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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라고 해서 성역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Benjamin Ryu 2019.07.27 14:27 조회 3,708 추천 5

저 역시 어린 시절 아버지의 영향 때문에 라울 곤잘레스와 지네딘 지단 같은 전설들의 경기를 보고 자랐습니다. 그들이 구단에서 거둔 업적은 어마어마했죠.

 

하지만 그와 별개로 그들 역시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았던 적은 없었습니다. 그들이 구단을 위해서 많은 것을 헌신했고 그들의 업적이 존중받아 마땅한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 사람이기에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죠.

 

레전드라고 해서 성역이 될 수 없습니다. 그들도 결국 우리와 비슷한 인간이기 때문에 잘못을 저지르고 실수를 하는 법이죠. 욕 안 먹는 사람이 없듯이 레전드라고 해서 욕을 먹지 말아야 한다는 건 아니에요.


저도 2년 전 라호대전 때 라울을 편들었던 사람이지만, 정작 11년 전에는 "라울은 이제 끝났어. 라울 때문에 레알 마드리드가 예전처럼 강하지 못한 거라고"라고 말했을 정도로 라울에게 비판적이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라울의 업적이라든가, 그가 구단에서 얼마나 중요했던 선수였는지, 그리고 얼마나 소중한 선수였는지를 얘기합니다.

 

이번 CR7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가 레알 마드리드를 위해서 많은 업적을 이루었다는 점을 부인하기 힘듭니다. 한때 CR7을 매우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그가 레알 마드리드에서 세운 업적이 대단하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힘듭니다. 지금 CR7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남는 건 그가 세운 업적이기에 저도 언젠가 라울에게 그랬듯이 그가 얼마나 대단한 선수였는지, 얼마나 위대한 선수였는지에 대해서 얘기하겠죠.

 

하지만 이번 사건은 그와 별개로 봐야죠.

 

제가 아는 동생 중 하나는 경제 사정이 녹록치 않았음에도 CR7을 보기 위해 본 가격보다 훨씬 비싼 값을 주고서라도 직관했습니다. 어떤 분은 아들이 CR7을 너무 좋아해서 지방에 살고 있음에도 휴가를 내서 백만 원이 넘는 돈을 쓰셨고요. 사실 그 정도면 외국 여행이나 국내에서 좋은 여행을 즐겨도 되는 수준이죠. 어떤 분은 제주도에 살고 계시는데도 CR7 하나 보러 서울까지 상경했습니다.

 

그런데 돌아온 건 실망감뿐이죠. 특히, 어제는 비가 많이 내렸고 습도도 높아서 온도가 높지 않았음에도 집에 있어도 땀이 나는 수준이었습니다. 어제 직관가신 6만 명이 넘는 분들은 다 그렇게 덥고 습한 날씨를 참아가면서 CR7이 나오기만을 기다리셨던 거고요.

 

오늘 아는 동생이랑 전화했는데 동생이 울먹거리는 목소리를 저는 잊을 수 없어요. 그리고 아들이 있으신 분은 아들이 CR7 좋아해서 이번에 큰마음 먹고 돈 썼는데 나오지 않아서 하루 종일 울더라. 내가 다 미안해서 뭐라고 말을 못 하겠다. 아버지가 된 사람으로서 진짜 뭐라고 말해줘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침울해하셨고요. 제주도 사신 분은 너무 화가 나셔서 계속 욕만 했습니다.

 

CR7이 레알 마드리드를 위해 세운 업적은 존중받아 마땅합니다. 그러나 그가 구단을 위해서 해줬다고 해도 이번 사건의 아쉬운 점을 정당화시킬 수는 없습니다.

 

정말 아쉽네요. 12년 전에 내한했을 때와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는지. 물론, 주최측에도 문제가 있지만, 어제 보여준 행동은 너무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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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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