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바오전 단상
1.
승점 드랍의 가장 최악의 요인은 로페테기라고 봅니다. 이미 마르카에서도 지적을 했지만, 이번 경기에서 가장 문제인건 득점하지 못한 벤제마, 베일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공의 소유권을 유지하지 못한 미드필더 라인입니다.
로페테기는 A매치에서 무리한 카세미루를 쉬게 해줌과 동시에, 세바 크로스 모들 셋을 내보내서 빌바오를 상대했는데 굉장히 안일한 판단이 되었죠. 활동량은 각자 있는 선수지만 볼 탈취가 별로라 정작 소유권을 제대로 가져가지 못했습니다. 옆동네에서 까꿍이가 수비 영역은 넓지 않더라도 자기 영역에서 볼 탈취는 제대로 해내는걸 감안하면 정말 너무 빌바오를 무시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 실제 66~78%까지 계속 유지했던 점유율도 60%로 하락했습니다.
차라리 포백이 수비적이라 포백 단계에서 지속적으로 볼 탈취가 이루어졌는가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공격을 쭉 허용했습니다.
2.
지속적으로 상대에게 휘둘린 결과는 어설픈 공격과 수비로 이어집니다. 허리가 약하면 맨유처럼 포백과 같이 내려 앉거나, 혹은 리버풀처럼 공격진이 내려앉아서 전체적인 간격을 좁혀줘야 하는데 우리 팀은 그런 팀과는 거리가 멀죠.
덕분에 벤제마와 베일, 아센시오는 계속 2선과 분리 되면서 산발적인 공격을 이어갔고, 이는 공격 횟수는 많지만 비효율적인 난사가 이어졌습니다. 특히나 조급해지자 벤제마는 자기가 득점하려고 하기보단 익숙한 자기 플레이에 전념하며 공간을 열어주려고 하면서 스트라이커답지 않게 아쉬운 모습을 보였고, 베일과 아센시오는 자기가 호날두가 아님을 다시금 증명했습니다.
그나마 이스코와 카세미루가 들어오면서 공수 양면으로 안정을 되찾기는 했습니다. 크로스도 수비 부담을 벗어나면서 게임 리딩을 적절하게 해줬구요.
3.
로페테기는 마지막 교체로 알 수 없게 베일을 교체하고 바스케스를 넣었는데, 최고의 악수였습니다. 우측 윙어인 베일이 부진하니 우측 윙어 백업을 넣는다 정도의 1차원적인 발상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고, 팀에 어떤 플러스도 되지 못했습니다.
바스케스가 크로스 플레이가 잘되는 선수도 아니지만 스트라이커인 벤제마나 2선의 이스코가 크로스 플레이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선수도 아닌데 왜 그랬는지 알 수 없습니다. 이는 세바요스와 모드리치를 모두 교체해버리면서 2선 자원을 조정하기 어려워진 탓도 있긴 하겠죠. 바스케스 말고 넣을 선수가 요렌테, 마리아노 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아마 마리아노를 투입한 포메이션이 팀에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해서 차마 못 넣은거라고는 생각하지만 바스케스의 공격 포인트 생산 능력이 그리 뛰어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말 좋지 못한 선택이었습니다.
4.
이건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오늘 교체는 모드리치/세바요스 -> 카세미루, 아센시오 -> 이스코, 벤제마/베일 -> 마리아노였을거라 봅니다.
말하고 싶은 요지가 뭐냐면 중원에 힘을 더 실어주고 아센시오를 빼고 바스케스를 넣지 말아야 했다는 얘기입니다. 모드리치 세바요스를 둘 다 빼면서 이스코가 커버해야 하는 영역이 넓어졌고, 이는 후반 득점 이후 이스코의 공격 역량을 100% 살리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물론 다재다능한 이스코지만, 차라리 아센시오를 남기기보단 세바요스나 모드리치가 남고 이스코가 중앙과 왼쪽을 넘나들면서 흔들어줬어야 했다고 생각해요.
지단 시절 4-3-1-2에 가까운 조합에 벤제마 베일 투톱에 가까운 형태로 운영했으면 마르셀루와 카르바할의 힘을 받아서 빌바오를 더 쉽게 공략할 수 있었을 거라 봅니다. 투톱 중 힘이 빠진 선수를 마리아노랑 교체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을거고요.
물론 경기 끝나고 복기하는 셈이니 현장에서의 흐름과는 무관한 얘기입니당.
5.
