이라도 이런거 하면 아마 성적은 조금 더 잘 나올 거에요. 당장에야 욕도 덜 먹을거고. 근데 이건 미래가 없어요. 그러니 지단이 올시즌엔 비니리구를 코어 위치에 박는 도박을 걸고 있는데 나름대로 성장 방향 자체는 잘 잡고 있는 것 같긴 해요. 성공하면 성적도 얻고 프랜차이즈 스타도 만들 수 있고 일석이조지만 제가 봐온 대다수 사례에서 이런 시도는 소년가장이란 칭호만 남긴 채 팀 성적은 꼬라박는 결과로 귀결되었습니다. 당장 솔라리가 이러다가 목이 날아갔죠.
개인적으로 아자르 없을 때 비니리구를 제대로 밀어주는 건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윈나우에 그렇게 목매야 할 상황도 아니고 그럴 확률이 꽤 높아보이지만 아자르가 정말로 회생불가 판정을 받게 되면 결국 얘네한테 매달려야 할 상황이 분명히 올거거든요. 다만 걱정되는 건 어린 친구들의 멘탈입니다. 가뜩이나 성적에 대한 압박이 상주하는 팀인데 최근처럼 충격적인 패배가 누적되다 보면 패배-압박-패배-압박으로 이어지는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을까 싶거든요. 지금도 슬슬 보이지만 앞으로도 계속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고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면 결과가 좋지 않거나 경기력이 구릴 때마다 얘넨 그릇이 아니네 얘들밖에 없냐 어쩌구 하는 책임론이 꾸준히 나올텐데 그 과정에서 멘탈이 꺾이면 차라리 안밀어주는 것만도 못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죠. 실제로 그렇게 망한 선수들도 꽤 되고... 성적 성장 둘중에 하나만 잃을 걸 둘다 잃게 될까봐 솔직히 저는 좀 두렵습니다. 이 팀이 그런 상황에서 어린 선수들을 품어줄 만큼 따뜻한 팀은 아니기도 하고요. 결국엔 이겨야 모든 게 선순환으로 작동할 거에요. 마침 분위기 끌어올리기 딱 좋은 더비 매치가 기다리고 있고요. 충격적인 연패로 팀 분위기도 많이 쳐져있을텐데 이번 엘 클라시코가 쇄신의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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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있짱나 2020.10.22동의해요. 아자르는 분명 확실한 카드긴했죠 그리고 본문대로 아자르가 그나마 사람답게했을때 반대의 호드리구 퍼포먼스도 가장 좋았구요. 다만 호드리구가 아쉬운점은 흔히 어린선수들의 서투른 플레이 같은 단점은 상관없지만 자신이 가진.고유의.장점 조차 잘 보여주기 힘들어해서 아쉽긴해요. 별개로 아자르가 비싼가격이긴하지만 당시 첼시서 보여준 폼과 퍼포먼스는 우리팀에 온다면 확실한 카드일건 분명해서 영입자체가 잘못된 방향이였다 생각하진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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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온태 2020.10.23@애있짱나 호드리구는 경험치도 경험치지만 육체적으로 좀더 강인해질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플레이가 소심하다는 건 결국 자기 경합능력에 자신이 없다는 건데 이건 피지컬적인 성장이 뒷받침이 되어야 하는 부분이죠. 지난 시즌 비니시우스가 그러했듯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모종의 조정 과정을 거치면 좀 나아지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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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그 2020.10.22어제 코멘터리에서 상수 얘기하시길래 내용이 대충 짐작이 갔네요. 본문과는 좀 다른 얘기지만 파티나 산초 같은 애들이 일시적으로 성적 낸다고 2000년생, 2001년생에게 과도하게 기대와 실망, 단정을 짓는 시각도 사실 이해가 안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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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온태 2020.10.23@라그 육체적으로 성장이 다 끝난 20대 중반 선수들도 약간의 조정을 거치며 환골탈태가 나오는 게 축구판인데 하물며 모든 면에서 성장이 가능한 나이대의 선수들이라면 더더욱 열린 시선으로 가능성을 재는 게 온당하겠죠. 저도 말씀하신 바에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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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스5연패 2020.10.22비니시는 이미 2번의 시즌동안 압박감을 이겨내고 성장하는 모습을 두눈으로 봐서 기대가 되는데 호드리구는 좀 소심하다고 해야할까, 신중하다고 해야할지 걱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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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온태 2020.10.23@챔스5연패 비니랑은 스타트에서부터 차이가 좀 나서.. 망한 시즌에 자기 몰빵해주는 감독 만나 기회 챙겨받은 비니에 비해 호드리구는 좀더 제한적인 기회만을 부여받았으니 마인드셋에서도 차이가 좀 날 수밖에 없겠죠. 