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바르전 전술 포인트
이번 경기 라인업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모드리치와 마르셀루입니다. 에이바르는 기동력을 기반으로 강한 압박을 선호하는 팀이고 전반기 에이바르 원정에서 레알은 젊고 빠른 선수들을 다수 기용해 기동력으로 맞불을 놓아 에이바르를 흠씬 두들겨 팬 경험이 있기에 더욱 의외인 선발이었습니다. 이들이 팬들의 신뢰를 잃게 된 이유가 기동력 저하였기에 상당히 걱정스러웠지만 지단은 이들의 활용 방식에 변화를 주어 전반에만 세골의 격차를 벌리며 무난히 승리를 챙겼습니다.

마르셀루 파리전 히트맵

이번경기 마르셀루 전반전 히트맵

모드리치 에이바르 원정 히트맵

이번경기 모드리치 전반전 히트맵

27분까지 히트맵
올시즌 두 선수가 잘했던 경기의 히트맵과 이번 경기의 히트맵을 비교하면 그 활용 방식의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마르셀루의 경우 횡적 영향력에 제한을 두었습니다. 하프스페이스를 넘어 중앙에까지 영향력을 미치던 파리전에 비해 철저히 터치라인에 그 영향력을 한정시켰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모드리치는 우측면 후방을 기반으로 아군 박스에서 상대 박스까지 긴 거리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던 것에 비해 이번 경기에선 하프라인 근처에서의 움직임이 많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자르가 우측으로 스위칭하기 직전인 27분까지의 히트맵을 보면 후방 기여보다는 좀더 높은 위치에서 하프스페이스를 기반으로 움직일 것을 지시한 게 더욱 명확히 드러납니다. 더이상 넓고 긴 동선에서 무리한 걸 요구할 수 없는 상태임을 인정하고 딱 필요한 만큼만 뽑아먹겠다는 안배입니다. 대신 다른 선수들의 효율을 최대한으로 뽑아낼 수 있게 공간을 분배하여 상대의 강한 압박을 안정적으로 받아내고 팀 차원에서의 원활한 전진을 가능케 하는 구조를 만들어 상대를 공략했습니다.

카르바할 전반전 히트맵

호드리구 전반전 히트맵

카르바할 하프스페이스
지난 에이바르 원정에서 모드리치의 몫이었던 우측면 후방에서의 영향력은 올시즌 늘 그러했듯 카르바할이 책임졌습니다. 캡쳐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우측면에서도 볼이 원활하게 전방으로 흐를 수 있게 터치라인과 하프스페이스를 부지런히 오갔습니다. 그리고 카르바할과 모드리치의 배치를 이런 식으로 가져가면서 생기는 터치라인에서의 영향력 부재를 해결하기 위해 남아있는 라이트 윙 중 유일한 오른발잡이인 호드리구가 선발로 낙점됩니다. 아주 훌륭한 활약을 했다고 얘기하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전술적으로 본인에게 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아주 정확하게 이해하며 뛰었다는 점은 높게 쳐줄 만 합니다.

크로스 전반전 히트맵

카세미루 전반전 히트맵

크로스 라볼피아나
모드리치가 조금 더 높은 위치에서 머물렀기 때문에 크로스는 보다 낮은 위치에서 플레이 영역을 확보했습니다. 특기할 만한 점은 캡쳐본처럼 크로스가 센터백 사이로 내려가 볼을 전개하는 정석적인 라볼피아나 형태를 자주 취했다는 점입니다. 카세미루 시프트를 통해 크로스가 라모스와 마르셀루의 사이로 내려가서 볼을 전개하는 변칙적인 라볼피아나를 구사한 적은 많지만 이런 정석적인 라볼피아나를 구사하는 건 지단 체제에선 꽤 드문 사례입니다. 카세미루 시프트의 변형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게 카세미루의 히트맵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리 높은 위치에서 볼을 잡지도 않았습니다. 외려 두 선수의 히트맵 형태와 따로 캡쳐를 뜨진 않았지만 카세미루 역시 라볼피아나를 위해 센터백 사이로 내려가는 움직임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빌드업 시 플랫 미들 형태를 취했다고 보는 쪽이 합리적일 겁니다. 이는 모드리치의 후방 영향력을 배제하면서 크로스의 빌드업 시 영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기 위한 안배로 보입니다. 정중앙에 가까울수록 좌우로 고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자르 전반전 히트맵
마르셀루를 터치라인에 바짝 붙여놨기 때문에 아자르는 마음놓고 하프스페이스로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첼시 시절의 완벽한 핏은 아니었지만 몸상태는 제법 괜찮은 듯 했고 팀원 간 공간이 잘 분배되어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지체하지 않고 속도를 붙이려는 시도가 많았던 건 고무적이었습니다. 더불어 일전에 언급한 바 있던 아자르가 출장했을 때의 크로스의 득점 공식-위력적인 좌측면 공략을 통해 상대 우측면을 무너뜨릴 때 크로스가 수비 앞 공간으로 파고들며 넘어오는 볼을 간결하게 마무리하는-이 이번 경기에서도 그대로 나왔다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아자르가 이번 크로스의 득점에 기여한 바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이러한 패턴은 아자르가 없을 땐 결코 나오지 않습니다.