로페테기에게는 이번 경기가 꽤나 보약일거라고 생각합니다. 카세미루, 요렌테 없이 점유율 축구를 할 정도의 완성도가 안 나온다는거고, 포백 보호도 안된다는 점을요. 앞으로 라인업을 짤 때 계속 고민해야할 요소가 되겠죠.
덧붙여 바스케스의 활용법에 대해서도 고민해야할 부분 같습니다.
쿠르투와는 무난했고, 걱정되는건 모드리치네요. 오늘 폼이 쭉 간다면 이제 레알 주전은 못할 듯 싶습니다.
댓글 24
-
안동권가 2018.09.16모들 언니는 진심 월드컵서 너무 하얗게 불 태워버린듯..
-
toni 2018.09.165번 공감
시즌 초에 꽤 의미 있는 실수를 한 듯 -
오늘두내일두호날두 2018.09.16*모들누나 나이도 있는편이라 월드컵 혹사때 다들 걱정했는데 역시 후폭풍이 좀 오래가네요
-
RYU_08 2018.09.16모드리치의 축구도사 에너지 1시즌치 분량은 이미 월드컵 때 전부 소진된 듯 싶습니다.
-
subdirectory_arrow_right 라그 2018.09.16@RYU_08 리그는 꽤 많이 빼주고 있는데 이게 단순 체력소진인지 노쇠화인지가 관건이죠..
-
vistart 2018.09.16*카세미루가 빠지게 되면서 생기는 수비공백으로 인한 문제점들이 하나 둘씩 떠오르고 있네요
크로스가 알론소만큼 수비를 했었다면 여러모로 참 달라졌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디마리아가 아직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
subdirectory_arrow_right 라그 2018.09.16@vistart 지난 시즌에는 코바치치가 카세미루의 대안이었는데(카세미루랑 동시 출전해서 모드리치, 크로스의 백업도 했고), 이번 시즌 카세미루의 대안으로 크로스는 불합격 판정을 받은 셈이겠죠. 카세미루를 쉬게 해줄 셈이었다면 마르코스 요렌테가 먼저 나왔어야 하는게 맞지 않나 싶습니다.
-
니나모 2018.09.16지난 여름 나왔던 루머들만 보자면 로페테기도 코바치치가 나간후카세미루를 백업할 선수 영입은 요청했던거 같은데...
개인적으론 카세미루가 빠지고 크로스가 그 자리로 들어가도 나름 잘돌아가지 않을까 싶었는데 역시 이상과 현실은 다른가 봅니다. -
subdirectory_arrow_right 라그 2018.09.16@니나모 마요가 있다보니까 구단도, 로페테기도 좀 애매한 부분이 있었다 봅니다. 크로스가 카세미루를 대체하려면 다른 선수가 받쳐줘야 하는데 그런 선수가 없죠. 옛날 케디라든 현 캉테든 그런 선수가 있어야 하는데...
-
그들이사는세상 2018.09.16개인적으로 프리시즌,꼴랑 시즌 몇경기지만 세바요스가 너무 아쉽네요. 이래서 지단이 안쓴건가 생각이 들 정도..
-
subdirectory_arrow_right 라그 2018.09.17@그들이사는세상 코바치치, 카세미루 등으로 받쳐주고 쓰면 괜찮을텐데 이렇게 부담 주면서 굴리기에는 좀 아닌거 같아요. 하메스랑 비슷한 케이스로 가는 듯요..
-
D.레오 2018.09.16그래도 후반전은 괜찮았죠..
상대 골리가 너무 잘했을뿐 -
subdirectory_arrow_right 라그 2018.09.17@D.레오 결국 승점 드랍한게 아쉽죠.
-
GAGAmel 2018.09.16요렌테는 정말 계륵같은 선수 같네요.지단도 안쓰고 로페테기도 안쓰는거 보면 정말 별로인가봅니다. 코바치치 나가고 영입요청한 것도 그렇고 오늘같은 경기에 도 요렌테를 안쓰고 크로스로 때우는 것도 그렇고요. 카세미루가 빠진 자리에 크로스는 아니다 라는게 몇시즌째 증명되어 있는데.. 아님 자신이 있었거나 빌바오를 얕본거겠죠.
-
subdirectory_arrow_right 라그 2018.09.17@GAGAmel 후반 시작 바로 카세미루 투입이 이루어진거보면, 어느정도 실험적인 측면이었을거라 봅니다. 굳이 예상 외의 상황이라면 모드리치의 부진이었겠죠. 차라리 실험할거면 마요를 먼저 투입하는게 맞다고 보는데, 세바요스에게 기회를 준거 같아요.
