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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으로 쓴 유벤투스와 세리에A 대한 생각

Benjamin Ryu 2019.05.02 20:41 조회 2,143 추천 3

*원래 쓰려고 생각한 글이었다가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부족해서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 쓰게 됐네요. 오늘 메시가 엄청난 활약했다 보니 올릴 타이밍이 안 좋았다고 보기는 하는데, 일부러 노린 것이 아님을 미리 밝힙니다.

 

이번 시즌 CR7이 유벤투스로 이적하면서 세리에A는 오랜만에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세리에A를 좋아하는 사람이자 그리고 인터 밀란이 세컨드인 사람으로서 CR7의 유벤투스 이적은 마냥 긍정적이지 않았으나(아무래도 두 구단과 사이가 안 좋다 보니), 한편으로는 이번 이적으로 다시 세리에A에 대한 주목도가 올라가지 않을까하고 내심 기대했습니다.

 

왜냐하면, 지난 시즌 AS 로마가 로마의 기적을 쓰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고 CR7이라는 슈퍼스타까지 입성하면서 말 그대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할 수 있는 시점이기도 했고요. 개인적으로 이번 시즌이야 말로 세리에A가 반등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시즌 세리에A에 대해서는 솔직히 실망했던 점이 더 많았던 것 같네요. 나폴리도 사리 감독이 떠난 이후 안첼로티 감독이 부임했지만, 예전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고 다른 팀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인터 밀란도 초반에 잘 나갔다가 12월이 되니 고질병이 도져서 하락세에 접어들었죠. (이런 패턴이 몇 년째인지 모르겠네요. 인터 밀란은 초반에 잘 나가면 겨울만 되면 성적이 급하락하고, 초반에 부진하면 12~2월까지 잘 나가다가 3월에 다시 부진합니다)

 

그만큼 우승 경쟁이 약해지다 보니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대로 잡지 못했던 점이 컸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세리에A 팀들이 조별 리그나 16강이나 8강에서 너무 빨리 탈락하면서 세리에A에 대한 관심도도 결국 사라진 점도 있고요. 안 그래도 화제성이 적은 세리에A였는데, 이번 시즌은 더더욱 화제성이 떨어졌다고 봅니다. 물론, 마우로 이카르디 부부 때문에 잠깐 시끌시끌했지만, 그렇게 오래 가지 않았고요. (완다 나라가 하도 비슷한 언론 플레이를 많이 하다 보니 사람들도 이제 아이고 또 저러네하고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가 됐습니다)

 

제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이번 시즌이 제가 세리에A를 본 이래 가장 재미없었고 그만큼 세리에A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냈던 때라고 봅니다. 인터 밀란이 세컨드이든 아니든, 그래도 예전에는 나폴리나 로마 같은 팀들이 치열하게 싸웠던 맛이라도 있었는데 이번 시즌은 여기도 그냥 네가 가라 챔스정도 밖에 볼 게 없을 정도로 전체적으로 많이 죽었습니다.

 

뭐 어쨌든 이것까지만 얘기하고 이제 유벤투스 얘기 좀 하려고 하는데, 아마 많은 분이 이번 시즌 유벤투스 경기를 못해도 1, 2경기 정도는 보셨으리라 봅니다. 경기 보신 분들 대다수가 유벤투스의 중원이 문제다라는 지적을 많이 하는데, 저 역시 이 점은 매우 공감합니다.

 

유벤투스의 중원 문제야 2014/2015시즌 때 클루아두이 마르키시오, 아르투로 비달, 안드레아 피를로, 폴 포그바로 이루어진 MVPP 라인 이후 꾸준하게 제기됐던 문제였죠. 그나마 2015/2016시즌에 포그바가 있어서 이런 약점이 좀 나아졌지만, 중원은 늘 유벤투스의 문제였습니다. 엠레 찬, 블레이즈 마투이디, 미랄렘 피야니치로 구성된 중원 조합 볼 때마다 저도 답답하더군요. 특히, 지난 시즌 인터 밀란에서 뛰었던 주앙 칸셀루가 유벤투스에서 하는 것을 보고 나쁜 의미로 놀랐습니다.

 

주앙 칸셀루가 유벤투스에서 하는 것을 보니 인터 밀란 시절과 비교하면 많이 아쉽더군요. 세컨드가 인터 밀란인 사람으로서 이 부분에 대해 지적하고 싶은 게 있는데, 지난 시즌 주앙 칸셀루가 인터 밀란에서 뛰었을 때 전반기보다 후반기 때 활약이 매우 좋았습니다. 그 이유는 명확한데 중원에서 마르첼로 브로조비치가 레지스타 롤을 제대로 수행하기 시작했고 지난겨울 이적 시장 때 영입된 하피냐 알칸타라의 공이 큽니다.

 

브로조비치인 경우 정말 같은 사람이 맞나싶을 정도로 지난 시즌 후반기 때 성장을 거듭했습니다. 이 선수가 중앙에서 볼을 배급하는 역할을 맡으니 답답하던 인터 밀란의 중원에서 공이 순환된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꼈을 정도. 어쨌든 이 상황에서 하피냐가 왔는데, 하피냐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했습니다.

