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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수나일요일 2시

압박과 센터백, 라모스와 바란 이야기.

마요 2020.08.08 15:50 조회 2,290 추천 4

1.

1990년대 축구에서 가장 큰 변화는 아마도 키퍼가 아군의 패스를 손으로 잡을 수 없다는 룰의 도입이었다고 봅니다. 아마 옵사이드 규칙의 도입이후로, 축구 전술의 가장 극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킨 룰이라고 생각해요.

이 룰의 도입으로 인해, 예전보다도 공격수들이 상당히 높은 위치에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10여년 가까운 시간동안 차츰차츰 벌어진 일이지만 ‘전방압박’의 개념 역시 이 룰의 도입으로 인해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전방압박이 강화되며, 수비라인들은 위로 전진했고, 공격-미드필더-수비들의 간격은 보다 촘촘해졌으며, 그로 인해 지단류의 공격형 미드필더는 반필연적으로 사장이 되고 맙니다.

전방압박의 형태 역시, 다양하고 촘촘해졌습니다. 그로 인해 탈압박의 개념이 보다 크게 대두되었고, 당연히 전술 생각이 있는 감독들은 키퍼를 빌드업에 참여시키는 방법을 고안해내게 됩니다, 결국 노이어와 같은 골키퍼의 등장, 펩과 같은 감독들의 등장으로 빌드업 키퍼는 이제 이 시대에서 어느정도 위치를 자리잡게 되죠.

2.

예전 같았으면 수비수들이 맘 편하게 키퍼에게 공을 돌릴 수 있었지만(심지어 센터서클에서도 키퍼에게 공을 돌리는 일이 많았죠), 상기 언급한 룰의 도입으로 인해 수비수는 예전보다 더 공을 다루는 기술을 발전시켜야만 했죠. 개인적으로 저 룰이 전격적으로 도입되고, 전방압박이 강화된 이후(대략 2005-6년 이후라 봅니다아...)의 수비수와 이전의 수비수는 조금 다르게 평가해야 한다고 봅니다. 수비수에게 요구되는 것이 단순히 수비력 이상의 것이 되었기 때문이죠.

3.

물론 저는 틀딱이기 때문에, 과거의 수비수들을 낮게 평가하는 우를 범하고 싶진 않습니다. 경기 전체적으로 영향을 미쳤던 역대급 수비수였던 베켄바우어, 그리고 스위퍼의 교과서였다는 바레시와 같은 선수를 낮게 평가할 이유가 없죠. 하지만 저 분들의 공격전개는 상대의 가열찬 압박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기 보다는 비교적 전방을 편안히 관망할 수 있는 상황에서 뛰어난 판단력과 높은 패스전개능력, 혹은 전진능력으로 해낸 것이라 보기에, 지금과는 좀 다른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4.

글이 좀 아수라장으로 가는 것 같은데, 사실 하고 싶은 말은, 이제 현대축구에서 수비수들은 마냥 수비만 잘하고 커버만 잘해서는 월드클래스라 부르기 힘들다는 겁니다. 상대의 압박을 이겨낼 수 있어야 하고, 공을 보다 더 잘 다루어야 한다는 거죠. 패스 전개 역시 훌륭하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죠.

맨시티전 참사 후에 쓰는 글이라 조금 뒷북이긴 한데, 사실은 라모스에 대해 여러 축구 사이트에서 평가가 나올때 쓰고 싶었던 글이긴 합니다. 기본적으로 시대와 환경이 다른 선수들을 비교하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정말 요구하는 것들이 다르거든요.(심지어 같은 시대라 하더라도, 비슷한 롤이 주어진 선수가 아니라면 직접비교가 참 어렵다고 봅니다) 하지만 적어도 2000년대 중반이후로 라모스보다 뛰어난 센터백은 단연코 없다고 자부합니다(거친 플레이는 욕먹어 마땅하다고 생각하고요).

그러나 그 라모스도 미스가 없지 않은 선수입니다. 올시즌만 해도 백패스로 한번 데였던 경기가 있었던 걸로 기억하고요. 하지만 공을 무서워하지 말고, 끊임없이 시도 하고 본인의 역량을 보다 더 발전시키기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합니다. 라모스와는 달리, 바란에게서는 공을 갖고 있을때 상대방이 달려들면 뭔가 두려움을 느끼는 모습을 여러차례 느낀 바 있어서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자신이 최고고 상대를 이겨내겠다는 그런 나르시스트적인 면모가 있어야, 최정상의 선수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들더군요. 바란이 이 시련을 이겨내고 보다 더 위대한 선수가 되어주길 바랍니다. 아직 서른이 되지 않은 바란의 전성기는 이제 시작이라 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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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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