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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수나일요일 2시

페데리코 발베르데

우리폭 2019.12.01 13:27 조회 4,812 추천 20

어제 경기를 보다가 몇글자 적어보고 싶어서 글을 씁니다.

간만에 대형 선수가 등장했습니다.
작년부터 한몸에 기대를 받던 비니시우스도 아니고, 15살부터 천재 소리를 듣던 외데고르도 아니고,
혈통과 외모까지 완벽했던 마르코스 요렌테도 아니고..
우리가 그렇게 망하기를 바랐던 페데리코 발베르데입니다.

1. 육각형 선수

보통 이것 저것 적당히 잘 하는 선수에게 육각형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이런 선수들은 경기 내내 눈에 띄게 되는데.. 중계 카메라에 잘 잡히는 특징들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중계카메라에 많이 잡히는 선수는 "공의 흐름을 볼 줄 아는 선수" 라고 생각합니다. 
공이 가는 방향을 잘 보고, 혹은 그걸 예측해내는 선수.  그리고 그 흐름이 이어지기 좋은 자리에 가서 미리 공간을 선점하는 선수. 

축구 90분 경기 동안, 찬스가 만들어져서 골이 터지기까지의 장면은 10분도 되지 않을 겁니다.  이걸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은 우리 지역과 상대 지역의 교점, 센터 서클 부분에서 빌드업을 하고, 그걸 방해하는 데 쓰이죠. 
결국 축구는 우리 공격의 밑작업을 하고, 상대의 빌드업을 방해하는 게 대부분인 경기입니다.  거기에 찬스 몇차례가 더해져 골이 터지고 승부가 갈리는 거죠.

고로 축구를 잘한다는 건(특히 미드필더에게 있어서), 우리 공격작업에 얼마나 도움을 주느냐, 상대의 공격작업을 얼마나 방해할 수 있느냐.  이게 대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발베르데는 이 부분에 있어서 매우 탁월합니다.

이를 위해서 필수적인 것은 경기의 흐름을 읽는 능력, 전술 이해도라고 얘기할 수 있겠네요.
흔히 축구 지능이라고도 얘기하는 요 능력... 발베르데는 이 부분에 있어서 지난 몇년간 레알 백업미드필더들보다 두 단계는 높은 경지에 있다고 봅니다.

우선 선택이 빠르죠.  몇몇 경기를 보면서 느낀 건데, 어느 위치에 있더라도 공을 잡으면 고민을 하지 않습니다.  자기가 뭘 해야 될지 정확하게 알고 있어요.  

제가 본 코바치치나 세바요스는 공을 잡으면, "자 이제 어떻게 내 실력을 보여줄까" 라는 느낌이었는데요, 발베르데는 그렇지가 않더라고여.  공을 잡지 않을 때부터 "팀의 공격을 어떻게 해나갈까" 를 계속 생각하고 움직이다가, 공을 잡으면 "그럼 여기선 이렇게 해야지" 하는 선택이 매우 빠르게 이루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니 플레이가 간결하고 군더더기가 없죠.  그리고 팀의 템포는 살아납니다.  발베르데가 경기장에 있으면 축구가 굉장히 쉬워보이는데요.  다른 거 없습니다.  선택이 빨라서 공의 순환이 빨리 이뤄지기 때문이에요.  우리 진영 센터서클 부근에서 드리블 제 아무리 잘쳐봐야 별 의미 없습니다.  요는 공을 더 빨리 더 효과적인 곳으로 옮겨놓는 것인데, 발베르데가 이걸 아주 잘합니다.  공을 잡고 있을 때에도, 잡지 않고 있을 때에도.

반대로, 상대의 공격 작업을 방해하는 움직임도 매우 탁월합니다.  수비 할 때에도, 상대가 어느 위치로 공격할지 항상 생각하면서 움직이죠.  그래서 상대의 중요한 패스길목을 잘 막고 끊어내는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공 수에 거쳐 공의 흐름을 잘 보기에 가능한 거죠.  말 그대로 몸이 아니라 머리로 축구를 하는 선수의 전형적인 유형입니다. (후술하겠지만 발베르데는 몸도 잘쓴다는 게 더 대단한 점입니다만..)

그러니 당연히 공따라 움직이는 중계 카메라에 많이 잡히고 자주 잡히죠.  그러면서 군더더기 없는 플레이가 카메라에 정확하게 노출되고요.  누가 봐도 축구잘하고 간결한 선수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볼수록 아주 영리한 선수더라고요. 


2. 피지컬

그렇다고 발베르데가 머리만 갖고 축구하는 건 아닌 게... 피지컬이 정말 좋습니다.
축구는 야구나 농구 등 다른 스포츠에 비해서 피지컬빨을 그나마 덜 받는 스포츠인데요 .
그렇다 하더라도 피지컬이 좋은 게 약점이 되는 스포츠는 없습니다.  축구도 예외가 아니죠.

발베르데는 우선 다리가 길고 중심은 낮은 편이에요.  그리고 본인의 신체를 굉장히 잘 씁니다.
요런 계열에서 축구 잘하는 게 대표적으로 포그바인데요. 일단 축구 지능 높고 공도 잘 다루는 선수가 다리가 길고 몸이 땅땅하면 어지간한 깡패처럼 축구할 수 있어요.  자기가 머리로 생각하는 플레이를 몸으로 구현해내기가 그만큼 쉬우니까요.

포그바가 피지컬, 기술이 둘다 좋은데, 어지간하면 피지컬보다는 기술을 쓰는 걸 좋아하는 유형이라면, 발베르데는 자기 피지컬을 대놓고 활용하는 경향이 더 크더라고요.  긴 다리를 이용해서 성큼성큼 빈공간을 향해 튀어나갑니다.  그리고 볼을 받은 다음에 또 성큼성큼 뛰쳐나가죠. 경기 보고 있으면 빠를 것 같지 않게 생겨가지고 매우 빠르더라고요. 

