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 팔마스전으로 본 메인 셋업 433.
저는 라이브 경기를 매번 챙겨볼만큼 성실한 인간도 아니고, 또 사실 저는 대단한 감성충이기 때문에 우리팀이 진 경기는 하이라이트도 찾아보지 않고 기사도 보려 하지 않습니다. 기분이 나쁘니까요. 따로 분석해야겠다 싶지 않으면 시간이 있을때 다시보기로 경기를 챙겨보는 편이었는데,최근엔 다들 아시다시피 마드리드 관련 기사 및 영상을 찾아 볼 일이 없었네요. 하지만 그제의 승리로 간만에 라스 팔마스전 경기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득점-무실점으로 최근의 부진을 잊은 듯한 선수들의 움직임 덕분에 그간의 근심을 위로받은것 같아 조금은 기분이 나아졌는데 저는 그 원인중에 하나를 팀이 내세운 셋업으로 꼽고 싶습니다.
마드리드는 라스 팔마스전에서 메인 셋업을 433 으로 진행했습니다. 그간 재미를 보았지만 이제는 슬슬 한계인가 싶었던 4312 를 두고 호날두를 박스에서 멀리두며 마드리드가 좋았을때 메인 포메이션이었던 433 으로 전술의 방향성을 바꾼 것이지요.
마드리드가 433 을 포기했던 가장 큰 이유는 공격진과 미드필더진의 간격이 벌어지기 때문이었습니다. 중원과 공격 가운데에 연결고리가 없으니 롱볼 및 좌우측 윙어를 이용한 크로스의 남발밖에 활용할 수 밖에 없었지요. 하지만 호날두의 기동력 상실과 베일의 베일화로 그마저도 여의치 않자, 지단은 이스코를 중원과 공격 사이에 두어 그의 온더볼을 활용하며 페넌트레이션 작업 전반을 맡겨 버렸죠.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더블을 이루어 냈습니다.
시즌은 흘러 호날두의 노쇠화는 심해졌고 그나마 언터쳐블이었던 골결정력... 은 아니지만 미칠듯한 득점력도 올시즌은 찾아보기가 힘들죠. 베일은 여전히 베일중이구요. 이스코는 잘해주고 있지만 우리팀의 한가지 전술을 적팀에게 파훼당해 투톱은 상대의 두줄수비 블럭에 묶여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윙어의 부재와 풀백의 부진으로 측면 가담도 시원치 않습니다. 그것이 올시즌 마드리드 부진의 이유이구요. 정리하자면 이스코는 성장했지만 상대적으로 잘해주던 다른 선수들이 문제가 된다 입니다.
바로 이곳에서 433 으로의 회귀가 마드리드 반등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함을 생각했습니다. 과거 우리팀의 433 은 연결고리를 해줄 선수가 3선에 없어 문제가 되었습니다. 볼운반을 유의미하게 해줄 선수도 없었지요. 하지만 우리에게는 월클 이스코가 있습니다. 체력이 문제가 됩니까? 슈퍼크랙의 재능 세바요스도 있지요. 심지어 빌드업 능력의 부재로 크-모를 내려 앉혔던 카세미루를 대신할 마요도 있습니다. 433 을 쓰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말로만 했던 모드리치 대체자 작업을 올시즌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부족했던 볼운반 및 공격작업으로의 직접 가담은 성장한 이스코에게 맡기고 호날두와 아센시오를 활용한 윙 전술을 사용하는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유효할수 있을지는 더 지켜보아야 겠지만 적어도 라스 팔마스 전으로 보아서는 호날두는 골을 못넣을 지언정 아직 수비수 한두명을 상대로 두고 슛 포지션까지 만들어내는 것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며 상대적으로 압박이 덜한 사이드에 배치된 아센시오도 자유롭게 움직이며 공간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스코는 공격작업에 침투해 골까지 넣었구요. 벤제마가 아쉽지만, 투톱에서도 마찬가지로 아쉬우니 이는 그러려니 하겠습니다. 전반적으로 우리팀 경기력은 괜찮았습니다. 이스코를 3선에 배치하고, 아센시오를 윙어로 쓰는 433 을 들고서요.
