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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타페화요일 5시

지단의 전술: 실용주의 노선

임나영 2016.11.27 04:23 조회 3,066 추천 29

레알 마드리드에 온 후에 지단이 보여온 전술적인 변화를 간단하게 살펴보자면,


1. 지단은 처음엔 볼을 점유하고 공간을 선점하는 방식의 축구를 하려고 했음

부임 초기에 BBC + 이스코를 기용하면서 (하메스는 당시에 부상+ 폼저하 상태라 이스코가 먼저 기회를 받았음) 볼을 많이 점유하면서 상대의 공간을 조금씩 먹어들어가는 전술을 사용했습니다.  

4-2-3-1과 공격형 미드필더를 이용한, 차근히 만들어나가며 상대를 공략하는, 본인의 기호에 맞는 전술을 사용했죠.  그리고 꽤나 결과가 좋았습니다. 

그러던 중에 베일의 부상 + 측면 하메스의 부진이 겹치게 되었고, 불안함을 안고 임했던 아틀레티코와의 더비전에서 철저하게 패배하게 되었죠.

그동안 중요하게 생각했던 공간 싸움에서 완전히 패배하고, 이스코로 대표되는 2선이 상대 수비에 완벽히 묶이며, 경기 내용으로도 처참히 발렸습니다. 

이 경기 지고 난 다음부터 지단 감독은 전술 변화를 꾀하게 되죠. 


2. 카세미루와 바스케스 중용 - 본격적인 실용 노선으로의 변화

AT전 패배를 기점으로 두 선수는 주전 라인업에서 완전히 제외됩니다.  하메스와 이스코죠.  
대신 카세미루와 바스케스를 중용하게 되었는데요.  이건 공격형 미드필더 또는 하프윙으로 대표되는 2선의 무게를 확 줄여버리겠다는 얘기입니다.  

전방위로 압박하는 수비 방식을 포기하고, 상대를 깊숙이 끌어들인 후에 확실하게 볼을 뺏어내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그전까지 공-수시 필드 전체의 공간을 점유하려 했었다면, 카세미루를 기용하기 시작한 다음부터는 수비시 공간 선점을 좀 더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듯 해요.  그래서 저때부터 지금까지 팬들은 "레알 마드리드가 두줄 수비에 가까운 수비 형태를 취하는 특이한 모습" 을 보게된 겁니다. 

우리 진영의 4백 앞부분에서부터 수비를 탄탄히 하고, 크로스와 모드리치의 능력을 활용하여 사실상 2선을 생략한 상태로, 3선에서부터 BBC까지 볼을 빠르게 전개해서 공격을 해나가는 방식을 선택합니다.  2선과 최전방에 뒀던 무게중심을 3선으로 끌어내린 거죠. 

 
이걸 가능하게 했던 두 선수가 모드리치와 베일이었습니다.   모드리치는 스스로 3선과 2선을 오가며 BBC에게 볼을 유연하게 연결해줬고, 베일은 좌우를 가리지 않고 위아래로 넓게 움직이며 공을 연결해주고 전진시켜줬습니다.   

이 과정에서 2선 플레이에 최적화되어있던 이스코와 하메스는 철저하게 제외됩니다.   이스코는 3선 중앙 미드필더로서 역할을 할 경우에만 가끔 피치 위에 모습을 드러냈고, 하메스는 이때부터 체력 포션이 되었죠.  중요한 경기에 안썼습니다.  

그 말은 결국,  2선에서 공 오래 잡아두는 플레이 안한다.  2선의 역할을 최소화하는 대신, 공격의 기점은 크로스와 모드리치의 3선으로 한다.  공격 방향 전환도 3선을 기점으로 해서 진행하고, 속도 붙여야 할 땐 베일과 호날두를 사용한다. 어차피 전방 압박 제대로 못할 거면, 끌어들여서 수비한다.  이렇게 전술의 방향을 바꾼 거에요.

대신 중용받게 되었던 것이 바스케스입니다. (지단 부임 초기에 바스케스는 거의 기회를 받지 못하던 상태) 수비 가담에 적극적이고, 윙 플레이가 가능하며, 많은 공간을 뛰어주는 바스케스는 이스코와 하메스에겐 없는, 지단의 마드리드에 필요한 자신만의 장점을 어필하며 단숨에 주전급 멤버로 부상하게 되었죠.  


3. 16-17시즌의 특이점

다들 아시다시피 이번 시즌은 시작부터 몹시 기형적입니다.  지단이 부임하고 나서, 이 정도로 선수단의 부상이 심했던 적이 없습니다.  지단 부임 전으로 생각해봐도, 0809 전반기 외에(팔랑카가 데뷔했던 눈물의 엘클이 생각나네요) 이 정도까지 부상 악령에 시달렸던 적이 없을 정도에요.  
시즌 초반엔 호날두가 빠졌었고, 호날두가 복귀하니 카세미루와 모드리치가 아웃, 모드리치가 복귀하니 크로스와 베일 아웃.  벤제마는 부상과 복귀를 반복했습니다.  

