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스 16강전 단상.
1.
이제 리버풀 팬들의 심정을 조금은 이해하겠더군요. 나와선 안 될 아마추어적인 실수가 2번 연속 나올 때의 허탈함.
뭐라 할 것도 없이, 그냥 패배의 원인은 바란이라고 봅니다. 선수를 굳이 꼭 집어서 말하고 싶진 않은데, 그게 사실이니 어쩔수가 없어요. 한 선수가 이렇게 송두리째 경기를 집어던지는건 오랜만에 보네요.
현대 센터백의 경우, 예전만큼 투톱을 하나씩 막는 것이 아니니 상대 공격시엔 도리어 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쓰리톱의 양윙포워드는 보통 풀백들이 1차 수비를 하기 때문이죠. 반면, 요구되는 자질의 가짓수는 더 늘어났다고 봅니다. 특히 상대가 이렇게 압박을 가해 올 때에는요.
맨시티의 전방 압박이 훌륭했다고는 보지만, 이것이 감당할 수 조차 없는 수준이었다고 보진 않습니다. 문제는 전진시 패스의 세밀함과 공을 지니고 있을 때의 침착함 이런 것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봅니다. 이러한 수준 높은 경기에서는 자잘하고 사소한 미스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니까. 우리는 센터백과 수비형 미드필더가 오랜만에 통째로 뒤흔들려버렸죠. 모드리치 선발의 이유는 맨시티의 압박을 풀어내줄만한 회춘 모드의 발동을 염두에 둔 것이었는데 아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몇몇 분들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예전 맨유-바르샤의 결승 경기마냥 압살 당하거나, 압도 당한 경기라고 보진 않습니다.(정신승리라 말씀하시면 어쩔 수 없습니다만;;). 물론 이길 자격이 있었던 경기 역시 아니라 봅니다. 그저 1차전의 다소 어이 없었던 역전패의 기운이 그대로 이어진 경기. 홈앤어웨이 경기에서 1차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네요.
2.
센터백들이 압박이 들어오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공을 마구 차내지 않고 돌려댄 것은, 쉽게 점유를 넘겨주지 않기 위해 지시 내지는 의도된 것이라고 봐요. 다만, 빨리 찰건 차줬어야 했는데, 에휴. 전반 초반에는 풀백들이 센터백 옆에까지 내려와 빌드업을 도와주었는데, 바란의 실수 이후부터는 그냥 풀백들이 전진해버리더군요. 센터백들의 역량을 믿은 건지 뭔지는 모르겠지만(개인적으로는 어차피 골을 넣어야 하는 마당에 센터백들이 풀어내는 것을 믿고 올라가야 공격에서 답이 있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그 이후도 도통 가닥을 잡진 못했습니다. 뭐 라모스가 있었다면 한두번의 전환 동작으로 상대를 끌어내는 것이 가능했겠습니다만. 뭐 죽은 자식 뭐 만지기죠. 라모스 없다고 질 팀이었으면 여기서 떨어지는게 맞다고 보고요.
3.
아센시오를 제외한 교체가 뒤늦게 이루어진 것은 개인적으로 지단은, 스코어가 뒤지고 있는 상황이 역량때문이라기 보다는 미스 때문이었다고 봤기 때문이 아닐까 라고 짐작합니다. 저 역시 제수스에게 골을 내주기 전까지는 뭐 용인해줄 수 있을 정도의 경기력이라고 봤어요. 전방 압박에 고전하고, 그로 인해 선수들의 미스가 잦았지만, 그건 개인역량적 부분이 컸다고 보고, 그 와중에서도 만들어낼 찬스는 이따금 좋은 수준으로 만들어 내고 있었기 때문에. 맨시티가 사이드에서 풀어내서 중앙에 공을 공급해도, 워낙 중원을 두텁게 구성해놔서 오픈 찬스를 주지 않았죠. 나름 수비도 잘했었다 봅니다.
다만 제수스에게 골을 먹힌 이후에는 보다 더 빠르게 교체를 가져갔어야 옳았겠죠.
4.
아자르가 거의 존재감이 없었던 것은 맞긴 한데, 뭐랄까 아자르를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는 것도 감독의 몫이 아닌가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역습 상황에서 빛을 발하는 친구인데 공을 잡고 스피드를 낼만한 상황? 자체가 주어지지 않더군요. 아자르에게 가는 패스 타이밍 역시 아쉬운 부분이 있었고...물론 아자르 개인도 잦은 부상으로 인해 과단성이 떨어진 부분이 있긴 하겠지만요.. 아자르에 대해선 또 이야기할 상황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다만, 후반 초반 이후부터는 비니시우스로 교체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갸우뚱 하긴 했습니다.