-
뵨쟈마 2018.09.17*오랜만에 보는 라그님의 리뷰로군요. 실속이 꽉 찬 좋은 글 재밌게 읽었습니다 새 시즌 됐으니 글 좀 자주 써 주세요 :)
1, 2 - 100% 공감입니다
3 - 역시 바스케스 투입이 악수였다는 데에 공감해요. 베일이 국대에서 힘을 너무 빼고 왔는지 컨디션이 영 아닌 상태 + 마리아노 기용 플랜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던 듯 한데, 베일을 뺀 시점에서 4231/433은 기존의 파괴력을 보일 수 없음을 인정하고 제대로 된 틀이 없을지언정 마리아노를 넣었어야 하지 않았나 싶네요. 새 시스템을 닦는 와중에 바스케스의 입지/폼이 떨어져 있음을 계산하지 못하고 딱 하나 마련된 기존의 시스템으로 승부를 보려하다보니 범하게 된 우였다고 봅니다.
이스코 투입 후 한 골을 넣긴 했으나, 메인 시스템인 4231/433은 현 베스트11인 bba 이크카여야 한다는게 아직은 전제인 상태이죠.
4 - 후단의 내용에는 저도 공감하는 바이지만, 모들/세바를 둘 다 뺌으로서 이스코 커버영역이 과도하게 넓어졌었는가..? 는 잘 모르겠습니다. 세바는 카세미루랑 교체됐고 모들은 스코랑 교체되어, 지금까지 밀어온 구성 그대로였기에 (베일이 나가기 전까지) 짧게나마 그래도 꽤나 비벼볼 만한 경기력을 보였었다고 생각해요.
오늘의 소득 중 하나는 바로, bba 이크카의 컨디션이 일정 수준 이상일 경우 빌바오급 팀을 상대로도 어느 정도 대등하게 치고 받는 양상을 가져갈 수 있음을 확인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5 - 동의합니다. 한 가지 덧붙여 보자면, 밀리긴 했지만 대량실점이 아닌 한골 뒤진 상태로 전반을 마쳤음에도 너무 쉽게 하프 타임 교체를 감행했던 게 조금은 아쉽더라구요.
로감독이 세바/모들을 나름 야심차게(?) 스쿼드 체력 분배 겸 해서 기용을 했던 로드맵이 본인의 생각대로 풀리지 않아서 급히 노선을 수정했겠지만.. 그래도 한 골 차, 세바는 계속 헤맸지만 모들은 그래도 어찌저찌 나름대로 해보려고 하고 있었고 그러다 보면 또 뜬금골이나 의외의 호흡을 필드 위 선수들이 찾아내는 경우도 왕왕 있는 것이 클럽 축구거든요. 국대와는 달리, 호흡을 길게 가져가야 하기 때문에 하프탐 교체는 가급적 지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결국 생각보다 너무 일찍 카세미루를 투입했고 그 덕에 중원에 어느 정도의 안정감을 찾긴 했으나, 이렇게 되면 리가 내 타팀 감독들에게 “지금 레알에게 준비된 전술은 온리 bba 이크카의 4231/433밖에 없습니다”를 자진해서 어필한 꼴이 되기 때문에 앞으로의 시즌 운영에도 좋을 것이 없지 않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 뭐 암튼 a매치 기간 후 산 마메스 원정, 질 수도 있었던 게임인데 그래도 승점 1점을 따낸 게 크게 나쁜 성과인 것은 아니고, 작성자님 말씀대로 이 경기가 앞으로의 로페테기에게 아주 좋은 경험이 되었을 거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바스케스 폼이 생각보다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인 걸 확인했으니 같은 실수는 범하지 않겠죠.
마리아노와 바스케스를 써 먹을 수 있는 다른 서브 플랜에 대해서도 로감독이 그 필요성을 절감하는 계기가 됐을 거라 보고- 아직 초반이니만큼 더욱 조심히, 더 넓게 더 멀리 보며 시즌을 풀어가는 데에 좋은 보약이 되었기를 바랍니다ㅎ -
깜몬 2018.09.17개인적으로 코바치치가 아쉬웠습니다. 이런 문제에서 어느 정도 보완책이 되는 선수였다는 점이 더더욱...
-
subdirectory_arrow_right 라그 2018.09.17@깜몬 저도 굳이 적진 않았지만, 코바치치가 제일 아쉬운 경기긴 했습니다. 코바치치는 위치에 따라 카세미루의 대안도 되고, 모드리치의 대안도 일부 소화하는 선수라 오늘 같으면 모드리치 대신 선발했으면 적절하게 리딩할 수 있었을거 같아요. 마요가 앞으로 카세미루 백업을 전혀 소화하지 못한다면 참 그리운 경우가 되겠죠..
