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강 1차전 vs 바이에른 후기입니다.
오랜만에 풀경기를 봤습니다.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쓰겠습니다!
1. 우리 팀은 전적으로 걸어잠그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카운터도 날리는 작전을 준비해왔습니다.
바이에른의 주포 레비가 결장한 것이 정말 컸어요. 뮐러도 제 폼이 아니었고, 로베리와 티아고를 우리 선수들이 잘 막아주어서 우려했던 것보다는 파상공세들을 괜찮게 막아냈습니다.
특히 로벤과 리베리를 막을 때에 풀백 1, 중미 1, 윙어 1로 기본적으로 3인이 에워싸는 식의 부분수비를 가져가고, 상황에 따라 여기에 나초나 라모스까지 가담했습니다. 특히 우리 선수들이 로베리의 안쪽으로 접어들어오는 움직임에 많이 대비하였던 것 같습니다. 그 두 선수가 이따금씩 잘 준비해 온 우리 측면 수비를 종횡으로 흔들기도 하는 것을 보면서 그들의 클래스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만, 우리는 잘 이겨냈습니다.
바이에른의 풀백들이 높은 위치까지 올라오고 하비와 알론소의 기동력이 좋지 않은 편이라, 우리가 공을 탈취했을 때 일단 호날두에게 빠르게 건네준다는 아이디어가 주효했습니다. 전반전에는 알라바가 높이 올라온 틈에 베일에게 공을 몇 차례 주기도 했지만 아직도 폼이 완전히 돌아오지 못했는지(ㅠㅠ) 올라간 알라바 대신 밑에서 기다리던 리베리와 이내 따라붙은 알라바, 비달에 막히고 계속 턴오버를 냈습니다. 꼭 오늘 경기의 뮐러처럼 공격 전개 시에 따로 노는 느낌이었어요.
이렇게 베일이 풀핏이 아님을 염두에 두어서인지 베일은 수비적인 움직임들을 종종 가져갔습니다. 또한 본인의 공격적인 시도들이 무위로 돌아가자 점점 안정적인 선택지들을 주로 골랐구요. 두 번 정도 결정적인 찬스를 맞았지만 하필 상대 골리가 노이어… 베일의 폼이 여전히 아쉽습니다.
후반전 들어 뮌헨이 코스타와 코망을 들여보내 속도전으로 승부하려고 하였지만, 우리 팀은 루카-토니를 두 축으로 경기 주도권을 쥐고 템포를 가지고 놀았으며, 우리의 공격 시도 끝에 바이에른이 역습을 시도할 때에도 우리 미드필더와 수비수들이 번번이 커트해내었습니다. 특히 라모스와 카세미루, 좌우 풀백들이 조급해하는 코망과 코스타에게 참교육을 실시해 주었어요.
2. 오랜만에 호우!
호날두가 기분 좋게 호우! 세레머니 하는 걸 얼마만에 보는 건지 모르겠네요 ㅠㅠ 역시 호날두다 싶더라고요.
바이에른의 전방 4인이 침묵하는 동안 비달이 공격적인 움직임을 가져가서 결국 세트피스 득점까지 가져갔지만 우리 팀은 준비해온 축구를 계속했고, 공격 작업의 핵심인 호날두가 동점골에 역전골까지 넣어주었습니다. 특히 두번째 골은 정말 클래스가 철철 흘러넘쳤지요.
꼭 득점 장면이 아니더라도 역시 봄타는 포르투갈 사나이답게 공격이면 공격, 수비 가담이면 수비 가담인 챔스 모드로 돌아왔습니다. 공격의 시발점이자 마지막 방점이기도 했고, 오늘 셀루와 카르비가 우리 팀이 점유를 가져가는 상황이 아닌 때에는 평소보다 덜 올라가는 대신 수비 시에 활동 반경을 많이 넓혔었는데요(그래서 카르비가 좌측면까지 도와주러 가거나 셀루가 우측면까지 도와주러 가는 모습들이 보였죠), 셀루가 호날두한테 나 오른쪽이니까 대신 좌측면 좀 막아줘!!하고 손짓하는 장면도 보였어요 ㅋㅋ 오늘 호날두가 많이 뛰었음에도 마지막 순간 잔디에 발이 걸리기 전까지 예리함을 잃지 않아서 다행이었습니다.
3. 바이에른의 살림꾼이 비달이었다면 우리 팀의 살림꾼은 모드리치였습니다.
카세미루와 크로스의 발이 닿지 않는 곳은 모조리 모드리치가 메꿔주었습니다. 정말 보물이에요. 엄청난 테크니션이면서도 궂은 일을 마지않는 헌신적인 마인드에 감동했습니다.
특히 오늘은 카르비가 좀더 수비에 무게를 두고 베일도 상태가 메롱이어서 모드리치에게 부하가 많이 걸렸다고 느꼈어요. 상대하는 입장에서도 모드리치를 프리하게 두면 안 되기에 모드리치가 공 잡고 올라오려고 하면 거칠게 견제가 들어와서 얼핏 보면 모드리치의 패싱이나 탈압박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껴질 정도이기도 했지만, 저는 모드리치가 희생해 주었기에 단면적으로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말 그대로 두 박스 사이를 모조리 커버했어요. 활동폭이 넓고 높은 위치에서 온볼 시간이 꽤 되었던 만큼 상대와 신체적으로 부대낄 수밖에 없었지요. 허나 그 덕분에 크로스가 그 뒤에서 편하게 공을 돌리고, 카세미루가 온볼일 때에 거센 압박을 많이 당하지 않을 수 있었어요.
