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리 전 후기
지단이 관리자형 감독이라고 하는데 저는 특별히 관리자형 감독이라는 생각은 안듭니다. 오히려 자기 전술적 고집이 확고하고 정해진 방침을 그대로 지키는 타입이라고 생각하죠. 성공적이지 못해서 그렇지 이번 시즌 442 4231 352 433 다양한 포메이션과, 같은 포메이션이어도 다른 움직임을 많이 주문하곤 합니다. 카세미루의 모습은 실로 (쓸모가 없어서 그렇지) 현란하기까지 하죠. 이 모습은 안첼로티나 퍼거슨 같은 유연한 전술가를 연상케합니다. (사실 저는 감독의 역할에서 전술이라는 걸 빼놓을 수 없기에, 관리자 형 감독이라는 표현조차 어폐가 있다고 봅니다. 별로 특출난 전술적 역량이 없는데 선수진이 좋아서 성공한 감독이 아니라면야 그런 표현을 하기 어렵고, 그런 감독은 일시적으로 트로피를 들어올릴 순 있어도 성공을 못하죠) 지단이 여타 다른 감독들과 달리 로테이션 등에서 합리적인 모습을 보이는건, 그가 과학적 트레이닝이나 휴식 등의 의료/운동 등이 발전한 시기에 교육받은 신세대 감독의 모습이라고 봅니다. 지단은 항상 많은 준비와 생각을 하고 나오죠(경기력으로 환산을 못해서 좀 그렇지만.. 뭐 운도 많이 따라주는 감독이라고도 생각이 들고)
지단은 오늘도 나름의 준비된 패를 쥐고 나왔습니다. 분명 거세게 압박하게 공격할 나폴리를 향해 원정 경기를 가야하는 지단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큰 틀에서 세 가지였습니다.
1. 수비를 철저히 굳혀고 잠그고 후반에 역습한다.
2. 마드릿이 자랑하는 탈압박의 귀재들을 이용하여 정면 승부한다.
3. 측면의 선수들을 내려서 되려 우리가 압박한다.
지단은 보통 안정적으로 정면 승부를 하되 강팀과의 맞대결에서는 3번을 선호하고, 승패에 크게 영향을 안주는 홈/어웨이 경기의 일부는 1번을 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인게 지난 시즌 맨체스터 원정이죠. 호날두와 모라타를 제외하면 멤버도 완전하게 동일하네요. 다만 이건 나폴리의 압박이 워낙 거셌기에 효율적이진 못했습니다. 카세미루조차 수비적으로 어려워했을만큼 나폴리는 오버워크하며 달려들었습니다. 하지만 마드릿은 거기에 맞대응하지 않고 느슨하게 템포를 가져가며 나폴리의 공격이 비효율적이 되게끔 유도했지만 나폴리의 공격은 상당히 거셌습니다. 상대 팀의 골대 강타라는 불운과, 페페의 절묘한 커팅에 힘입어, 비록 빠르게 1실점하긴 했으나 홈 경기 승리의 이점을 안고 유도한대로 끌고 나갈 수 있었습니다. 만약 나폴리가 운이 조금만 더 좋았거나, 공격 완성도가 더 우수해서 전반에 1실점을 추가로 했다면 지단의 플랜은 완전히 붕괴했을거고 , 우리도 공격적인 국면을 가져가려다 추가적인 실점으로 이어지는 난타전으로 갔을 가능성도 컸을거라 봅니다. (그렇게 되면 3:2나, 혹은 4:2, 3:1 상황에서의 연장전 정도 이어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나폴리는 점차 실점을 하면 안되는데 득점도 해야하는 상황에 몰렸고 템포를 계속 올려서 공격해야했는데 겨우 1득점만 한 상황이었습니다. 물론 1득점만 더 하면 되니 크게 문제는 없었지만 마드릿은 이제 슬슬 역습의 칼을 쥐고 있었죠.
