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웨덴전 이야기.
1.
사실 지난 2014년 홍명보의 월드컵 패망 이후, 국가대표 축구팀의 경기를 즐겨보지 않았습니다. 대표팀 수장이 스스로 정한 원칙을 뒤집어 버리는 태도에 실망하기도 했고(본인이 소속팀 출전기준 운운만 안했으면, 누굴 뽑아도 상관없었을 텐데), 원체 충성심이라는 거에 고무되는 성향이 아닌 소심한 리버럴주의자이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드컵이 다가오다 보니, 저 역시 국가란 공동체에 속해있는 구성원임을 깨닫게 되더군요. 알 수 없는 민족이라는 이름의 사슬에 저 역시 묶여, 조금씩 긴장되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저 응원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어제 경기를 지켜봤습니다.
만…
2.
굳이 대표팀의 강점을 뽑자면 수비 보다는 공격 쪽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공격적으로 선수를, 그리고 전술을 구성하는 것도 가능했겠지만, 신태용 감독은 언더독 입장에서, 그리고 우리가 수비가 약하다는 입장에서 스웨덴을 맞이한 것으로 보입니다. 신중하게 임했다고나 할까요. 섣불리 평하긴 어렵지만, 나름의 전략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크고 아름다운 스웨덴 선수들에 맞서서 김신욱이 선발 출장한 것으로 보입니다. 세트피스 수비에서도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을 테고요. 약팀이 강팀을 상대하는 전형적인 선수비 후역습 전략이었던 것으로 보이고, 나름 나쁘지 않게 흘러갔다고 봅니다.
생각보다 스웨덴의 공격작업이 단조로웠고, 우리가 맞은 위기는 대부분 혼전, 내지는 흐르는 상황이었습니다. 키퍼의 놀라운 선방과 운도 좀 작용했지요. 그래도 어느 정도는 플랜대로 흘러갔는데, 박주호의 부상 이후로 분위기가 급격하게 다운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며 흐름을 잘 읽는 편인 박주호에 비해 김민우는 비교적 명백한 다운그레이드였죠. 교체카드 1장을 날림으로써 공격적인 카드의 숫자도 줄었고, 기용하는 타이밍도 지체되었습니다.
유효슈팅은 없었지만 전반 손흥민의 단독 돌파나, 후반 추가시간의 황희찬의 프리헤더나 모두 결정적으로 보이는 찬스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것을 살렸어야 했는데 조금은 허무하게 날아가 버렸죠. 우리가 이길만한 경기였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비기는 것 정도가 비교적 공평하지 않았나 싶은데 많이 아쉽더라고요.
3.
구자철은 지난 2014년에 비해 퇴보한 느낌이었고, 기성용도 예의 활력은 잃은 듯 했습니다. 황희찬은 의욕이 너무 앞서 보였습니다. 역습장면에서의 가담 숫자를 생각해 보면 선수들의 체력이 많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공격장면에서 움직임이 적어 공 줄 곳을 찾기 어려워 뒤로 돌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나마 활력 넘치는 이승우의 모습은 보기 좋더군요. 선수 한 명에 모든 책임을 지우는 것은 지양하는 바이지만 그래도 워스트를 하나 꼽자면 장현수 밖에 떠오르지 않네요. 박주호 건과 PK가 아니더라도 너무도 허무하고 허술한 수비와 볼 처리가 많았습니다.
무엇보다도 레알마드리드의 풀백들이 얼마나 좋은 선수들인지 깨달았던 경기였습니다. 크로스...쉬운 것은 아니겠지만 정말 아쉬운 크로스가 많았습니다.
졌잘싸까지는 아니더래도 우리가 최약체임을 감안하면, 그럭저럭은 되었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인지 결과가 너무 아쉽네요. 멕시코전…꼭 이기긴 어렵더라도 후회없이 싸워주길 바랍니다.
댓글 24
-
shaca 2018.06.19대표팀 경기 후에 이루어진 벨기에 vs 파나마 에서 제가 보고싶었던 모습을 보았습니다. 골이 안되더라도 열심히 뛰어서 동료들 도와주고.. 투지 넘치게 수비하고.. 그런 경기 펼치고서 3:0으로 지면 충분히 웃으면서 박수 쳐 줄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대표팀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던 모습입니다.
