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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야스가 여기서 은퇴할 줄 알았어요

Benjamin Ryu 2018.11.22 14:17 조회 2,228 추천 4
올리버 칸이나 부폰이나 반 데 사르 같은 골키퍼들을 보면서 자랐던 지라 카시야스도 못해도 36살까지는 이 팀에서 뛰고 은퇴할 줄 알았습니다.

제가 축구를 보기 시작했을 때부터 사실상 레알 마드리드 골키퍼는 카시야스였기에 카시야스 이외의 골키퍼가 레알 마드리드 골문을 지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그만큼 카시야스가 여기서 선수 경력을 마무리할 줄 알았어요. 라울이나 구티 같은 선수들은 공격수나 미드필더이다 보니 경쟁자 때문에 이 팀을 떠날지 모른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했지만, 카시야스는 골키퍼고 특히 전성기가 다른 포지션에 비해 매우 긴 포지션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저의 그런 고정적인 관념이 2012/2013시즌을 기점으로 깨지더군요. 카시야스가 만 36살까지 거뜬하게 전성기를 유지하겠다 싶었는데, 개막전에서 페페랑 충돌한 이후 뭔가 나사가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충돌한 이후 후유증을 느꼈는지 제가 알고 있던 이전의 카시야스 이미지에서 조금씩 내려오기 시작하더군요.

그래도 다시 좋은 모습을 찾아주리라 기대했기에 큰 걱정은 안 했습니다. 그런데 뭐 다들 아시겠지만, 해당 시즌에 무리뉴 감독이랑 충돌하고 끝내 디에고 로페즈에게 밀립니다.

이제까지 저는 레알 마드리드>선수. 즉,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당시에 카시야스가 로페즈에게 밀리니까 진짜 무리뉴가 엄청 싫더군요. 로페즈가 뭔 잘못이 있겠냐만 로페즈가 우리 팀 유스 출신임에도 정말 싫었습니다. 제가 무리뉴를 지금도 안 좋아하는 이유도 카시야스 때문입니다. 물론, 당시 카시야스가 보여준 행동 자체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보지만, 그만큼 카시야스가 제 자신에게 차지했던 입지는 절대적이었습니다.

디에고 로페즈가 골문을 지킬 때마다 "아, 카시야스가 저기 있었어야 했는데, 왜 로페즈 같은 선수가 골문을 지키는 거야"라고 무리뉴의 결정은 물론 로페즈를 맹렬히 비난했었습니다.

어쨌든 그때를 기점으로 카시야스는 점점 입지가 좁아졌습니다. 그리고 하락세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아니야. 카시야스는 다시 예전의 모습을 되찾을 거야. 지금은 잠시 혼란기를 겪고 있는 거라고. 이걸 극복하면 다시 예전의 모습을 보여줄 거야"라고 애써 현실을 부정했습니다만, 카시야스는 예전 전성기 시절의 모습을 다시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결국, 2014/2015시즌을 끝으로 레알 마드리드를 떠났습니다. 어쨌든 카시야스가 이 팀을 떠난다고 결정했을 때 진짜 머리에 총 맞은 것 이상으로 충격적이더군요.

라울은 이미 예전부터 마음의 준비를 했었기에 떠났을 때 "잘 가요. 고마웠어요 ㅠㅠㅠ" 이런 느낌이었는데, 카시야스가 떠났을 때는 "안 돼, 떠나지 마! 아직 못 보내! 레알 마드리드 골키퍼는 카시야스가 아니면 안 된다고 ㅠㅠㅠㅠㅠ 카시야스가 다른 팀 유니폼 입고 뛰는 것은 절대로 못 봐ㅠㅠㅠ"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그 이후 나바스가 골문을 지켰을 때도 매우 잘했지만, 계속해서 카시야스가 떠오르더군요. 나바스가 매우 훌륭한 활약을 펼쳤음에도 종종 어이없는 실책을 범하면 "그러면 그렇지! 이 세상에 카시야스를 대신할 수 있는 골키퍼는 없다고!"라며 나바스의 플레이를 비판하기도 했었죠.

하지만 카시야스가 이 팀을 떠난 지 벌써 3년이나 지났고, 나바스는 어느 순간부터 카시야스가 생각나지 않게 해줬습니다. 물론, 종종 어처구니 없는 실책을 저지르는 경우도 있지만, 예전처럼 "아, 카시야스였으면" 이 정도 까지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티보 쿠르투와가 과거 로페즈가 카시야스 입지를 위협했던 것처럼 나바스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네요. 참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어쨌든 전 진짜 카시야스가 이 팀이 아닌 다른 팀 유니폼을 입는다는 것을 상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정말로 여기에서 선수 경력을 마칠 줄 알았고, 2001년에 은퇴한 산치스처럼 오직 레알 마드리드에서만 뛰었던 원 클럽맨으로 남을 거라 기대했었어요. 포르투의 유니폼을 입고 뛰었을 때 "아, 진짜 카시야스가 떠났구나"라고 마음 한 켠이 허전해지고 눈물이 앞을 가리더군요ㅠ 시간이 약이라고 카시야스가 없는 이 레알 마드리드에 적응한 지 오래 됐지만, 어린 시절의 추억인지 카시야스가 다시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고 뛰는 것을 보고 싶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이제 카시야스가 조만간 선수 경력을 마무리지을 단계에 왔다고 보는데, 이벤트성이라도 좋으니 마지막으로 이 팀 유니폼을 입고 다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뛰는 것을 보고 싶네요ㅠ 그 시절의 오랜 추억 때문인 것 같습니다.

비록 이 팀을 떠났지만, 카시야스가 다시 이 팀에 돌아와줬으면 좋겠습니다. 코치든, 경영진 임원이든 어떤 형태로도요. 돌아온다면 이제는 안 떠났으면 좋겠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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