5. 좋았던 선수들
호드리구는 본인의 전술적인 몫을 다 했다 봅니다. 아직 아쉽긴 해도, 더 좋아지리라 믿습니다. 멘디의 경우는, 결국 펩이 스털링의 위치를 조정할 정도로 수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중앙 미드필더에서 제몫을 해준 것은 개인적으로 크로스라고 봐요. 유일하게 정줄 놓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쿠르투아 역시 킥미스가 한두번 있긴 했지만 골키퍼가 해줘야 할 몫을 다해주었습니다.
댓글 20
-
cubano 2020.08.08공감되는 부분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오늘 경기 그냥 원사이드로 접힌 수준으로 봤고, 이번 시즌 손에 꼽을 정도로 후들겨 맞았던 경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1, 2번 문단에서 언급해주신 부분들(후방 볼간수의 실수나 모드리치의 탈압박부재 등)도 근본적으로는 리가에서 우리가 상대하고 이겨내던 것보다 훨씬 정교하고 강한 시티의 압박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봤네요. 카세미루도 이번 시즌 리가 보면서 와 진짜 많이 안정적으로 발전했다 싶었는데 딱 맨시티 만나니까 어버버 하면서 실수연발 했구요.
라모스가 너무 아쉽네요 또.. ㅠㅠ 라모스 있었으면 그래도 뭐가 달라도 달랐을거라 봅니다. -
subdirectory_arrow_right 마요 2020.08.08@cubano 저는 이보다 더 높은 수준의 압박을 팀이 풀어냈었던 기억이나서ㅎ 아마도 팀의 역량에대한기대치가 제가 더높아서 그런것 같아요ㅡ
-
subdirectory_arrow_right 호날우도 2020.08.08@cubano 만약 라모스가 있었다면 라모스가 잘해서 못해서를 떠나 바란이 이처럼 멘탈이 흔들리거나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안했겠죠..
라모스 존재의 중요성은 바란에게 매우 치명적입니다. 라모스 없을 때 레알의 1승6패는 대부분 바란의 참담한 실수에서 유발한 경기가 많은듯 합니다. 즉 바란은 라모스가 있을 때는 매우 훌륭한 월클급 센터백...없으면 불안한 수비수...라 생각됩니다. -
우주특공대 2020.08.08바란: 라모스를 대신해 수비를 책임져야해서 부담이 많이 됐나?(오늘의 M.O.M)
아자르: 내년에는 명예회복 하길
카세미루: 카세미루 대신 발가가 나왔으면 어땠을까? 수비는 잘하나,빌드업을 정말
지단: 리그 우승 감사합니다.단지 이번경기 교체 타이밍이..
이번 경기 워스트들에 대한 개인 감상입니다.
마요님 좋은 분석 감사합니다. -
subdirectory_arrow_right 마요 2020.08.08@우주특공대 아자르 나름 실드친다고 친건데 기대이하인건 분명합니다ㅜㅜ
-
subdirectory_arrow_right 호날우도 2020.08.08@마요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으나 아자르는 볼 잡는걸 두려워하는 모습이었어요...
자신감 자체가 1도 안보이더라구요... -
디마리아 2020.08.08첫 실점까지는 괜찮다고 봅니다. 플레이 하면서 실수가 아예 없을 수는 없고 -물론 그게 실점으로 이어진 치명적인 실수인 것은 아쉬운 점이지만- 모든 걸 완벽하게 하면 그게 신이지 인간은 아니니깐요. 다만 문제는 두번째 실점이라고 보네요. 첫 실점 이후 이른 시간에 동점골 만들어냈고 실제로 꽤나 대등하게 싸웠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찬스 메이킹이 많았던 건 아니지만 전반전에도 그런 와중에 동점골을 만들어냈으니까요. 아센시오 교체 투입은 대놓고 한방 노려서 연장 혹은 운이 좋으면 경기를 끝내보겠다고 생각한 거 같은데 그 상황에서 바란의 두 번째 실수가 나온게 아무리 생각해봐도 치명적이네요.