 

하피냐인 경우 유리몸이라는 단점이 있지만, 본인이 공을 몰고 직접 중앙으로 침투할 만큼 기술적인 부분에서 강점이 있는 선수고 저돌적인 성향이 강하다 보니 공간이 자주 열렸습니다.

 

사실 이제까지, 그리고 이번 시즌 인터 밀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중원에서 최전방까지 중앙으로 침투하는 패스가 거의 없다는 겁니다. 이를 놓고 많은 분들이 이카르디 때문에 인터 밀란이 크로스 위주 전술을 사용하지 못하는 거다라고 생각하시는데, 사실 가장 큰 이유는 어디까지나 인터 밀란 중원이 말 그대로 처참하기 때문입니다.

 

마티아스 베시노나 로베르토 갈리아르디니나 마르첼로 브로조비치나 이런 능력은 심하게 떨어지는 선수들입니다. 주앙 마리우는제발 나갔으면 좋겠는데 나갈 기미가 안 보이네요.

 

어쨌든 중앙으로 뚫고 들어가면서 공간을 창출할 수 있는 미드필더 자체가 없는 게 인터 밀란이었고, 그래서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은 크로스 위주의 전술을 쓸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이런 패턴이 너무 뻔해서 약점이 잡힐 수밖에 없죠.

 

그런데 하피냐가 온 이후 중앙에서 공간이 생기자 주앙 칸셀루의 장점인 크로스, 혹은 오른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들어오는 침투 능력이 살아나기 시작합니다. 2월까지 부진했던 인터 밀란이 하피냐-칸셀루의 조합으로 빠르게 살아나면서 지난 시즌 챔피언스 리그 진출에 성공하게 됐죠.

 

따라서 유벤투스도 주앙 칸셀루의 크로스 능력을 살리려면, 그리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중앙에서 조금이라도 슈팅 기회를 가져가게 하려면 하피냐처럼 기술적이거나, 공간 창출에 능한 미드필더 영입이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미드필더를 구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유벤투스가 알아서 할 문제지만요.

 

최근 조르제 멘데스가 자신의 고객인 주앙 펠릭스랑 하메스 로드리게스를 유벤투스로 보낸다는 말이 있던데 저 둘이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 체제에서 어떨지는 모르겠으나, 둘다 공을 가지고 공간을 창출하기보다 패스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데 강점이 있는 선수들이라서 공 배급 자체는 나아질지 몰라도 CR7이 슈팅할 수 있는 공간을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볼 문제라 봅니다.

 

다만, 이들을 제외하고 팀의 전력을 단기간에 상승시켜줄 수 있는 월드 클래스급 선수들이 유벤투스는 물론이고 세리에A로 갈 이유가 많지 않습니다.

 

이게 왜 그러냐면 지금 세리에A로 갈 메리트가 없어요. ? 프리미어 리그가 많이 주죠. 그리고 레바뮌과 파리 생제르망도 있습니다. 명성이요? 레바뮌이 있죠. 출전 기회? 이제 레바뮌도 많이 줍니다. 왜냐하면, 출전 시간이 보장이 안 되면 이제 레바뮌 같은 구단도 선수들을 빼앗기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죠.

 

감독 따라서 이적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건 솔직히 어디까지나 라리가나 프리미어 리그 구단들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오늘날 세계적인 감독들은 다 라리가나 프리미어 리그에서 활동하고 있어서 세리에A는 그런 것도 다른 리그에 비해 미미합니다. 왜냐하면, 지금 세리에A는 젊고 재능 있는 감독들의 명맥이 끊긴지 오래입니다. 저도 세리에A 좋아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안토니오 콘테 이후 싹수가 보이는 젊은 감독은 본 적이 없습니다. 나이든 감독들이 계속 해먹는 게 지금 세리에A 문제인데, 문제는 젊은 선수들은 이런 감독들과 오래하지 않습니다. 한 마디로 지금 세리에A가 다른 구단에 비해 메리트가 적어진 것은 사실입니다.

 

결국, 세리에A로 오는 선수들은 주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해서 밀려나거나, 나이가 많거나, 은퇴가 임박한 한때 이름 좀 날렸던 선수들, 혹은 제스티푸테나 미노 라이올라 같은 슈퍼 에이전트들의 고객 정도인데 아무래도 재능을 수혈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다른 리그에 비해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돈 싸움으로 시작되면 솔직히 말해서 유벤투스도 다른 리그나 레바뮌에 밀릴 수밖에 없죠. FFP룰도 지켜야 하는 점도 있고요. 유벤투스 수익이 지난 시즌 39490만 유로인데, 이 금액이 지난 시즌 레알 마드리드 수익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레알 마드리드는 지난 시즌 75,090만 유로 정도를 벌어들였죠. 이번 시즌 챔스 배당 수익이나 CR7 영입으로 인한 스폰서 추가 계약이 있다고 쳐도 돈 싸움에서 상대가 안 됩니다. 아래는 지난 시즌 구단 수익인데 대충 확인하셔도 얼마나 격차가 큰지 아실 수 있을 겁니다.

