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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흐름대로 기술한 리그와 챔스 연패에 대한 잡설

Benjamin Ryu 2019.05.22 13:21 조회 1,678 추천 3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읽다보면 제가 리그 우승 가치를 폄하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으나, 해당 내용은 리그 우승 가치가 낮다는 것을 목적으로 둔 글이 아님을 밝힙니다. 리그는 말 그대로 1년 농사인 만큼 그 팀이 1년 동안 얼마나 농사를 잘 지었는지를 보여주는 성과죠. 그렇기에 리그 우승에 대한 가치를 폄하할 수 없다는 말을 미리 밝힙니다.

 

코멘터리 창에서 다른 분들과 얘기하다가 좀 주절주절 써봅니다.

 

많은 분이 아시겠지만, 제 세컨드 팀은 인터 밀란입니다. 루이스 피구가 인터 밀란으로 갔을 때 그 팀 유니폼이 좀 멋져 보이고 또 아드리아누가 그때 한창 날아오르던 시기였고 1년 후 영입된 즐라탄 플레이 보고 꽂혀서 인터 밀란을 레알 마드리드 다음으로 좋아하게 됐습니다. (개인적으로 파란색과 검은색 옷이 취향입니다)

 

그런데 칼치오폴리 사건 터지면서 세리에A 경쟁력이 약화됐고 이 기간에 인터 밀란이 유벤투스 떠나기로 결정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와 파트리크 비에라 포함해서 몇몇 선수들을 영입했습니다. 그리고 세리에A 5연패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리그에서 부진? 경기력 부진? 아무것도 아닙니다. 바로 리그 3연패를 차지하니까 이 때부터 서서히 리그 우승이 당연시 되더군요.

 

물론, AS 로마와 치열한 우승 경쟁끝에 최종전에서 우승을 확정지었던 시즌도 있었지만, 리그 3연패를 넘어서는 그 시점부터 리그 우승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느낌이 듭니다.

 

문제는, 당시 인터 밀란은 챔스에서 부진을 거듭하는 팀이었죠. 사람들은 리그 우승을 당연시 여김과 동시에 이제 챔스 우승을 원합니다. 그래서 세리에A 3연패를 차지한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을 경질하고 조세 무리뉴 감독을 선임했지만, 무리뉴도 부임 첫해는 챔스에서 실망스러웠습니다.

 

어쨌든 리그 3연패를 넘기다 보니 개인적으로 리그 우승은 당연히 우리지이런 점도 있는데, 동시에 다른 리그 팬들 사이에서도 리그를 평가절하는 시선이 생겨납니다. 사실 리그 우승이 그리 쉬운 게 아닌데도, 리그 우승을 계속 차지하다 보니 리그 우승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기조가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봅니다.

 

결정적으로 당시에도 느낀 거지만, 리그에서 아무리 성적이 좋더라도 챔스에서 성적이 좋지 않으면 리그 우승 자체가 평가절하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요즘 말로 치면 이걸 소위 방구석 여포라고 하나요? 어쨌든 당시 리그에서 성적은 인터 밀란이 더 좋았는데, 반대로 챔스에서 성적은 AC 밀란이 더 좋아서 내심 AC 밀란이 부러웠습니다.

 

무엇보다 인터 밀란은 1964/1965시즌 때 유러피언 컵 우승을 차지한 걸 끝으로 40년 넘게 UEFA 챔피언스 리그에서 우승하지 못했는데, AC 밀란은 챔스 통산 7회 우승을 차지하는 등 챔스에서 지금 레알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 같은 팀이었죠. 라이벌 팀이라서 당시에는 부럽다는 말은 안 했는데, 지금에서야 할 수 있습니다. 부러워 죽는 줄 알았어요.

 

특히, 10년 전에는 퍼스트 응원 팀인 레알 마드리드가 챔피언스 리그 16강에서 번번이 부진해서 챔피언스 리그에서 매우 강했던 AC 밀란 같은 팀이 정말 부러웠습니다. 리그 2연패를 차지했던 게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챔피언스 리그에서 부진하니 AC 밀란이나 당시 잘 나갔던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의 리버풀 같은 팀이 부러워서 배 아파 죽을 것 같더군요.

 

지금 유벤투스가 세리에A 8연패를 차지하고 있는데, 제 개인적으로 지금 유벤투스를 보면 10년 전 인터 밀란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봅니다. 아니, 어쩌면 더 심할지도 모르겠네요. 인터 밀란은 10년 전 리그 4연패였고, 유벤투스는 지금 8연패니까요.

