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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강 징크스 시절을 언급하시는데

Benjamin Ryu 2017.08.02 23:20 조회 1,601 추천 8
많은 분들이 16강 징크스 시절 때 레알 마드리드 이야기하면서 CR7이 라울 보다 더 낫다 이러시는데, 사실만을 전해드리자면, 라울이 챔피언스 리그 우승 이끌었을 때 16강 마드리드 시절 때 CR7 보다 더 안 좋으면 안 좋았지 더 나은 상황은 절대로 아니었습니다. 심지어 그때는 지금과 달리 챔피언스 리그 티켓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레알 마드리드가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지금처럼 많지 않았어요.

우선, 우리 팀은 1965/1966시즌 이후 챔피언스 리그 우승이 없었습니다. 라울 세대 이전에 라 퀸타 델 부이트레 군단이 있었지만, 이들도 챔피언스 리그 우승에 실패했습니다. 참고로 라울 세대 이전인 라 퀸타 델 부이트레 군단이 기록한 레알 마드리드의 챔피언스 리그 성적을 언급하자면...

1986/1987시즌-4강에서 바이에른 뮌헨에 2-4로 패배
1987/1988시즌-4강에서 PSV 아인트호벤에 패배
1988/1989시즌-4강에서 AC 밀란한테 1-6 패배
1989/1990시즌-16강에서 AC 밀란에 1-2 패배
1990/1991시즌-8강에서 스파르타크 모스크바에게 1-3 패배

그 이후 1995/1996시즌 전 까지 요한 크루이프 감독의 바르셀로나에 밀리며 챔피언스 리그 진출에 실패합니다.

당시 바르셀로나는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의 바르셀로나처럼 엄청난 구단이었습니다. 소위 드림 팀이라고 부르는 그들은, 전술적으로나 전력적으로나 레알 마드리드를 압도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는 이들을 이기기 위해 힘 썼지만, 과르디올라 감독 시절의 바르셀로나처럼 당시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승리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설사 승리한다고 해도 리그 우승은 바르셀로나의 차지였죠.

그리고 많은 분들이 당시 레알 마드리드가 지금처럼 돈 많은 구단이라고 생각하시는데, 당시 레알 마드리드는 라몬 멘도사 전임 회장의 무리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리모델링 사업으로 인해 당시 화폐로 3억 유로가 넘는 부채를 가지고 있어서 클럽이 오늘 내일 하던 시절이었어요.

지금과 달리 구단이 선수 영입에 쓸 수 있는 돈이 많지 않았습니다. 돈이 엄청 없어서 전력 보강하는데 엄청 애 먹었어요. 오죽했으면 발렌시아에서 프레드라그 미야토비치 영입할 때 미야토비치가 자기 돈 내서 이적료 충당했을 정도였습니다.

물론, 페르난도 이에로와 레돈도, 마누엘 산치스, 호베르토 카를로스 등 좋은 선수들이 있었지만, 이들도 이적 초기에는 실패할 확률이 높은 유망주거나 성공이 불투명한 선수들이었어요. 이러한 레알 마드리드의 전력은 당시 이들의 전력은 최강의 선수들만을 구성했던 유벤투스와 AC 밀란, 인터 밀란 등과 같은 세리에A 클럽들과 비교해보면 한참 떨어졌습니다. 거기에 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퍼기 아이들 세대, 그리고 바이에른 뮌헨 등 강팀들이 많았죠.

하지만 이러한 약세를 극복한 선수가 라울입니다. 라울은 만 18살 쯤에 챔피언스 리그 역사상 최연소 득점 기록까지 세웠습니다. 첫 챔피언스 리그에서 6득점까지 기록하면서 대회 최다 득점 2위를 기록한 게 라울입니다.

1997/1998, 1998/1999시즌 때는 라울의 역할이 공격수이기 보다 공미나 윙포워드로 바뀌었기 때문에 첫 챔피언스 리그에서만큼은 많은 득점을 올리지 못했지만, 좋은 활약을 펼쳤습니다. 그리고1999/2000시즌 때 다시 득점 사냥에 나서며 대회 10골을 기록했고, 팀은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라울이 메날두 세대 이전에 챔피언스 리그 통산 최다 득점자이자 그가 세 번의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이끌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는 팀을 32년 만의 챔피언스 리그 우승으로 이끌며 레알 마드리드의 암흑기를 끝내버린 인물인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플로렌티노 페레즈 회장이 없었다면, 레알 마드리드는 아무리 많은 우승을 했어도 지금 발렌시아 꼴을 면치 못했을 겁니다)

