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지금의 레알은 괜찮은가?
딱히 이번 빌바오전을 승리하지 못해서라기 보다는 이번 시즌을 돌이켜 생각해보니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일단 우리에게 챔피언스리그가 남아있고 이미 4강에 올라가, 훌륭한 성적을 거두었지만 우승을 못한다면, 리그에서의 성적과 코파 탈락을 고려할 때, 역대 가장 망한 시즌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뭐 이상하게 챔스 3연패를 할 거 같다는 생각이 모락모락 피어나지만, 상대가 하인케스의 바이에른 뮌헨이고 결승도 남았다는걸 고려하면 객관적으로 긍정성 편향에 가까운 제 주관적 생각이겠죠.
이렇게 망한 시즌을 되돌아보며, 개인적으로 생각할때 레알의 문제를 크게 나눠서 정리해보자면
1. 벤,베
뭐 더 말하기 입 아플정도지만 이 선수들은 희망이 없어요. 베일은 유리몸에 최근에는 부상에서 좀 벗어났지만 언제 부서질까 불안해하며 쓰고, 특히 이스코나 아센시오,바스케스를 활용한 442 전술이 자리잡으면서 애매한 포지션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호날두를 포기 못하니 같이 쓰자니 사이드로만 빠지니 애매해지고.... 이제 진짜 능력 자체도 계륵이 되어버린 선수라 이별하는게 서로에게 가장 최상의 시나리오겠지요. 다만 가격은 고사하고 팔릴지나 의문입니다.
벤제마는 생각할 수록 열밖에 나지 않습니다. 전 지단이 벤제마 기용하는거 이해합니다. 호날두라는 툴을 제대로 쓸려면 필수적이고, 얘가 나름 축잘알처럼 플레이하면서 미드필더와 공격진을 연결해주는 9.5번의 유니크한 플레이를 해주니까요. 근데 문제는 적어도 최전방 공격수면 어느 정도는 골을 박아야 할거 아닙니까? 잘나가는 리버풀의 톱인 피르미누를 보면 태클 60번 이상을 성공시키며 찬스메이킹 50회 이상에 스텟은 24골 14어시입니다. 벤제마는 스텟은 반토막 수준에 수비가담은 엉망인데도 경쟁자가 없어서 그냥 닥 주전입니다. 최근에는 그나마 하던 연계도 파도타듯 기복을 타며 나아질 기미가 안보이고요.
이런 두 선수가 주급은 또 더럽게 많이 받는다는게 우리 선수진의 가장 큰 결점이자, 다른 선수의 영입도 막는, 레알팬이라면 생각할 수록 화가 나는 상황이죠. 호날두가 자기 커리어중 가장 높은 수준의 골 폭풍을 몰아치고 있으나 이 골 폭풍을 바쳐주는 선수가 전무해 오히려 역대 가장 호날두에게 공격을 의지하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합니다. 저도 호날두 선수의 엄청난 팬이지만, 언제 기량이 떨어질지 모르는 33살의 공격수에게 의지하는 것은 불안한 일입니다.
2. 지단의 전술
개인적으로 지단이 부임할 대 상당히 전술적인 감독이 아닐까 기대했습니다. 카스티야 시절은 잘 모르지만 선수로서 워낙 위대한 플레이메이커였고, 감독이 되기 전 펩에게 조언을 구했다는 소리도 듣고, 실력은 모르겠지만 나름 추구하는 축구는 수준 높지 않을까 했습니다. 근데 까보니 정반대입니다. 지단이 부임한 후 리그 경기에서 지속적으로 재미있고 수준높은 경기가 나온 적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스코 쉬프트로 재미를 볼 때 잠깐, 그리고 이번 시즌 아센시오와 바스케스를 활용한 442 전술이 흥할 때 잠깐 다득점이 터지고 시원시원했지 그 외의 경기는 솔직히 답답한 경기력의 연속이였습니다. 그래도 부임후 2번째 시즌까지 결과는 잘 만들어내는 편이었죠.
지단 감독 자체가 선수의 개인능력에 많이 의존하는 전술을 짜는 사람이라 그렇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선수 개인의 능력에 맞게 판을 짜주고 최고의 선수들인 만큼 알아서 할 거라고 믿는거죠. 퍼거슨이나 안첼로티와 비슷한 측면이 있는 것 같은데, 이런 부분은 레알의 감독으로서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문제는 앞의 두 감독과 달리 지단은 경기력이라는 측면에서 좀 더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는 겁니다. 지단이 미스테리할 정도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챔피언스리그를 제외하고, 최고 수준의 아닌 팀과도 경기를 치루는 리그에서의 모습은 개인적으로 그리 좋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시즌 우승을 차지하긴 했지만 리그 초,중반의 경기력은 솔직히 견디기 힘들었죠.
