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ter_list
헤타페화요일 5시

나폴리 전 후기

라그 2017.03.08 10:36 조회 1,532 추천 7

 지단이 관리자형 감독이라고 하는데 저는 특별히 관리자형 감독이라는 생각은 안듭니다. 오히려 자기 전술적 고집이 확고하고 정해진 방침을 그대로 지키는 타입이라고 생각하죠. 성공적이지 못해서 그렇지 이번 시즌 442 4231 352 433 다양한 포메이션과, 같은 포메이션이어도 다른 움직임을 많이 주문하곤 합니다. 카세미루의 모습은 실로 (쓸모가 없어서 그렇지) 현란하기까지 하죠. 이 모습은 안첼로티나 퍼거슨 같은 유연한 전술가를 연상케합니다. (사실 저는 감독의 역할에서 전술이라는 걸 빼놓을 수 없기에, 관리자 형 감독이라는 표현조차 어폐가 있다고 봅니다. 별로 특출난 전술적 역량이 없는데 선수진이 좋아서 성공한 감독이 아니라면야 그런 표현을 하기 어렵고, 그런 감독은 일시적으로 트로피를 들어올릴 순 있어도 성공을 못하죠) 지단이 여타 다른 감독들과 달리 로테이션 등에서 합리적인 모습을 보이는건, 그가 과학적 트레이닝이나 휴식 등의 의료/운동 등이 발전한 시기에 교육받은 신세대 감독의 모습이라고 봅니다. 지단은 항상 많은 준비와 생각을 하고 나오죠(경기력으로 환산을 못해서 좀 그렇지만.. 뭐 운도 많이 따라주는 감독이라고도 생각이 들고)

 지단은 오늘도 나름의 준비된 패를 쥐고 나왔습니다. 분명 거세게 압박하게 공격할 나폴리를 향해 원정 경기를 가야하는 지단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큰 틀에서 세 가지였습니다. 

1. 수비를 철저히 굳혀고 잠그고 후반에 역습한다. 
2. 마드릿이 자랑하는 탈압박의 귀재들을 이용하여 정면 승부한다. 
3. 측면의 선수들을 내려서 되려 우리가 압박한다. 

 지단은 보통 안정적으로 정면 승부를 하되 강팀과의 맞대결에서는 3번을 선호하고, 승패에 크게 영향을 안주는 홈/어웨이 경기의 일부는 1번을 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인게 지난 시즌 맨체스터 원정이죠. 호날두와 모라타를 제외하면 멤버도 완전하게 동일하네요. 다만 이건 나폴리의 압박이 워낙 거셌기에 효율적이진 못했습니다. 카세미루조차 수비적으로 어려워했을만큼 나폴리는 오버워크하며 달려들었습니다. 하지만 마드릿은 거기에 맞대응하지 않고 느슨하게 템포를 가져가며 나폴리의 공격이 비효율적이 되게끔 유도했지만 나폴리의 공격은 상당히 거셌습니다. 상대 팀의 골대 강타라는 불운과, 페페의 절묘한 커팅에 힘입어, 비록 빠르게 1실점하긴 했으나 홈 경기 승리의 이점을 안고 유도한대로 끌고 나갈 수 있었습니다. 만약 나폴리가 운이 조금만 더 좋았거나, 공격 완성도가 더 우수해서 전반에 1실점을 추가로 했다면 지단의 플랜은 완전히 붕괴했을거고 , 우리도 공격적인 국면을 가져가려다 추가적인 실점으로 이어지는 난타전으로 갔을 가능성도 컸을거라 봅니다. (그렇게 되면 3:2나, 혹은 4:2, 3:1 상황에서의 연장전 정도 이어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나폴리는 점차 실점을 하면 안되는데 득점도 해야하는 상황에 몰렸고 템포를 계속 올려서 공격해야했는데 겨우 1득점만 한 상황이었습니다. 물론 1득점만 더 하면 되니 크게 문제는 없었지만 마드릿은 이제 슬슬 역습의 칼을 쥐고 있었죠.