4312 가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442 로의 전환 및 측면 공략이 주요 포인트였던 것을 생각한다면, 측면의 활용 없이는 지금의 부진을 타개할 방법이 따로 없어 보입니다. 다행이 우리팀의 중원자원은 두껍다 못해 포화된 상태이니 중원의 폭발력을 의심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433 을 사용하면 측면으로 볼을 돌려 좌우 측면을 간격을 벌려 중앙에서 공간을 확보 할 수 있고 순간적인 방향전환으로 역습을 만들어내기도 용이합니다. 또 좌우 윙어를 이용한 공간 플레이도 쉽고 풀백의 공격가담시 내려 앉은 상대의 두 줄 수비를 측면에서부터의 연계로 무너트리는 것도 가능합니다. 실축을 뛰시는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윙어를 두고 하는 빌드업이 얼마나 쉬운가 하는 것은 말할것도 없구요.
괜히 현대 축구에서 433 이 메인 포메이션으로 대두된것이 아니지요. 밸런스 잡혀 있으면서도 공수 양면에서 강점이 있으니까요. 그것이 제대로 수행될 수 없었던 우리팀 사정상 다른 셋업을 이용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4312 마저 빛을 잃은 이 시점에서 우리는 잃을 것이 없습니다.
사실 아센시오가 더 성장해야 한다거나 호날두가 박스 밖에서 얼마나 활약할 것인가? 하는 이런저런 문제점이야 있겠지만 중원 집약 전술 고집하다 침몰하느니 이거저거라도 시도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 하는 마음입니다. 그렇다고 433 이 우리가 한번도 써본적 없던 제로톱이나 지단이 끝끝내 포기한 4231 과 같은 파격적인 전술 변화도 아니니 시즌중에 실험해도 무리없겠다 싶구요.
두서가 없습니다. 라스 팔마스전 다시보다가 문득 들어 급하게 키보드를 잡았습니다. 양해 부탁드려요. 좋은 밤 되세요.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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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우까 2017.11.07좋은 의견이라고 생각합니다. 측면을 살리자는 취지 또한 적극 공감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월클 이스코를 정말 더 에이스로 쓰려면 433도 좋지만 4231기반에 수비시 4411정도로 변환시키는 포메이션이 가장 좋을거 같습니다. 호날두가 박스근처가 제일 좋니 뭐니 하는데 그건 득점력을 극대화시키는 부분인거고 호날두 의존증을 심화시킨 전술이었다고 봐요.
+ 최근 리가 경기에서 보여준 442도 이스코의 역할을 적당히 제한하고 아센시오와 측면을 세운게 결국 승리와 오랜만에 대승을 이끌었다고 봅니다.
이 전술이 시즌중이 현 상황을 극복할 좋은 방법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위에언급한 4231-442와 유사한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중앙 2를 크로스 마요로 두는게 좀더 유기적일거 같지만요 -
subdirectory_arrow_right GODH 2017.11.07@루우까 측면을 활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저도 참 공감합니다. 또 4231 의 공미 자리에 이스코를 둔다면 이스코의 공격력이 극대화 될 것이라는 데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4231 은 양 윙어의 폭발적인 기동력을 필수로 수반하는 전술이지요. 하지만 우리 양 윙어는 이미 볼운반에는 한계를 보이는 호날두와 베일 그리고 아직은 덜 여물은 아센시오 정도입니다. 바스케스는 터무니 없구요.
그리고 4231 의 양 윙어에게는 밖에서 안으로의 공간을 커버해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즉 활동량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과거엔 디마리아가 이 역할을 맡아 수비시에 도움을 주었는데 우리가 가진 윙어중엔 그럴 선수가 없습니다. 그렇게되면 전술의 원론적인 이분법적 공간 분배 덕분에 가뜩이나 공격적인 4231 전술인데, 수비가담 없는 윙어 + 수비블럭의 미숙함이 겹쳐진다면 정말 대량실점이 나올수도 있구요.