이러한 지단 감독의 전술 중 가장 맘에 안드는게 압박입니다. 한준희 위원이 원투펀치에서 언급한 적도 있지만 지단감독의 압박은 맨오리엔티드입니다. 선수 한명이 한명한테 붙는거죠. 이건 상당히 위험한 전술인게, 만약 개인기량으로 그 압박을 상대방이 벗어나는 순간 팀이 벙찔 수 있다는 거죠. 지단감독은 그걸 2줄 수비전술과 적절히 균형을 맞춰보려는거 같지만 성공적으로 수행되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리그 중하위권팀한테 철퇴맞고 비기고 지는 경우도 이 허술한 압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챔스에서는 선수들의 정신무장이 달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오랜기간 지속되는 리그에서 선수들의 정신력마저 더 요구하는 이러한 개인압박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수들을 조합해서 좋은 판을 짜는 능력이 좋다는건 알겠지만 그 판의 유효기간이 한시즌도 가지 못하고 리그에서 계속 약점을 보인다면, 과연 레알 마드리드라는 팀의 감독으로서 어울릴지 의문입니다. 이번 시즌만 해도 사실 리그는 거하게 말아먹은거나 다름없으니까요. 지단이 장기적인 감독을 맡아주면 좋겠지만, 리그에서 이러한 경기력이 반복된다? 글쎄요...
3. 수비 붕괴와 영입
수비 붕괴는 2번의 지단 전술과도 맛물립니다. 최근 리그 중하위권에게 역습으로 허용하는 골이 늘었습니다. 이건 사기적인 커버력을 보여주던 페페의 부재와 라모스의 기량 하락도 있겠지만 애초에 레알처럼 라인을 올리는 팀에게는 앞에서의 공격수와 미드필더들의 움직임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걸 짜내는게 감독의 능력이고요. 그런면에서 포첸티노나 펩, 클롭이 장점을 가진거겠죠. 지단이 이러한 감독들처럼 팀의 조직적인 압박을 짜는데 능숙치 않다는건 분명합니다. 애초에 전술 기조가 그렇지도 않을 수 있고요. 다만 리그 중하위권 팀들은 우리를 상대로 버스 세우다가 역습의 패턴인데 그때 필연적으로 올라오는 수비라인을 수비수 개인의 능력으로 해결하려는 건 무리라고 봅니다. 이제는 효과가 떨어진 카세미루롤 같은 전술적인 해결책이 필요한데 개인적으로 3년째 이 문제를 보다보니 참 안타깝습니다.
영입의 측면에서는 FFP 2.0이라는 불길한 뉴스를 제치고서라도 힘든 상황입니다. 네이마르 쇼크 이후 오른 선수들의 이적료는 아무리 돈을 잘 버는 레알이라지만 슈가대디가 없는 이상은 감당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지금 당장 스트라이커만 해도 옛날 같은 상황이었으면 한 1700억쯤에 영입했을 케인이 3000억이라는 얼토당토 않는 금액이 튀어나오는 상황이니 레알의 보드진으로서도 곤란할 겁니다. 지금 당장 보강이 필요한 부분이 최전방 공격수와 백업수비수, 골키퍼라 할 수 있는데 그나마 알리송, 데헤아등이나 라리가에서 적당한 선수나 유망주로 시도해볼 수 있는 백업수비수처럼 각이 조금 보이는 부분을 제외한 최전방은 과연 어떤 선수가 올 수나 있을까하는 걱정이 듭니다. 뮌헨이 바그너만 믿고 레비를 보낼리 없고 온다 해도 나이가 걱정이며, 케인은 가격, 음바페는 파리감옥에 이미 가버린 사람이고 그나마 시도해볼만한 매물이 베르너 정도? 검증면에서 아쉽지만 이 정도 선수가 데려올 수 있는 최고수준의 선수인데 새로 들어온 선수만 믿고 벤, 베 버리고 시즌을 돌리자니 또 불안감이 올라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시즌이 마무리 되고 여름이적시장이 시작되면 레알에 큰 전환점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챔스 우승을 해서 지단이 남아도, 선수단의 대폭 정리가 필요하고, 감독마저 바뀐다면 더 크게 판이 뒤집히겠죠. 이미 저희가 받은 리그 성적과 코파 탈락이 과도기에 받을 충분한 댓가라고 생각합니다. 팀이 문제를 잘 해결해서 다음 시즌에 트레블을 이루는 모습을 꼭 보고싶습니다.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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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real7 2018.04.20벤베 둘만 어떻게 처리하고 평타만 치는 자원 데려오면 트레블도 가능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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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tefano 2018.04.20팀도 팬들도 리그에서 지거나 비기는데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결과와 상관없이 다음 시즌은 변화가 꼭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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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다닥 2018.04.20좋은글이네요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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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블마드리드 2018.04.20*도전과제 - 트레블(초급), 사모라상(중급)-벤제마 득점왕(최고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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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bio Cannavaro 2018.04.20*맞습니다
지금 챔스하나만 집중적으로 보고 있는데 리그는 진작에 나가리 되서 지든 비기든 반응이 별로 없는거 같아요 챔스만 우승하면 된다니깐요 물론 가능성이 남아있는데 챔스뿐이니 그렇다 치는데 리그에서도 순항해서 그기 챔스에서도 발휘할텐데 지금 호날두때문에 챔스에서 날라다니는거지 지금 당장 탈락해도 이상하지 않을 경기력이라 생각합니다 -
D.레오 2018.04.20공격보다 수비가 더 문제죠..
