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이라고 불렸던 사나이 ‘후아니토’
2017년 4월 2일 레알 마드리드의 홈구장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이날 레알 마드리드는 알라베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뜻깊은 행사를 가졌다. 바로 그들의 전설적인 축구 선수였던 후아니토의 25주기를 기념하기 위한 추모식이었다. 이날 레알 마드리드는 후아니토의 등번호였던 7번과 선수 시절 때 그의 사진으로 거대한 현수막을 만들며 그의 업적을 기렸다. (공교롭게도 1년 전인 2016년 4월 2일에도 추모식이 있었다. 하지만 그 주인공은 후아니토가 아닌 바르셀로나의 전설인 요한 크루이프였다. 바르셀로나는 캄프 누에서 크루이프의 죽음을 애도했다.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는 바르셀로나를 2-1로 격파하며 추모식을 망쳤다)
후아니토는 레알 마드리드의 정신이었고, 레알 마드리드는 그 덕분에 기적과도 같은 역사적인 명승부를 연출해냈다. 그리고 그가 남긴 ‘후아니토의 정신’은 오늘날 레알 마드리드 철학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철학으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선수 시절 후아니토는 어떤 인물이었을까?
1)안달루시아의 열혈아
후아니토는 1954년 11월 10일, 에스파냐의 안달루시아 지방인 ‘푸엔히롤라’라는 도시에서 태어났다. 1969년에 지역 유소년 팀인 푸엔히롤라에 입단한 후아니토는, 1972년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유소년 팀에 입단했다.
그의 신장은 169cm에 불과했지만, 그는 적극적이고 상대방에게 지기 싫어하는 투지와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출전한 경기마다 늘 적극적인 자세로 경기에 임했다. 하지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유소년 선수 시절 때 정강이뼈가 골절되면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의 1군 데뷔 꿈과 멀어졌다.
결국, 1973년에 만 18살이었던 후아니토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떠나서 2부 리그 팀인 부르고스로 임대를 떠났다. 그리고 그곳에 완전 이적한다. 부르고스에 이적한 후아니토는 그곳에서 많은 득점을 기록하지 못 했지만, 영리한 플레이를 펼치며 부르고스의 1부 리그 승격을 이끌었다. 그리고 9득점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줬고, 에스파냐 최고의 선수들에게 주는 ‘돈 발론’ 상을 수상했다. 부르고스는 후아니토의 활약에 힘입어 14위로 시즌을 마치며 잔류에 성공했다.
이처럼 후아니토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자 많은 팀들이 후아니토의 재능과 그가 가지고 있는 투지에 높은 점수를 주며 그를 영입하고 싶어 했다. 결국, 후아니토는 1977년에 그의 친정팀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라이벌인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다.
2)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의 90분은 길다
레알 마드리드와 계약을 맺은 후아니토는 산티야나와 함께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진을 이끌었다. 당시 레알 마드리드는 산티야나와 울리 슈틸리케, 비센테 델 보스케, 호세 안토니오 카마초, 호르헤 발다노 등과 같은 뛰어난 선수들이 많았다. 후아니토는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첫 번째 시즌에 자신의 첫 번째 라 리가 우승을 차지했고, 1979/1980시즌 때까지 3년 연속 라 리가 우승을 경험했다.
하지만 1980/1981시즌부터 1984/1985시즌 때까지 후아니토는 라 리가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왜냐하면 그 당시 레알 소시에다드와 아틀레틱 빌바오 등과 같은 바스크 지방의 클럽들이 레알 마드리드를 꺾고 4년 연속 라 리가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또한, 1984/1985시즌 때는 레알 마드리드의 라이벌 클럽인 바르셀로나가 라 리가 우승을 차지했던 반면, 레알 마드리드는 라 리가에서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비록 5년 동안 라 리가에서 우승을 차지하지 못 했던 레알 마드리드였지만, 이 시기는 후아니토 개인의 경력에 있어서 만족할 만한 일들이 많았다. 그는 1983/1984시즌에 라 리가 17득점을 기록하며 자신의 첫 번째이면서 마지막 피치치(라 리가 득점 왕)를 수상했었다. 하지만 후아니토 본인에게 있어서 이 시기의 최고의 순간은, 피치치 수상이 아니었다. 바로 ‘기적’이었다.
