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라고 해서 성역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 역시 어린 시절 아버지의 영향 때문에 라울 곤잘레스와 지네딘 지단 같은 전설들의 경기를 보고 자랐습니다. 그들이 구단에서 거둔 업적은 어마어마했죠.
하지만 그와 별개로 그들 역시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았던 적은 없었습니다. 그들이 구단을 위해서 많은 것을 헌신했고 그들의 업적이 존중받아 마땅한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 사람이기에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죠.
레전드라고 해서 성역이 될 수 없습니다. 그들도 결국 우리와 비슷한 인간이기 때문에 잘못을 저지르고 실수를 하는 법이죠. 욕 안 먹는 사람이 없듯이 레전드라고 해서 욕을 먹지 말아야 한다는 건 아니에요.
저도 2년 전 라호대전 때 라울을 편들었던 사람이지만, 정작 11년 전에는 "라울은 이제 끝났어. 라울 때문에 레알 마드리드가 예전처럼 강하지 못한 거라고"라고 말했을 정도로 라울에게 비판적이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라울의 업적이라든가, 그가 구단에서 얼마나 중요했던 선수였는지, 그리고 얼마나 소중한 선수였는지를 얘기합니다.
이번 CR7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가 레알 마드리드를 위해서 많은 업적을 이루었다는 점을 부인하기 힘듭니다. 한때 CR7을 매우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그가 레알 마드리드에서 세운 업적이 대단하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힘듭니다. 지금 CR7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남는 건 그가 세운 업적이기에 저도 언젠가 라울에게 그랬듯이 그가 얼마나 대단한 선수였는지, 얼마나 위대한 선수였는지에 대해서 얘기하겠죠.
하지만 이번 사건은 그와 별개로 봐야죠.
제가 아는 동생 중 하나는 경제 사정이 녹록치 않았음에도 CR7을 보기 위해 본 가격보다 훨씬 비싼 값을 주고서라도 직관했습니다. 어떤 분은 아들이 CR7을 너무 좋아해서 지방에 살고 있음에도 휴가를 내서 백만 원이 넘는 돈을 쓰셨고요. 사실 그 정도면 외국 여행이나 국내에서 좋은 여행을 즐겨도 되는 수준이죠. 어떤 분은 제주도에 살고 계시는데도 CR7 하나 보러 서울까지 상경했습니다.
그런데 돌아온 건 실망감뿐이죠. 특히, 어제는 비가 많이 내렸고 습도도 높아서 온도가 높지 않았음에도 집에 있어도 땀이 나는 수준이었습니다. 어제 직관가신 6만 명이 넘는 분들은 다 그렇게 덥고 습한 날씨를 참아가면서 CR7이 나오기만을 기다리셨던 거고요.
오늘 아는 동생이랑 전화했는데 동생이 울먹거리는 목소리를 저는 잊을 수 없어요. 그리고 아들이 있으신 분은 “아들이 CR7 좋아해서 이번에 큰마음 먹고 돈 썼는데 나오지 않아서 하루 종일 울더라. 내가 다 미안해서 뭐라고 말을 못 하겠다. 아버지가 된 사람으로서 진짜 뭐라고 말해줘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침울해하셨고요. 제주도 사신 분은 너무 화가 나셔서 계속 욕만 했습니다.
CR7이 레알 마드리드를 위해 세운 업적은 존중받아 마땅합니다. 그러나 그가 구단을 위해서 해줬다고 해도 이번 사건의 아쉬운 점을 정당화시킬 수는 없습니다.
정말 아쉽네요. 12년 전에 내한했을 때와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는지. 물론, 주최측에도 문제가 있지만, 어제 보여준 행동은 너무 아쉬웠습니다.
댓글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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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2019.07.27현장에서 호날두 세글자를 외치면서 어른들의 연호를 유도하는 아이들을 보았습니다. 눈물이 핑 돌뻔했어요. 쉴드를 칠 생각은 없지만, 오랜 팬심이라는게 한순간에 180도 돌아설 수 없나봅니다. 그래서 더 맘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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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플라티나 2019.07.27@가을 저도 그래서 참 묘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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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손재간 2019.07.27@가을 저도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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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간 2019.07.27저도 너무 아쉬웠네요 ㅠㅠ 인스타에 사과 영상이라도 올려주지.