전반전 패스 횟수

빌드업 대형

동선 분배

벤제마 전반전 히트맵
전반전 패스 횟수를 보면 활용 방식에 변화가 있던 두 선수의 패스 횟수가 포지션 대비 유독 적은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성기 시절엔 두 선수 모두 볼을 운반하고 경기를 풀어내는 주역이었기 때문에 팀내 볼터치 비중이 상당히 높았고 그만큼 패스 횟수도 많았습니다. 이는 지단이 이 두 선수의 동선뿐만 아니라 플레이 개입 빈도도 철저히 통제했음을 방증합니다. 대신 팀은 이를 통해 상당히 이상적인 공간 분배를 구현해냈고 높은 에너지 레벨이나 후방에서의 드리블 시도 없이도 상대 압박을 이겨내고 볼을 전진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공간 분배가 잘 이루어졌기 때문에 벤제마는 필드의 왼쪽 끝부터 오른쪽 끝까지 횡적으로 아주 폭넓게 움직이면서 볼을 다룰 수 있었습니다. 어떤 공간으로 이동하더라도 호응해줄 동료가 이미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멘디 후반전 히트맵

모드리치 후반전 히트맵

크로스 후반전 히트맵

벤제마 후반전 히트맵

전반전 팀 히트맵

후반전 팀 히트맵
그러나 전반의 이 이상적인 공간 분배는 카르바할이 나가면서 다 작살납니다. 라이트백으로 처음 출장하는 멘디-실제로 그럭저럭 괜찮게 했지만-는 터치라인 플레이조차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고, 카르바할의 역할은 당연히 기대할 수 없었기에 모드리치가 이전처럼 우측면 후방으로 내려가야만 했습니다. 모드리치가 내려오니 당연히 크로스의 동선에도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필드 중앙에서의 독보적인 영향력을 상실하고 다시 왼쪽 하프스페이스로 밀려납니다. 여기에 터치라인 이외의 구역에서 볼을 받는게 어려운 비니시우스와 측면과 중앙 모두 미덥지 못한 베일이 교체로 투입되자 공간 분배는 완전히 엉망이 되었습니다. 벤제마는 전반전의 그 폭넓은 활동폭을 잃어버리고 좌편향으로 돌아갔으며, 전후반 팀 히트맵 비교에서도 알 수 있듯 후반전 히트맵의 좌우 격차는 전반에 비해 월등합니다. 특히 우측면은 하프라인 위쪽에서 거의 단절이 났습니다. 베일은 글러먹었고 이번 경기에서 폼을 확인하지 못한 아센시오가 좋은 폼이길 바라야겠죠.
댓글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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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트지단 2020.06.16*아아... 온태님 글을 볼때마다 충족되는 지적쾌락... 너무 좋네요 ㅎㅎ 혹시 시간되신다면 자주 글써주세요 정말 팬입니다 온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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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있짱나 2020.06.16저도 이번경기 카르바할 나가면서 우측빌드업이 아예 실종되는 모습을 보면서 영향력이 진짜 큰 선수임을 다시 알았네요. 근데 호드리구는 확실히 비니시우스에 비해 개인 파괴력은 좀 떨어져 보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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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온태 2020.06.16@애있짱나 비니는 타고난 게 다른 친구라.. 대신 범용성에서 차이가 꽤 나죠. 전술적 활용도 면에서 비니가 호드리구 수준이었다면 이미 오른쪽 닥주전이었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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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 로이스 2020.06.16확실히 현재 우리팀에서 카르바할의 존재감은 가히 압도적이네요 카르비가 시즌이 끝날때까지 몸상태가 온전해줄지가 걱정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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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슥호 2020.06.16이 글을 읽고나니까... 팀내 카르바할의 비중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네여 그리고 하키미가 다음시즌 돌아오면 수비력에는 확실히 의문점이 있지만 공격적인 측면에서는 확실히 도움이 될꺼같기도 하네여. 카르바할이랑 로테이션으로 쏠쏠할 것 같은데.. 오드리오솔라보다는 다음시즌 하키미가 스쿼드자원으로써 더 괜찮지 않나 싶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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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zilianScoccer 2020.06.16항상 좋은 글 잘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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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특공대 2020.06.16카르마할 부상 후 멘디의 우측 기용이 나름 성과가 있는줄 알았는데, 결국에는 카르바할의 영향력만 더 확인된 결과 였군요.카르바할도 점점 유리몸이 되는데 남은 일정도 3~4일 간격이라 우측수비가 문제내요. 밀리탕이 우측으로 가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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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온태 2020.06.16@우주특공대 멘디는 본문에서도 언급했지만 그럭저럭 잘 했다고 봅니다. 급하게 땜빵치러 나온 선수에게 이 이상 요구하는 것도 웃기는 일이죠. 적어도 중단 직전 베티스전 밀리탕보단 훨씬 나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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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요 2020.06.16호드리구가 조금 더 신체밸런스가 좋아진것 같고, 본인의 역할에 맞게 뛰어준 거 같아서 괜춘하다고 봤습니다. 물론 우리가 원하는 레벨은 더 높지만요;;; 1년을 안 뛴 아센시오에게 기대하는 건 무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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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온태 2020.06.16@마요 시즌 초 아센시오에게 기대를 걸었던 게 지단 재부임 이후 몇몇 경기와 프리시즌에서 이전과 달리 측면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가를 이해하고 플레이하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인데 거진 1년을 쉬었으니 도루묵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고.. 