1980년대의 레알 마드리드는 영화에서 볼 법한 기적과도 같은 역전극을 많이 만들어냈다. 가장 대표적인 경기가 바로 1984/1985시즌 UEFA컵 3라운드 2차전과 4강, 1985/1986시즌 UEFA컵 라운드 2차전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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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1985시즌 UEFA컵 3라운드 2차전 때 레알 마드리드는 안더레흐트 원정에서 0-3으로 패배했다. 그들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4골이 필요했었다.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는 자신의 홈구장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에밀리오 부트라게뇨와 마놀로 산치스, 호르헤 발다노의 골에 힘입으며 6-1로 승리했다. 안더레흐트를 꺾고 4강에 진출한 레알 마드리드는, 1차전에서 인터 밀란에게 0-2로 패배했다. 2차전 홈경기를 앞두고 후아니토는 오늘날에도 화자가 되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걱정할 것 없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의 90분은 매우 길다.”
후아니토의 말대로 레알 마드리드는 45분이 채 지나가기도 전에 산티야나의 멀티 골에 힘입어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그리고 후반 15분에 미첼이 결승골을 기록하며 인터 밀란을 꺾고 3-2로 승리하며 결승전에 진출했다. 그리고 헝가리의 비데오톤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1985/1986시즌 UEFA 컵에서도 그들의 기적은 계속되었다. 레알 마드리드는 3라운드 상대였던 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 원정 경기에서 1-5로 패배했다. 하지만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호르헤 발다노와 산티야나의 멀티 골에 힘입어 4-0으로 승리했다.
이처럼 2년 연속으로 기적과 같은 역전극이 일어나자,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은 후아니토를 경이롭다고 여겼다. 또한, 이때부터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은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유럽 대항전이 열리면, 지고 있는 경기도 언제든지 역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후아니토의 정신’이다.
하지만 열정적이면서 지기 싫어하는 후아니토의 성격은 독이 되기도 했다. 그는 경기에서 지고 있거나, 생각 보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이성을 잃기도 했었다. 그는 1978년에 그라스호퍼 취리히와의 UEFA컵 경기에서 주심인 아돌프 프로콥을 폭행하며 2년 동안 유럽 대항전 출전 금지 징계를 받았다. 또한, 1986/1987시즌 유로피언 컵 4강에서 자신을 수비하던 바이에른 뮌헨의 로타어 마테우스의 얼굴을 고의적으로 밟았다.
특히, 아무리 같은 팀 동료라고 해도 후아니토와 맞지 않는 선수라면, 그 선수는 후아니토와 충돌을 피하기 어려웠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울리 슈틸리케다. 레알 마드리드 시절 때 슈틸리케는 정말 대단한 선수였고, 그만큼 레알 마드리드에서 입지가 남달랐던 선수였다. 하지만 그 역시 후아니토와 충돌을 피하기 어려웠다. 두 선수는 라커룸에서 자주 충돌했고, 결국 슈틸리케는 1985년에 레알 마드리드를 떠나 스위스의 뇌샤텔로 이적해야만 했었다.
울리 슈틸리케는 레알 마드리드를 떠난 지 1년도 체 되지 않아서 후아니토를 만나야만 했다. 바로 1985/1986시즌 UEFA 컵 8강 상대가 레알 마드리드였기 때문이다. 슈틸리케와 만난 후아니토는, 경기 도중에 슈틸리케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이처럼 열정적이고 지기 싫어했던 후아니토였지만, 그 역시 나이를 거스를 수 없었다. 그리고 여전히 레알 마드리드와 라 리가 역대 최고의 공격수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우고 산체스와 에밀리오 부트라게뇨 등과 같은 젊은 공격수들에 의해서 주전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1986/1987시즌 때 라 리가 44경기 중에서 후아니토가 풀타임으로 소화한 경기는 5경기였고, 득점은 1득점에 불과했다.
결국, 후아니토는 좀 더 많은 출전 시간을 위해서 레알 마드리드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CD 말라가와 로스 보리체스 등과 같은 하위권 팀들을 전전하다가, 1991년에 그가 맨 처음 축구를 시작했던 고향 팀인 푸엔히롤라에서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3)기적으로 끝나지 못한 생애, 레알 마드리드의 철학으로 살아 숨 쉬다
선수 생활을 마감한 후아니토는 지도자의 길을 가기로 결심했다. 그는 메리다의 코치 부임하며 자신의 첫 번째이면서 마지막 지도자 경력을 쌓았다.
1992년 4월 1일. 레알 마드리드와 토리노의 UEFA컵 4강 1차전 경기를 관전했던 후아니토는, 이날 경기에서 레알 마드리드의 2-1승리를 지켜봤다. 후아니토는 경기가 끝난 후에 자신이 살던 메리다로 돌아갔다. 그리고 4월 2일 새벽 2시 10분. 후아니토가 탄 차량은 고속도로에서 트럭과 충돌했고, 그의 차량의 오른쪽 부분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찌그러졌다. 후아니토는 현장에서 즉사했다.