이러다보니까, 전체적인 전술의 기조는 지난 시즌과 같은데, 그 전술을 구사함에 있어서 숙련도가 지난 시즌만 못합니다.  핵심 멤버들이 많이 빠졌으니 당연하겠죠.  

하지만 이번 시즌들어 코바치치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모라타가 벤제마를 위협할 정도의 플레이를 보여주었고, 베일이 (지난 시즌의 에이스급 활약보다는 못하지만) 꾸준한 폼을 보여주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겁니다. 

AT전의 승리를 되새겨보더라도, 선수들이 AT를 깊숙이 끌어들이고, (이때도 활동량은 AT보다 적었습니다.  하지만 AT에게 활동량으로 압살당하면서 우리 플레이도 전혀 못펼쳤던 지난 시즌 후반기 마드리드 더비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죠) 우리 쪽 깊숙한 지역에서부터 최전방의 BBC에게 빠르게 볼 전달이 되었기 때문에 쉽게 추가골을 집어넣으면서 승리했던 거고요. 


4. 실용주의 전술의 성과

지단은 레알 마드리드에 부임한 이후 딱 두번 졌습니다.  
근데 그 중에 한번 패한 것이 위에서 말씀드렸던 AT 마드리드와의 경기입니다.   이 경기 이후로 현재의 실용주의 노선을 선택하게 되었으니, 결국 현재의 전술이 정착된 이후, 지단은 딱 한번 졌다는 얘기가 되네요. 

그 경기가 지난 챔스 8강 볼프스부르크와의 경기였는데요.  이 경기를 졌던 것도 사실은 전술의 패배라기 보다는, 논란이 된 첫골 취소 + 수비를 확실히 해줘야 할 다닐루의 인생경기 작렬 때문이었던 것이 크죠.  카세미루의 PK 허용도 조금은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고요. 

이때 경기에서 지고, 많은 분들이 2차전 홈에서는 하메스를 활용한 공격적인 전술로 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런데 지단의 선택은 그대로 카세미루였어요. 

결과는 뭐 다 아시다시피.. 호트트릭 찍고 운데시마까지 그대로 직진했죠.  


5. 정리

솔직히 이번 시즌 레알 마드리드 경기가.. 그렇게 재밌다고는 말하기 어렵습니다.  

늦은 시간에 잠 줄여가면서 레알 마드리드 경기 시청하시는 분들은 거기에 대한 불만을 표현할 수 있죠.  팀을 응원하는 팬이자, 늦은 시간에도 경기를 시청하는 시청자의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지단이라고 전방 압박을 통해서 높은 위치에서 볼 뺏은 다음에 역습으로 가는 걸 하고 싶지 않겠습니까?  당연히 하고 싶겠죠.  본인이 세계 축구를 재패했던 공미 출신이니 당연히 공미를 사용하는 전술도 쓰고 싶겠죠.  

근데 그보다도 팀의 상황과 멤버들을 고려해서 이길 수 있는 축구를 선택했습니다.  우리보다 화려하게 축구하는 팀들 많죠.  하지만 이번 시즌 리그와 챔피언스 리그에서 무패를 달리는 팀은 전 유럽에 레알 마드리드밖에 없습니다. 

하메스 안써도 안집니다.  그러니까 안쓰는 거죠.  공미 안써도 챔스 우승했습니다.  그래서 안쓰고 해온 겁니다.  그러다 부상 등의 이유로 공미를 써야만 하는 상황이 오니까 이스코를 톱 후방처럼 놓고 호날두를 톱으로 세우는 기지를 발휘했죠.  그리고 우리를 그토록 괴롭혔던 AT 마드리드와 시메오네를 그들의 홈에서 쳐발라버렸어요. 

줄부상 당해도 어떻게든 안지고 버텨온 결과 31경기 무패가 되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 역사상 34경기 무패가 최고 기록이라고 하던데, 바로 거기에 도전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저는 이기는 전술이 좋은 전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무리뉴를 굉장히 싫어하고, 무리뉴식 선수비 후역습 축구를 싫어합니다만, 11-12 시즌은 제가 레알 마드리드의 축구를 가장 재밌게 봤던 시즌이었어요.  결과가 나왔으니까요. 

마찬가지로, 현재 지단이 구사하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의 축구는... 사실 그렇게 재밌는 축구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결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부임 하고 두번 졌다니까요 ㅋㅋ 지금의 전술을 정착시킨 뒤엔 한번 졌어요.  그것도 2차전에 뒤집어서 결과적으론 이겼죠. 

화려하고 재미있는 축구도 물론 좋지만, 확실히 결과가 나오고 있는 이쪽이 낫다고 보네요. 
게다가.. 이제 핵심 선수들이 30줄 들어갔어요.  체력 상태가... 사실 전만 못하죠.   올코트 프레싱에 가까운 그런 역동적인 축구를 하고 싶어도 어려운 여건이 많습니다.  

팀 상황을 고려했을 때 지단은 최선 중에서도 최선을 선택해왔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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