일단 저도 큰 기대는 안하고 있어요. 몸상태가 암만 좋다고 해도 부위가 부위인 만큼 스피드에 영향이 없을 리가 없을 테고요. 베일보다만 나아서 남은 시즌 베일 얼굴 안보게만 해줘도 고마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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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데고르 2020.06.16멘디가 불합격이라면 밀리탕이 카르바할 백업을 봤을때 전술적인 대체재가 될수 있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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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온태 2020.06.16@외데고르 멘디가 불합격 판정을 받아야할 정도로 형편없진 않았어요. 적어도 터치라인을 타고 오르락내리락하는 작업은 괜찮게 해줬고 외려 말씀하신 밀리탕이야말로 지난 베티스 원정에서 아주 형편없는 퍼포먼스를 보였죠. 이번 경기에서 카르바할 대체로 밀리탕이 아니라 멘디가 들어간 건 그 호러쇼의 영향이 크다고 보고요. 결국 사이드 플레이를 주도할 수 있는 라이트 윙이 없다면 카르바할 의존도에 대한 문제는 해결하기 어려울 거에요. 외데고르가 돌아오면 좀 나아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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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amer 2020.06.16잘 읽었습니다.
리가 일정이 상당히 빡빡해졌다는 것도 모드리치와 마르셀루의 활동폭을 절제시킨 선택의 이유가 될 수 있을겁니다. 특히 나초가 부상당하고 밀리탕이 라이트백에서 미덥지 못한 지금은 멘디에게 라이트백 겸임을 더 맡길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풀백들 및 측면에 영향을 미치는 미드필더의 체력 배분을 위해서 지단이 앞으로는 대다수의 선수들에게 많은 활동량이나 강한 압박 강도를 주문하는 대신 에이바르전 같은 컨셉으로 남은 일정을 운영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카르바할이 쉬는 빈도가 꽤 늘어날텐데, 오른쪽의 에너지 레벨을 높이기 위해 발베르데나 바스케스의 기용 역시 더욱 중요해지리라 봅니다. -
subdirectory_arrow_right 온태 2020.06.16@Kramer 개인적으로 이런 경기 방식을 좋아하긴 하는데 코어 자원에 대한 의존이 높을 수밖에 없는 방식이라 연속으로 꾸준히 사용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은 노장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았다는 것에 의의를 두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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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7.희망이 2020.06.16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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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착맨 2020.06.16멘디로 카르바할 대체가 안되면, 하키미는 다음 시즌 레알에서 뛰는 것이 좋을 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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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온태 2020.06.16@침착맨 터치라인에서의 영향력은 상당한 것 같던데 그 이상을 기대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사이드 플레이를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는 윙이나 미들이 보강이 되어야 카르바할의 부담을 줄일 수 있을텐데 하키미가 그런 유형인 것 같진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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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그 2020.06.16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라이트팬덤에서 이번 시즌 아놀드나 하키미가 단발적인 파괴력 때문에 카르바할보다 고평가 받는데, 만약에 축구에 승리기여도가 있다면 최고는 카르바할일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서로 장점이 다른 부분이지만 카르바할의 압도적인 범용성과 밸런스는 제가 지금까지 본 라이트백 중에서 람이나 09/10 마이콘 정도나 비견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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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온태 2020.06.16@라그 보조자로서도 정말 눈에 안띄는 곳에 그 역량이 집중되는 케이스라 경기를 꾸준히 탱겨보는 팬들이 아니면 그 가치를 알아채기 어렵죠. 팀이라도 잘나가면 조명을 좀 받았을텐데 크흠.. 오랫동안 건강하게만 뛰어줬으면 좋겠습니다. 꾸준히 잘하면 결국은 다들 알아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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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마요덮밥 2020.06.16좋은 분석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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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티 2020.06.16잼게 읽었습니다 ㅊ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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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사는세상 2020.06.17개인적으로 최근 읽어본 전술 글 중에 최고네요. 글 자주 써주세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