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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피카목요일 5시

카세미루를 대체하려면

온태 2018.04.20 00:43 조회 4,692 추천 25
크모 중 한명을 포기하면 됩니다.

카세미루에 대한 팬들의 주된 비판은

1. 잦은 공격가담
2. 후방에서의 전개와 압박대처에 대한 아쉬움
3. 집중력 저하로 인한 뜬금없는 실수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텐데, 이중 마지막을 제외한 앞의 두가지 사유는 카세미루 개인의 역량이 한없이 부족해서라기보단 팀 구성에서 기인하는 문제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바꿔 말하면, 카세미루 대신 다른 월드클래스 선수들을 데려다놔도 크게 달라지는 점이 없거나 그게 해결되는 대신 다른 부분에서 문제가 터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입니다.

우선 잦은 공격가담에 대한 얘기부터 해 봅시다. 이제는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는 이야기인데, 카세미루의 공격 가담은 철저하게 지단의 지시 하에 이루어지는 플레이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밸런스가 무너지고 역습 대처에 문제가 생기는걸 빤히 보면서도 올라가는 걸 가만히 두고 볼 이유가 없죠. 그리고, 앞서 언급한 문제가 빤히 드러남에도 꾸준히 카세미루를 공격에 가담시키는 것은 그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얻어야 할 것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http://soccerline.kr/board/14488838?searchWindow=&searchType=0&searchText=&categoryDepth01=1&page=4
http://soccerline.kr/board/14393024?searchWindow=&searchType=0&searchText=&categoryDepth01=3&page=2

위 글들은 그 얻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부분에서는 어느 정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볼 수 있는게 카세미루의 득점 기록입니다. 카세미루는 올시즌 총 7골을 득점했는데, 이는 공미인 이스코를 제외하면 미드필더 중 최다 득점입니다. 중미의 박투박스런 움직임이 보다 요구되는 4-4-2를 본격적으로 쓰면서부터는 플레이의 평도 점차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했고요.

카세미루의 전진이 공격진에서 숫자 싸움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라는 주장은 카세미루가 공격가담한다는 비판을 가장 덜 받을 때 팀의 구성을 보면 보다 확실히 증명됩니다. 제 기억으로 이런 주장이 가장 덜 나왔을 때는 지단이 카세미루를 처음으로 중용하기 시작한 15-16 후반기와 4-3-1-2가 한창 잘 돌아가던 16-17 후반기 정도인 것 같은데, 이 시기의 공통점이라면 팀의 공격이 가장 잘 돌아가던 시기라는 겁니다. 15-16 후반기는 BBC가 마지막으로 이름값을 하던 시기입니다. 벤제마가 그나마 전방에서의 영향력을 발휘하던 때이고, 무엇보다 베일이 무엇 하나 모자람이 없던 완전체 시기였기 때문에 카세미루가 올라오지 않아도, 크로스와 모드리치가 3선에서 리딩에 전념하고만 있어도 공격을 진행하는 데엔 무리가 없었습니다. 16-17의 4-3-1-2는 비록 1에 서는 이스코가 베일만큼 박스 안에서 영향력을 가져가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압도적인 테크닉과 넓은 활동폭으로 상대의 미들과 수비 사이의 간격을 자신의 지역으로 만들 수 있었고, 이 장악력이 강력한 중원&풀백과 맞물리면서 상대가 박스 근처에 웅크릴 수 없도록 만들어 투톱만으로도 박스 안쪽에서의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링크 건 두번째 글 내용대로 공격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해서 카세미루 자리의 선수가 공격에 가담할 필요는 없습니다. 글 내용대로 득보다 실이 많은 형태니까요. 그러나 카세미루가 아니라면 누구도 이런 역할을 해줄 수 없는 게 지금의 이 팀 미들 구성인 것도 사실입니다. 크로스나 모드리치를 아무리 공격적으로 풀어놓더라도 저런 플레이를 하는 모습이 쉽게 상상이 되진 않잖아요. 벤치에 있는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고요.

후방에서의 볼처리에 대한 얘기도 하자면, 저 역시 카세미루에게 리딩의 재능은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홀딩으로 써먹기 힘들 정도로 빌드업에 방해가 되는 선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근거로는 보다 주도적으로 개입해야 할 여지가 많은 투미들에서의 활약상을 들겠습니다.

올시즌 카세미루의 4-4-2에서의 활약상은, 비록 대부분이 약팀과의 경기였다고 하더라도, 꽤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리딩 재능이 없다는 평대로 템포를 조절하는 노하우나 그라운드 전반을 아우르며 다음 플레이를 선택하는 능력은 그저 그랬지만, 달려드는 상대를 뜬금 드리블로 벗겨내거나 크게 방향전환하는 패스를 종종 때려대는 등 기본적인 볼 다루는 테크닉이나 패스 실력이 나쁜 건 아니라는 걸 입증했습니다.