다만 우리도 호날두의 영점이 영 안 잡히고 있었고 벤제마는 자길 지원해주는 하메스가 그립고 자꾸 자기 공간을 침범해오는 호날두가 짜증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여기서 탈압박과 스피드로 득점을 노려야하는 베일은 아직 경기 감각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았는지 열심히 뛰긴 해도 별반 효율이 없었구요. 어떻게 보면 지단의 오늘 전략은 실패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상대 압박이 너무 거세서 빠르게 실점했고 역습으로 한방을 노려야하는데 BBC는 또 메롱하고 있었거든요. (개인적으로 이렇게 게임을 몰고 갈 거였으면 호날두나 벤제마 둘 중 하나를 빼고, 모라타나 하메스, 이스코를 선발로 했어야한다고 봅니다 속도든 템포든 수비가담이든) 다만 나폴리가 점점 지쳐가면서 수비의 균열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나폴리 같은 팀은 기세가 오를때 강하면서도 그만큼 정작 수비 완성도는 떨어지는 경우가 생기죠. 기존 대비하고 있던 BBC가 아닌 라모스의 헤더가 너무 적절하게 터졌고 이제 나폴리는 2득점을 추가로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몰렸습니다. 근데 1골을 더 먹히면 4골을 더 넣어야하는 상황이었는데 하필 직후 또 라모스의 골(자책골)이 터져버렸구요. 이제 나폴리는 마드릿의 적절한 간식꺼리가 되었습니다. 지단은 이제 활동량 있는 바스케스와 모라타를 투입해서 나폴리를 농락하기 시작했고 마지막에 모라타의 골마저 터지면서 지단이 준비한 플랜대로 깔끔하게 마무리 되었네요.
오늘 경기는 나폴리나 마드릿이나 상식적인 준비를 해왔고, 나폴리가 먼저 우리를 잡느냐 아니면 나폴리가 그전에 나가떨어지느냐의 싸움이었다고 봅니다. 생각만큼 잘 풀려나가지는 않았지만 라모스의 골이 너무 적절한 타이밍에 터져서 경기는 우리가 압살하지 못했지만 스코어 면에서는 우리가 압살하는 그림이 그려졌네요. 사실 라모스의 헤더가 안터졌어도 우리가 종합 스코어에서 졌을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어찌되든 편하게 게임을 끌어갈 수 있었네요. MVP는 당연 라모스지만 페페도 상당한 수훈자라고 봅니다. 거센 압박에 고전하긴 했지만 그래도 잘 커버하면서 버텨냈고, 후반에 느려진 템포에서는 완전히 벽이었죠.
호날두나 벤제마는 이번 경기를 무득점으로 끝내면서, 이번 시즌 챔스 득점왕이 우리 팀에서 나오는건 이제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그나마 아직 벤제마가 가능성이 있긴 한데 최근 경기력과, 호날두와의 공존이 제대로 안되는 상황이라고 봐서 쉽지 않을 듯 싶네요. 베일은 빨리 폼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안되보이고, 호날두나 벤제마는 둘 중 하나만 나오는게 더 이득이 되는거 같습니다. 둘의 공간이 자꾸 겹치고 있고, 지원가가 없으면 둘의 현재 역량으로는 득점으로 잇는게 거의 불가능한거 같아요. 벤제마는 그렇다쳐도 호날두는 아직 좋은 선수지만 공간을 많이 써야하고, 모라타와 호날두의 조합도 그닥 어울리는 조합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현 팀 스쿼드로는 호날두를 제대로 쓰는 게 쉽지 않아보이네요. 오히려 벤제마는 하메스나 이스코와 연계시키기 쉬운데 말이죠. 개인적으로 호날두가 롱런하려면 이타두가 아닌 적극적으로 공격수와 경합하는 호톱의 모습으로 변해야한다고 봅니다. 호날두가 몸싸움을 못하는 선수는 아닌데 몸을 사리는 것 같아서 좀 아쉽네요. 어떻게 보면 호날두도 소위 '공을 예쁘게 차는 선수' 버릇을 못 버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메시와 비교되서 그렇지 사실 호날두도 어마어마한 테크니션이죠.
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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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영웅맥카 2017.03.08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호날두와 모라타의 호흡이 맞지 않다는게 어찌보면 우리팀이 변화하지 못하는 여러가지 이유중 하나라고 봅니다.
올시즌을 살펴보면
벤제마가 나가고 모라타가 들어올때
호톱으로 올라가고 모라타가 윙포워드 처럼 뛰는 경향이 더 심해집니다.
이게 스위칭 플레이일 수 있죠.
감독의 지시일 수 있구요.