공 따낼 때도 마찬가지, 다른 선수들 가슴 부근에서 트래핑 할 볼들을 긴 다리 쭉 뻗어서 슥 빼낸 다음에 바로 툭 쳐주고 또 튀어나갑니다.  요런 것들 보면 참.. 하드웨어가 좋긴 좋네 생각이 저절로 들죠.  
당연히 피지컬이 좋으니 등딱도 됩니다.  나이도 어려서 땅땅한데 부드럽기까지 하니.. 경합 상황에서도 어지간하면 지지 않고 볼을 지켜낼 수 있고 볼을 뺏기더라도 바로 뺏어올 수 있죠.

머리로 생각하는 플레이를 몸이 제대로 구현해 줍니다.  그러니 축구를 못할 수가 있나여;


종합하면, 발베르데는 "머리좋고 몸도 좋은" 선수입니다.  그러니 축구를 잘할 수 밖에 없죠.  효율적으로 움직이고, 공간을 잘 보면서 적당히 킥도 좋고, 헤딩도 잘해요. 

이런 유형의 선수는, 잘하는 선수들이랑 플레이하면 더 잘합니다.  레알 마드리드 수준의 동료들과 같이 공을 차면 더욱 도드라져 보이죠.  크로스나 카세미루 옆에서 뛰는 발베르데 솔직히 놀랍잖아요 너무 잘하죠.  참.. 하 싱숭생숭하지만 어쩌겠어요.  잘하는데. 그것도 개잘하는데 ㅋㅋ


3. 그리고 인성 문제..

물론 축구선수가 인성까지 좋아서 잡음이 안나면 얼마나 좋겠어요. 더 바랄 나위가 없죠.  게다가 레알 마드리드는 수많은 소년들에게 꿈을 선사하는 팀이어야 하니까여. 

그렇다 하더라도, 저는 그렇습니다.  제 생각이 무조건 맞다는 것도 아니고여, 다른 분들을 가르치거나 뭐 지적할 생각도 전혀 없어요.  요 부분을 먼저 말씀드리고 싶네요. 

축구선수가 인성이 좋으면 물론 더 좋겠지만.. 결국 선수들도 직장인이에요.  공차고 월급(주급) 받아서 생활하는.. 레알마드리드라는 조직의 일원이죠.

그리고 이 조직에는 무엇보다 성과가 중요합니다. 인성이 아무리 좋아봐야 팀의 승리에 기여하지 못한다면 살아남을 수 없죠.
달리 말하자면.. 이 팀에게 가장 중요한 건 "승리"라는 결과물이고, 이는 선수들에게도, 경영진에게도, 팬들에게도 변하지 않는 대원칙이라고 생각해요.

새벽 늦은 시간에 나랑 전혀 일면식 없는 사람들이 공차는 걸 보는 이유는, 결국 승리하는 걸 보고 싶어서이고, 팬한테는 그게 무엇보다 큰 기쁨이니까요.


그러니, 레알 마드리드의 유니폼을 입고, 가장 중요한 목표인 "승리" 에 기여하는 선수라면.. 축구 내적인 부분으로는 인정을 해줘야 하지 않나 싶어요.
어차피 뭐 벤제마나 발베르데나 호날두가 제 친구나 지인도 아니어서, 우리는 미디어를 통해서만 저들의 인성을 유추할 수 있을 뿐이죠.  보여지는 부분이 다가 아닐 수도 있고, 실제로는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으니, 판단을 하기가 쉽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확실히 보이는 부분, 내가 응원하는 팀에서 열심히, 잘 뛰어서 승리를 가져다주는 선수라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응원...이라기 보다는 인정을 해주는 거죠.
그리고 확실히 드러난 부분 - 인종차별이나 노쇼 등의 논란 초래- 에서는 욕을 먹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요.  어쩌겠나요. 얘기 나올때마다 욕 먹어야죠.  분명히 드러난 부분이니.

저는 호날두가 지금 온갖 욕을 들어먹고 있지만, 그렇게 밉거나 싫진 않아요.  팬질을 하는 기쁨을 누구보다 충족시켜줬던 선수라서요.  레알 팬을 하면서 가장 황홀했던 순간들을 만들어줬던 선수라서, 한두번 나쁜 모습을 보였더라도 웬수처럼 대해지지는 않더라고요.  
그거랑은 별개로 다른 사람들이 호날두를 욕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요. 

어쨌든 제가 발베르데를 보는 시선은 그렇습니다.  이게 맞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그냥 이렇게 생각하는 시각도 있다.  요 정도에서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네요. 
뭐 이것도 근데 레알의 유니폼을 입고, 레알을 위해 뛸 때 해당되는 얘기지, 만약 발베르데 이상가는 선수가 나타나서 레알의 승리에 기여하고, 발베르데가 밀려서 타팀으로 떠난다면 또 얘기가 달라지겠죠. 


암튼.. 데용 아르투르 안부러운 초대형 미드필더가 나타나서, 팀의 입장으로는 굉장히 잘된 일입니다.  이적료도 5m이었으니 거의 공짜로 초대어를 낚은 셈이죠. 

그래서 이 선수가 레알의 옷을 입고 계속 이렇게 축구를 잘한다면, 축구 내적으로는 칭찬을 해줄 수 밖에 없지 않나.. 이렇게 생각합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인격이 성숙되고, 아 내가 그때는 이런 잘못을 했었구나. 인정하고 사과할 줄 알게 되는 선수가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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