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자 세리에A 주요 경기 보고 느낀 것
유벤투스-
제노아가 2-4로 역전패했지만, 오늘 경기를 통해서 유벤투스의 수비진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보누치 공백이 클 거라고 했지만, 이 정도로 컸나 싶을 정도로 생각보다 컸던 경기. 유벤투스 수비진이 전반전 내내 제노아의 간결하고 정확한 공격에 고전한 것도 있지만, 주전 수비라인이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공수 전환 속도가 예전 같지 않더군요. 제노아가 유벤투스 수비진 상대로 농락하는 거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물론, 이게 10분도 채 되지 않아서 2골 헌납했던 게 컸지만, 이제까지 알고 있었던 유벤투스의 수비진과 비교해보면, 보누치를 중심으로 한 수비 시스템의 공백이 진짜 크구나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공수 전환 속도야 역습에서 제약이 조금은 있지만, 가장 인상 깊게 봤던 부분은 유벤투스 수비진이 저렇게 공간을 많이 헌납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유벤투스답지 않았다고 해야할까요? 거기에 최후방에서 팀의 빌드업을 주도했던 보누치가 이탈하니까 중원이랑 공격진이 아무리 좋아도 다소 답답한 공격 전개를 이어가더군요.
이제까지 유벤투스의 역습 상황시 볼 전개를 보면 보누치를 시작으로 유벤투스가 상당히 빠르게 공격을 마무리짓는다는 느낌도 있었는데, 최후방에서 빌드업을 주도하는 선수가 없다 보니 공격이 형성되는 지점이 하프라인 넘어가 돼서야 이루어졌고, 그 시간 동안 제노아의 수비진이 재정비할 시간을 내주더군요.
비록 유벤투스가 고기도 먹어 본 놈이 먹는다고 4-2로 역전승했지만, 이 경기만을 놓고 본다면 유벤투스의 이번 시즌은 기존의 유벤투스와 달리 공격으로 상대 팀한테 타격을 가하는 시즌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챔피언스 리그에서 유벤투스 수비라인이 얼마나 버텨낼지도 궁금하네요. 지금 수비진 상태 보면 이번 시즌은 상당히 고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에 회베데스를 영입한다고 하는데, 이 선수가 유벤투스의 수비 라인에 녹아들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인터 밀란과 AS 로마-
인터 밀란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경기는 그냥 인터 밀란이 AS 로마 상대로 탈탈 털렸던 경기입니다. 인터 밀란이 3-1로 역전승했지만, 60분 동안 인터 밀란이 엄청 고전했어요. 오늘 경기에서 가글리아디니와 베시노 조합이 매우 좋지 못했고, 인터 밀란 팬들 신경 긁어대는 담보모토 듀오도 여전했습니다. 사실 경기력만 놓고 보면, 그리고 골대 맞춘 수만 감안하면 AS 로마가 4-0으로 이겨도 할 말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경기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경기를 바꾼 게 스팔레티 감독이랑 이카르디입니다.
역시 스팔레티는 어느 정도 지원이 뒷받침 되면 성과를 낼 수 있는 감독인 것 같네요. 여기에 감독 짬밥이라는 게 있어서 그런지 인터 밀란의 전반전 문제점을 빠르게 잡아낸 이후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빠르게 선수들을 교체해서 경기 양상을 바꿨습니다.
주앙 마리우가 가글리아디니와 교체된 이후 자신의 장점인 빠른 기동력을 바탕으로 역습 상황을 만들어갈 수 있는 찬스를 잡아냈고, 전반전 내내 고전했던 발레로와 베시노 라인도 마리우가 이렇게 역습 상황을 만들어 주자 중원에서 활로를 뚫어냈습니다. 그리고 이카르디 동점골이 터진 이후 경기 양상은 인터 밀란이 완전히 주도했습니다.
이걸 보면서 느낀 게 레알 마드리드처럼 어느 미드필더가 출전해도 막강한 중원 장악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참 다행인 걸로 느꼈습니다. 오늘날 토니 크로스 같은 선수들을 영입하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마르코스 요렌테와 다니 세바요스 같은 미드필더들을 백업 자원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더욱 어렵죠. 레알 마드리드가 지금처럼 막강한 중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누가 와도 언제든지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팀이 많지 않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확실히 인터 밀란과 같은 팀들을 보면, 레알 마드리드 중원은 엄청 강해요. 아마 지금 밀리는 미드필더들은 다른 빅 클럽들에 가면 무난하게 주전 자리를 차지할 것 같습니다.
