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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아재의 푸념

Benjamin Ryu 2019.05.06 13:17 조회 2,940 추천 6

저는 라울 곤잘레스의 팬인 아버지의 영향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레알 마드리드 경기를 보고 자랐습니다. 라울의 팬인 아버지와 달리 저는 지네딘 지단을 매우 좋아했었죠. 지단과 루이스 피구, 라울 이렇게 3명으로 이루어진 갈락티코 1기 선수들의 축구는 15년이나 지난 지금도 제게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10대 시절 특정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고 반한 적이 많았습니다. 갈락티코 1기 멤버들뿐만 아니라 바르셀로나의 호나우지뉴 같은 선수들의 플레이에 반했죠. 개인적으로 지네딘 지단처럼 테크니션 유형의 선수들을 좋아하는지라 저는 화려한 플레이나 개인 개성이 강했던 선수들을 많이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맨유 시절 CR7도 그 중 한명이었죠. 지금에야 안 좋은 소리 많이 하지만, 원래 저는 CR7 매우 좋아했습니다. 맨유에서 정말 환상적인 플레이를 펼쳤고 제발 이 선수가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였죠. 당시 CR7뿐만 아니라 프랑크 리베리라든가 AC 밀란의 카카 같은 선수들도 있었고요.

 

지금과 달리 그때는 정말 특정 선수 한 명이 경기를 바꾸는 일이 많아서 선수 개개인의 개성이라든가, 이런 부분에서 열광하게 됐습니다. 최소한 이런 흐름은 2013/2014시즌까지는 이어졌다고 봅니다.

 

그러나 요즘 축구가 전술적인 부분이라든가 압박이라든가, 공간을 내주지 않거나, 혹은 조직적인 축구나 피지컬적인 부분이 중시되다 보니 예전 선수들처럼 지능적으로 뛰어나거나, 기술력이 뛰어난 선수들이라고 해도 몇 가지 부분에서 맞지 않으면 도태되거나, 쓰기 어렵다며 제외되는 일이 많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청소년 대표팀이라든가, 유소년 팀 경기 볼 때도 이런 변화가 왔음을 느낍니다. 그나마 10대 대회는 선수 개개인의 개성이 좀 중시되는 성향이 있어서 전술이나, 이런 것보다 선수 개개인의 개성을 보는 맛이 있어서 좋은데, 이들이 예전 선수들만큼 체계적인 교육과 전술적인 교육을 잘 받았다고 해도 예전 선수들보다 개개인의 개성이 더 뛰어나다는 느낌을 받지 못합니다.

 

물론, 정말 대단한 선수들은 본인만의 개성이 확고하지만, 이들 중 성인 무대에서도 지금과 같은 개성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들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네요. 그만큼 전술이 세밀화되고 있고 압박을 중시하고 피지컬적인 부분을 강조하다 보니까 개성이 강한 선수들이 오히려 개성이 죽어가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게 단순히 축구만 그런 게 아니라 제가 즐겨 보는 야구나 농구 같은 스포츠도 비슷한 추세입니다. 시스템적인 부분이 강해지고 그리고 세이버메트릭스 이론이 완전히 뿌리내리다 보니까 예전처럼 스포츠에서 느낄 수 있었던 열정이라든가 즐거움이 사라지는 것 같네요.

 

경기 관련 글 쓸 때마다 이런 생각을 자주 합니다. “이게 내가 열광했던 축구일까말이에요. 이 분야에서 계속 일할 것이기에 그만둘 생각은 없지만, 언제부터인가 축구라는 종목 자체가 어렸을 때 저에게 줬던 그런 흥분이라든가 만족감을 더는 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는 이번 시즌 레알 마드리드의 성적 여부와 관계가 없습니다. 사실 축구에 대한 재미가 떨어지기 시작한 점은 2016/2017시즌부터였으니까요.

 

지금은 솔직히 새로운 세대가 등장하는 재미로 살고 있지만, 경기 자체에서 재밌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스포츠 자체가 제가 어렸을 때 경험했던 가치관과 워낙 차이가 심하다 보니 저만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경기를 뒤집는 것보고 미쳤다하고 흥분할 수 있고 이것이 스포츠다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특정 선수가 엄청난 활약을 펼치면서 승리로 이끌었던 것에 희열을 느꼈던 예전의 그 감성을 느끼기가 어려워졌다는 게 씁쓸하네요.

 

리오넬 메시와 CR7이 적지 않은 나이에도 지금 그 희열을 느끼게 해주지만, 이들의 시대가 이제 끝나면 이 둘처럼 특정 선수가 활약하는 것을 보고 감동하고 그 선수에 푹 빠졌던 시대가 다시 올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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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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