그래도 30대이다 보니(ㅠㅠ) 확실히 방전이 금방 되는 느낌은 있었어요. 그래서 일찌감치 베일을 빼고 아센시오를 넣어준 선택은 탁월했다고 봅니다. 아센시오가 들어가자마자 우측면이 아닌 중앙 쪽으로 가세해 주면서(+하비가 퇴장당하고 알론소 대신 베르나트가 들어오면서) 우리 팀이 중앙 수 싸움에서 엄청난 우위를 점할 수 있었고, 원래 모드리치가 커버하던 범위 중 위쪽 절반을 아센시오가 가져가 주어서 모드리치는 크로스와 함께 낮은 위치에서 볼의 줄기를 잡아주는 역할을 편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원정 골을 넣은 이후 급해진 바이에른에 선사해줄 수 있는 가장 능청스런 대응은 우리가 공을 잡고 템포를 팍 죽이는 것이었으니까요. 덤으로 중앙 지역을 우리가 꽉 잡으면서 아센시오가 번뜩이는 기지로 두 번째 원정 득점에 기여하기도 했지요.
4. 교체 카드 활용은 괜찮았다고 봅니다.
아센시오 교체 투입에 대해서는 바로 위에서 말씀드렸으니 넘어가겠습니다.
벤제마 대신 하메스를 투입한 것 역시 괜찮은 선택이었다 봅니다. 포지션 상으로는 모라타가 들어오는 게 맞았겠지만(모라타야 미안해 ㅠㅠ), 아센시오가 거의 공미처럼 움직여주면서 측면, 특히 우측면에서 공을 잡아줄 사람이 카르바할밖에 없었죠. 그러다보니 중앙에 있을 때에도 볼 점유에 기여를 할 수 있으면서 측면에서도 특유의 날카로움을 발휘할 수 있는 하메스를 내보낸 것 같습니다.
다만 마르셀루와 호흡이 잘 맞지 않는다거나 체력적으로 우위임에도 움직임이 기민하고 적극적이지 못한 것 등의 모습들이 약간은 신경쓰였지만 애초에 뛴 시간이 짧았고, 템포를 잃지 않고 점유를 유지하는 임무에 기여하여서 교체 투입 자체는 굿이었다고 보았습니다. 우측면에서 조급해하는 비달에게 파울을 당했을 때에 모드리치와 함께 태연하게 반응한 것도 좋았구요.
치치는 정말 잠깐 뛰어서 경기 내용은 언급할 것이 없지만 이왕 남은 한 장 오늘 많이 뛰어준 모드리치에게 휴식을 부여하는 용으로 잘 썼다고 느꼈습니다.
최근 경기를 잘 보지 못하였지만 레매 분위기를 봐서는 꾸역승 내지 꾸역무를 계속해온 것 같아 오늘 경기를 앞두고 걱정을 했었는데, 뮌헨 원정에서 이기고 돌아온 우리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짝짝~~!!! 홈에서 할 때에는 레비가 나오겠지만, 해설 들어보니 저쪽도 수비자원 활용에 문제가 있어보이더군요. 베르나베우에서도 승리하기를 기원합니다!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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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그 2017.04.13교체는 하메스 대신 이스코가 좀 더 낫지 않았을까...도 해요. 하메스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아니면 벤제마를 그냥 두고 모드리치를 하메스/이스코와 교체하는 것도 어땠을까 싶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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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나갱 2017.04.13@라그 사실 저도 요새 폼이 좀 더 좋은 이스코가 하메스보다 우선적으로 들어오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무래도 공을 점유하는 쪽에 더 무게를 둔 것 같아서 하메스 투입도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고 보았어요.
확실히 토니가 지치지 않고 잘 버티고 있는 중이어서 모드리치를 일찍 빼주는 것도 괜찮았을 수 있겠네요. -
subdirectory_arrow_right chdlfgh1 2017.04.13@나갱 프리킥이나 한방을 노리면서 점유를 늘리기위해 투입했다고 봐요.
지단은 오늘 정말 제대로 준비한게 느껴진게 풀백들과 사이드 미드필더들 자리잡는게 보면서 탄성이 나올정도라구요 풀백이 중앙선 넘어서 공을 가지구 있으면 베일이나 아센시오는 중앙선 뒤로 자리를 잡더라구요 풀백한명이 공격쪽 자리를 높게잡으면 중앙 미드필더들이 공격을 도와주고 사이드 미드필더들은 뒤에서 센터백들과 자리를 잡는게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렇게 준비한 지단도 대단하고 그걸 완벽하게 실행한 선수들도 정말 대단합니다 ㅎㅎ -
젤리또 2017.04.13아무래도 공간 배분에서 각자의 할당량을 채워줘야 하는데, 베일의 부진이 모드리치의 과부화까지 이어지는 것이 안타깝네요. 베일이 여러모로 각성좀 해서 토트넘 듀오가 살아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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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ckStar 2017.04.13지단의 전술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고 봅니다.ㅎㅎ 전반전엔 좀 많이 소극적이었지만요 ㅎㅎ 다만 교체 타이밍은 조금 아쉬웠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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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요 2017.04.13모들은 좀 휴식을 줘야죠(2차전때 부려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