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시야스가 여기서 은퇴할 줄 알았어요
올리버 칸이나 부폰이나 반 데 사르 같은 골키퍼들을 보면서 자랐던 지라 카시야스도 못해도 36살까지는 이 팀에서 뛰고 은퇴할 줄 알았습니다.
제가 축구를 보기 시작했을 때부터 사실상 레알 마드리드 골키퍼는 카시야스였기에 카시야스 이외의 골키퍼가 레알 마드리드 골문을 지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그만큼 카시야스가 여기서 선수 경력을 마무리할 줄 알았어요. 라울이나 구티 같은 선수들은 공격수나 미드필더이다 보니 경쟁자 때문에 이 팀을 떠날지 모른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했지만, 카시야스는 골키퍼고 특히 전성기가 다른 포지션에 비해 매우 긴 포지션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저의 그런 고정적인 관념이 2012/2013시즌을 기점으로 깨지더군요. 카시야스가 만 36살까지 거뜬하게 전성기를 유지하겠다 싶었는데, 개막전에서 페페랑 충돌한 이후 뭔가 나사가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충돌한 이후 후유증을 느꼈는지 제가 알고 있던 이전의 카시야스 이미지에서 조금씩 내려오기 시작하더군요.
그래도 다시 좋은 모습을 찾아주리라 기대했기에 큰 걱정은 안 했습니다. 그런데 뭐 다들 아시겠지만, 해당 시즌에 무리뉴 감독이랑 충돌하고 끝내 디에고 로페즈에게 밀립니다.
이제까지 저는 레알 마드리드>선수. 즉,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당시에 카시야스가 로페즈에게 밀리니까 진짜 무리뉴가 엄청 싫더군요. 로페즈가 뭔 잘못이 있겠냐만 로페즈가 우리 팀 유스 출신임에도 정말 싫었습니다. 제가 무리뉴를 지금도 안 좋아하는 이유도 카시야스 때문입니다. 물론, 당시 카시야스가 보여준 행동 자체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보지만, 그만큼 카시야스가 제 자신에게 차지했던 입지는 절대적이었습니다.
디에고 로페즈가 골문을 지킬 때마다 "아, 카시야스가 저기 있었어야 했는데, 왜 로페즈 같은 선수가 골문을 지키는 거야"라고 무리뉴의 결정은 물론 로페즈를 맹렬히 비난했었습니다.
어쨌든 그때를 기점으로 카시야스는 점점 입지가 좁아졌습니다. 그리고 하락세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아니야. 카시야스는 다시 예전의 모습을 되찾을 거야. 지금은 잠시 혼란기를 겪고 있는 거라고. 이걸 극복하면 다시 예전의 모습을 보여줄 거야"라고 애써 현실을 부정했습니다만, 카시야스는 예전 전성기 시절의 모습을 다시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결국, 2014/2015시즌을 끝으로 레알 마드리드를 떠났습니다. 어쨌든 카시야스가 이 팀을 떠난다고 결정했을 때 진짜 머리에 총 맞은 것 이상으로 충격적이더군요.
라울은 이미 예전부터 마음의 준비를 했었기에 떠났을 때 "잘 가요. 고마웠어요 ㅠㅠㅠ" 이런 느낌이었는데, 카시야스가 떠났을 때는 "안 돼, 떠나지 마! 아직 못 보내! 레알 마드리드 골키퍼는 카시야스가 아니면 안 된다고 ㅠㅠㅠㅠㅠ 카시야스가 다른 팀 유니폼 입고 뛰는 것은 절대로 못 봐ㅠㅠㅠ"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그 이후 나바스가 골문을 지켰을 때도 매우 잘했지만, 계속해서 카시야스가 떠오르더군요. 나바스가 매우 훌륭한 활약을 펼쳤음에도 종종 어이없는 실책을 범하면 "그러면 그렇지! 이 세상에 카시야스를 대신할 수 있는 골키퍼는 없다고!"라며 나바스의 플레이를 비판하기도 했었죠.
하지만 카시야스가 이 팀을 떠난 지 벌써 3년이나 지났고, 나바스는 어느 순간부터 카시야스가 생각나지 않게 해줬습니다. 물론, 종종 어처구니 없는 실책을 저지르는 경우도 있지만, 예전처럼 "아, 카시야스였으면" 이 정도 까지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티보 쿠르투와가 과거 로페즈가 카시야스 입지를 위협했던 것처럼 나바스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네요. 참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어쨌든 전 진짜 카시야스가 이 팀이 아닌 다른 팀 유니폼을 입는다는 것을 상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정말로 여기에서 선수 경력을 마칠 줄 알았고, 2001년에 은퇴한 산치스처럼 오직 레알 마드리드에서만 뛰었던 원 클럽맨으로 남을 거라 기대했었어요. 포르투의 유니폼을 입고 뛰었을 때 "아, 진짜 카시야스가 떠났구나"라고 마음 한 켠이 허전해지고 눈물이 앞을 가리더군요ㅠ 시간이 약이라고 카시야스가 없는 이 레알 마드리드에 적응한 지 오래 됐지만, 어린 시절의 추억인지 카시야스가 다시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고 뛰는 것을 보고 싶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이제 카시야스가 조만간 선수 경력을 마무리지을 단계에 왔다고 보는데, 이벤트성이라도 좋으니 마지막으로 이 팀 유니폼을 입고 다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뛰는 것을 보고 싶네요ㅠ 그 시절의 오랜 추억 때문인 것 같습니다.