좌우 풀백도 마찬가지. 인테르 좌우 풀백이 나가토모-디암브로시오라는 선수들인데, 이 선수들이 진짜 못합니다. 경기 보는 내내 마르셀로-카르바할 생각나더군요. 아니, 하다 못해 테오 에르난데스랑 하키미, 아니면 테헤로가 왔어도 저 둘 보다는 잘했을 겁니다. 지금 레알 마드리드처럼 이렇게 중원과 좌우 풀백에서 강한 팀들은 역시 많지않아요.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 라인 세대 교체가 답답하기는 하지만, 중원과 좌우 풀백에서 만큼은 다른 팀들 보다 정말 엄청 강하고 세대 교체가매우 잘 되고 있다고 봅니다.
어쨌든 달베르트 엔리케라는 선수가 나가토모 대신 들어왔는데, 이 선수가 오늘 데뷔전이었지만 상당히 좋더군요. 저 같은 경우 리그 앙 경기는 파리-마르세유-모나코 이 세 경기 밖에 안 봤기 때문에 니스에서 이 선수가 어떤 선수인지 잘 몰랐기 때문에 제2의 토모상이 되는 거 아닌가하고 노심초사했는데 엄청 잘합니다. 공수 전환 속도가 매우 좋았고, 오늘 이 선수가 막아낸 골이 무려 2골이나 됩니다. 이 선수 활약이 없었으면 인테르가 추가 실점까지 할 뻔했는데, 이 선수의 빠른 수비 가담이 인테르를 구했습니다.
비록 첫 경기지만, 아론 마르틴과 함께 타팀의 왼쪽 풀백 선수들 중에서 매우 관심있게 지켜볼 왼쪽 풀백이 생긴 것 같네요. 이 선수가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는 시간 자체는 짧았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수비 가담 부분과 공격을 전개하는 빠른 스피드에서 매우 인상 깊은 활약을 펼쳤습니다. 상당히 기대됩니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 제일 인상 깊은 선수는 역시 마우로 이카르디입니다. 이 선수는 매번 느끼지만, 레알 마드리드가 파트리크 쉬크와 함께 영입을 추진했으면 하는 선수입니다. 오늘 경기에서 인터 밀란이 중원에서 압살 당하다 보니 공격 전개가 매우 답답했는데, 이카르디 본인이 말 그대로 오늘 경기를 바꿨습니다. 물론, 주앙 마리우와 달베르트 교체가 경기 양상을 어느 정도 바꿨지만, 실질적으로 경기를 바꾼 선수는 이카르디였습니다.
이 선수가 그동안 온 더 볼 능력이 낮다, 사생활이 문제다, 아내인 완다의 언론 플레이가 문제다며구설수에 오르는 선수인 것은 맞지만, 제가 이 선수에 늘 깊은 인상을 받는 이유는 본인이 약점으로 지적된 부분을 빠르게 개선한다는 것입니다.
연계 능력이야 만치니 감독 시절 때부터 본인이 더 좋은 공격수가 되기 위해 개선하기 시작한 부분도 있지만, 신체 능력이 좋아서 그런지 이 신체를 활용한 플레이가 매우 좋습니다. 상대 수비수들의 강한 압박을 상대로 등지는 플레이가 좋고, 무엇보다 골 결정력만큼은 지금 공격수들 중에서 최상위 Top5 안에 드는 선수가 아닌가싶을 정도로 매우 좋습니다. 오프 더 볼 상황에서 원래 강점이 있는 선수였지만, 이번 시즌은 오프 더 볼과 골 결정력 모두 늘어난 게 아닌가 싶을 정도.
