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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타페화요일 5시

웹서핑 하다가 발견한 지주 관련 기사

루카 모드리치 2017.01.15 19:37 조회 2,077 추천 4
2006년 베스트 일레븐에 실린 당시 국대 이호 선수의 글이네요  뭐랄까 진심을 담은느낌이고
다시한번 느끼지만 지주는 "보이지 않는 그 무언가"라는 말이
축구역사상 가장 잘 어울리는 인물이 아닐까 합니다


(본문)
2006년 베스트 일레븐에 실린 이호의 글

벌써 1년이나 지났지만 2006 독일 월드컵은 내게 너무나 특별한 무대였다. 축구를 시작한 이래 항상 꿈꿔왔던 무대에 선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러웠지만 더 설레였던 것은 축구를 알게 된 뒤 동경해 온 스타들과 직접 경기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 중에서도 지네딘 지단을 상대한다는 것이 가장 특별했다. 지단이 누군가. 이탈리아 세리에A와 스페인 라 리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월드컵과 유로피언 챔피언십 정상에 올랐으며 FIFA 올해의 선수까지 석권한, 축구 선수로서 이룰 수 있는 모든 성과를 달성한 선수가 아닌가. 내 포지션에서 뛰는 선수라면 그 누구든 지단의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팀을 위해 그를 넘어서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만나야 한다면 지단은 가장 두려운 존재다.

2002년, 나는 브라질 크루제이루 18세 팀을 떠나 키에보 베로나를 상대로 세리에A 입성을 노렸다. 당시 지단은 이미 유벤투스를 떠나 레알 마드리드에서 최고의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여전히 지단을 그리워했고 그의 영향력 아래 있었다. 그런 과정에서 나 역시 지단에 매료 당했다. 플레이 면에서 내가 가장 닮고 싶었던 선수는 파트리크 비에라였지만 지단의 플레이는 보편적인 매력이 있었다.

4년 뒤 최고의 무대에서 그를 직접 만났을 때, 직접 봤을 때 느낀 건 "괜히 세계 최고가 아니다"였다. 정말 예쁘고, 너무나 쉽게 공을 찼다. 특히 지단은 자신의 플레이 속도와 팀의 플레이 속도를 전혀 줄이지 않는 완전무결한 플레이를 했다. TV 화면을 통해 보면 사람들은 지단의 화려한 면만 주목하고, 실제로 그렇게 편집된 하이라이트에 열광한다. 그러나 지단의 진정한 무서움은 플레이에 군더더기가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오는 패스를 받기 전에 모든 상황을 읽어내고 쉬지 않고 다음 동작으로 연결하는데 기술과 속도 모두 완벽했다.

그의 페인팅이나 마르세유 룰렛과 같은 턴 동작에 환호성을 지르는 팬들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막상 지단과 마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두려운 것은 자신과 동료의 기량을 100% 이용하는 간결한 플레이다. 지단을 잡으려고 하면 다른 선수를 놓치게 되고, 다른 선수를 주목하면 지단이 직접 마무리한다. 그래서 지네딘 지단이다.

어떤 수준의 선수든 그에 맞는 패스를 줄 수 있는 지단이지만 경기 중 유달리 많이 언급한 선수는 역시 티에리 앙리였다. 지단은 계속 '티티'를 불렀는데 나중에 알고 봤더니 앙리의 별칭이었다. 빈 공간으로 찾아 들어가 빠른 공격 전개로 상대 수비를 공략하는 앙리에게 지단은 가장 반가운 패스를 주는 동료였을 것이다. 두 선수는 소속팀이 달랐지만 한 몸인 것처럼 호흡이 잘 맞았고 잘 준비되어 있었다. 브라질을 꺾으며 결승전까지 진출했던 것은 사실 둘의 힘이었다.

지금도 나는 내가 직접 상대해 본 선수 중 누가 최고였냐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지단을 말한다. 비록 승부를 놓고 상대해야 하는 선수였지만 지단은 그 시간과 주변 상황을 초월해 존중할 수 밖에 없게끔 만드는 플레이를 펼쳤다. 그만큼 지단은 위대한 선수였고 축구의 역사로 기억되고 있다. 지단이 은퇴를 선언하고 강한 결의로 나선 월드컵 무대에서 그와 몸으로 직접 부딪칠 수 있었다는 게 내겐 너무나 큰 영광이자 특권이었다.

전반 45분, 후반 24분 교체되어 나갈 때까지 그와 함께 있었던 순간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어느 후일에 "나는 지단과 같은 시간, 같은 공간 속에 있었다"고 나도 모르게 추억하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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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arrow_upward 나바스 대체자 슬슬... arrow_downward 축알못인데 4231하고 433하고 어떻게 다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