수많은 문제점들을 보았지만, 선수비 후역습 전술인데, 역습상황에 항상 공 달고 뛰는 사람빼고는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모습 + 미들이 패스를 물론 못하는 사람들이지만, 받으려고 움직이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결국 볼을 돌려야 하는 모습은 진짜 정 떨어지게 만드네요. -
subdirectory_arrow_right 마요 2018.06.19@shaca 뛰기 싫어서 안뛴다기 보다는, 체력이랄까 이런게 부족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황희찬, 손흥민은 잘 뛰어다니던데 미드필더나 풀백들 체력이 아쉽더라고요.
-
subdirectory_arrow_right IscoAlarcón 2018.06.19@마요 이쯤되면 투지 부족도 투지 부족이지만 그냥 2002 멤버들에 비해 결정적으로 체력 조건부터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
subdirectory_arrow_right 마요 2018.06.19@IscoAlarcón 저도 체력이...아쉽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
subdirectory_arrow_right robben 2018.06.19@shaca 저도 파나마 경기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 다른 분들 의견처럼 그냥 능력이 거기까지인거 같은 느낌도... 너무 많은 기대를 한게 아닐까 싶었네요. 한국 축구의 현실이라고 보는게 편할거 같아요.
-
sobab 2018.06.19저는 워스트 구자철뽑고싶네요
감독이 뭘 주문했는지는 몰라도 팀에 도움이 되는 플레이는 하나도 찾아볼수가 없었고 역습시 느린볼전개와 턴오버밖에 기억이안나요
전반전에 구자철대신 다른 미드필더자원이 선발이었으면 조금이라도 더 나은 경기력을 보였을거라 확신합니다 -
subdirectory_arrow_right 마요 2018.06.19@sobab 권창훈의 공백이 많이 느껴지긴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미드필더중에 공을 운반하는 친구가 있어야(이재성 말고 하나 더), 황희찬이나 손흥민이 아래까지 안내려오고 공격에 집중할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
subdirectory_arrow_right sobab 2018.06.19@마요 그래서 이승우가 들어갔을때 이제야 공이 좀 전방에서 도는구나 라는 느낌을 많은 사람들이 받은거라고 생각해요
-
subdirectory_arrow_right 마요 2018.06.19@sobab 그렇다고 이승우를 선발출장시켜야 하나, 하면 고민은 되겠더라고요. 어차피 이마당에...라는 생각도 들긴 하는데.
-
subdirectory_arrow_right shaca 2018.06.19@sobab 동감합니다. 워스트는 장신구 조합.. 장현수 + 김신욱 + 구자철.. 이라고 봅니다.
-
subdirectory_arrow_right 마요 2018.06.19@shaca 전, 김신욱은 잘한건 아니어도 그래도 역할 수행은 한 것 같아요.ㅎ
-
subdirectory_arrow_right shaca 2018.06.19@마요 좋게 보자면 김신욱은 전술적으로 희생당한 걸 수 도 있다고 봅니다. 전반 15분까지 헤딩경합 잘 해줬는데, 그 이후에 공격쪽에서 딱히 할 일이 없었죠. 세트피스 수비경합을 위해서 공격수 한자리를 사용하기엔 너무 아까운 포지션이라고 봅니다. 마요님 말씀대로 선수들의 체력이 왜 문제가 된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역습시에 안그래도 느린 김신욱은 더더욱 볼 수가 없네요. 체력적인 문제는 코치진이 어떤 훈련을 시켰길래 저정도로 암울한 정도인지 모르겟네요.ㅠ 저런 체력상태면 멕시코전은 진짜 기대를 접어야 하는건지.ㅠ
