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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은 레매에서만 고평가받는다는 말에 대해

온태 2017.07.10 05:11 조회 3,985 추천 41
레매에서만 유독 라울을 고평가한다는 말은 당연합니다. 타 커뮤니티는 팬사이트가 아니잖아요.

소위 원클럽맨 이미지를 가진 선수들은 축구계 전반의 위상에 비해 팀 역사에서의 위상이 더 높은 편입니다. 근래의 예로는 로마의 토티가 있겠고, 이 팀에서 찾자면 호나우두, 피구, 지단 등의 선수들과 라울의 비교에서도 잘 드러나겠죠. 앞서 언급한 세 선수 모두 발롱도르와 피올을 수상한 당대 최고의 선수들이지만 팀 안에서의 위상은 누구도 라울 위로 오지 못하죠.

이는 팀내 위상을 평가하는 데에 팬덤의 의견이 중요한 평가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팬심이란 건 이성보다는 감성이, 객관보다는 주관이 앞서는 영역입니다. 유스 출신 이런 거 축구계 위상을 평가하는 데엔 아무 의미가 없지만 거듭 언급되는 건 이게 팬심을 자극하는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팬심의 다른 예로, 지단이 호나우두나 피구보다 팀 안에서 훨씬 높은 위상을 차지하는 건 이 선수들의 당대 공헌도 차이보다도, '그 위대한 커리어를 이 팀에서 마무리했다'는 팬들에게 주는 감동이 저 선수들보다 월등했기 때문이겠죠. 피구는 이런 면에서 인테르 팬들에게 꽤 좋은 평가를 받고 있구요.

본론으로 넘어오면, 호날두와 라울의 팀내 위상 문제는 취향의 영역이라고 봅니다. 호날두는 앞서 라울과 비교했던 선수들보다도 축구계에서 더 높게 평가받는 선수고, 이 팀에서의 근속 년수와 커리어, 기록 모두에서 훨씬 앞서 있으니까요. 팀내 득점 기록을 다 갈아치우고 오롯이 팀 소속기간 동안만 발롱도르를 3회나 획득한 축구계 최고 티어의 선수를 마냥 그래왔듯 라울 밑으로만 깔기엔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라울이 많은 팬들에게 지지를 받는 건 라울이 팬들에게 줬던 감동이 엄청났기 때문입니다. 유스 출신에, 팀의 전성기 중 한 세대를 이끌었으며, 특히 팀의 쇠락기에 주장 완장을 차고 미친듯이 뛰던, 헌신 그 자체인 모습은 팬들에게 실망스런 팀의 경기와 성적에도 불구하고 팬질할 이유가 되어주었죠. 인간관계에서도 그러하듯, 힘든 시기에 버팀목이 되어준 이에게 정이 가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는 유베 팬들이 델 피에로-축구계 위상에서 후술할 두 선수는 고사하고 라울보다도 낫다고 하지 못할 선수임에도-를 플라티니, 부폰과 함께 최고의 레전드로 꼽는 이유이기도 하죠.

더불어, 팬들에게 실망감을 줄 언행이 없었다는 점에서도 라울은 팬들에게 특별한 존재입니다. 이케르 카시야스의 경우, 스페인 국대에서는 파벌의 축으로 찍혀 쫓겨났던 라울과 달리 화합의 아이콘으로 스페인의 전성시대를 이끈 최고의 주장이자 레전드이지만, 이 팀에서는 라울과 비교해도 결코 꿀리지 않을 근본과 커리어와 근속 년수에 골리임을 감안하면 라울보다 윗선으로 쳐줄 축구계 위상에도 불구하고 실망스런 언행으로 인해 팬들에게 라울만큼의 대접을 못 받고 있죠.

때문에, 레매에서만 라울이 고평가받는다는 말은 지극히 당연합니다. 레매는 레알 마드리드 팬 커뮤니티니까요. 팀의 흥망성쇠를 함께 하며 팀을 위해 누구보다 헌신했던 선수에 대한 팬의 감정. 이걸 타팀 팬 커뮤니티나 축구 종합 커뮤니티에서 받아들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때문에 그들은 보다 객관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축구계 위상으로 선수를 평가하게 되구요.

그리고, 그렇기에 레매에서만 라울을 고평가한다는 말을 타 커뮤니티가 아닌 레매에서 봤다는 데에 많이 당황했습니다. 물론 라울은 이제는 떠난 지 꽤 된 선수이고, 레매엔 호날두 입단 이후 유입된 팬들도 많으시기에 라울을 제대로 못 보신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기억이 없으신 분들에게 감동이 없거나 덜한 건 당연합니다만, 라울은 레매에서만 고평가받는다는 말이 씁쓸하게 다가오는 건 저 말이 라울에 대한 존중이 결여되어 있음을 함의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봤을땐 아닌데, 레매는 그렇게 보는 게 이상하다는 거죠.

개인마다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를지언정, 라울이 팀내 최고 레전드 중 한명이라는 건 팩트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정도의 선수는 팬이라면 선수에 대한 기억이 없더라도 당시의 맥락과 활약, 그리고 그에 대한 그 시대의 팬덤의 반응을 이해하고 리스펙해주는 게 올바른 팬 문화일 겁니다. 그런데 호날두와의 비교 때문에 고평가라고 깎아내리고 보는 몇몇 팬분들의 모습은 이런 과정이 결여되어 있는 게 아닌가 싶어 참 안타깝더군요. 이는 그 레전드뿐만 아니라 그를 응원하고 그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던 팬들도 무시하는 처사입니다.

호날두도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팀내 최고 레전드 반열에 드는 선수입니다. 앞으로의 선수 생활을 고려하면 어차피 커리어를 마칠 즈음엔 라울을 넘어 디 스테파노와 비교되고 있을 겁니다. 응원하는 선수에게 자부심을 가지세요. 호날두가 낫다고 생각하신다면 그냥 호날두가 낫다고 말씀하시면 됩니다. 굳이 응원하는 팀의 레전드를 깎아내리지 않더라도 충분히 존중받을 만한 의견이에요.

사실, 처음엔 화가 좀 났었어요. 그래서 이렇게도 써보고 저렇게도 써보고 하다보니 밤을 꼴닥 새웠네요. 그럴 의도는 추호도 없습니다만, 내용이 내용인만큼 팬질 좀 더 오래한 놈의 꼰대질 혹은 훈장질처럼 보일 지도 모르겠는데 정말 아니니까 오해 없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글솜씨가 부족해 의도를 첨부하자면, 레전드에 대한 보다 많은 존중을 통해 보다 올바른 팬 문화를 만들어가자이지 언쟁을 위함이 아님을 알리며 글을 마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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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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