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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타페화요일 5시

한국 축구는 어디에 분노해야 하는가

Oranje 2017.03.24 01:00 조회 1,501 추천 1
답답해서 칼럼 하나 써봤습니다..

오늘만큼은 매일 같이 축구에 미쳐사는 사람들부터, 축구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까지 같은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날이다. -분노.
중국에 패배하였으나, 이는 전술적 패배이자 정치적 딜레마의 심화이며, 한국축구가 억지로 부정해왔던 아시아 축구 헤게모니의 공식적 파괴이다.


- 슈틸리케의 패배, 전술적 한계
오늘 패배를 아주 단순하게 정리한다면, 공격 세부전술의 부재로 인한 비효율적인 점유율 축구 구사이다. 조금 더 쉽게 이야기해보자.
참 이상할 것이다. 점유율도 높았으며 중국과 한국선수들의 1:1 대결에서는 우월한 기량을 분명 보여주었다. 한국 선수들은 분명 중국 선수들보다 좋은 '선수들'이다. 그러나 좋은 팀인가? 이에 대한 대답이 실패하였다.

축구는 흐름의 스포츠이다. 22명의 선수들이 공을 둘러싸고 움직이는 흐름 안에서 '우리는 잘 알지만 상대는 익숙하지 않은 흐름'을 가져가는 것이 축구의 공격이다.
슈틸리케의 공격전술은 중원에서 사이드로 공을 보내 크로스로 마무리하려는 비중이 매우 높다. 이는 중앙 지역을 창의적인 움직임으로 부수어 나갈 수 없을 때의 차선책의 옵션이자 약팀의 전술이다. 상대방이 뻔하게 크로스가 올라올 것임을 예상하고 있다면, 우리에게 머리 하나쯤 더 큰 김신욱이 있더라도 수비는 어렵지 않다. 아시아에서최상급의 기술력을 가진 선수들로 약팀들이 하는 전술을 고집한다는 것. 마치 애플의 디자인팀에게 대셍을 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루하고 비효율적이었다.
축구 감독은 흔히 관리자 로 보이나 엄밀하게는 지략가에 가까워야 한다. 물론 어떠한 감독들은 뛰어난 지략가를 코치로 품고 성공하기도 한다. 이란전 이후 패배를 선수의 탓으로 돌린 슈틸리케는 뛰어난 관리자로 실패했다. 그렇다면 지략가인가? 휘하에 신태용이나 박건하 코치가 보좌할 때에는 이러한 부분들이 잘 커버되었지만, 이들이 나가고 나서는 전혀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심지어 새로 데려온 코치는 코칭 경험이 아마추어 레벨이 최대인 설기현과 차두리였다. 더이상 슈틸리케에게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정말 이들은 실패를 직감하지 못한 것일까?


- 중국은 이제 한국이 두렵지 않다.
스포츠는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정치적인 행동을 배척하고자 노력한다. 이는 아마 스포츠만큼 정치적으로 효과적인 도구가 없어서이지 않을까. 오늘 경기에서 중국의 승리는 단순히 축구의 패배라는 느낌으로 다가오지가 않는다. 아무도 우리나라가 월드컵 진출에 승점이 몇점이 필요한지 생각하고 있지 않다.
사드 배치로 인한 갈등 심화는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추후의 패권자를 고르라는 상황과 같다. 마치 척화론과 주화론 - 병자호란으로 이어진 그 역사적 사건과 참 비슷한 느낌이다. 여기서 오늘 축구의 패배는 이야기한다. 중국, 마음 먹으면 할 수 있는 나라다. 어쩌면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아무도 무시못하는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엄청난 자존심을 가지고 저항해온 나라이다. 현대에 와서는 그 자신감의 근간에 축구가 있었다. 국가적 위기의 순간에 도쿄대첩이 있었고, 중국이 정치적 위협을 가해도 5-0으로 짓밟아버리던 것이 한국의 축구였다.


스포츠에서도 그들의 힘이 턱 밑까지 위협을 가하기 시작했다. 이제 우리나라는 중국을 우습게 볼 수 있는 것들이 하나씩 사라져버리고 있다. 자신감의 상실은 결국 외교든 사업이든 경제적 행동이든 어떤 부분에서도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오늘 중국에 대한 패배는 그래서 결코 가볍게 생각되지 않는다.


- 아시아 축구 헤게모니의 붕괴와 앞으로의 한국 축구
아시아 절대강호 대한민국은 사실 참 신기한 나라이다. 축구 인프라와 체계적 교육 시스템은 일본에 한참 뒤쳐지며, 자본력에서는 중동과 중국에 비할 수도 없다.
사실 모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클럽 축구에서는 이미 중국이 한국을 앞서고 있다. FC서울은 2년 전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전력차'로 광저우에 패배했으며, 이번 시즌 한국팀은 중국팀에 승리가 없다. K리그 전체 운영비와 맞먹는 돈을 중국 거대클럽 '하나'가 지출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중국에 그러한 거대클럽은 5~6개 팀이다. 이들은 선수만 사오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인프라에도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분명히 한국축구의 지배권은 절대적일 수 없다. 애써 부정하고 싶지만, 현실이며 그러한 현실을 뒤엎기에는 자본의 차이가 너무나 거대하다. 어쩌면 예견된 역전이 너무 빨리 국가대표 경기에서 벌어진 것일수도 있다.

그렇다고 희망이 없는 것인가? 
네덜란드를 생각해보자. 유럽 내에는 네덜란드가 우리나라와 상당히 유사하다. 이들에게는 위대한 축구역사가 있고, 네덜란드를 상징하는 토털사커라는 큰 축구적 정체성이 있다.
이 정체성 안에서 길러진 선수들은 비록 젊은 나이에 더 큰 자본이 있는 나라로 떠나지만, 국가대표로 뭉쳤을 때 이들은 한 팀처럼 뛰어난 조직력과 경기력을 보여준다. 
또한 네덜란드의 팀들은 유럽 내에서 가장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가지고 있다. 지속적인 선수 판매비용으로 꾸준한 선수 육성에 성공해오고 있다.
한국 축구가 가야할 길에는 다행히도 위대한 축구역사와 정체성이라는 자산이 있다. 2002년 4강 신화와 유럽에서도 빛났던 차범근 박지성과 같은 축구 영웅들은 우리에게 축구의 자부심을한껏 느끼게 해준다. '투혼' 이라는 한국축구의 정체성은 그 누구보다도 뚜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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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팬으로 해야할 일은,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이런 뼈아픈 패배에도 그러한 역사와 정체성을 끊임없이 기억하는 것, 희망을 끝까지 이야기해 줄 것이 아닐까. 마치 이 억지스러운 마무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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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arrow_upward 회장니뮤 arrow_downward 국대도 결국 프로들이 모인곳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