여러모로 4231 은 지금의 마드리드가 흉내 내기에는 어려운 전술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그 위치에 뛸 수 있는 선수가 있다고 전술을 구현하기는 너무나도 비디오 게임과 같은 이야기 이니까요.
댓글과 소중한 의견 감사드립니다. -
루우까 2017.11.07이스코를 측면에 두는건 속도감있는 역습을 포기한다는 점에서 점유율 이스코는 442의 섀도우프리롤이나 4231의 3의 중앙을 맡는게 좋을거 같지만 영입이 필수인지라 시즌중에 바꾸긴 어려울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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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ben 2017.11.07*라스팔마스 전으로 평가하긴 아직 이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카세미루의 코너킥 상황에서 골때문에 경기가 잘 풀리긴 했지만 그전까지 빌드업과정의 답답함은 이전 경기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였거든요. 겨울이적시장에서 큰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다는거 생각하면 이 라인업으로 이번시즌을 왠만하면 끌고 가야된다는건데 다음 마드리드더비 보면서 생각해봐야될거 같아요. 과연 지단의 복안이 무엇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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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GODH 2017.11.08@robben 그러게요. 지단의 복안이.. 무엇일지.. 있을지요. ㅠㅠ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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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유스출신 2017.11.07라스팔마스전에서 아센시오가 경기에서 실질적으로 윙어로 뛰었는지는 불확실한 것 같습니다. 실제 경기를 보면 끊임없이 중원으로 내려와서 플레이를 하다가 어태킹써드로 간간히 들어오는걸 볼 수 있지, 오른쪽에 자리를 잡고 있을지라도 윙어로서 측면을 파는 플레이를 한 것은 별로 없었죠.
아센시오가 오른쪽 윙어로서도 터져주면 433을 주력으로 사용해도 좋아보입니다. -
subdirectory_arrow_right GODH 2017.11.08@레알유스출신 죄송해요. 저는 날두가 평소와 다르게 왼쪽 윙과 오른쪽 윙 공간에서 볼을 많이 잡기에 사이드 플레이를 떠올리며 글을 썼어요. 해서 아센시오는 당연히 윙을 기반으로 하되, 중앙으로의 침투가 많았구나~ 하며 글에도 옮겼는데, 제가 너무 단면만 보고 글을 쓴것 같습니다.
댓글을 통해 배워갑니다. 감사합니다! -
마요 2017.11.08*잘 읽었습니다~ 계속 드는 생각이지만, 4-3-1-2는 너무나도 조건을 많이 필요로 하는 시스템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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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GODH 2017.11.08@마요 조건이 없는 전술을 찾기는 어렵지만, 한 팀의 메인 셋업으로 자리잡기엔 그 한계가 분명한것은 맞는것 같습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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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조무사 2017.11.08저도 라스 팔마스전 메인 포메이션은 442라고 보긴 했는데, 글의 취지에는 공감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현재 이 팀의 최대 문제는 풀백과 윙어를 막론하고 측면에 서는 선수들이 단 한명도 안빼놓고 죄다 폼이 좋지 않다는 점이라고 보는데, 이런 상황이라면 조합 플레이를 통해 속도를 끌어올릴 수밖에 없다고 봐요. 물론 442는 조합 플레이를 만들어내기에 좋은 포진은 아니기 때문에 라스 팔마스전 전반처럼 여전히 답답한 모습을 보여줄 여지가 많을 것 같고, 개인적으론 중앙에서 힘을 좀 빼더라도 4231을 쓰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442보다는 자연스럽게 측면에서의 연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고, 433보다는 이스코의 활동이 보다 자유로울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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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GODH 2017.11.08@축구조무사 먼저 댓글 감사드려요! 그리고 제가 442 에 관해 433 이라 생각했던것을 바로잡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한수 배웠습니다.