암튼 둘의 호흡이 맞지 않은 상황인데
지단 감독이 호날두와 벤제마를 로테이션 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네요. -
subdirectory_arrow_right 라그 2017.03.08@나의영웅맥카 모라타가 또 윙에서 자기 능력을 살릴 수 있냐라고 하면 또 그렇지도 않아서.. 사이드로 나오면 오히려 훨씬 부진한 편이었죠. 호날두와 모라타 조합이 좋을려면 호날두가 이타두 모드를 꾸준히 유지해줘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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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rdow 2017.03.08BBC는 이제 추억 속에 고이 접어야 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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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윾 2017.03.08@Ferdow 애초에 추억이랄 게 많이 없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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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라그 2017.03.08@Ferdow 베일은 유리라 문제고 호날두랑 벤제마 중 둘 다 안고 가는건 이제 확실히 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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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레하겔 2017.03.08bbc 나가려면 페레즈부터 나가야함. 호날두 21년까지 베일 22년까지 재계약해준게 페레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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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라그 2017.03.08@오토레하겔 음슴체는 반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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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g James 2017.03.08그냥 BBC는 올시즌 끝으로 싹다해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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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타이밍 2017.03.08@King James 이 셋을 한번에 해체하면 우리팀에 1~3년간은 암흑기가 오지 않을까요?? 쉽게 대체가능한 선수들은 아닌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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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2017.03.08앞으로는 하메스 이스코 모라타 좀 자주봤으면 bbc는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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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 2017.03.08호날두에 대한 의견 공감해요. 이젠 왼쪽에서 프리로 찢어들어가는 윙포의 모습보다 톱으로 롤을 한정시켜야할때가 온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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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갱 2017.03.08저 역시, 호날두-벤제마의 연계가 전과 같지 않은 지금 둘을 동시에 기용할 이유는 확실히 줄었다고 느꼈습니다. 여전히 둘 각자의 움직임과 센스는 나쁘지 않아보이나, 둘의 시너지로 어지간한 부분 수비 대열을 뚫어내는 모습은 이제 많이 기대할 수 없을 것 같아요.
팀의 공수 밸런스를 해치면서까지 기용해온 건 그 둘이 합작한 파괴력이 상식 이상이어서였는데, 이제 그 연계력이란 게 역습 시에도 발휘가 안 될 정도면 각자 따로 기용해서 왕 노릇 시키는게 나아보일 지경입니다 ㅠㅠ -
외데고르 2017.03.08이름값때문에 쉽게 내보내기도 힘들고 하.. 진짜 BBC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팀의 핵심에서 점점 악성 종양으로 변해가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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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라그 2017.03.08@외데고르 선수가 나이 들어가면서 생기는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이해하는게 제일 속편하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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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tti 2017.03.08초반부터 엉덩이 빼고 카운터 노린건 보이긴 했는데 BBC없이 7명으로 수비하기는 너무 부담이 컸죠. 차라리 컨셉을 제대로 잡아서 아예 10명이 하프라인 밑으로 확 주저앉아버렸으면 차라리 나았을수도 있는데 공격진은 어정쩡하게 상대 수비라인이랑 붙어있고 나머지 7명도 블록형성은 커녕 간격조절도 안되서 패스 몇번에 죄다 벗겨졌는데 나폴리의 공격작업이 조금만 섬세했거나 결정력이 조금만 좋았으면 전반에 이미 경기 던졌을수도 있었다고 봅니다. 다행히 후반전은 많은 부분 개선이 있었고 라모스의 머리가 팀을 살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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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ul 2017.03.13벤제마 호날두는 둘 중에 한 명만 나와야... 팬이 봐도 그게 보이는걸 지단이 모르진 않을거 같은데 의도하고 있는게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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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라그 2017.03.08먼저 감사합니다. 사실 무릎 다치기 이전에도 (뭐 그 이전에는 그럴 필요도 적었지만) 소위 비비는 플레이를 별로 안 좋아했죠. 그래서 공간이 필요한 선수였고. 사실 그렇게 변할게 아니라면, 외질같은 패서, 전성기 벤제마 같은 연계형 스트라이커를 전방에 배치해서 호날두가 슛 때리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면 그럭저럭 1인 몫은 할거라 봅니다. 저는 지단이 호날두를 굉장히 못 쓰고 있는 감독이라고 생각해요.
윙날두/이타두도 마찬가지지만 사실 많은 움직임을 가져가는 포지션으로의 컨버젼도 (득점 기록, 롱런은 포기해야겠지만)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적절하게 로테이션 해준다면 많이 출장은 못해도 좋은 경기력으로 계속 보는 것도 가능할테고요. 어찌되든 호날두의 모든게 감소하고 있는 지점에서 호날두가 어떤 선택을 하고 말년을 마무리할지 궁금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