아니면 끝나고 관중석쪽 돌아다니면서 인사라도 해줬다면 어땠을지
기자회견에서 사과를 진정성있게 표했다면.. 사인회라도 해줬다면 ㅠㅠ
이중에 하나만이라도 해줬다면 이라는 생각이 계속 드네요
경기장을 가지않고 집에서 시청한 한 팬도 이런생각인데 직접 가신분들은 어찌나 실망하셨을지 호날두쪽에서 늦게나마 무슨 반응이나 사과를 해줬으면 좋겠네요 유벤투스도 같이. 별도로 주최사도 빨리 뭔가를 해줬으면 좋겠네요 정말 사기극치고 도망간건지 아닌지.. -
subdirectory_arrow_right Veronaldo 2019.07.31@손재간 근데 경기끝나고 관중석 돌아다니기에는 야유와 메시연호가 빗발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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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는데요 2019.07.27어제 퇴장할때 영상들 봤는데 관중들이 날두 연호해도 한 번을 쳐다보지 않고 들어가더군요 관중석엔 우는 아이들도 있고요 날두는 그냥 지 기분 별로라고 진짜 개쓰레기짓 한 겁니다 어떤 쉴드도 받을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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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u93 2019.07.27저도 동감합니다. 이번에 호날두는 6만관중을 무시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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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제 2019.07.27레알마드리드의 레전드가 \'대한민국\'을 무시하는듯한 행동을 했는데 비판 받는건 당연 적어도 저에게는 레알이라는 팀이 제 모국의 의미보다 크진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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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 2019.07.27이건 별개로 봐야죠. 수만명 관중의 시간과 돈을 이렇게 허비하게 만들고 나서도 별개로 봐야한다는 말이 나옵니까. 사람이 항상 먼저입니다. 오랜 날두의 팬이었고 감싸주기도 참 많이 해왔는데 이만 놓아줄때가 온 거 같습니다.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해야할 프로 선수가 이런 역대급 개뻘짓을 하다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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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vador 2019.07.27레전드고 뭐고..우리나라 관중들을 조롱했다는게 너무 부아가 차올라요..이걸 쉴드하시는분들은 정말..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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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노 2019.07.27대한민국을 무시하는 태도때문에 더 화나요. 자기를 기다렸던 수많은 관중들에게 했던 행동도 정말..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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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숙한 행사 운영을 한 주최즉도 잘못이고 호날두도 프로답지 못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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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티옹 2019.07.27호극기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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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ben 2019.07.27쉴드 불가죠. 도저히 경기를 못 뛸 상황이라면 다른 방법으로 무언가를 대신할수 있었을텐데 호날두가 한국 와서 한 거는 아무것도 없어요. 사인회 불참. 경기는 워밍업없이 시종일관 벤치에 앉아서 뚱한 표정만 짓다가 빠르게 퇴근. 그리고 새벽에 출국. 레전드이건 무엇을 떠나서 한국인 or 팬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다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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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킨 2019.07.27공감합니다. 그냥 한국시장 팬 무시하는 행동인데 쉴드치는건 정말.. 말이 안나오네요.. 그게 오히려 호날두 욕 더먹이는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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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nnie.9 2019.07.27*사실 레전드도 레알에서나 레전드지 레알이나 유벤 서포터가 아닌 일반팬분들도 꽤 많이 직관했던터라 레전드냐 아니냐 문제는 떠났다고 생각합니다. 굉장히 보수적으로 생각해도 극히 일부 팬들에게나 적용될 기준이란 얘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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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ul.G 2019.07.27더 확신이 생기신분들도 많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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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렌디피티 2019.07.27이번 행사에서 그 누구도 승리자가 되지 못했습니다. 남은 건 상처와 분노 뿐. 아쉽고 안타깝네요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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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Cafu 2019.07.28@세렌디피티 호날두는 결국 지 하고 싶은대로 하고 갔는걸요.
지 혼자 승리자죠. 이딴 인성 바닥급을 응원했다는게 참 -
바다곰 2019.07.27공들여 쌓아온 프로매너남 이미지가
한순간 무너져버릴 정도로 허상이었다는 게 넘 실망..
금욜 퇴근시간대 뚫고
비 맞아가 더위 견뎌가 부랴부랴 서울까지 찾아갔다
배신당한 팬들의 상심은 어찌 보상....
원래 본인 기분따라 이리저리 튕기는 스탈인 건
레알 경기 3년 지켜본 서당개(!)도 훤히 꿸 수준이었다만
불만있음 여기저기 이르기도 활발했던 선수가
뭣땜 저리 토라져서 입국한 기간내
뾰루뚱한 얼굴로 삐져있던 건지
저는 그게 넘 궁금함서 화도나고... -
WHOISNEXT 2019.07.28탈세때부터 이미 쉴드 불가 아닌가요? 구단에 거짓말치고 지지성명 내줬는데 결국 통수 맞고 나중에 구단이 보호안해준다고 언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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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 2019.07.28레전드고 나발이고 다른팀 가서 패악질을 한걸 뭘 그리 옹호를 쳐하는지 모르겠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