-
마요 2018.09.17완전 잘 읽었습니다. ㅎㅎ 저희가 전문 수미가 없는 3미들이 나올때, 크로스-마르셀루가 있는 왼쪽이 빠르고 재간있는 공격수를 만나면 완전 아비규환이 되는데 이 부분을 지단은 카세미루를 써서 커버했지만 로페테기가 어떻게 대처할지 궁금합니다.
-
다크고스트 2018.09.17카세미루야 다시 나오면 되는 일이라지만 모드리치는 대체카드 자체가 없는데 참 난감하군요. 나이도 있어서 슈바인슈타이거처럼 월드컵때 모든걸 불태우고 피지컬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케이스가 되면 참 곤란한데 말이죠.
-
아모 2018.09.17대체 왜 카세미루 백업으로 요렌테를 안쓴건지 모르겠습니다. 세바요스는 이스코나 모드리치, 크로스 백업이어야 맞는거지 카세미루 뒤에는 요렌테라는 선수가 떡하니 있는데..
-
subdirectory_arrow_right 라그 2018.09.17@아모 1. 요렌테의 기량이 별로다
2. 크로스의 수비형 미드필더 롤을 다시 한번 실험해보고 싶었다
3. 요렌테와 세바요스를 동시에 출전시키기에는 너무 도박이었다
정도의 이유가 복합적으로 결합된 결과겠죠. -
subdirectory_arrow_right 라그 2018.09.174. 의 경우에는 저는 부진한 공격진 중 이스코가 대체할 수 있는 아센시오 자리나, 혹은 공미에 가깝게 들어갔어야 한다고 보는거죠. 크카 + 이스코가 아니라 크카모나 셰를 유지한 상태에서 중간에 들어와서 체력적인 여유가 있는 이스코가 마르셀루와 같이 왼쪽 라인을 털어주는게 낫지 않았을까... 하고 얘기해보는겁니다.
5. 는 로페테기가 미리 준비한 플랜 내의 안건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말씀대로 뭐 좋진 않겠지만 세바요스에게 경험치를 몰아주는 부분이 있었겠죠. 승점도 버릴 순 없으니 좀 조급한 부분이 있었을거라 봅니다. 이게 절정이 된게 바스케스 투입이었겠죠. -
subdirectory_arrow_right 뵨쟈마 2018.09.17*@라그 <!--1530134|1-->맞습니다 충분히 일리있는 말씀이세요 :)
저도 개인적으로 세바 아웃 자체는 옳은 선택이었으나, 보면서 그래도 모드리치를 필드에 남기는 건 나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었어요ㅎ 아마도 아센쇼가 a매치에서 훨훨 날았다보니, 그 한방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못한 게 아니었나 싶네요. 실제로 오른쪽 대각에서 아센쇼의 기막힌 왼발슛팅이 한 차례 나오기도 했었구요. (시몬..ㅂㄷㅂㄷ)
사실 전 베일이 헤롱댈 때 벤제마가 너무 같이 죽어버려서, 정 시스템을 유지시키고 싶다면 차라리 스코(<->베일) 마리아노(<->제마) 아센쇼에다가 크카(<->세바) + 모들로 놓는게 어떨까 생각했었는데,
=> 구성을 헷갈려서 다시 바로 잡았는데, 결국 작성자님께서 본문 4에 적으신 옵션이랑 아센쇼/제마 교체아웃만 빼면 동일하네요ㅎ
어쨌거나 결과적으로 베일/아센쇼는 호날두가 아님을 재확인하게 되었다는 것도 말씀대로입니다.
(+) 5의 경우는 3에 관련해 댓글 달았던 대로, 지나치게 틀에 집착하는 건 아닌가 하는 감이 좀 들어서 그랬네요. 빌바오가 사실 딱 좋은 강팀용 스파링 상대라 생각하는 점도 있고 해서리.. 저도 준비된 경기플랜이었을거라 생각들긴 했지만, 너무 서두른 티가 났달까 적어도 후반 10분까지만 더 지켜보다가 55~60분대에 차라리 두명 교체를 하는 방향으로 갔다면- 모양새도 그렇고 내용적으로도 세번째 교체 자체가 바뀌거나, 혹은 바스케스가 그대로 들어가더라도 활용법 자체에 조금 더 여유가 있지 않았을까 망상이 들어서 한번 언급해보았습니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