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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돔벨레와 판더베이크에 대한 감상

온태 2019.06.28 17:42 조회 6,530 추천 40
은돔벨레


은돔벨레의 플레이를 보며 가장 먼저 생각난 선수는 코바치치였습니다. 피지컬과 온볼 테크닉이 탁월해 미들 라인 혹은 조금 더 아래쪽에서도 드리블을 통해 순식간에 필드 위쪽으로 볼을 전진시키는 모습을 보여주며, 주변 동료들과 짧은 패스를 주고받으며 풀어나오는 모습과 공세든 수세든 1on1에서 강세를 보이는 점까지 비슷합니다.

코바치치와의 차이점을 꼽자면, 피지컬보다 기술이 더 돋보이는 코바치치에 비해 은돔벨레는 기술보다 피지컬이 더 돋보입니다. 때문에 은돔벨레의 플레이는 경합이든 전진이든 코바치치보단 좀더 우당탕하는 느낌으로 진행됩니다. 또한, 커리어 대부분을 패스웍과 빌드업 축 근처의 롤과 위치에서 보낸 코바치치와 달리 은돔벨레는 좀더 자유롭고 덜 정돈된 분위기에서 뛰어왔습니다. 그렇기에 비슷한 특징을 지녔음에도 실제 플레이 양상은 조금 다르게 나타납니다. 팀의 포제션 유지를 제1덕목으로 삼고 플레이하는 코바치치에 비해 은돔벨레의 플레이는 좀더 자유롭고 과감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박투박의 느낌에 조금 더 가까운 양상으로 나타납니다.

전체적인 특징과 플레이 스타일이 유사하므로, 단점도 코바치치와 공유합니다. 우선 온볼 역량에 비해 오프볼 플레이가 좀 허접합니다. 공간보단 볼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해 팀의 온볼 플레이에서 좋은 대형을 형성하지 못하고 볼 주변에 머물러 팀의 패스 루트를 좁혀버리는 장면이 더러 나오고, 적극적인 침투 무브나 공간 커버를 시도하는 성향도 아닙니다. 더불어 킥도 썩 좋은 편은 아닙니다. 전체 패스 숫자 대비 롱볼 패스 비중이 다소 적으며, 중거리슛의 위력도 돋보이지 않습니다. 때문에 볼을 쥐고 있을 때 볼의 방향을 전환시키는 데 한계가 있으며, 볼을 전진시키는 루트도 직접 운반 한가지로 제한되는 편입니다. 이를 묶어 생각하면, 팀의 볼줄기를 쥐고 진두지휘하는 빌드업 리더로서 혹은 짜임새있는 패스웍을 추구하는 팀의 일원으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은 낮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는 코바치치보다 은돔벨레에게서 더욱 두드러집니다. 앞서 언급했던 성장 배경의 차이일 테죠.

또 하나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스펙에 비해 측면 활용능력이 상당히 아쉽다는 점입니다. 훌륭한 스피드와 드리블 능력을 갖췄음에도 측면으로 돌아나가 상대를 괴롭히는 모습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은돔벨레보다 느리거나 투박한 선수들 중에서도 이런 플레이를 잘 해내는 선수들이 있고, 이러한 플레이가 현대 축구에서 점점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플레이임을 감안하면 측면 활용능력의 부재는 상당히 아쉽게 느껴집니다.

정리하면, 프랑스판 코바치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플레이의 특징과 장단점에서 겹치는 부분이 상당히 많고 이에 따라 원하는 팀들도 상당히 흡사합니다. 그렇다고 은돔벨레의 한계를 코바치치의 수준-물론 코바치치도 어렸을 땐 기대치가 현재보다 훨씬 높았습니다만-으로 한정짓는 것은 아닌데, 이런 쓰임새가 애매한 플레이어는 기술보단 피지컬이 나은 편이 써먹기에 더 낫다고 생각하는 편이고, 어차피 확고한 빌드업 리더가 되지 못할 거라면 어쭙잖은 플메 기질은 버리는 편이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비록 지금 당장은 코바치치보다도 더 무질서한 면이 있어 빅리그에 진출해 고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만, 곧 만날 감독이 이런 부분을 잡는데 도가 튼 포체티노이니 잘 만져줄 거라고 봅니다.





