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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수나::

아약스전 경기 리뷰

붐업지주 2019.02.14 09:06 조회 2,758 추천 21
정말 오랜만에 글 남깁니다. 개인적으로 작년 12월에 아약스 구단을 방문한 적이 있어서 적어보게 되었어요. 아약스의 경기력이 궁금했는데, 개성과 패기를 확실히 본 것 같네요.


아약스의 play principle

아약스에서 깊은 인상을 받은 게 있었습니다. 그들의 플레이스타일이 정말 확고하다는 점이었는데요(그들의 표현에 따르면 ‘play principle’), 아래와 같습니다.

<Play principles of Ajax>
1) 볼을 뺏기면 3초 만에 되찾아올 것 (aka 과르디올라 원칙)
2) 공 주위에서 상대보다 수적 우위를 가질 것
3) 공을 소유할 땐 경기장을 넓게 쓸 것
4) 공이 없을 땐 공간을 좁게 만들 것
5) 후방에서부터 짧은 패스로 빌드업을 시도할 것 (압박이 있더라도)
6) 최대한 전진패스를 시도할 것
7) 1:1에 적극적으로 도전할 것 (공격과 수비 모두)
8) 써드맨을 활용할 것 (패스를 주고받는 두 선수 외에 한 명의 선수가 추가로 플레이에 관여하는 것)

유럽팀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플레이스타일을 문장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플레이스타일은 특히 유소년을 육성할 때 모든 연령대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교육 컨셉이 됩니다. 아약스 역시 8가지 플레이 원칙을 주로 유소년 선수 육성의 척도로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경기 중에 이 원칙이 잘 구현되고 있는지, 선수와 지도자 모두를 평가하는 데 활용합니다.

아약스의 경우 문장으로 표현된 이 플레이 원칙 자체가 특별하다고는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 특별했던 것은 이 원칙을 훈련장에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당시에 참관한 9세 연령대 훈련부터, 23세 연령대 경기까지 공통적으로 독특한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우선 모든 팀이 동일하게 4-3-3 시스템을 활용했고, 짧은 패스를 통해 빌드업을 시도했습니다. 플레이 원칙에 나온 대로지요.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7번 원칙과 관계된 것인데요, 선수들이 1:1 돌파를 끊임없이 시도하더군요. 데이터를 확인할 순 없었지만, 포지션을 불문하고 모든 선수들이 경기 당 10회 정도 1:1 돌파를 시도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것이 아약스가 강조하는 ‘크루이프 퀄리티’, 즉 기술적 우월성이 길러지는 비결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술적으로 친척 관계에 있는 바르셀로나에서도 볼 수 없던 모습이었습니다. 매 훈련, 매 경기마다 10회 가량의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는 선수와, 매번 안정적인 선택지를 골라 패스하는 선수는 성인이 되었을 때 기술적 수준이 어떻게 달라질까요? 

1:1 돌파를 강조하다보니 측면 공격을 위주로 하면서도 크로스는 거의 나오지 않았습니다. 한 경기에 2~3회 정도밖에 크로스 장면을 보지 못한 것 같네요. 이러한 독특하고도 어찌보면 비정상적인 경기 운영은, 유소년 레벨에서 승리보다 선수 개개인의 경험에 초점을 두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오늘도 같은 아약스였다

이렇게 확고하고 인상적인 철학을 기반으로 유소년을 육성하는 아약스였기에, 성인팀의 경기가 궁금했습니다. 데 리흐트와 데 용을 비롯해 아카데미 출신이 주축으로 활약하는 젊은 팀이고, 유스 레벨과 성인팀의 플레이스타일을 연계하는 몇 안되는 팀이라는 설명을 들었는데요. 하지만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만나는 팀은 네덜란드 리그와 달리 기술적인 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상대입니다. 레알 마드리드에도 역시 객관적 전력에서 열세임을 부인할 수 없고요.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전방에서부터 매우 공격적으로, 볼을 뺏기면 바로 압박이 붙었고(플레이 원칙 1번, 2번, 4번), 공을 가질 때는 전진성이 돋보였습니다.(플레이 원칙 5번, 6번). 유소년 경기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더군요. 유소년들보다 1:1 돌파 시도는 적었지만, 측면에서 크로스 대신 콤비네이션 플레이를 통해 공간을 창출하려던 것도 비슷했습니다.