바란은 멘탈 터졌을 거 같은데 제대로 잡아서 다음 시즌 한번 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으로 삼았으면 좋겠네요. 바란의 실수에 팬들이 화나는 건 단순히 바란이 못 해서가 아니라 팬들이 믿고 기대하는 선수이기 때문이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네요. -
subdirectory_arrow_right 마요 2020.08.08@디마리아 공을 다루는 능력의 아쉬움이 이렇게 크게 느껴지는건 처음이었습니다. 바란이 더욱 성장하길 바래요 아직 서른도안된선수니
-
아랑 2020.08.08저도 현재 팀 구조상, 전술상으로 양쪽 측면 선수들이 활약하기 힘든 환경은 맞는 거 같아요 결론적으로 중원 개편해서 팀 구조부터 뜯어고쳐야 기동력도 살아나고 경기력도 좋아질 거 같은데 마땅한 영입이 있을지
-
subdirectory_arrow_right 마요 2020.08.08@아랑 슬프지만 올해는0입이라보고..카세미루재계약도 신경쓰이네요ㅜ 중원 구성이 내년에도 크카모이진않을것같은데
-
Inaki 2020.08.08지나고 나서의 얘기지만 전 선발라인업이 아쉬웠어요. 에너지레벨을 좀 더 높여줄 수 있는 선수들 - 발베르데 이스코 비니시우스 - 을 벤치에 둔 점이요. 아니면 교체라도 일찍 했으면..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
subdirectory_arrow_right 마요 2020.08.08@Inaki 신중하게 접근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실패해버렸습니다. ㅡㅡ
-
지단의 아름다움 2020.08.08바란, 카세미루 쓰는 한 빌드업 불안은 계속될 듯
라장군 그동안 후방에서 어떤 싸움을 하고 계셨던 겁니까 -
subdirectory_arrow_right 마요 2020.08.08@지단의 아름다움 바란의 양발 전개능력은 좋지만,공을 다루는 능력의 아쉬움이 크네요. 카세미루가 이토록 저는 경긴 오랜만이네요. 공포의 전염이랄까
-
노아피 2020.08.08저랑 생각이 비슷하시네요. 저도 팀이 더 브라이너를 집중 마킹하는것보다 더 브라이너 본인은 놔두더라도 만들어지는 찬스를 결정짓는 선수를 끝단에서 막는걸 전략으로 선택했고 그걸 잘 해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대적으로 덕배가 활개를 쳐서 중원이 털어먹힌건 맞는데 결과적으로는 덕배로 실속은 못내게 한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실수를 뺀 공격은 다 막아 냈으니까요. 그래서 팀의 수비적 컨셉은 크게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만 바란이 큰 실수 2연벙을 해버린 것, 나아가 이번시즌 근본적인 문제인 빈공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는 느낌이네요.
-
subdirectory_arrow_right 마요 2020.08.08@노아피 저도 노아피님 생각과 같습니다. 제가 중언부언한걸 잘 요약해주셨네요.ㅎ
-
애있짱나 2020.08.08사실 전 지단의 교체타이밍과 선수들이 제일 이해가 안가요. 비니 이스코가 몸에 무슨 문제가 있어 교체하지 않았더라도 적어도 타이밍은 더 빨랐어야했다고 생각해서. 그리고 중원서 유일하게 잘해준건 크로스라는거엔 동감합니다.유일하게 혼자 압박속에서 좌우전환이라도 해줘서 그나마 공격전개가 된 느낌이네여
-
subdirectory_arrow_right 마요 2020.08.08@애있짱나 비니시우스는 조금 더 빨리 투입해야 되지 않나 싶긴 했는데, 생각해 보면 어차피 후방 빌드업이 안되서 전방에 공이 투입되지 않는게 문제였어서...어려운 문제긴 했다 봅니다.
-
Aaron 2020.08.08*제가 옛날부터 느꼈던 건 라모스의 존재가 한 명의 수비수 그 이상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수비 자체로도 올타임 레전드 급이지만 그걸 벗어나서 주장으로서 선수들 멘탈을 잡아주고, 수비진들도 리더쉽으로 통솔하고 거기에 공격이 안 풀리면 몰고 올라가기도 하고 킥이나 헤딩 클러치 능력도 뛰어나서 라모스가 없는 중요 경기에서 이긴 기억이 거의 없을 만큼 우리 팀에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유베랑의 챔스에서도 3대 3으로 먹힐 뻔 한 적도 있었죠. 바란이 우리 팀에서 있던 연차도 길고 주장단인데도 리더십 있다고는 느껴본 적이 없어서... 벌써 라모스 은퇴 후가 걱정되네요ㅜㅜ 또 털리던 수비진으로 바뀔 가능성도...
게다가 리그 이후로 챔스까지 시간 간격이 너무 길었던 것도 패배의 원인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창 위닝 멘탈리티 올라와 있을 때 몰아쳤어야 했는데... 8강 올라갈 거란 기대는 솔직히 안 했지만 이렇게 실수가 겹친 패배로 무너져 내리니 마음이 아프네요 -
subdirectory_arrow_right 마요 2020.08.08@Aaron 다들 리그 우승이면 만족...이라고는 하시지만 그래도 졌잘싸 라고 말할 수 없는게 못내 아쉽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