  다만 우리도 호날두의 영점이 영 안 잡히고 있었고 벤제마는 자길 지원해주는 하메스가 그립고 자꾸 자기 공간을 침범해오는 호날두가 짜증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여기서 탈압박과 스피드로 득점을 노려야하는 베일은 아직 경기 감각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았는지 열심히 뛰긴 해도 별반 효율이 없었구요. 어떻게 보면 지단의 오늘 전략은 실패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상대 압박이 너무 거세서 빠르게 실점했고 역습으로 한방을 노려야하는데 BBC는 또 메롱하고 있었거든요. (개인적으로 이렇게 게임을 몰고 갈 거였으면 호날두나 벤제마 둘 중 하나를 빼고, 모라타나 하메스, 이스코를 선발로 했어야한다고 봅니다 속도든 템포든 수비가담이든) 다만 나폴리가 점점 지쳐가면서 수비의 균열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나폴리 같은 팀은 기세가 오를때 강하면서도 그만큼 정작 수비 완성도는 떨어지는 경우가 생기죠. 기존 대비하고 있던 BBC가 아닌 라모스의 헤더가 너무 적절하게 터졌고 이제 나폴리는 2득점을 추가로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몰렸습니다. 근데 1골을 더 먹히면 4골을 더 넣어야하는 상황이었는데 하필 직후 또 라모스의 골(자책골)이 터져버렸구요. 이제 나폴리는 마드릿의 적절한 간식꺼리가 되었습니다. 지단은 이제 활동량 있는 바스케스와 모라타를 투입해서 나폴리를 농락하기 시작했고 마지막에 모라타의 골마저 터지면서 지단이 준비한 플랜대로 깔끔하게 마무리 되었네요. 

 오늘 경기는 나폴리나 마드릿이나 상식적인 준비를 해왔고, 나폴리가 먼저 우리를 잡느냐 아니면 나폴리가 그전에 나가떨어지느냐의 싸움이었다고 봅니다. 생각만큼 잘 풀려나가지는 않았지만 라모스의 골이 너무 적절한 타이밍에 터져서 경기는 우리가 압살하지 못했지만 스코어 면에서는 우리가 압살하는 그림이 그려졌네요. 사실 라모스의 헤더가 안터졌어도 우리가 종합 스코어에서 졌을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어찌되든 편하게 게임을 끌어갈 수 있었네요. MVP는 당연 라모스지만 페페도 상당한 수훈자라고 봅니다. 거센 압박에 고전하긴 했지만 그래도 잘 커버하면서 버텨냈고, 후반에 느려진 템포에서는 완전히 벽이었죠. 

 호날두나 벤제마는 이번 경기를 무득점으로 끝내면서, 이번 시즌 챔스 득점왕이 우리 팀에서 나오는건 이제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그나마 아직 벤제마가 가능성이 있긴 한데 최근 경기력과, 호날두와의 공존이 제대로 안되는 상황이라고 봐서 쉽지 않을 듯 싶네요. 베일은 빨리 폼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안되보이고, 호날두나 벤제마는 둘 중 하나만 나오는게 더 이득이 되는거 같습니다. 둘의 공간이 자꾸 겹치고 있고, 지원가가 없으면 둘의 현재 역량으로는 득점으로 잇는게 거의 불가능한거 같아요. 벤제마는 그렇다쳐도 호날두는 아직 좋은 선수지만 공간을 많이 써야하고, 모라타와 호날두의 조합도 그닥 어울리는 조합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현 팀 스쿼드로는 호날두를 제대로 쓰는 게 쉽지 않아보이네요. 오히려 벤제마는 하메스나 이스코와 연계시키기 쉬운데 말이죠. 개인적으로 호날두가 롱런하려면 이타두가 아닌 적극적으로 공격수와 경합하는 호톱의 모습으로 변해야한다고 봅니다. 호날두가 몸싸움을 못하는 선수는 아닌데 몸을 사리는 것 같아서 좀 아쉽네요. 어떻게 보면 호날두도 소위 '공을 예쁘게 차는 선수' 버릇을 못 버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메시와 비교되서 그렇지 사실 호날두도 어마어마한 테크니션이죠. 



format_list_bulleted

댓글 17

arrow_upward 세르히오 라모스 : 바르셀로나가 진다면 꿀잠 잘 것 arrow_downward 축구 역사를 바꾼 10가지 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