비록 이 팀을 떠났지만, 카시야스가 다시 이 팀에 돌아와줬으면 좋겠습니다. 코치든, 경영진 임원이든 어떤 형태로도요. 돌아온다면 이제는 안 떠났으면 좋겠습니다ㅠㅠ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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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요 2018.11.22구단에서 은퇴 경기 정도는 열어줘도 될 선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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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트레블마드리드 2018.11.23@마요 특별한 고별식 열어주겠다니 응 필요없어하고 던지고 가서... 어렵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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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San Iker 2018.11.23@트레블마드리드 http://realmania.net/bbs/zboard.php?id=news&page=1&sn1=&divpage=2&sn=off&ss=on&sc=off&keyword=고별&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6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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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별식은 하고 갔으나 그 과정에서 기자회견에 페레스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었고 고별식을 하는 과정에서도 사람들 모이기 좋은 주말에 하기로 했던 고별식 일정을 연기하여 월요일에 해서 사람들이 별로 오지 못했고 그 월요일에 하는 고별식에서마저 구단 측에서 현지 관중들 입장을 막으려한등 구단 측에서 고별식 행사 준비 하는 데 있어서 여러 가지로 잡음을 일으켰던 바 있죠.
선수는 어쨋든 한평생 머무른 고향같은 곳인데 던지고 갈 리가 있나요.. 고별 기자회견장에서 눈물을 보이며 감정이 복 받쳐오르던 이케르의 표정이 지금도 눈에 선한데요... -
San Iker 2018.11.2299년에 데뷔해서 11/12시즌까지 대략 13년간 세계최고급 기량을 당연하게 선보이면서 마드리드의 수호신으로서 강림해왔었기 때문에 마드리드 골키퍼 = 이케르 카시야스라는 공식은 제게도 있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어렸을 적에 세자르에게 01/02시즌 후반기 경쟁에서 밀려서 별로 출전하지 못했을 때 빼고는 그 흔하다는 부상이나 퇴장 징계 하나 없이 꾸준하게 마드리드 골문을 지켜왔던 선수였고요. 그러다가 문제의 12/13시즌 때 커리어 첫 퇴장에 아르벨로아와의 충돌로 커리어 첫 한달 이상의 장기 부상까지 당하면서 폼이 무너지기 시작하더니 여기서 은퇴를 못하게 됐죠 ㅠ -
subdirectory_arrow_right Benjamin Ryu 2018.11.22*@San Iker 엥? 첫 퇴장 그 전에 있지 않았나요? 2010-2011시즌이었나 그럴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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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San Iker 2018.11.22*@Benjamin Ryu <a onfocus=\'this.blur()\' href=http://realmania.net/match/i3.php?no=705 target=_blank>http://realmania.net/match/i3.php?no=705</a>
벤류님 말씀이 맞네요.
<a onfocus=\'this.blur()\' href=http://realmania.net/match/i3.php?no=887 target=_blank>http://realmania.net/match/i3.php?no=887</a>
이 경기랑 기억을 거꾸로 하고 있었습니다; 10/11이 이케르 초반 퇴장 아단 교체 출장, 12/13이 아단 초반 퇴장 이케르 교체 출장이었네요. -
챔스5연패 2018.11.22말년이 너무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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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gio canal 2018.11.22레알의 수호신으로서 말년의 논란으로 폄하되기에 너무도 많은 헌신이 있던 선수지요. 젊었을때 막 굴리던거 생각하면 말년 기량하락은 어쩌면 당연할 정도로 한 경기에서 몸이 혹사되는 경우가 워낙 많아서..
많은 하이라이트 장면이 있겠지만 밀리토 관광보낸 사라고사전이나
리버풀전이 가끔 생각납니다. 정말 골키퍼의 세이브가 아름다워 보이더군요. 이런 선수가 우리 유스에서 또 나올지... -
라젖 2018.11.22저는 0708부터 레알 경기를 봤는데, 그 시절 레알이라는 명성에 걸맞는 월드클래스는 사실상 이케르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당연히 라울의 뒤를 이어 주장이 되고 은퇴할 때까지 골문을 지킬 줄 알았는데 참 황당하게 팀을 떠나게 되니 저로서도 아쉬움이 컸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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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Vamos, Madrid! 2018.11.22@라젖 0708........ 우울한 터널의 끝은 어디일까 싶던 시절이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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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on Bourne 2018.11.22아르벨로아 와의 충돌이후 당한 손부상만 아니였다면
이라는 생각이 요즘 드네요. 한때는 떠날때가 됬다고 생각했지만
그리운 이케르... -
no.1_좌절금지 2018.11.22말년의 아쉬움만 빼면 정말 키퍼도 축구인들의 마음을 설레게할수있다는 걸 알려준 역대급 선수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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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레스레 2018.11.23카시야스가 폼 하락이 완연하게 보이고 내려갈 시점에 나바스가 그 대체를 너무나도 잘해줬고 결국 카시야스가 못 누리지 못한 3연패라는 업적도 이뤘죠 전 아무리 봐도 쿠르트와가 나바스를 완전하게 잘 대체 할수 있을까 싶어요 나바스가 기량이 뚝 떨어진것도 아닌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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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2018.11.23말년이 아쉽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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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권가 2018.11.23카시야스..저는 호날두 입단 때부터 레알 팬이 됐지만 사실 레알마드리드 하면 저는 가장 먼저 생각나는 선수가 카시야스이고 두번째가 라울이고 세번째가 호날두인듯
그만큼 카시야스의 존재는 레알 그 자체였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