후아니토가 사망하자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은 선수 시절 포기하지 않는 후아니토의 정신을 기리기로 결심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홈구장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경기를 치러지면, 관중들은 경기가 시작한 지 후 7분 후에 ‘illa illa Juanito maravilla!’라는 구호를 외친다. 이는 후아니토의 업적을 기르기 위한 행동인데, 이들이 7분 후에 이러한 구호를 외치는 이유는 후아니토의 등번호가 바로 ‘7번’이었기 때문이다.
후아니토의 정신은 단순히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만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 레알 마드리드의 코치들과 유소년 코치들은 후아니토가 남긴 포기하지 않는 정신을 그들의 선수들과 유소년 선수들에게 가르친다. 후아니토의 정신은 레알 마드리드를 대표하는 정신이 되었고, 후아니토는 레알 마드리드의 철학에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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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i Starkroos 2017.04.03이런 글 정말 재밌고 감명깊네요! 추천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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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g James 2017.04.03페페 업그레이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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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 Iker 2017.04.03후아니토 정신이라는 좋은 면만을 알았을 땐 존경하던 전설이었으나 그의 어두운 일면을 알고 나선 후아니토 정신이라는 말을 바꿨으면 하는 마음까지 들더군요.
열정이란 말로 포장하기엔 그가 저지렀던 행동들은 쓰레기란 말로도 표현하기 적절하지 않을 정도로 축구사 통틀어서도 역대급 쓰레기 반칙들을 많이한 선수였습니다.. 특히 글에서도 언급된 마테우스 얼굴 밟는 건 제 정신이면 도저히 할 수 없는 미친 짓이더군요.. 그 행동 이후 후아니토는 유럽 대항전 5년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고요. -
subdirectory_arrow_right San Iker 2017.04.03*@San Iker 경기장 내에 행태로 1년 이상의 징계를 두 번이나 받은 선수는 제가 알기론 후아니토 외엔 없습니다. 아니 애초에 1년 이상 징계 받는 짓을 한다는 게 이상한 거니까요. 페페도 10경기였고 그 칸토나의 쿵후킥도 9개월이었는데 후아니토는 대체... 어휴
그에 대한 진면목을 안 이후엔 개인적으론 전설로 칭송하고 싶지 않은 선수가 됐네요. 수아레스, 페페 따위는 귀여운 수준의 선수였더군요.. -
subdirectory_arrow_right seoulking 2017.04.04@San Iker 뭐래 오타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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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지주의바지트임 2017.04.04@seoulking 댓글은 당신의 인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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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Aguero 2017.04.03@San Iker 다만 경기장내에서의 퍼포먼스와 정신력이라면 누구나 추억하고 기릴만한 선수였으니까요... 결국 그 자신에게도 독이 되었지만 팬들이라면 누구나 그에게 반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맨유의 칸토나나 베스트와 같은 매력이 있었달까요 쓰레기로만 기억하기에는, 수많은 기적을 레알 마드리드에게 선사해준 선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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神 2017.04.03레알로선 후아니토 정신같은건 생각하지 않는게 좋다고 생각함. 마테우스를 그렇게 짓밟은 것도 그렇고, 여러모로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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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줄알았어 2017.04.03재미있게 읽었습니다 ㅊ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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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향기 2017.04.03인성은 폐급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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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c 2017.04.04미래에는 8~90+ 시간에 라모스 구호 나올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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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nished 2017.04.04마테우스 밟는 장면은 진짜 페페의 싸커킥, 멜루의 하이킥, 칸토나의 쿵푸킥, 킨의 무릎 작살킥 모두를 애교로 보이게 할 정도죠. 마냥 칭송하기에도 불편한 선수인건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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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 2017.04.04후아니토가 누구이고, 후아니토의 정신이 무엇인지 잘 배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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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영웅맥카 2017.04.04이번글도 잘 읽었습니다.
나중에는 진짜 라모스 정신도 나올듯 하네요. -
이승훈 2017.04.04후아니토정신이 여기서 나온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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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2017.04.04후아니토 정신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지만 선수로써 후아니토에 대해서 새로운 것들을 알게되는 글이네요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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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미만잡 2017.04.05이제는 라모스정신으로 바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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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ul 2017.04.10으 근데 인성이....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