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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정의하기 힘든 레알 마드리드, 챔스에 도장을 찍다

PJ 2017.06.08 15:58 조회 2,299 추천 14

빛나는 재능들의 집합체였던 레알 마드리드의 원조 갈락티코도 해내지 못했다. 요한 크루이프가 1990년대에 설계했던 바르셀로나의 드림팀도 하지 못했고, 그로부터 20년의 세월이 흘러 드림팀을 영적으로 계승했다고 할 수 있는, 펩 과르디올라가 설계하고 리오넬 메시가 동력을 공급한 팀도 해낼 수 없었다.

바이에른 뮌헨, 유벤투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AC 밀란의 여러 세대, 그 시대와 현시대의 최고 중 하나로 꼽히는 팀들도 가까이까지는 갔으나 결국 실패했다. 가장 근접했던 팀인 루이 판 할의 아약스는 영광을 눈앞에 두고 승부차기에서 좌절했다.

유러피언 컵이 챔피언스리그로 변모한 후 25년간, 그 어느 우승팀도 타이틀을 방어하지 못했다. 이것은 최후의 개척지이자 축구에서 달성할 수 있는 궁극의 명예로, 단순히 위대한 팀과 영원불멸의 팀 사이를 가르는 잣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토요일인 오늘, 이곳 카디프에서 레알 마드리드의 현세대가 마침내 그 장벽을 돌파했다.

이 레알 마드리드 팀은 역사에 이름을 남기기 위해 또 다른 챔피언스리그를 우승할 필요가 없었다. 이들은 이미 최근 세 차례의 대회 중 두 번을 격렬한 라이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상대로 2014년 리스본에서, 그리고 또다시 작년 밀라노에서 승부차기로 우승한 팀이었다.

하지만 토요일 밤, 레알은 호날두의 두 골에 카세미루와 아센시오의 득점을 더 해 유벤투스를 4-1로 대파하며, 그들이 근래 보여준 우월함을 보다 영속성을 가진, 패권에 가까운 것으로 변화시켰다. 훗날 이 시대는 레알 마드리드의 시대로 기억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대의 본질을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축구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기억되는 팀들은 무언가를 정의하거나, 무언가로 정의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의 유산이 오래도록 기억되는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이 무언가를 대변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다른 팀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따라갈 수 있는 청사진을 제공한다. 그들은 단순히 축구를 정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변화시킨다.

하지만 이 레알 마드리드 팀이 가진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마치 연기를 손으로 움켜쥐어보려는 것처럼 쉽지 않다. 최근 학자 스티븐 G. 맨디스는 '레알 마드리드의 방식'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책에서는 레알의 끊임없는 성공을 이끈 가치들이 무엇인지 추론했다. 이 책은 유럽의 많은 이들을, 특히 축구계 종사자들을 놀라게 했다. 책에서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에게 팀을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통합된 철학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지네딘 지단 감독 역시 선수들에게 특정한 플레이스타일을 주입하지 않았다. 결국 표면적으로 봤을 때, 레알의 성공은 그 어떤 교훈도 제공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역교훈일 수도 있다. 레알 마드리드는 현대축구가 가진 사상의 반립(反立)이다. 현 시대에서는 개념이 중시된다. 축구계는 높은 이상의 대변자를 자처하는 감독들을 갈망하며, 그라운드에서든 이적시장에서든 혁명적인 시스템을 찾아냈다고 주장하는 팀들을 우대해준다.

레알 마드리드는 거의 유일한 예외로서 이 모든 것을 비웃는다. 가장 좋은 예로는 바로 카디프에서 결정적인 두번째 득점을 해내며 유벤투스의 마음을 부러트리고 그들의 결의를 고갈시킨 카세미루다. 이 브라질 수비형 미드필더는 평소 흥미진진한 선수는 아니지만, 팀 밸런스를 추구하는 감독들에게는 사랑받는 타입이다.

페레스가 자신의 방식을 관철시킬 수 있었다면 카세미루는 뛰지 못했을 것이다. 한때 페레스 회장은 지단의 선임자인 라파엘 베니테즈에게 엘클라시코에서 카세미루를 빼라고 조언한 적도 있었다. 그의 논리는 간단했다. 카세미루는 유니폼을 많이 팔지 못하고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지도 못하니 딱히 중요한 선수로 대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레알은 참패했고 베니테즈는 결국 해고되었다. 새로 부임한 지단이 가장 먼저 한 일 중 하나는 카세미루를 다시 중용한 것이었다.

