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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타페화요일 5시

바이언 전 후기

라그 2017.04.13 11:13 조회 2,540 추천 15

거봐 역시 내 말이 맞았어. 바이언 해볼만하다고 했지.
...는 농담이고, 정말 원정 가서 바이언을 잡았네요. 

 사실 전반전은 제가 원하던대로 경기가 풀리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바라던건 텐백이었거든요. 풀백들도 쥐죽은듯 내려앉아서 바이언이 불필요한 공격 남발하게 해서 체력빼고 후반을 도모하는게 옳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적극적으로 맞불을 놓더군요. 최근 공격수들의 폼이 좋아지고 있었고(베일 제외) 우리 팀의 중원을 감안하면 그것도 크게 나쁜 선택지는 아니었다고 봅니다만, 역시 바이언은 만만치 않더라구요. 특히 바이언에는 있고 우리 팀에 없는 경기장 전부를 아우르는 공미이자 수미인 비달의 존재가 컸어요. 우리 팀은 중원이 어태킹써드까지 올라가 공격에 잘 가담하지 않는데 비달은 꾸준히 왔다갔다 하면서 압박하고 가담한다는 점에서 팀의 전술 완성도가 높아요. 지단도 이걸 알기에 전진성 있는 포그바, 안드레 고메스의 영입을 고민했던 거일텐데 뭐 결국 시즌 내내 미들 구성에서 아쉽게 되었습니다. (물론 안고라는 폭탄을 옆동네에 던져줌으로서 우리는 우승을...)

 뭐 베일이 그래도 오늘은 성실하게 수비가담을 해주고 카세미루와 크로스, 모드리치의 중원이 티아고 비달 알론소와 맞붙으면서 그나마 비등비등하게 경기를 이끌고 가긴 했지만 비달의 노련한 세트피스 골(바이언 세트피스 엄청 못한다더니-_-)에 힘입어 점점 말리고 있었죠. 페널티킥 내준 시점에서 그 골이 들어갔다면 대형 참사로 이어지겠구나 하고 있기도 했습니다. 전반전은 우리의 석패라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었죠. 만약 레비가 있었다면 2:0, 3:0으로 끝나도 이상할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레비 얘기를 잠시만 하자면, 바이언 입장에서는 레비의 결장이 너무 컸습니다. 실은 바이언은 이번 시즌 레비가 선발출장하지 않은 경기는 단 2경기 밖에 없지만, 그 2경기 모두 무승부로 끝났을정도로 레비의 비중은 절대적이었습니다. 심지어 레알 킬러로 소문난 선수고, 팀의 페널티킥 킥커기도 했으니 안첼로티 입장에서는 결과적으로 오늘 레비의 결장이 너무 컸네요. 이것도 안첼로티 안좋은 스타일이랄까 레비는 부상 아닌바에야 거의 풀타임에, 팀이 지고 있으면 휴식차 빼놨어도 다시 집어넣을정도로 레비에 대한 전술적 대안이 없었죠. 그냥 레비 대신 가장 톱스러운 뮐러를 넣는게 고작일정도였죠(심지어 뮐러가 결장한 경기에는 키미히를 톱으로 쓴 적도 있었죠) 저는 뮐러가 좀 어버버할때마다 '저 영감 또 저러네. 14/15때 모드리치 빠지고 이야라한테 모드리치 롤 그대로 줄때랑 바뀐게 없구만' 하기도 했죠. 덕분에 바이언의 창끝은 생각보다 무뎠고, 우리는 후반전을 기약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후반전 얘기를 하면서 우리 팀 얘기를 하자면, 역시 호날두죠. 오늘 특별히 못한 선수는 베일 밖에 없다고 보지만, 호날두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네요. 호날두도 진짜 끝을 모르는 선수에요. 이타두니 미들두니 다 날려버리고 오늘은 전성기마냥 헤집고 다니면서 에이스 놀이를 했네요. 누적 득점이야 챔스 득점왕을 노리기에는 어렵겠지만 이대로 쭉 결승까지 이끌어서 우승시킨다면 이번 챔스를 지배한건 호날두라고 해도 이상할 건 없을거 같습니다. 또 사실 호날두는 오늘 2골도 2골이지만, 골을 못 넣었다쳐도 하비의 퇴장을 이끌어냈다는 점만으로도 MVP 받아가야 마땅하다고 봅니다. 저는 그게 가장 결정적인 공이라고 생각해요.