 

1. 레알 마드리드 750.9m

2. 바르셀로나 690.4m

3.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666.0m

4. 바이에른 뮌헨 629.2m

5. 맨체스터 시티 568.4m

6. 파리생제르망 541.7m

7. 리버풀 513.7m

8. 첼시 505.7m

9. 아스날 439.2m

10. 토트넘 428.3m

11. 유벤투스 394.9m

12. 도르트문트 317.2m

13.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304.4m

14. 인테르 280.8m

15. 로마 250.0m

16. 샬케 243.8m

17. 에버튼 212.9m

18. 밀란 207.7m

19. 뉴캐슬 201.5m

20. 웨스트햄 197.9m

 

돈 싸움에서 밀리다 보니 유벤투스도 그렇고 다수의 세리에A 구단이 유소년 선수들이나 자국 리그 내에서 수혈해야만 하는데, 이탈리아 유망주들 중 싹수가 보이는 선수들은 극소수고 이들 역시 소속팀 대부분이 자금난을 겪고 있다 보니 자금력이 충분한 프리미어 리그 구단들에 빼앗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자국 리그 구단들에 싸게 파냐면 또 그것도 아니죠. 나폴리나 라치오처럼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팔아버리는 구단도 있습니다. , 내수 자체가 어려운 상황인 게 지금 세리에A입니다.

 

결국,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고 그만큼 고정 팬층이 많은 인터 밀란과 AC 밀란이 살아나야 하는데 문제는 지금 두 밀란 구단이 하는 거 보면 답답하기 그지없네요.

 

인터 밀란의 구단 소유주인 쑤닝 그룹인 경우 돈은 많지만, 27살인 스티븐 장이 초보적인 실수를 자주 범하는 편이고 주세페 마로타가 왔음에도 안드레아 라노키아 같은 선수랑 재계약 하지를 않나, 어쨌든 여러모로 답답한 운영을 좀 하는 편. AC 밀란인 경우 엘리엇이 돈 되면 다 팔아버리는 인사들인지라 마냥 미래가 밝다고 보지 않습니다.

 

그나마 인터 밀란이 아무래도 쑤닝 그룹 자체가 거대한 기업이고 중국의 다양한 기업들이 쑤닝 그룹과 제휴 관계이다 보니 유벤투스를 제외한 다른 세리에A 19구단 중 경제력이나, 장기적인 계획이 좀 더 나을 뿐 무조건 낙관적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유벤투스의 문제점은 유벤투스 구단 자체에 있지만, 세리에A 자체의 한계도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유벤투스에 대해서 느끼는 것이 있는데, 비안코네리가 돈을 잘 쓴다는 느낌은 못 받습니다. 그러니까 저렴한 값으로 선수를 영입하는 것은 잘하지만,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는 말처럼 우리처럼 스타 플레이어들 영입하면서 윈 나우 정책에 능하면 모르는데, 유벤투스 경영진의 윈 나우 정책은 확실하다는 감을 잡지 못하겠습니다.

 

CR7이 유벤투스로 간다고 했을 때 저도 그렇고 많은 분이 파울로 디발라랑 공존이 가능할까?”라고 말했고 오히려 디발라를 팔아야 하는 게 맞다고 봤는데, 유벤투스는 디발라를 남깁니다. 그리고 이번 시즌 내내 디발라와의 호흡 문제는 꾸준하게 제기됐습니다.

 

, 윈 나우를 하려면 보다 더 과감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던 게 유벤투스라 봅니다. 이는 곤살로 이과인을 영입했던 2016/2017시즌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보네요.

 

근데, 문제는 유벤투스가 이렇게 달릴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자랑이었던 유벤투스의 수비진은 이제 어느덧 30대를 훌쩍 넘겼고, 선 수비 후 역습에서의 강점이 예전만큼 좋지 않더군요. 그리고 여러 포지션에 걸쳐 보강을 해야 한다는 게 눈에 훤히 보이던데 지금 이적 시장 상황을 보면 매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유벤투스는 CR7 영입했으니 이제 포스트 CR7이나 그 또래 유망주들을 영입해서 구단을 재편하겠다는 것 같은데, 제 개인적으로 이는 시기가 매우 나쁘다고 봅니다.

 

이건 앞서 지적했듯이 레바뮌이 거액의 돈을 쓰기 시작하면서 유망주들에게 우리도 너에게 출전 시간 보장해주고 거액 연봉 줄테니까 와라라고 어필하는 점도 있고, 프리미어 리그 구단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죠. 맨유가 성적이 나쁘지만, 언제든지 거액을 쓸 수 있는 구단이라는 점도 있고요. 그리고 세리에A 자체에 한계가 있어서 젊은 선수들을 수급하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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