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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수나일요일 2시

유망주 성장에 관한 얘기

온태 2020.10.22 16:57 조회 2,520 추천 15

요새 옆동네 안수 파티와 비니리구를 비교하며 부러워하는 시선이 종종 보이는데 이들의 차이가 재능의 크기에 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이 팀과 달리 옆동네는 팀 차원에서의 전방 틀이 잘 잡혀있다는 거겠죠. 유스 시스템부터 일관된 철학을 고수하는 그네들 시스템 덕도 조금은 있겠지만 결정적인 건 메시입니다. 확실한 상수가 되어주니 감독 입장에선 계산이 굉장히 편해지고 질이 좋건 나쁘건 본인이 생각하는 틀을 확실하게 세울 수 있습니다. 이러니 뭔가를 시도하기도 편하죠. 부담도 적은데다 메시의 범용성이 성공 확률을 끌어올려줄 테니까요.


아자르는 이런 목적으로 영입된 케이스입니다. 왼쪽에 몰리는 공의 흐름을 살려 주공을 이끌어갈 수 있는 크랙. 여기서 상수가 되어주면 계산이 서고 틀이 잡힙니다. 동선이 겹친다 넣을 사람이 없다 말이 많았지만 아자르가 유일하게 정상에 가까웠던 작년 그 7경기동안 팀이 21골을 때려박은 걸 보면 어느정도 증명은 된 셈이죠. 반대로 이런 틀이 무너지고 난 이후, 특히 코로나브레이크 직전과 최근 경기들을 보면 상수와 틀의 중요성에 대한 훌륭한 반증 사례로 볼 수도 있을테고요.


그래서 저는 비니리구의 성장에 방해가 되니 아자르를 영입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계산이 서지 않으면 변수덩어리인 유망주들 쓰기는 오히려 더 어렵거든요. 유망주 성장에 경험치가 중요하긴 하지만 부작정 경험치만 먹인다고 쑥쑥 크지는 않습니다. 경험치의 양 못지않게 경험치의 질과 경험치를 쌓아가는 과정에서의 성장 방향도 중요한 요소고 이건 팀의 틀이 잡혔을 때 훨씬 잡아주기 쉽습니다. 실제로 호드리구가 이 팀에서 유일하게 빛나던 시기도 앞서 말한 그 7경기동안 아자르와 함께 뛸 때였거든요. 아마 아자르가 멀쩡했다면 비니리구에게 갈 기회는 줄더라도, 또 그 기회가 오른쪽으로 한정되더라도 성장 방향은 더 빠르고 명확하게 잡혔을 거라고 봐요. 그리고 그랬다면 임대에 대한 명분도 섰을 테고요.


또 한가지 주지할 사실은 이런 틀이 없으면 성적과 유망주 육성을 동시에 해내는 게 불가능하다는 거에요. 상수가 없으니 성적을 내려면 변수를 최대한 통제하려는 방향으로 가야 하고 그러다보면 유망주들은 배제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시즌에 나왔던 개쫄보 5미들이나 최근의 벤제마 갈아먹는 4-3-1-2가 이런 사례죠. 지금이라도 이런거 하면 아마 성적은 조금 더 잘 나올 거에요. 당장에야 욕도 덜 먹을거고. 근데 이건 미래가 없어요. 그러니 지단이 올시즌엔 비니리구를 코어 위치에 박는 도박을 걸고 있는데 나름대로 성장 방향 자체는 잘 잡고 있는 것 같긴 해요. 성공하면 성적도 얻고 프랜차이즈 스타도 만들 수 있고 일석이조지만 제가 봐온 대다수 사례에서 이런 시도는 소년가장이란 칭호만 남긴 채 팀 성적은 꼬라박는 결과로 귀결되었습니다. 당장 솔라리가 이러다가 목이 날아갔죠.


개인적으로 아자르 없을 때 비니리구를 제대로 밀어주는 건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윈나우에 그렇게 목매야 할 상황도 아니고 그럴 확률이 꽤 높아보이지만 아자르가 정말로 회생불가 판정을 받게 되면 결국 얘네한테 매달려야 할 상황이 분명히 올거거든요. 다만 걱정되는 건 어린 친구들의 멘탈입니다. 가뜩이나 성적에 대한 압박이 상주하는 팀인데 최근처럼 충격적인 패배가 누적되다 보면 패배-압박-패배-압박으로 이어지는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을까 싶거든요. 지금도 슬슬 보이지만 앞으로도 계속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고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면 결과가 좋지 않거나 경기력이 구릴 때마다 얘넨 그릇이 아니네 얘들밖에 없냐 어쩌구 하는 책임론이 꾸준히 나올텐데 그 과정에서 멘탈이 꺾이면 차라리 안밀어주는 것만도 못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죠. 실제로 그렇게 망한 선수들도 꽤 되고... 성적 성장 둘중에 하나만 잃을 걸 둘다 잃게 될까봐 솔직히 저는 좀 두렵습니다. 이 팀이 그런 상황에서 어린 선수들을 품어줄 만큼 따뜻한 팀은 아니기도 하고요. 결국엔 이겨야 모든 게 선순환으로 작동할 거에요. 마침 분위기 끌어올리기 딱 좋은 더비 매치가 기다리고 있고요. 충격적인 연패로 팀 분위기도 많이 쳐져있을텐데 이번 엘 클라시코가 쇄신의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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