 안첼로티의 스타일 상 하비가 퇴장 당하고 알론소를 빼는 시점에서 승리를 확신했습니다. 모든 공격의 기점이 중앙에서의 빠른 볼순환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바이언이 중원이 헐거워지는 순간 경기력이 급하락할 것은 명백하다고 봤거든요. 물론 10명이 뛰는 상황에서 가장 기동성이 떨어지는 알론소를 빼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선택일지도 몰랐지만 저는 차라리 10명이 된 시점에서 무승부를 각오하더라도 리베리를 빼는게 낫다고 봤습니다. 알론소를 빼면 안되었어요. 알론소가 압박에도 취약하고 딱히 좋은 활약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스토퍼로서의 기량이 있기 때문에 빼버리면 안되었습니다. 이것도 어떻게 보면 주전 외 미드필더 백업을 잘 키우지 않은 안첼로티 탓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만능 키미히라는 카드가 있었는데도 키미히를 안 넣고 코스타를 넣고 승리를 노린거 자체는 안첼로티의 과욕이었다고 봅니다. 실제 하비 퇴장 / 리베리 교체 이후에는 거의 반코트 경기가 되버렸고요. 경기 69분~80분 사이에 정말 몇번의 슈팅을 날렸는지 세기도 벅찰정도로 마드릿이 폭풍처럼 몰아쳤는데 알론소를 뺀 게 저는 가장 문제였다고 봤거든요. 알론소를 뺄거라면 키미히라도 넣었어야한다고 보고요. 결국 바이언의 자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퇴장은 물론 큰 타격이지만 이렇게 무너지는건 안감독이 너무 자기가 짜놓은 판만을 바라보고 있던 탓이 크죠. 그래서 자기 스타일을 너무 급하게 무너뜨렸고요. 언제나 느끼는거지만 이런 변칙적인 상황에 대해서 안감독은 약합니다. 두번의 참사, 기적의 주인공이 된건, 이유가 있는거에요.  

 노이어 얘기도 좀 해야겠네요. 사실 노이어가 없었다면 오히려 2~3골은 더 들어갔어도 이상할거 같진 않았죠. 바이언의 전반 수훈자가 비달이라면, 후반은 노이어였어요. 부상이다 뭐다 했지만 클래스는 여전히 후덜덜하더군요. 하비 퇴장 이후 슈팅이 10개는 족히 날린거 같은데 겨우 1실점. 그 1실점조차 본인 책임이라고 하기에는 어려운 실점이었죠. 그야말로 난 월드클래스다 하는걸 보여줬습니다. 전반에도 완벽했고요. 노이어만 없었으면 원정에서 다득점으로 무난하게 4강 진출을 확신했을텐데 참 아쉬운 일입니다. 

 이번 시즌 원탑을 달리던 티아고와 맞붙어서 압도했다고 표현해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크로스도 대단했고, 교체로 나와서 적절하게 크로스를 날린 아센시오나, 마찬가지로 어시스트한 카르바할도 훌륭했습니다. 크게 눈에 띄진 않았지만 적절하게 플레이한 벤제마, 마르셀루, 카세미루도 괜찮았고요. 모드리치의 경우는 이스코가 앞으로 선발하는게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하는 생각이 좀 들었지만, 일단 더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보고. 나초의 경우는 역시 아쉬운 부분이 좀 있네요. 이번 시즌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는건 사실이지만 이대로면 여전히 주전 먹기는 힘들거라고 봅니다. 라모스는 불안했는데 거의 완벽하게 막아주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치즈 때문에 몸 사릴거라고 생각했는데 완벽한 베테랑 수비를 보여주네요. 나바스는 뭐 1인분은 해줬지만, 클린 시트 운은 정말정말 없네요. 현재 챔스 전경기 실점의 위업을 오늘도 갱신했습니다-_-....;;; 

 오늘은 사실 호날두가 잘해서, 안첼로티가 못해서라고 생각해서 지단의 공이 아주 크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어찌되든 난적인 바이언을 원정에서 격파했다는건 참 훌륭합니다. 지단은 이번 승리를 자만하지 말고 더 선수단을 조여서 홈에서 역전이 없게끔 해야할거에요. 마드릿은 자기들이 오만할때 한없이 약해지는 선수들이라 지단이 잘 컨트롤해야한다고 봅니다. 지단은 누구보다 그런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는 감독이고요. 이래놓고 홈에서 뒤집히면 폭동 날테니, 꼭 잘 재정비해서 4강 진출해야합니다. 이제 엘클도 있는데 유베에게 참패한 바르샤, 바이언에게 이긴 우리. 우리가 기세를 타고 있으니 쭉 이어나가면 챔스 리그 더블도 충분히 가시권에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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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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