물론, 16강 마드리드 시절 언급하시면서 라울이 한 게 뭐가 있냐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당시 레알 마드리드의 전력은 많은 분들이 아시는 것처럼 공수 균형이 불균형했고, 감독들 역시 CR7 시절 때와 달리 떨어지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아마도 지금 레매 회원분들 중 제가 언급할 호세 안토니오 카마초나 마리아노 가르시아 레몬이나, 룩셈 부르고나, 후안 라몬 로페스 같은 감독들 이름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이 있으실 겁니다. 바로 저들이 그 시절 때 레알 마드리드의 감독들입니다. 물론, 후에 파비오 카펠로 감독과 베른트 슈스터 감독이 왔지만, 사실 카펠로 감독을 제외하면 16강 마드리드 시절 때 확실한 기량을 갖춘 감독은 없었습니다. 그나마 슈스터 감독이 변태 전술 선보였지만, 그 전술이 챔피언스 리그 16강에서 AS 로마를 이끌던 전술가인 스팔레티 감독한테 완전히 읽혔죠.

마누엘 페예그리니나 주제 무링요나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 등과 비교해보면, 당시 레알 마드리드의감독들의 기량이 상당히 떨어지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거기에 당시는 지금과 달리 페레즈 회장의 성격도 한 몫 했고요. 이것은 칼데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는 이 글을 통해서 라울이 CR7 보다 더 높다, CR7이 라울 보다 더 높다 이런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닙니다. 하지만 CR7이 16강 징크스 털어낸 주역이라고 평가받는 것처럼, 라울도 레알 마드리드의 암흑기를 털어낸 선수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16강 징크스 시절의 잘못을 라울 한 사람의 잘못으로 몰고 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블로그와 코멘터리 창에서 재차 언급하지만, 저는 지네딘 지단 팬이지 라울 팬이 아닙니다. 물론, 라울 팬인 아버지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를 보고 자란 것은 맞지만, 실력에서는 CR7이 라울 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저 역시 라울이 부진할 때는, 그리고 오웬이 라울에 밀려 출전하지 못 했을 때는 라울을 팔아야만 했다고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다만, 이랬던 저 역시 많은 분들이 CR7에 대한 존중을 요구하는 것처럼, CR7에 빗대어 라울의 업적을 폄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설사 라울을 비판한다고 해도, 16강 마드리드 시절 이전의 레알 마드리드와 라울이 등장하기 이전의 레알 마드리드의 상황을 알고 비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글을 좀 더 덧붙이자면, 저도 올드팬인 입장으로서 몇몇 올드팬분들이 CR7에게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주시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라울이나 CR7이나 우리 선수들이고, 대단한 선수들입니다. 다만, 업적이라는 측면만을 놓고 볼때 무조건 라울을 본 관점에서 CR7을 보지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라울 세대라고 하기에는 너무 어리지만, 라울의 경기를 본 세대고, 동시에 CR7의 경기를 본 세대입니다. 어느 세대든지 간에 자신이 본 선수를 높게 평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라울과 CR7 모두 대단한 선수라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두 선수들의 경기를 봤으니까요.

무엇보다 두 선수들을 비교하면서 어느 선수가 더 위대하다, 누구를 따라잡지 못한다고 말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세계 최고의 선수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늘 지단이 먼저 나옵니다. 왜냐하면 지단의 경기를 본 사람이었고, 지단은 제게 늘 놀라움을 준 선수였으니까요. 마찬가지입니다. 좋아하는 선수를 세계 최고의 선수로 뽑는 것은 저뿐만이 아닐 겁니다.

지금 CR7이나 과거 라울이나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세대의 분들은 당연히 CR7을 더 높게 평가할 것이고, 오랜 팬 분들 여러분들은 당연히 라울을 높게 평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업적이라는 측면을 놓고 본다면, 두 선수 모두 챔피언스 리그 3회 우승을 기록했고, 라 데 시마 달성과 라 운 데 시마, 라 두오 데 시마 업적을 달성한 주역입니다. 라울이 없었다면 CR7이 라 데시마 달성에 실패했을 지도 모르고, CR7이 없었다면 라 데 시마 달성은 없었겠죠. 두 선수 모두 레알 마드리드라는 구단을 최고의 구단으로 만든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선수를 최고의 선수로 여기는 것처럼, 다른 분들이 생각하는 최고의 선수를 이해해주고 존중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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