 

두 팀의 공통점이 있다면, 챔스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게 매우 오래됐다는 거죠. 유벤투스가 리그에서는 매우 강하지만, 챔스에서는 많이 우승하지 못했고, 마지막 우승이 1994/1995시즌으로 24년이나 지났습니다. 그만큼 리그 우승보다 챔스 우승이 더 간절해지는 시기가 온 것도 사실이고요.

 

그래서 리그에서 아무리 많이 우승을 차지해도 챔스에서 우승하지 못하면, 혹은 조기 탈락하면 좋은 소리를 못 듣습니다. 그나마 2014/2015시즌이랑 2016/2017시즌에는 우승에 실패했어도 좋은 소리 좀 많이 들었는데, 지난 시즌을 기점으로 유벤투스도 비판을 받는 것 같더군요.

 

리그 연속 우승이 계속되면, 많은 사람이 리그 경쟁력이 약화된다고 하는데, 사실 제 개인적으로 리그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가장 큰 원인은 선수단의 노쇠화도 있지만, 같은 팀이 계속 해먹으면 사람들의 흥미가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이게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맛이 있어야 재밌는데, 10년 전 인터 밀란 때도 그렇고 지금 유벤투스도 그렇고 우승을 저지할 수 있는 팀이 없다 보니 흥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 보니 결국에는 챔피언스 리그 성과도 중요한데, 문제는 챔피언스 리그 우승 성과가 따라주지 않는다면 리그 우승 자체가 평가절하 된다는 점도 있습니다.

 

10년 전 비슷한 경험한 사람으로서 글을 쓰는 것인데, 제 개인적으로 챔스는 챔스 따로, 리그는 리그 따로 평가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확실히 연패가 계속 되면 어느 순간부터 저 스스로가 우승에 대한 가치를 낮게 보지는 않더라도, 당연시 여기는 현상이 있더군요.

 

그런데 이건 리그만 그런 게 아닙니다. 챔피언스 리그도 마찬가지입니다. 2001/2002시즌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레알 마드리드가 지네딘 지단의 결승 골로 바이엘 04 레버쿠젠을 꺾고 통산 9회 우승을 차지했을 때만 해도 전 라 데시마가 머잖아 이루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당시 이 팀이 1997/1998시즌이랑 1999/2000시즌에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등 5년 동안 3번이나 우승했으니 곧 이루어지는 줄 알았죠.

 

하지만 챔피언스 리그 우승은 그로부터 12년이나 지나서야 이루었습니다. 제가 이때 군대에 있었는데,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을 너무 보고 싶어서 외박도 쓰고 모텔에서 새벽에 숨죽이고 봤을 만큼 열정적이었죠. 그리고 라모스가 극장 동점골 넣었을 때 으어어어어 미쳤어하고 눈물 흘리고 가레스 베일이 역전 골 넣었을 때는 너무 좋아서 방방 뛰고, 마르셀로랑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추가 골 넣었을 때는 이제야 꿈을 이루었다하고 펑펑 울었을 만큼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챔피언스 리그 3연패를 하니까 와 미쳤다이런 엄청난 흥분감보다 ? 우승했네? ? 그렇네?” 뭐 이런 허무함? 공허함이라고 할까요? 12년 만에 챔스에서 우승했을 때는 정말 미쳐죽는 줄 알았을 정도로 열광했고, 2년 만에 다시 챔스 우승을 차지했을 때도 눈물이란 눈물을 다 흘렸고, 1년 후 2연패 차지했을 때도 우리가 해냈다!”하고 엄청 기뻐했는데 3연패를 차지하니까 어느새 제가 10년 전 인터 밀란에서 느꼈던 그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더군요. 아무리 훌륭한 업적인데도 말이죠.

 

어쨌든 우승에 대한 가치는 주관적입니다. 그리고 저는 리그 우승이든, 챔피언스 리그 우승이든 평가절하 될 수 없다 봅니다. 뭐가 됐든 우승은 우승이니까요.

 

그러나 같은 팀이 우승을 계속 차지할수록 우승이 평가절하 되는 이유는 이를 당연시 여기는 흐름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오늘날 스리핏 스리핏 이런 얘기가 나오는 이유도 사실상 스리핏이 이런 걸 느낄 수 있는 최대치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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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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