언뜻 보기에 레알 마드리드의 승리는 더 큰 무언가를 의미하거나, 보다 큰 진리를 대변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 쉽다. 레알의 승리는 어떠한 신념의 승리나 시스템의 승리가 아니다. 레알의 승리는 단순히 자신들을 위한 승리이며, 이를 달성하는 것이야말로 레알의 유일한 관심사다.

이러한 승리가 부당하다는 것은 아니다. 토요일 밤 유벤투스는 맹렬한 기세로 경기를 시작했으나,
경기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레알의 우월함이 빛을 발하였다. 호날두의 선제골은 경기의 흐름을 거스르는 골이었고 마리오 만주키치의 환상적인 오버헤드킥으로 상쇄되었다.

이후 후반전에 질풍처럼 몰아친 세 골은 레알의 우세가 공정하게 반영된 결과였다. 지단의 팀은 변속기어를 올리면서 이탈리아 챔피언 유벤투스가 따라잡을 수 없는 가속력과 무자비함에 도달했다. 레알은 모든 상대들을 질식시킬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유벤투스의 자랑이자 기쁨인 반백(半白)의 완숙한 수비진을 거의 자유자재로 계속해서 찢어발겼다.

레알이 2014년부터 달성한 업적들이 오직 행운으로 인한 결과라고 주장하거나, 비논리적이거나 설명되기 힘든 이상함을 가지고 있다고 일축하는 것은 오류이며 터무니없는 일이다. 현 시대가 규정한 위대함의 형태에 대한 한정된 정의에 들어맞지 않는다고 해서, 이 팀이 이룩한 위대함을 부인할 수 없다. 

이 레알 마드리드 팀은 무언가를 대변한다. 복잡성의 노예가 된 시대와 조화되지 않는 단순성을 대변한다. 그들이 대변하는 것은 차가운 진실이다. 극도로 재능이 뛰어난 선수 11명을 필드에 배치하면 대단한 일들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충분한 규모의 탁월함을 모으면 그것이 농축되고 발효되어, 기하급수적으로 강력해져서 그 어떤 허들도 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팀은 모든 이론화와 추론, 지성적 분석의 독기(毒氣)를 다 걷어냈을 때, 축구란 더 나은 선수들이 있는 팀이 대체적으로 승리하는 게임이라는 간단한 공식을 대변한다.

이것은 다른 팀이 따라하거나, 이로부터 교훈을 도출하거나, 또는 복제할 수 있는 패턴이 아니기에 자주 무시되곤 한다. 이 공식은 오직 레알 마드리드의 재력, 힘과 역사를 가진 팀만 수월하게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그 유효함을 조금이라도 부정하거나, 받아야 할 찬사를 덜 받게 할 이유가 되지 못 한다. 레알 마드리드의 방식이라는 것은 존재하고 이를 정의하기 위해 따로 책은 필요하지 않다. 레알 마드리드의 방식은 승리하는 것이다. 훗날 이 시대는 이 같이 정의될 것이다. 레알 마드리드가 승리하고, 또 승리하고, 또 승리한 시대로. 이와 다르게 기억될 일은 없다.



글쓴이: 로리 스미스(Rory Smith)
원문: 
https://www.nytimes.com/2017/06/03/sports/soccer/champions-league-real-madrid-juventus.html



레알이 우승한 직후 뉴욕타임스에 실린 오피니언 피스입니다. 외국의 축구 사설들을 보면, 레알이 이번 우승을 통해 왕조를 구축했다는 레비어천가들도 있지만, 이 팀에 '아이덴티티가 없다'고 주장하는 안티 레알 사설도 있긴 합니다.

그런 사설을 보면서 글쓴이의 다른 글들을 확인해서 모팀이나 모감독의 신봉자인 경우에는 그러려니하고 걸렀지만, 이 뉴욕 타임즈의 사설은 그런 경우에 해당하진 않았고 레알의 아이덴티티를 살짝 건드리는 글임에도 영문 필력이 워낙 좋고 전체적인 의미에는 대체적으로 공감해서 번역해봤습니다.

결국 왕조란 승리하기에 왕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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