너무 쉽게 상대방에게 골을 주는 경우가 너무 많음..
미드필드 압박도 문제고.. 옾사이드라인관리에 문제도 많고..
수비는 전술적으로 완벽해야하는데 지단이 이걸 잘하는건
아닌것 같고. -
뵨쟈마 2018.04.21*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 상당히 재미있네요ㅎㅎㅎ
본문 내용이 저도 전반적으로 다 공감이 돼요.
1, 3번 내용은 별로 이견의 여지가 없는 것처럼 저도 생각되고.
다만, 2번의 경우... 역시 짚어주신 부분/지점들에 대해서도 빠짐없이 공감을 하지만- 뭐랄까요, “좀 더 꾸준히”가 안된다는 게 음 저는 일종의 기준/눈높이와도 관련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저 또한 지난 시즌 초반, 그리고 올 시즌 초는 더더욱.. 정말 참기가 힘들었거든요.
이유가 뭘까 곰곰 생각해봤는데, 짚어주신 대로 지단 감독의 경우 선수 개개인에 초점을 맞춘 코칭, 애당초 우리 팬들이 일말의 기대를 갖고 있었던 팀 단위 전술적 측면이 알고 보니 넘나 터무니없이 약했던 것이고..ㅜ(털썩) 이걸 깨닫는 순간 왠지 감독이 더 원망스러워지더라구요. 이건 아마 지단이어서 라기 보단, 레알 마드리드의 감독에게 우리가 바라는 어떤 최소한의 기대치... 같은 게 아닐까? 싶었어요.
그러고나서 다시 나름 면밀히 들여다보려 노력을 해봤더니.. 아 선수개개인에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겠구나- 를 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되더라구요.
“초짜”/초보/경험없음- 따위의 그런 말들이 이전보다 훨씬 무겁게 다가오는 느낌이랄까요?
그러니 자연스럽게 들었던 생각이,
그럼 어뜩해요ㅜㅜ 애초에 지단을 선임했던 게 우리가 응원하는 레알이란 클럽 수뇌부의 판단/결정이었던 것을.
어떤 측면에서는 정말 넘모넘모 아쉽고 안타깝고 짜증도, 화도 나는 일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래 퍼기도, 하인케스도, 감독이란 직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 아마 이런 식의 단계/과정을 밟아나갔을거야, 아마도.. ㅇ러면서 정신승리를ㅜㅋㅋㅋㅋ
한가지 그나마 다행인 것은, 레알의 감독으로서 수비전술 공격전술 전환/유지/압박 전술이 백지상태인데도 불구하고, 챔스 2연패를 해냈네? 또잉? 뭔가 특이점이 온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일단 올 시즌까지는 그냥 믿고 가보기로 했답니다. 행여나 3, 3... 3연패를 하게 된다면ㅜㅜㅜㅜ 확실히 감독으로서의 자질과 어떤 일종의 능력이 있다! 를 확실하게 믿을 수 있게 될 거 같거든요..
그래서 결론은, 저도 불안불안하면서 위태위태한 그런 감정으로 매경기 꼬박꼬박 챙겨보고는 있는 그런 시점이네요.
암튼 정말 재밌는 글 오랜만에 봐서 기분이 너무좋네요. 이게 바로 레알매니아의 매력인 듯 싶어서, 좋은 글 써주신 갓베날님께 감사하단 말씀 올리고 싶습니다요~ 엄지 척! ( ^ ^) b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