뭐 비니도 지난 시즌 내내 좋았던 건 아니니까 호드리구도 조금 더 기다려 봐도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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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aki 2020.10.22공감합니다. 아자르가 영입될 당시에 이럴 줄 알았다는 건 지극히 결과론이고 오히려 아자르가 있었으면 누구든 반대편이지만 자기 역할만 하면서 저 자리 잡기 편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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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온태 2020.10.23@Inaki 사실 본문에선 돌맞을까봐 얘길 안했지만 성장이든 성적이든 개선이 있으려면 아자르가 건강하게 돌아와야 하긴 해요. 제가 얠 좋아하거나 아직도 대가리가 깨져있어서가 아니라 스쿼드 내에서 플러스알파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 여기밖에 없어요. 이렇게 말하는 저도 기대치는 한없이 낮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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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알 2020.10.22사실 안수 파티는 옆동네에 가용인원 없는 가운데 갑자기 쓰게 된, 그러면서 본인도 나이에 맞지 않는 실력을 보여준 케이스고, 호드리구는 우리 팀이 워낙 전방에 이 선수 저 선수 많다보니 못 쓰게 되는 상황이라 봅니다. 저 쪽도 틀이 잘 잡힌 경우는 아니라 보는데 기회도 못 줄거면서 너무 많이 데리고 있는 우리 팀도 문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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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온태 2020.10.23*@갓알 네 절대적인 관점으로 옆동네도 아주 좋은 팀이라고 하긴 어려운데 거긴 감독을 아무리 갈아치워도 메시라는 구심점을 통해서 전방에서 비교적 쉽게 구색을 낼 수 있으니까요. 메시와 너무 겹치거나 너무 이질적인 경우만 아니라면 캐릭터를 살리는 데 별 어려움은 없겠죠.
호드리구는 사실은 기회가 없어서 못준 게 아니라 있는데도 잘 안돌아갔다고 보는 게 맞겠죠. 지난 시즌만 해도 선수가 많아보였지만 아자르랑 아센시오가 내내 이탈해있었고 베일도 어느 시점 이후로 배제되면서 실질적으로 뛸 수 있는 자원은 몇 없었는데도 지단이 당장 얻을 게 없는 유망주 성장보단 성적을 선택하면서 5미들 쓰고 이랬던 거니까요. 여름에 돈 많이 쓴 영향도 있었을 테고. 실제로 출장 시간을 체크해봐도 기용 방식이 좀 이질적이었던 이스코를 빼면 2선 자원 중 3위였어요. 말이 3위지 1위인 비니랑 채 400분도 차이 안나는 수준이라 스쿼드에 가용 자원이 너무 많아서 기회를 못받는다고 보긴 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올시즌도 표본을 언급하기 좀 민망한 수준의 경기수입니다만 비니 선발 3번에 호드리구 선발 2번이면 차이라고 보긴 어렵겠죠. 결과물에서 차이가 날 뿐. -
ryoko 2020.10.22아자르가 중심을 잡으면 팀에게도 유망주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점 동의합니다. 경쟁자가 있든 없든 유망주는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를 잘 잡아야죠. 그러지 못하는 유망주에게 계속 기회를 주는건 팀의 레벨이 떨어졌을 때나 가능한 얘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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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온태 2020.10.23@ryoko 그게 참 이 팀의 딜레마죠. 늘 성적을 내야 하는 팀이라는 점. 돌이켜보면 그래도 암흑기라고 부를 만한 00년대 후반에 라모스 마르셀루 이과인이 튀어나왔으니 성적을 좀 내려놓으면 미래의 대들보를 키워낼 역량은 있다는 건데 그 과정을 지켜보는 팬들은 또 속이 터져나가니까요. 어려운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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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 로이스 2020.10.23아자르가 정말로 짜증나지만 아자르가 있어야만 팀 분위기가 반전된다는 이야기 또한 사실이죠 아자르의 존재로 경기력이 상승되는 효과는 물론이고 유망주의 육성방식에 대한 방향성이 잘 잡혀질테니깐요
근데 이럴수록 아자르가 더 밉긴 하네요... 지금 우리팀이 힘든 상황을 겪고 있는것의 6할 이상은 아자르의 부진이라고 보고 있어서.., -
디마리아 2020.10.23과연 팬들이 언제까지 참아줄 수 있을지 굉장히 궁금하네요. 마드리드 팬들이 그닥 인내심이 좋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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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요 2020.10.24축이되는선수 이야기 참 공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