오늘 경기에서 이카르디가 두 골을 넣었는데, 역전 골은 진짜 타고난 재능+신체 능력+감각 모두 삼박자가 이루어져서 만들어진 골입니다. 저 골 보시고 난 이후 저게 뭐 대단한 골이냐고 생각하실 분들도 있겠지만, 저렇게 빠른 속도로 방향 전환해서 구석에 찔러넣는다는 것은 정말 타고난 재능이라고 생각해요. 레알 마드리드가 확실한 스코어러를 원한다면, 이카르디 정도면 어느 정도 장기적인 스코어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AS 로마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이번 시즌 어려울 것이라고 이른 판단을 내렸던 제가 정말 부끄럽더군요. 살라와 뤼디거, 스팔레티 이 셋의 공백이 엄청 커서 이번 시즌 AS 로마는 4위권 경쟁이 위태롭다고 했는데, 제 자신이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게 만들 정도로 60분 동안 엄청난 활약을 펼쳤습니다.
나잉골란이 벨기에 국가 대표 팀에서 은퇴한 것에 대한 분풀이를 인터 밀란에 한 것인지는 몰라도, 이 선수가 축구 도사가 되는 느낌이 드네요. 여기에 페로티랑 제코가 미쳤습니다. 역시 어중간한 A급 잠재력 갖춘 선수들 여러 명 있는 것 보다 확실한 A급 선수 한 두 명이 갑절 낫네요.
하지만 AS 로마도 유벤투스처럼 수비가 문제더라고요. 중원과 공격에서 AS 로마가 거의 압살했는데, 뒷 공간 생기자마자 인테르 역습에 상당히 고전했습니다. 특히, 이카르디 같은 라인 브레이커 유형의 공격수들은 이런 상황에서 매우 강하죠. 여기에 인테르 팬들이 장난으로 부르는 페탁기사마 페리시치도 공간 생기니까 조금씩 살아났습니다. 결국, 이카르디의 골 이후 AS 로마 수비진은 빠르게 무너졌고, 베시노가 쐐기를 박는 팀의 세 번째 골을 넣으면서 인터 밀란이 이겼습니다.
지금 AS 로마의 중원과 공격진은 세리에A에서 통해도 챔피언스 리그에서 통할지 미지수인데, 오늘 경기를 보니 수비라인이 발목을 잡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유벤투스 같은 경우 알레그리 감독이 전술적으로 뛰어난 능력이고, 잔뼈가 굵은 감독이라서 예전과 같은 압도적인 수비력을 보여주지 못해도 평타는 칠 것 같은데, AS 로마는 세리에A 뿐만 아니라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상당히 고전할 것 같네요.
얘들이 지금 쉬크나 마레즈 같은 애들 영입하는 것 보다 중앙 수비수 영입하는 게 더 시급하다고 봄.
댓글 9
-
GODH 2017.08.27실례가 아니라면, 이카르디와 쉬크가 어떤 유형인지 자세히 여쭈어봐도 될까요?
-
subdirectory_arrow_right 아모 2017.08.28@GODH 이카르디는 공간을 찾아 들어가 마무리짓는 전형적인 골게터구요. 킥과 센스가 좋아서 힘든 자세에서도 골을 잘 넣지만 이지 찬스에선 탑클래스라는 말이 무색하게 찬스를 놓치는 편이긴 합니다.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지만요.
쉬크는 많은 경기를 본 건 아닌데 약간 세밀한 터치에 강점이 있고 상당히 센스있는 타입의 처진 공격수 느낌입니다 -
HalaMerengues 2017.08.27좋은글 추천드립니다.
-
백색물결 2017.08.27쉬크는 진짜 잘한다더군요. 벨로티랑 비슷한데 그보다 오히려 낫다는 이야기도 나돌정도.
-
subdirectory_arrow_right 아모 2017.08.28@백색물결 유형이 아예 다른데...
-
Sergio4Ramos 2017.08.27유벤은 보누치에 공격활로를 풀어주던 다니 알베스도 뺏겼으니.... 꽤나 공격 전개쪽으로 골치가 아플것같네요
-
아모 2017.08.28전 회베데스가 온다면 유베가 강팀 상대로는 다시 스리백을 꺼낼 것 같아요
-
아모 2017.08.28전 회베데스가 온다면 유베가 강팀 상대로는 다시 스리백을 꺼낼 것 같아요
말씀하신대로 보누치가 보여주던 빌드업역할을 회베데스와 베나티아가 나눠갖고, 쓰리백 윙백으로는 커리어 시작을 스리백의 윙백으로 시작한 베르나르데스키나 콰드라도를 세울 것 같네요 -
Raul 2017.08.29이카르디도 오퍼 넣었었는데 그 때 본인이 거부했었죠... 아쉽 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