판더베이크


올시즌 판더베이크는 상당히 특이한 롤을 소화했습니다. 아약스가 타디치를 펄스나인으로 배치하는 4-2-3-1을 꺼내들면서 거의 8번에서만 뛰어오던 판더베이크를 10번 위치로 끌어올렸는데, 우리가 아는 전형적인 10번 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10번 위치에서 뜀에도 불구하고 팀내 필드플레이어 중 거의 최하위권의 볼터치 횟수와 패스 횟수를 기록했고 드리블이나 키패스에서도 크게 두드러지는 모습을 보여주지도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판더베이크는 도합 17골 13어시를 기록하며 전유럽에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렸습니다.

이 롤은 높은 자유도를 요구하는 펄스나인을 대신해 전방 압박의 중추를, 공격적으로는 펄스나인이 내려오면서 비우는 공간으로 침투 후 마무리 혹은 전진하여 포스트플레이를 담당합니다. 특수한 롤이지만 판더베이크가 처음은 아닙니다. 4-6을 쓰던 스팔레티의 로마에서 토티를 보좌하던 페로타가 그러했고, 조금 더 가까운 사례를 찾자면... 딱 맞아떨어지는 사례는 아니지만 외질을 돕기 위해 자주 전진하던 케디라를 들 수 있겠네요. 모두 왕성한 체력과 탁월한 공간-전술 이해도가 장착된 선수들입니다.

앞서 언급한 은돔벨레와 달리, 판더베이크는 공보단 공간에 기반을 두고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입니다. 좋은 공간을 확보해 패서들의 패스 루트를 열어주는 움직임, 위협적인 공간을 점유한 동료에게 향할 패스 루트를 확보해주는 움직임, 동료의 침투 동선을 만들기 위해 상대 수비를 끌어내는 움직임 등 탁월한 공간 이해도를 기반으로 팀의 온볼 플레이에 기여합니다. 수비 시에는 압박의 중추가 되어 상대의 공격 방향을 제어하고, 동료들이 상대를 감쌀 때 볼이 빠져나올 수 있는 루트를 미리 읽어 볼을 빼앗거나 루즈볼을 탈취하는 플레이에도 능숙합니다.

박투박으로서 갖춰야 할 활동량, 피지컬, 기본기 모두 크게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윗 문단에서의 언급대로 움직임을 활발하게 가져가는 친구고, 전환에 대한 대처도 상당히 기민하고 적극적입니다. 피지컬과 기본기 면에선 크게 돋보이는 점은 없지만 딱히 부족한 점도 없어 특정 상황에서 구멍이 될 가능성도 그리 높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판더베이크가 여타 양산형 박투박들과 차별화되는 점은 아약스 성골로 성장하며 패스웍과 포제션 게임에서도 이질감 없이 잘 녹아들 수 있는 선수라는 점입니다. 빌드업을 리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빌드업 과정에 대한 이해가 높고 그 과정에서 무리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롤을 소화할 줄 아는 선수입니다. 이게 판더베이크가 유독 빅팀들과의 링크가 잦은 이유일 테죠.

판더베이크에게 아쉬운 점이라면 온볼 역량이 불확실하다는 점입니다. 기본적으로 아약스가 타이트한 간격에서 짜임새 높은 부분전술을 통해 공격을 전개하는 팀이기도 하거니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올시즌 판더베이크의 롤이 본인이 뛰던 위치보다 높은 곳에서 의도적으로 볼을 덜 잡는 롤을 맡았기 때문에 온볼 역량을 제대로 검증할 수 없었습니다. 받아들이기 나름이지만 볼을 덜 잡는 롤을 맡긴 건 선수의 온볼 역량이 별볼일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란 해석도 가능할 테고요. 이적을 하게 된다면 박투박 혹은 3미들의 메짤라로 뛰게 될 테고 자연스레 볼 잡는 횟수는 늘어나게 될 텐데, 우려대로 온볼 역량이 별볼일없는 경우 압박의 타겟이 되어 잦은 턴오버를 기록하거나 미들과 미들이 타이트하게 맞붙어 개인 역량으로 볼을 전진시켜야 하는 경우에 구멍이 될 공산이 높습니다. 일단 본인은 온볼 상황을 선호하고 본인의 온볼 플레이에 자신이 있다는 발언을 했다고는 합니다.

정리하면, 대형 박투박이 될 자질이 충분한 선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온볼 역량과 침투 후 마무리과정에서의 결정력을 준수한 수준으로 갖출 수 있다면 팬들에게도 크게 어필할 수 있을 자원이며, 설사 온볼 역량이 걱정대로 별볼일없는 수준으로 드러난다고 하더라도 케디라의 사례처럼 우수한 축구지능과 활동량으로 감독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을 선수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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