플레이 원칙이 경기에서 명확히 보였다는 것은 아약스가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매우 좋은 경기를 했다는 뜻이겠죠. 결정력이 좋았다면 레알이 패배할 가능성이 높았던 경기였습니다. 데 리흐트와 데 용은 나이답지 않은 침착함이 돋보이더군요. 

그런데 오늘은 두 선수뿐 아니라 아약스 선수들이 전반적으로 매우 훌륭한 경기를 했다고 생각됩니다. 전반전 내내 압박이 매섭길래 후반까지 할 수 있으려나 했는데, 경기 막판까지 에너지 레벨을 유지하네요. 체력적, 정신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고, 전술적으로도 훌륭하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전반전 양팀 활동량 차이가 3km 정도밖에 되지 않던데, 조직적으로 잘 움직였다는 뜻이겠지요.)


후반기 마드리드의 조짐

어려운 경기 어쨌든 이겼습니다.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선수들의 up&down이 눈에 띄는 것 같네요. 전반기가 워낙 좋지 않기도 했지만, 기대해 볼 만한 흐름에 있는 선수들이 좀더 많은 것 같습니다.

우선 600번째 경기에 출전한 라모스. 보고 또 봐도 놀라운 경기를 또 보였습니다. 오랜만에 선발로 나온 나초가 고전하는 가운데(카르바할과의 수비호흡이 부자연스러운 장면이 많음) 홀로 2~3인분은 해낸 것 같습니다. 2차전에 경고 누적으로 결장하기 때문에, 16강 진출을 전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되네요. 작년 유벤투스전의 기억을 잊지 말아야...

모드리치 역시 오늘 공수 양면에서 전천후 활약을 보였습니다. 플레이의 퀄리티 뿐 아니라 활동량 면에서도 좋았던 때로 돌아왔네요. 비니시우스는 이제 누가 봐도 붙박이 주전이어야 할 것 같습니다. 레길론도 첫 골의 기점이 된 패스를 비롯해서 넓은 커버와 투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고 봅니다.

벤제마도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데,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성숙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 놀랍네요. 어느새 팀의 리더가 된 느낌. 특히 비니시우스를 격려하면서 이끌어주는 모습이 눈에 띕니다. 반면 베일은 아직도 팀에 녹아들지 못한 용병 느낌이네요... 전술적으로도 오늘 베일 선발은 완전한 실패였어요. 상대가 전방에서 압박할 때, 앞의 넓은 공간을 활용할 스피드도, 앞뒤로 움직여줄 에너지도 없었습니다.

이제부터 부활을 기대해 볼 만한 선수도 보였습니다. 아센시오가 날카로운 킥 감각이 살아난 듯한 슈팅을 날리더니 골까지 넣었네요. 선수들이 축하해 주는 모습도 뭔가 달라 보였습니다. 이제야 돌아왔냐.. 같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스타덤에 적응을 못하고 방황하는 것 아닐까 짐작했는데, 이제 반등하길 바랍니다. 입단식에서 눈물 흘리던 친구이니, 또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보고있나 이스코)

마르셀루가 솔라리와 면담을 가졌다는 소식도 희망적이네요. 앞으로 체중을 줄이고 경기력을 회복하기로 했다는데, 레길론의 활약이 자극이 되는 것 같습니다. 아센시오와 마르셀루가 다시 돌아와 준다면 후반기 마드리드에 엄청난 힘이 될 듯. 이러다 설마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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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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