그럼에도 카세미루가 후방에서의 빌드업 단계에서 나쁜 평을 받는 건 이 팀이 역삼각형 미들 구조를 취하면서도 실상은 빌드업 시 홀딩을 보호하는 형태를 취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카세미루 위에 두명의 빌드업 리더를 수평으로 놓는 배치에서 기인하고요.

예전부터 해왔던 얘기인데, 빌드업 리더 두명을 수평으로 나란히 놓는 구조는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빌드업의 방향은 우리편 골대에서 상대편 골대니까요. 한명이 빌드업을 지휘할 때 다른 선수는 잉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물며 크로스와 모드리치는 앞서 얘기했듯 적극적인 공격 가담을 하는 선수들이 아닙니다.
이런 성향을 가진 선수들의 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결국 한명이 아래로 내려와 후방 빌드업에 깊게 관여하게끔 할 수밖에 없습니다. 위로는 못 가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이 팀의 후방 빌드업 구도는 일반적인 방식과는 조금 다르게 진행됩니다. 요새는 후방에서 잘게 썰어나오는 팀 치고 '라 볼피아나'라고 불리우는 구도를 활용하지 않는 팀이 드문데, 라 볼피아나의 기본 형태가 센터백 사이로 홀딩이 내려오는 것인 반면 이 팀은 라모스가 중앙으로 이동하고 주공 방향의 빌드업 리더인 크로스가 왼쪽 센터백 자리로 내려오는 형태로 후방 볼 전개를 진행합니다. 이런 경우에 카세미루가 취할 수 있는 포지셔닝은 두가지입니다. 공격 가담을 하라는 지시를 받았을 경우엔 미들 라인으로 올라가고, 보다 소극적인 태도를 주문받았을 경우 후방에 내려간 세명과 미들 라인 사이의 어중간한 위치에 머물게 됩니다. 팀원들의 보호를 받기는 어려운 위치죠.

여담으로, 저는 요렌테가 올시즌 철저하게 배제되는 이유도 이런 후방 빌드업 체제에 있다고 봅니다. 요렌테는 카세미루보단 확실히 리딩에 대한 감각이 있고, 패스 셀렉션과 그 질도 카세미루에 밀릴 게 없죠. 그럼에도, 크모가 중심을 잡고 있는 미들 구성에서는 어차피 홀딩이 후방 빌드업에 기여하는 바가 크지 않기 때문에 이런 쪽으로 상대적 우위를 가지는 요렌테에게 기회가 가지 않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러한 문제들은 이런 방면에서 카세미루보다 나은 선수들이 온다면 해결될 수는 있는 범위의 것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단순히 카세미루의 교체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이런 선수들이 카세미루가 현재의 시스템에 제공하고 있는 장점을 그대로 제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해봐야 할 겁니다. 카세미루가 현재 제공하고 있는 미들 라인에서의 피지컬&공중볼 경합과 폭넓은 커버 범위를 활용한 사이드-센터백 라인 커버, 수비 앞쪽에서의 강력한 저지 능력을 그대로 제공하면서 위에서 언급했던 문제점들을 해결할 만한 선수가 있다면야 카세미루 대체는 손쉬운 일일 테죠. 근데 그런 선수가 있던가요? 적어도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때문에, 카세미루의 대체 문제는 보다 심도있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팀 차원에서 카세미루에게 얽혀 있는 전술적 역할 중 몇가지는 해결할 수 있어야 홀딩의 대체 여부를 논할 수 있겠죠. 개인적으론 일반적인 시각에선 카세미루에게 기대하지 말아야 할 공격 가담만큼은 팀 차원에서 해결이 되어야 한다고 보고, 그러기 위해서는 크로스와 모드리치 중 한명이 빠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상급의 완전체 라이트 윙보다는 정상급 박투박이 구하기 쉬울 뿐더러, 두 빌드업 리더의 수평 배치가 사라져 홀딩이 빌드업 시 정상적으로 닻을 내리게 될 경우 카세미루에게 가해지던 빌드업 관련 비판은 자연스레 사라질 확률이 높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처음 생각보다 글이 많이 길어졌는데 정리를 하자면, 카세미루에 대한 비판들 중 상당수는 팀의 구성(특히 크모 라인)에서 기인하는 상대적인 단점들이며,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선수 한명의 교체로는 힘들고 팀의 구성의 변화가 있어야만 한다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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