-
subdirectory_arrow_right 마요 2018.06.19@shaca 멕시코전에도 김신욱을 선발 쓰진 않을 것 같아요. 멕시코가 우리와의 경기에서 16강 진출을 확정 짓고 싶어서 공격적으로 나올 것 같은데 거기에서 뭔갈 걸어봐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
쌀허세 2018.06.19스웨덴은 이긴다고 막 국뽕 허벌마시고 봤는데 ㅋㅋㅋ 진짜 수준이 너무 떨어지더라구요 ㅋㅋㅋ 장현수는 진짜 예술의 경지급. 수비라인을 잘잡는다고도 하는데 애초에 위기 상황들이 다 수비라인 때문이었죠. 키퍼땜시 살았지. 구자철은 나온 이유를 모르겠고. 이용 크로스는 진짜 와 ㅋㅋㅋ 날두 같은 세계적인 선수들도 계속 훈련하는데 저런 선수들은 맨날 뭐하는지 그냥 기본이 안된다고 봅니다. 신태용도 김신욱도 아니고 몇몇의 역량미달 선수들이 패인의 원인이라고 보네요
-
subdirectory_arrow_right 마요 2018.06.19@쌀허세 크로스는 정말...뭐라 할 말이 없네요. 그래도 우리나라 대표 선수들인데...ㅠㅠ
-
RYU_08 2018.06.19마치 트랜스포머 1편 (= 작년 콜롬비아전) 을 보고 황홀감에 젖어있다가 갑자기 트랜스포머 5편 (=어제) 를 본 느낌이랄까요... 그동안 작게나마 유지되던 신태용호 멤버들 특유의 장점들은 전부 어디로 가고 마치 최종예선 vs이란전 당시의 암걸리는 경기력이 그대로 보이던...
-
subdirectory_arrow_right 마요 2018.06.19@RYU_08 긴장감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이제 뒤가 없으니 부담 없이 했으면 하는데 어렵겠죠.
-
IscoAlarcón 2018.06.19김진수와 권창훈이 부상때문에 빠지지 않았다면 더 괜찮았으려나요
-
subdirectory_arrow_right 마요 2018.06.19@IscoAlarcón 권창훈에 대한 아쉬움이 크긴 하네요. 박주호의 부상은 이레귤러라 ㅠ
-
subdirectory_arrow_right IscoAlarcón 2018.06.19@마요 국내축구를 자주 찾아보는 편이 아니라 저도 할말이 없는 입장이긴 하지만, 박주호를 보니 유럽을 겪고 안겪고의 차이는 정말 큰거같더군요. 이른시간 박주호의 부상이 참 안타까웠습니다.
-
지쥬옹 2018.06.19초반 반짝 밀어붙이길래 어?어? 했는데 역시나 ..... ㅠㅠ
-
subdirectory_arrow_right 마요 2018.06.20@지쥬옹 생각보다 스페인이 약했는네 말이죠.
-
Kramer 2018.06.19스웨덴은 예선부터 주구장창 442 기반으로 웅크렸다가 한방 먹이고 버티는 컨셉이죠. 감독이 그걸 역이용해서 우리도 수비적으로 나온 뒤 스웨덴을 의도적으로 끌어내고 버티다가 후반에 승부를 보려는 생각이었던거 같습니다. 김신욱이나 구자철이나 지금 기동성이 많이 떨어져 있어서 감독 전술컨셉과 약간 거리가 있는 대신 스웨덴의 공격을 피지컬적으로 견뎌내거나,키핑하면서 버텨주는 건 가능하니깐요. 다만 박주호 부상으로 김민우 투입하면서 공격적 카드가 하나 날아간 점(이 시점에서 문선민 기용이 물거품이 되었다고 봄) 혼전상황에서 당한 pk 이후부터 다 꼬여버린 듯.
체력문제는 어쩔 수 없는 듯.
주전의 반이 날아가면서 전술을 새로 짤 필요가 있었고 파워프로그램 할 시간도 많이 부족했어요. 2002년 얘기 꺼내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때 대표팀은 지금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많은 지원을 받았고 시간도 충분했으니. -
subdirectory_arrow_right 마요 2018.06.20@Kramer 신태용 감독은 할만큼 한 거라고 봅니다. 비록 인터뷰가 아쉽긴 했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