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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 팔마스전으로 본 메인 셋업 433.

GODH 2017.11.07 18:59 조회 2,890 추천 6
저는 라이브 경기를 매번 챙겨볼만큼 성실한 인간도 아니고, 또 사실 저는 대단한 감성충이기 때문에 우리팀이 진 경기는 하이라이트도 찾아보지 않고 기사도 보려 하지 않습니다. 기분이 나쁘니까요. 따로 분석해야겠다 싶지 않으면 시간이 있을때 다시보기로 경기를 챙겨보는 편이었는데,최근엔 다들 아시다시피 마드리드 관련 기사 및 영상을 찾아 볼 일이 없었네요. 하지만 그제의 승리로 간만에 라스 팔마스전 경기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득점-무실점으로 최근의 부진을 잊은 듯한 선수들의 움직임 덕분에 그간의 근심을 위로받은것 같아 조금은 기분이 나아졌는데 저는 그 원인중에 하나를 팀이 내세운 셋업으로 꼽고 싶습니다.

마드리드는 라스 팔마스전에서 메인 셋업을 433 으로 진행했습니다. 그간 재미를 보았지만 이제는 슬슬 한계인가 싶었던 4312 를 두고 호날두를 박스에서 멀리두며 마드리드가 좋았을때 메인 포메이션이었던 433 으로 전술의 방향성을 바꾼 것이지요.

마드리드가 433 을 포기했던 가장 큰 이유는 공격진과 미드필더진의 간격이 벌어지기 때문이었습니다. 중원과 공격 가운데에 연결고리가 없으니 롱볼 및 좌우측 윙어를 이용한 크로스의 남발밖에 활용할 수 밖에 없었지요. 하지만 호날두의 기동력 상실과 베일의 베일화로 그마저도 여의치 않자, 지단은 이스코를 중원과 공격 사이에 두어 그의 온더볼을 활용하며 페넌트레이션 작업 전반을 맡겨 버렸죠.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더블을 이루어 냈습니다.

시즌은 흘러 호날두의 노쇠화는 심해졌고 그나마 언터쳐블이었던 골결정력... 은 아니지만 미칠듯한 득점력도 올시즌은 찾아보기가 힘들죠. 베일은 여전히 베일중이구요. 이스코는 잘해주고 있지만 우리팀의 한가지 전술을 적팀에게 파훼당해 투톱은 상대의 두줄수비 블럭에 묶여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윙어의 부재와 풀백의 부진으로 측면 가담도 시원치 않습니다. 그것이 올시즌 마드리드 부진의 이유이구요. 정리하자면 이스코는 성장했지만 상대적으로 잘해주던 다른 선수들이 문제가 된다 입니다.

바로 이곳에서 433 으로의 회귀가 마드리드 반등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함을 생각했습니다. 과거 우리팀의 433 은 연결고리를 해줄 선수가 3선에 없어 문제가 되었습니다. 볼운반을 유의미하게 해줄 선수도 없었지요. 하지만 우리에게는 월클 이스코가 있습니다. 체력이 문제가 됩니까? 슈퍼크랙의 재능 세바요스도 있지요. 심지어 빌드업 능력의 부재로 크-모를 내려 앉혔던 카세미루를 대신할 마요도 있습니다. 433 을 쓰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말로만 했던 모드리치 대체자 작업을 올시즌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부족했던 볼운반 및 공격작업으로의 직접 가담은 성장한 이스코에게 맡기고 호날두와 아센시오를 활용한 윙 전술을 사용하는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유효할수 있을지는 더 지켜보아야 겠지만 적어도 라스 팔마스 전으로 보아서는 호날두는 골을 못넣을 지언정 아직 수비수 한두명을 상대로 두고 슛 포지션까지 만들어내는 것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며 상대적으로 압박이 덜한 사이드에 배치된 아센시오도 자유롭게 움직이며 공간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스코는 공격작업에 침투해 골까지 넣었구요. 벤제마가 아쉽지만, 투톱에서도 마찬가지로 아쉬우니 이는 그러려니 하겠습니다. 전반적으로 우리팀 경기력은 괜찮았습니다. 이스코를 3선에 배치하고, 아센시오를 윙어로 쓰는 433 을 들고서요.

4312 가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442 로의 전환 및 측면 공략이 주요 포인트였던 것을 생각한다면, 측면의 활용 없이는 지금의 부진을 타개할 방법이 따로 없어 보입니다. 다행이 우리팀의 중원자원은 두껍다 못해 포화된 상태이니 중원의 폭발력을 의심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433 을 사용하면 측면으로 볼을 돌려 좌우 측면을 간격을 벌려 중앙에서 공간을 확보 할 수 있고 순간적인 방향전환으로 역습을 만들어내기도 용이합니다. 또 좌우 윙어를 이용한 공간 플레이도 쉽고 풀백의 공격가담시 내려 앉은 상대의 두 줄 수비를 측면에서부터의 연계로 무너트리는 것도 가능합니다. 실축을 뛰시는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윙어를 두고 하는 빌드업이 얼마나 쉬운가 하는 것은 말할것도 없구요. 

괜히 현대 축구에서 433 이 메인 포메이션으로 대두된것이 아니지요. 밸런스 잡혀 있으면서도 공수 양면에서 강점이 있으니까요. 그것이 제대로 수행될 수 없었던 우리팀 사정상 다른 셋업을 이용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4312 마저 빛을 잃은 이 시점에서 우리는 잃을 것이 없습니다.

사실 아센시오가 더 성장해야 한다거나 호날두가 박스 밖에서 얼마나 활약할 것인가? 하는 이런저런 문제점이야 있겠지만 중원 집약 전술 고집하다 침몰하느니 이거저거라도 시도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 하는 마음입니다. 그렇다고 433 이 우리가 한번도 써본적 없던 제로톱이나 지단이 끝끝내 포기한 4231 과 같은 파격적인 전술 변화도 아니니 시즌중에 실험해도 무리없겠다 싶구요.

두서가 없습니다. 라스 팔마스전 다시보다가 문득 들어 급하게 키보드를 잡았습니다. 양해 부탁드려요.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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