써주신 댓글에서 4231 의 효용을 말씀하셨는데, 제가 의문이 들어 대댓을 남깁니다. 혹 바쁘지 않으시다면 여쭙고 싶은게 있어서요.
저는 개인적으로 433 과 4231 의 차이가 극명하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경우에 따라 비슷하다고 하는 분들도 많으시던데, 저는 수비시의 차이를 들어 두 전술은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수비상황에서 433 은 수비자원이 7명 4231 은 6명 이니까요.
헌데 우리팀은 현재 개인 선수의 폼이 문제이든 수비 조직력이 문제이든 아니면 팀 컬러가 문제이든 수비가 항상 걸림돌이 되는 팀이었습니다. 현재도 클린시트 자체가 많지 않구요. 그렇다면 보다 덜 수비적인 4231 의 셋업을 마드리드가 취할시에 수비상황을 능히 감당할수 있을까 하는 부분입니다.
언급했던 것처럼 지금 상황이 너무 안좋기에 뭐라도 해야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겠지만 지금보다도 수비라인이 안정적이지 못하게 된다면 그건 정말 힘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해서 4231 로의 전환은 어렵지 않겠나... 생각했었는데 제가 알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것 같아요.
혹 가르침을 주신다면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읽겠습니다.
다시 한번 댓글과 좋은 의견 감사드립니다. -
subdirectory_arrow_right 축구조무사 2017.11.09@GODH 정신이 다른 데에 팔려있어 답변이 늦었네요. 죄송합니다.
개인적으론 호날두와 벤제마가 함께 뛰는 이상 4-3-3의 수비적 역량을 최대한으로 뽑아먹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4-3-3의 수비적 메리트는 중앙에 3명을 남겨놓는다는 점과 4-1-4-1로의 전환이 용이하다는 점을 꼽고 싶은데, 이중 4-1-4-1로의 전환은 호날두나 벤제마의 수비 역량이 거의 없는 편이니 불가능할테고, 중앙에 3명이 존재한다는 것도 호날두가 미들 플레이에 거의 관여를 하지 않고 벤제마가 박스 근처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도 못하니 결국 미들 중 한명이 본인 위치보다 전진하는 빈도를 늘려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장점으로 다가오지 못하죠.
이 팀에게 백3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테고, 최대 수비가담 인원이 8명이라면 수비 시 할 수 있는 포진은 4-4-2밖에 없을 것 같은데, 4-4-2로 전환하는 것은 4-3-3이나 4-2-3-1이나 별 차이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2선에 호날두-이스코-아센시오를 배치한다면, 이스코가 왼쪽으로 내려올 경우 자연스럽게 4-4-2로 전환할 수 있죠. 물론 공격하다 끊겼을 경우 중앙에 항상 2명만이 남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 여지가 느는 건 사실이지만, 2선에 기술이 좋고 측면에서 유연하게 볼을 운반할 수 있는 선수들이 들어가기 때문에 굳이 3선에까지 그런 선수들을 배치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3선에 기술 좋은 선수 대신 전환 과정에서 차단과 저지에 강점이 있는 선수를 기용해 앞서 언급한 문제를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다고 봅니다. 원래 4-2-3-1이 어느 정도의 공수분리를 염두하고 쓰는 포진이기도 하구요. -
subdirectory_arrow_right GODH 2017.11.08먼저 윗 댓글에도 단면만 보고 셋업을 433 으로 단정지어 버린점은 사과 드리고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제가 가진 식견으로는 그냥 433 인데 아센시오가 내려갔겠거니 하며 생각했는데 풀 경기를 찾아 보자면 442 의 형태를 가지고 플레이 했다고 하는게 맞는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프리롤의 부작용에 대해서 크게 감명을 받았습니다. 이스코가 잘한다 잘한다 하며 이스코를 어떻게 살려야 하나 하며 고민하는 쪽이 레매 내에도 많을텐데, 도리어 이스코를 살리며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해 생각해보지는 못했던것 같습니다.
댓글 정말 감사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