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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베르데 이야기

토티 2019.08.02 17:31 조회 4,540 추천 20


국내 레알 마드리드 팬이라면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은연중에 쉬쉬하거나 외면하고 있는 예민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일이 터졌을 때부터 머릿속에 계속 담고는 있었음에도 섣불리 옮기기 어려웠던 논안이었지만 이제는 꺼낼 때가 된 것 같습니다. 페데리코 발베르데 이야깁니다.



시간순으로 하겠습니다. 모든 발단이 된 8강 포르투갈전 동점골 세레머니입니다. 국내 언론은 물론이고 BBC, AP 등 외신에서도 인종차별(racist) 이슈로 다뤘을만큼 크게 논란되었고 본인은 별명이 치노(El chino, 중국인)인 에이전트에게 보내는 세레머니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우루과이 축구협회는 FIFA의 해명 요구에 “눈을 양 옆으로 찢는 행위는 내가 오늘 미치도록 잘했다는 뜻이며 문화적 차이에서 발생한 오해“라고 해명했습니다. 앞뒤가 안 맞지만 사과랍시고 했으니 그렇다고 치죠.



다음 경기인 4강 베네수엘라전 승부차기 직후 모습입니다. 관중 야유에 대한 피드백인데 논란도 무시하고 자기 실력 과시할만큼 배포가 큰 선수라기엔 반응이 너무 예민해보이는군요. 앞선 해명도 미심쩍은 상황에서 자기가 ‘오해’라고 주장한 행위와 국내 공분에 대해 반성하고 용서 구하는 태도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오만함과 뻔뻔함에 한국 관중들의 분노는 다음 경기에도 계속됩니다.



다음 3,4위전 이탈리아전 모습입니다. 관중을 타깃으로 이걸 두 번이나 하는군요. 앞 경기에서 확인된 내용이기도 한데 현장에 있던 기자 전언으로 경기 내내 집중 야유가 쏟아졌고 잔뜩 예민해진 상태에서 벼르고 벼르다 심술 부린 거라고요. 당시 보도를 다룬 외신들도 이 행위가 적절한 태도가 아니었음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어린날의 치기라고 하기엔 심각성을 인식할만큼 공론화가 되었고 시간도 충분했으며 자기 잘못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감과 신중함을 바랐던 게 약관 앞둔 19살 선수에게 그렇게 무리한 요구는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내 행동이 문제가 되었고, 누군가의 피부색과 생김새를 맹목적으로 폄하하는 행위로 상처줬음을 인식했으며 설령 정말 그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도 괘씸하기 짝이 없죠.

간혹 발베르데에 대해 ‘인성이 문제’라는 표현을 쓰시는 분들이 있는데 이건 인성과 전혀 별개의 영역이고 인성을 운운할 일이 아닙니다. 발베르데 인성이 어떤지는 저 선수 가족이나 친구 동료가 아닌 우리가 알 수 없는 거죠. 평소에 행실 바르고 많이 베풀고 사는 사람이 눈 한 번 찢었다고 인성 쓰레기가 되는 게 아니듯이요. 인종차별 이슈는 작은 거 하나에서부터 오해를 낳고 파장을 만들기 때문에 가벼이 여길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자기 행동이 빚은 논란을 대하는 태도를 적나라하게 드러냈고 앞선 사과의 진정성과 인종차별 의도가 아니라는 해명의 진위여부마저 무색시키는 아주 악질적인 모습에 저는 더 이상 볼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아무 관계 없는 국가대표 경기에서, 한 개인이 저지른 일탈이기에 구단 차원의 제스처는 당시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전혀 기대 안 합니다. 뒤늦게 다시 공론화가 되고 당사자 귀에 들어가서 고개 숙이는 일도 당연히 없을 거고요. 그래서 저는 위에 적은 원칙의식을 레알 팬심보다 우선순위로 둔 채 발베르데에 대해서만큼은 철저히 보이콧 하기로 선택했고, 안타깝게도 이역만리 멀리에 존재도 모를 동양팬인 저 혼자서는 가진 힘이 없어서 이게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축구선수가 축구만 잘하면 되지, 어렸을 때 실수 좀 할 수도 있지, 관용하고 응원하겠다는 의견도 제법 있는 걸로 아는데 가치관 차이로 ‘존중’은 하지만 이해는 못할 것 같습니다. 발베르데는 적어도, 한국에서만큼은 객관적인 평가를 받을 자격을 잃었다는 게 제 생각이며 더구나 내 나라에서, 내 존재를 부정하고 짓밟는 태도를 가진 걸로 의심되는 선수를 품어줄만큼 아량이 넓진 못하고, 자존감도 내 얼굴에 침뱉은 선수가 잘해서 팀이 잘나가길 바라는 팬심보다는 최소한 높아서요. 누구처럼 개인 가정사나 사생활에서 나온 문제면 모를까 엄연히 불특정 다수를 향한 공격이었고 대상도 한국인인 나였는데, 볼 잘차고 눈 좀 즐겁게 해준다고 그 의도가 아니었을거다 이해하고 용서해주자? 글쎄 제 시야가 좁은 건지 모르지만 납득할 수 없네요.

선수에 대한 언급도 이 글을 끝으로 하지 않을 예정이고 논쟁에도 끼지 않으려 합니다. 의식의 흐름 수준이라 두서가 없었는데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정도만 읽으신 분들께 전달이 되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가뜩이나 더운데 불쾌지수 높이는 글이 돼버렸네요. 무더운 여름 즐겁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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